나르시스, 고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얼마나 잘 생겼는지 어느 날 호수에 비낀 자기 모습을 보는 순간 너무 황홀한 나머지 그 모습을 잡으려고 호수로 뛰어들어 죽고 말았단다. 여기서부터 인간의 맹목적인 자기애적 경향을 가리켜 나르시시즘이라고 지칭하게 되었단다.
나르시시즘, 인간은 의, 식, 주의 육욕의 동물이라 본능적으로 나 먼저, 나 먼저 살고 보자는 自私自利한 자기애를 가지고 태어난다. 인간이 아무리 진화해도 이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동물성은 우리의 胎志이기 때문. 엥겔스도 이 점에 대해 잘 지적하고 있다.
인간은 옷을 입는다, 왜서? 추워서. 천만에! 인간의 나르시시즘 때문에 옷을 입는단다. 사실 추워서 입는 경우에도 자기 한 몸을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데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인간이 옷을 입는 보다 중요한 요인은 자기를 더 멋지게, 곱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멋으로 입는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어깨를 기껏 살린 남자들 정장, 화려한 색상에 줄무늬, 주름잡기에 花姿招展의 여자들 옷, 분명 남성, 여성의 자기적 특성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화장, 치장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머리발을 구름발처럼 살리고 버들눈섭을 그리고 눈초리를 살리고 연지곤지 바르고 립스틱 분홍입술의 여자들 화장, 그리고 요새 와서 눈 잡아 째고 쌍겹풀 눈 만들기를 비롯한 각종 성형수술, 그리고 문신, 나아가서 보디페인팅, 그리고 귀걸이, 목걸이, 반지 각종 악세사리 반짝반짝, 찰칵찰칵, 이 모든 것은 나르시시즘적인 외형적 표현이라고 한다. 이런 면에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신경을 씀으로 여자들은 보다 많이 나르시시즘적인 허영으로 흐르는 이미지로 비친다. 그래서 영국의 대문호 쉑익셔피어도 말했던가, 여자들은 허영의 화신이라고, 허영에 옷을 입혀놓은 것이라고.
이런 愛美之心, 人堦有之식 멋 부리는 자기애, 전형적인 나르시시즘의 표현. 이런 것은 도에 지나치지 않고 적재적소적일 때 멋진 나르시시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돈을 흔전만전 천민자본주의의 과소비의 풍조, 그러면서 남한테 전혀 베풀 줄 모르는 것, 베풀 경우라도 자기 과시욕에 놀아나거나 施惠적인 자세, 그리고 우리 집은 옛날 양반이었는데 하며 흘러간 옛노래 부르는 것, 그리고 귀족적인 독선과 안하무인격, 이런 것은 뛸 데 없이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나르시시즘의 표현. 예컨대 어디에 돈을 좀 기부하고는 곳곳에 다니며 자랑하는 것, 이른바 고상한 자기를 사랑하는 나르시시즘.
여기에 우리는 잠간 진짜 종교인들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머리를 까까머리로 깎은 스님, 비구니, 그것은 멋의 거세. 회색의 僧服, 그것은 무욕의 상징. 이들은 나르시시즘적인 도취경지보다는 어쩌면 자학적인 무아경지인 것이다.
바로 이 나르시시즘 때문에 인간은 자기를 긍정해주는 말을 듣기 좋아한다. 그것이 입에 발린 소리라도. 사실 잘 나지도 못했는데 잘 났다고 하면 과히 기분 나쁘지 않으며 잘 못 했는데 잘 했다고 칭찬소리를 들을 때도 괜히 기분 좋아진다. 서양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스치고 지나갈라치면 ‘Hi~’하며 알은체, 그리고 여자들 보기만 하면 거저 ‘Beautiful', 별 볼일 없는 보통일에 'Wondful' 연발하는 긍정적인 제스처는 상대방의 나르시시즘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줌으로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해준다. 이런 면에서 인색한 우리는 대인관계가 서먹서먹하고 경색해질 수밖에 없다.
어린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이 훨씬 나르시시즘적이라 한다. 그래서 아이들 교육은 칭찬중심의 긍정적인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효과적이라 한다.
이런 나르시시즘은 자기의 긍정적인 대상화로 나타난 것에서도 표현된다. 남의 아이보다 내 아이가 고운 것, 자기 생명의 연장체로서의 자식에 대한 부모들의 나르시시즘적인 사랑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문학예술에 있어서 작가예술가들의 분신인양 창작된 작품들, 부정적인 비평보다는 긍정적인 만세비평에 더 귀가 솔깃한 것도 마찬가지다.
바로 이 나르시시즘 때문에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적인 공정한 평가를 하기에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잘 나도 내 청춘, 못 나도 내 청춘, 내 멋에 내 사는 것이다. 물론 사람은 '잘 난 사람'들한테 기 죽지 말고 이렇게 사는 멋도 있어야 한다. 얼마 전에 탤런트 김자옥이 전 한국에 몰고 온‘공주병’바람은 자아 감각이 좋고 자아도취적인 나르시시즘의 전형적인 한 보기. 사실 연애, 사랑에 있어서 남자들은 다 백마왕자병, 여자들은 다 백설공주병적인 데가 있다. 자기 스스로를 은근히 연애, 사랑의 가장 이상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우리 사회에 시집장가 못가는 노처녀, 노총각이 많은 것은 바로 이런 나르시시즘이 하나의 심리적 원인으로 된다. 그리고 마스트베이션, 남녀간 소통이 잘 안되고 외롭고 고독한 우리 현대인간들의 나르시시즘적인 자화상의 한 보기다.
이로부터 인간은 자기 스스로를 아는 것, 즉 自知自明이 총명중의 총명함, 가장 똑똑하다는 것을 명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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