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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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제와 문화예술절
2005년 05월 13일 00시 00분  조회:4594  추천:47  작성자: 우상렬
대동제와 문화예술절



배재대 축제분위기에 녹아들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배재인이 된 느낌이 몸에 와 닿아 좋았다. 이리 빈둥 저리 빈둥 긴장된 탕개를 훨훨 풀어 버릴 수 있어 좋았다...

베재대 대동제, 말 그대로 대동의 경지를 이끌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배재인이 하나가 되고 지역주민들이 동참하고 사회 관련 인사들이 참가하고 학부모들이 오고해서 들끓던 배재대 대운동장특설무대. 우리 연변대도 이쯤이면 ‘문화예술절’이라고 해서 축제분위기로 달아오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동적인 모습은 없다. 순전히 우리 학교 학생들만의 문화예술활동이다. 배재대 대동제에서처럼 첫날 여러 대학의 응원단은 물론, 마지막 날 연예인들을 초청하여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그런 잔치는 없다.

그리고 배재대 대동제는 3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화끈하게 놀아난다. 줄줄이 이어대는 이벤트에 저녁마다 펼치는 화려한 무대는 들끓는 분위기 그 자체. 한국 사람들의 快快地(빨리빨리) 기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데 우리 연변대 문화예술절은 1달이라는 긴 시간. 5월달을 아예 文化藝術月로 부르기도 한다. 이 기간 학교의 강의수업과정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띄엿 띄엿 쉬어가면서 하는 듯 마는 듯, 중국 사람들의 慢慢地(느릿느릿) 기질이 그대로 묻어난다. 배재대 대동제는 운동장주위로 돌아가며 각 학과별로 쭉 천막을 치고 그 중간 노천무대를 설치해서 모든 행사를 밖에서 행하는 형태. 그리고 순수한 의미에서의 놀고 즐기자는 분위기가 농후. 그런데 우리는 교실이나 대강당 같은 집안에서 행하는 형태. 배재대 대동제도 가요시합을 하든데 우리는 주로 문화예술 관련 시합을 많이 조직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예컨대 서예전시, 웅변대회, 카라OK대전, 歌詠시합, 백일장, 智力경색 등등. 예선, 본선에 때로는 직접 챔피온쟁탈전에... 우리는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문화예술소양을 높이고 문화생활을 다양하게 하자는 공리성 목적 강함. 배재대 대동제나 우리 학교 문화예술제는 다 같이 학교학생회에서 조직하고 주최하는 면에서는 같다. 그런데 교수들의 참여도에서 보면 배재대이 약하고 우리 쪽이 강한 것 같다. 배재대 교수님들 축제를 애들만의 놀이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학생들의 각종 시합에 평심위원으로 참가한다. 그래야 시합의 공정성과 정중성을 기한다나.

배재대 대동제에서 각 학과별 나름대로의 독특한 먹을거리를 마련하여 ‘호객’을 하며 ‘먹자대동’을 이루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별로’인 ‘상품’을 손에 들고 다니며 애교스럽게 파는 예쁜 여학생들도 인상적이다. 학생들 스스로의 장끼를 발휘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공연을 하고 이벤트에 참가하는 학생들마다 그렇게 당당하고 발랄하고 개성적이어서 정말 현대대학생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어 좋았다. 우리는 문화예술절 기간에 캠퍼스 내에 천막도 치지 않고 먹을거리도 마련하지 않는다. 먹을거리는 밖에 나가 사먹기.

배재대 대동제에서 나는 오늘날 이 대학생들하고 이질감도 많이 느꼈다. 아직도 젊은 편이라고 항상 자부심을 갖고 있는 나. 그런데 나는 그 젊음의 혈기가 넘치는 대학생들하고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듯한 거부감조차 느끼기도 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꽝-꽝~, 꽝-꽝~ 귀막을 잡아 째는 듯한 고성스피카, 노래라는 것은 잘 알아듣지도 못하게스리 거저 막 주어 넘기기, 여기에 춤이라는 것은 찧고박고 펄쩍펄쩍 뛰고 휘둘러대기. 재즈, 록 스타일? 그리고 초대가수고 댄스들도 여기서 50보에 100보. 그러니 이들이 서로 호흡이 맞아 돌아가고 열광적임은 더 말할 것도 없음. 나는 마음이 늙어서 그런지 그래도 ‘흘러간 옛노래’ 같은 서정적인 노래가 좋고 춤도 리듬을 밟아가며 유연한 사위가 좋다. 참, 이번 대동제에 이런 민족적인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 곱고 화려한 한복을 입은 여학생 하나 안 보인다. 한복만 입었어도 내가 뭐 좀 많이 사주겠는데. 대동제 사흘째 오후 2시, 대운동장특설무대에서 ‘우리나라 전통성인식 체험하기’ 이벤트가 있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배재대 善男善女 몇 쌍이 이 체험에 참가했다. 보기에 참 좋았다. 나한테는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나는 그때 이벤트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흘려듣고 연구실에서 부랴부랴 달려갔다. 사람이 많으면 내 설 자리가 없을가봐. 그런데 무대 앞 그렇게 많은 의자는 텅텅 비어 있었다. 관람석에는 맨 앞줄 귀빈석에 나하고 학생들 몇 명이 있을 뿐이다. 주위 먹을거리 천막에 학생들 제법 되던데 여기에는 신경을 써는 같지 않았다. 원래 알고 보니 요즘 애들 이런 전통적인 민족행사 같은 것에 그리 흥취 못 느낀다 하더라. 그러데 우리 학교는 민족대학이라 해서 그런지 아직도 민족적 정취가 많이 남아있다. 우리 학교의 문화예술절 클라이막스는 우리 조문학부의 문예공연으로 장식한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善男善女의 우리 말 사회로부터 韓민족의 민족적 색채가 짙은 화려한 무대가 펼쳐진다.

배재대 대동제, 우리 연변대 문화예술절 좋기는 좋은데 요즘 애들 못 말리는 가운데 하나, 뒤풀이의 마실거리-술통에 빠지는 거, 문제다 문제.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나딩구는 술병, 이쯤은 약과고 여기에 술김에 사단이라도 치면 큰일이다, 큰일. 우리 학교 애들은 무슨 시합 하나 끝날 때마다 학교주위 식당으로 몰려가 술술 하기다. 참 잘 넘어가는 술이다. 너무 잘 넘어가서 문제다.

그리고 학교의 정상적인 강의수업과정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오전에 강의수업을 한다고 하지만 전날 저녁 녹초가 되었거나 축제분위기에 탕개가 풀린 마음들에 싱숭생숭 몸만 자리를 지킬 뿐. 그러니 이런 축제를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마당에 마련했으면 適時適心의 화끈한 한 마당이 되지 않겠는가. 이때쯤이면 배재대, 우리연변대 합동축제 한 마당도 벌릴 수 있으련만!

2005.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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