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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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벽증
2005년 06월 21일 00시 00분  조회:5371  추천:54  작성자: ysl
결벽증

사람이 동물하고 무엇이 다른가 하면 깨끗한 거. 사람이 깨끗하다 보니깐 병도 적게 걸리고 오래 살게 된다. 그런데 너무 깨끗한 것을 따지다보면 그것은 병적인 결벽증으로 나타난다.

내가 어렸을 때 먼 친척 벌 되는 할머니 한분 바로 이런 결벽증에 걸렸다. 할머니 일과는 눈만 뜨면 손 씻기. 빠드덕 빠드덕 소리가 날 정도로 손을 비벼댄다. 너무 손을 막 비벼대어 손에 껍질이 벗겨질 정도. 옆에서 보기에 참 안쓰러웠다. 노인성 치매가 결벽증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강간, 치사한 사회악. 그 악성 후유증의 하나가 결벽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성을 그렇게 聖스럽고 깨끗한 것으로 보았는데 그렇게 치사하고 더러운 것일진대 그것은 談虎變色의 몸서리치는 악몽. 성은 경계하고 멀리해야 할 것. 이것이 相反相成의 성 결벽증으로 나타난다. 이제 이것이 심할 때는 성냉담증으로 나타나며 결혼 장애가 혼다. 우리 일반사람들의 정상적인 생활에서도 결벽증에 가까운 ‘증상’은 쉽게 눈에 띈다. 다른 사람 얘기는 그만두고 우리 집사람만 놓고 보자. 우리 집사람도 눈만 뜨면 집안 털어내고 닦기. 아이도 없는 집에 무엇이 털어내고 닦을게 그리 많다고. 그리고는 세탁하기. 우리 집 옷은 씻어서 다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항상 핀잔을 준다. 박사한다는 사람이 무슨 시간이 있어 그 지랄인가고. 결벽증 ‘증상’이 있는 사람은 자기 외에 다른 사람은 다 더러워 보이는 법. 그래서 공공장소를 싫어한다. 聚餐하는 식당, 여러 사람이 엇갈아드는 여관 내지 호텔 같은 잠자리도 질색. 식당밥은 메스껍고 여관, 호텔 이불은 데데하고 이런 식. 이런데 부딪치면 괜히 신경이 예민해나고 경계심까지 발동됨. 그래서 괜히 닦고 씻고 하기.

사실 이런 생리적인 결벽증은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 주로 자기만의 문제이지 남한테 그리 폐를 주지 않는다. 성결벽증이면 결혼 안하면 될 거고 털고 닦고 씻기 좋아하면 털고 닦고 씻으면 되고 식당이나 여관, 호텔이 싫으면 가지 않으면 그 뿐이다.

그러니 문제는 이제 정신적인 결벽증이 문제다.

문화대혁명시기 좌익소아병-뛸 데 없는 정신적인 결벽증. 밥 먹고 할일 없으니깐 누가 연애를 하나, 누가 바람을 쓰나 눈이 화잔등만 해가지고 돌아다니기-우리의 자화상. 그러다가 누가 바람이라도 쓰는 걸 붙잡으면 ‘狗破鞋’라 하여 정말 두 신짝을 목덜미에 걸고 조리돌림시키기. 남의 사생활까지 사사건건 신경 쓰고 문제화하기-좌익소아병적인 결벽증. 우리는 이런데 너무 많이 시달림을 받아 왔다. 그래서 개혁개방 후「사랑의 사각지대(被愛情遺忘的角落)」란 영화를 보고 중국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이 공감했던가. 우리의 교육에도 결벽증적인 증상이 많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문화대혁명시기 우리 교육의 흥분점은 ‘붉은 사상’을 키우는데 있다. ‘紅孩子’ 키우기는 전형적인 한 보기. ‘紅’에 감염된 결벽증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이 결벽증은 ‘紅’의 ‘괴짜’들을 왕창세일한다. 따라 배우기 효과를 노려. 뢰봉, 유호란, 황계광, 왕수, 장철생, 그리고 두 구씨-구양수, 구소운,... 주어 대기에도 바쁜 그 거창한 이름들. 물론 이 속에는 쭉정이들도 있고. 여하튼 우리는 ‘紅’의 ‘괴짜’들을 따라 배우기에 바빳다. 제 장신 없이. 그래서 우리는 ‘紅孩子’가 되었고 자기도 모르게 사상은 ‘빨가’ 있었다. 우리는 빨간 결벽증에 걸렸다. 유심무의「담임선생(班主任)」에서 고 빨간 여자아이, 진짜 혁명소설인 장편소설『쇠파리』의 연애장면만 보아도 낯이 새빨가지면서 황색소설 운운하며 쫙쫙 찢어제끼려 하는 사이비 혁명의 빨간 결벽증, 무섭다. 변태다. 그래서 노신이 중국 현대사에서 ‘아이들을 구하라!’가 웨친 이래 중국 당대사에서 유심무가 다시 ‘아이들을 구하라!’고 웨친다. 그럼 지금 어떤가? 우리는 다른 한 극단에 와 있다. ‘공부만 잘 해라!’-‘專’.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專’의 결벽증에 걸려 있다. ‘專’이 장땅이다. ‘專’으로 모든 것을 가름한다. 공부 잘 못 한다, 반에서 몇 등이야, 2등. 왜 1등 못해? 이 머저리야! 빨리 공부해, 빨리 빨리... 과외 과외... 우리는 아이들을 공부‘專’으로만 내몬다. 우익소아병? 그들은 유희도 놀아야 하고 TV도 보아야 하고 스타족도 되어야 하건만... 그래서 애들은 피곤해하고 학교가 무섭고 어른들이 무섭다. 극단은 결벽증의 전형적인 표현형태. 중국 당대교육사에 있어서 ‘紅’ 혹은 ‘專’으로의 극단, 좌익 혹은 우익 소아병의 극단적인 결벽증임에 다름 아니다. ‘又紅又專’, 영원히 우리의 교육방침이다. 문화대혁명시기 그 극좌적이고 실속없는 거품만 빼면 ‘又紅又專’은 극단적인 교육결벽증 치료제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지금도 법치, 법치하고 웨친다. 인간이 천사적인 존재일 뿐만 아니라 악마적인 존재이기도 한다고 할 때 법은 영원히 필요하고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될 것은 인간은 법만으로 못 산다, 법대로만 못 산다 하는 사실. 법만으로, 법대로만 한다는 자본주의문명이 일찍 꽃핀 프랑스, 법치의 나라. 그런데 그것은 ‘비참한 세계’였다. 19세기 낭만주의 대문호이며 인간을 한품에 안는 인도주의자 빅또르.유고의 장편소설『비참한 세계』를 보라. 어린 주인공 장발장은 너무도 허기져 빵 한 조각을 훔쳐 먹는다. 무자비한 법은 그를 10 몇년의 도형에 떨군다. 이제 그에게 남는 것은 악에 바친 사회에 대한 보복뿐이다. 그는 감옥을 탈출해서 선의로 대하는 신부의 집에서 은촛대를 훔치고 魔의 경찰관하고는 惡魔의 처절한 대결을 벌인다. 피는 피를 부르고 악은 악을 부르는 형국.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주고 포옹해주는 신부 앞에서 그의 영혼은 감화되고 승화된다. 그래서 그는 착한 장발장으로 재생한다. 법이 아니라 종교적 고상한 영혼이 그를 재생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착한 영혼은 魔의 경찰관을 감화시킨다. 빅또르.유고가 말하고자 한 것은 법이 아니다. 그는 인간의 사랑을 말했다. 결벽증에 감염된 법보다는 모든 것을 보돔고 감싸는 사랑을. 법보다 한 수 높은 사랑을. 미국, 아메리카드림을 꿈게 하는 선망의 땅. 그러나 나는 싫다. 된장국 좀 끓여 먹는다 해서 옆집 사람이 신고한다는 곳, 그래서 경찰이 출동한다는 곳. 뛸 데 없는 법치결벽증. 너무 삭막하다. 된장국 좋아하는 나는 싫다. 미국은 미국이야말로 법치가 가장 잘 된 법의 천국이라고 떠든다. 다른 사람들도 여기에 많이 부응한다. 법조목이 가장 세분화되고 법이 가장 발달했다고. 그런데 세계적으로 범죄율이 가장 높은 나라도 미국. 쩍 하면 총기난사사건 터지는 미국. 법의 天羅之罔을 늘여놓고 걸리기만 하면 시시콜콜 법의 잣대로 들여대니 사람들 꼼짝달싹 못한다. 사람들 환장해난다. 그래서 정신병자 제일 많은 나라가 미국. 그런데 미국은 똑똑하다. 법치결벽증에 걸린 자기 주제를 안다. 그래서 각종 사회복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종교단체까지 동원하여 사랑캠페인을 벌리며 사랑을 베푼다. 인권, 인권, 기본 인권하며 인권을 가장 많이 외우는 것도 미국이 아닌가. 타국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자국민에 대해서는 이런 인권이 그래도 잘 보호되고 행해지는 나라가 미국이다. 범죄인에 이르기까지 인권을 들먹이며 어쩌고 저쩌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하튼 미국은 미국 내 범죄인에 한해서도 인권을 충분히 존중하고 가장 넓은 인도주의를 베푸는 줄로 안다. 물론 이 모든 것도 법의 이름으로 행해지지만 그것은 이미 법의 결벽증을 떠난 진정한 의미에서의 법치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각에도 스팸메일이 얼마나 날아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결벽증에 많이 놀아나는 사람들은 스팸메일을 반갑지 않은 귀찮은 존재로 여긴다. 그래서 스팸메일 차단을 한다. 그러나 나는 이 스팸메일을 매우 반갑게 여긴다. 나도 언제부터인가는 메일중독자인가봐. 하루에도 메일체크를 네댓 번 해야 마음이 놓이는 나라면 중증인가봐. 사실 나한테는 메일이 그리 오지 않는다. 나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한테 누가 자꾸 곱다고 메일 띄우겠어. 그러나 나한테는 분명 메일천사가 있다. 스팸메일천사! 그것은 대개 내게 무엇을 알리는 광고. 나는 이 광고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멋과 맛을 알고 오고 또 오는 광고와 넘쳐나는 광고들에 사람들이 얼마나 살기 어려우면 하나라도 더 팔아먹자고 그렇게 신경을 써는가 하며 측은해나기도 하다가도 그래도 나는 행복해! 하며 눈을 사르르 감기도 한다. 요새는 그 황색, 아니 색깔 스팸메일에 도취되어 있는 나다. 주제요, 형상화요, 이미지요하는 따분한 것들을 주어된 책들을 보다가 재미없으면 나는 색깔들을 본다. 그림에 떡이라고? 요새 '僧房’ 생활을 하는 내게는 그 그림에 떡이라도 얼마나 좋은지... 침이 질질 흐른다. 나는 정신적 마스터베이션에 즐기며 논다. 워낙 깔끔하지 못하고 결벽증하고는 거리가 먼 나다. 그래서 나는 그만큼 인생을 즐긴다. 아~ 디디하고 태태한 나여! 不干不淨吃了沒病!야, 아자아자-멋 있다~맛 있다.

200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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