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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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 동호회 ・ 매니아
2005년 07월 18일 00시 00분  조회:5111  추천:69  작성자: ysl
동아리 ・ 동호회 ・ 매니아

나는 한국의 대학이 중국의 대학과 무엇이 다르냐 하면 단연 동아리를 드는 것이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 끼리끼리 모여서 놀아나는 거 그거 말이다. 무슨 풍물, 댄스, 기타, 축구, 농구, 스트라이크, 하모니카, 연설... 그야말로 동아리는 대학문화에 팔방미인이 되어 안 비치는데 없는 것 같다. 동아리는 팔방미인이 될 수밖에. 동아리는 워낙 누구 요구에서도 아니고 강요에서도 아니고 단지 내가 좋아 하는 노릇임에라. 그것은 워낙 취미나 흥취의 모임이니깐. 그래서 동아리는 재미 그 자체.

한국 대학생들의 집단적인 조직생활이란 아마도 이런 동아리모임이 가장 활발하고 압권을 차지할 줄로 안다. 전학교 학생회 못지 않게 무슨 총동아리협회 같은 것이 있어 활약하는 것 같다. 한국 대학에도 중국 대학처럼 과(系)학생회, 대학(학원)학생회, 전교학생회가 있다. 그러나 이런 학생회가 학생들을 강력하게 규합하고 조직하는 중심체로 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학생회에서 조직하는 활동에의 참가여부는 각자 의사에 따른 자유지 ‘꼭’이라는 코멘트는 없다. 한국 대학의 학생회의 주요 기능은 학생을 향한 대내적인 작용보다는 학교 당국을 향한 대외적인 작용이 더 큰 것 같다. 그렇다 하여 한국 대학은 중국 대학처럼 공청단 내지 공산당 조직이 있어 학생들에게 조직귀속감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 대학생은 어디까지나 자유선택의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다. 그런데 개인주의는 외로운 법. 인간은 귀속감을 느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법. 한국 대학생들은 바로 동아리를 통해 이런 귀속감을 느끼는 듯 하다. 사실 이 동아리가 취미나 흥취 본위의 모임이니깐 개인주의하고 그리 충돌될 것도 없다.

인간의 취미, 흥취라는 것은 실로 다양하다. 그러니 이런 동아리도 다양할 수밖에. 나는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배재대학교의 많은 학생들 동아리 가운데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농활’동아리. 죽어가는 농촌을 살린다는 거창한 취지 하에 뭉친 사람들. 거창한 ‘취미, 흥취’에 머리 숙이게 된다. 더럽고 힘들면서 돈 안 되는 농촌 일을 많은 사람들이 피하지 못해 아우성인데 제 발로 찾아 가다니. 그것도 젊은 대학생들이 말이다. 괴짜는 괴짜다. 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런 젊은이에게서 보았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봄철에 ‘우리 농활 가요!’ 하는 포스트를 부치고 떠나갈 때 공부는 어쩌지 하면서도 그 대견스러움에 일단 수긍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들이 농활 갔다 와서는 학교신문에 정말 농촌 살리기나 한 듯한 자부심에서 자기네들의 농활체험을 대서특필하는 데는 나는 그만 두 손 들고 말았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나의 대학생활 한 토막이 생각키웠다. 1980년대 초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중국은 이제 방금 개혁개방을 했다. 농촌에서는 농촌호도거리가 열을 올리고 있을 때다. 매번 모내기철이나 가을철이 되면 우리 반에는 근심걱정에 싸이는 친구들이 몇이 있었다. 농촌에 집이 있는 친구들인데 집에 일손이 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해 모내기 땐가 누가 선코를 뗏는지 ‘우리 농촌지원가자’고 선동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몇 패로 나누어 그 일손이 딸리는 동창들 집으로 욱 몰려갔다. 모심기는 웃음꽃 속에 끝냈다. 워낙 책 보는 일 외에는 별로 재미나는 일이 없는 우리의 대학생활에 이 모심기가 동아리노릇이나 한 셈이다. 그런데 학교에 와 우리는 큰 코 다쳤다. 대학생이 공부는 안 하고... 조직의 아니꼬운 눈길에 우리는 두 어깨가 축 처지고 말았다.

한국 대학가는 매년 봄철 신입생이 들어오는 새 학기가 되면 각종 동아리유세가 대단하다. 같은 취미, 흥취의 동아리꾼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각 동아리들이 자기를 홍보하기에 급급하다. 그러면서 유혹적인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배재대학교 국문과의 ‘문향’이라는 문학창작동아리의 새내기모집 프랑카트를 좀 보자. ‘너하고 하고 싶다. 문향에 오지 않는 것은 미친짓이다!’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배재대학교 국문과 그리고 문향 출신의 이만교가 쓴 장편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패로디한 것이다. 자극적이고 눈이 펀쩍 뜨인다. 그래서 문학에 취미나 흥취가 있는 사람은 한번 가보게 되는 법. 한 사람이라도 더 모집하여 세를 확장하고 재미나고도 알찬 내용으로 활동을 조직하여 돋보이는 존재로 되려는 것이 한국 대학의 동아리. 나는 이 동아리들의 선을 몇 번 보았다. 무슨 풍물놀이패의 꽹과리, 비호응원단의 라~라~라~라 물결파도, 기타동아리들의 연주회, 손재간동아리의 수공예품전시회... 정말 수준급이고 대단하다. 공부도 공부겠지만 자기의 개성을 살리고 끼를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 이 동아리다. 사실 대학문화는 이 자유로운 개성과 끼의 문화다. 전공하면 따분하다고 하겠지만 사실 그것도 개개인의 취미나 흥취, 끼에 따라 선택한 것이 아니겠는가.

인간은 취미와 흥취, 개성적인 존재다. 이런 것이 존중을 받을 때 인간은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런 것을 추구한다. 대학교에서 동아리라면 사회에서는 동호회. 등산, 낚시, 수석, 골프, 테니스, 시조... 현대는 동호인 천지다. 그 만큼 취미생활, 개성적인 생활이 돋보인다. 사회가 그 만큼 발전했다는 말이 되겠다. 세속의 먼지를 훨훨 털어버리고 자연의 품에 마음껏 안기는 등산, 한 찰나의 미묘한 낚시대의 손떨림을 찾아 한나절 죽은 듯이 앉아 있을 수 있는 낚시, 오밀조밀한 기암괴석에서 인간의 정취를 느끼려는 수석... 한국의 많은 문학동인은 문학동호인들의 모임이다. 그들이 꾸리는 문학동인지는 서로의 작품을 교류하며 감상한다. 그리고 이런 문학지를 통하여 문학기량을 키우고 실제로 많이 등단하고 있다. 그리고 무슨 아침포럼이요, 주말포럼이요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중요한 이슈나 시사거리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아침이나 주말에 모여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의견이나 관점을 교류하는 동호인 모임이 아닌가. 사회참여적인 시민단체(NGO)와 자아도취, 자아개발의 동호회가 평형을 이루어나가는 것이 현대사회의 정상이다.

동아리, 동호회와 같은 선상에서 현대사회의 다른 한 현상은 매니아(mania)-다른 사람의 눈치, 생각 같은 것은 전혀 관계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고 도취하는 거. 컴퓨터게임매니아, 만화매니아, 골프매니아... 무슨 신드름이나 중독증하고는 다르다는 것이다. 신드름이나 증후군이 자아도취나 중독에 빠져 不知所以然이라면 매니아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무조건 빠지면서도 之所以然을 아는 경지다. 예컨대 한국 박세리의 경우 아주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골프채를 쥐면서 골프가 좋아 골프매니아가 되었단다. 그러면서 골프의 특성, 원리를 환히 꿰뚫으면서 달인, 프로가 되는 거,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 서러워할 정도로 내노라고 할 수 있는 제1인자, 바로 이런 경지란다. 매나아는 일종 괴짜문화다. 발명, 창조의 온상이라고 한다. 현대사회의 많은 발명창조는 이런 매니아들에 의해 이루어졌다한다. 그러므로 이런 매니아들의 양산, 현대사회의 푸른 신호등이다.

현재 우리 조선족들의 생활도 이런 동아리, 동호회, 매니아문화현상을 많이 나타내고 있다. 우리 연변대학만 보아도 학생들 속에는 불사조, 하얀넋, 극놀음 등 많은 동아리들이 활약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백두산문인산악회’니 ‘어머니수필회’니 ‘수석협회’니 하여 많은 동호인 모임들이 있다. 우리 연변대학 조문학부 ‘탁상모’동호회만 해도 ‘탁구를 사랑하는 모임’이라 수시로 모여 탁구를 치니 심신건강에 좋고 동료들 지간에 우의를 나누고 시합 나 가 이겨서 좋다. 알 먹고 꽁 먹기. 우리의 생활이 그만큼 개성적이고 여유롭고 윤택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매니아가 부족한 것 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지면서 발명창조로 이어지는 거, 우리에게는 아직 아쉽다. 천편일률적이나 획일적이기보다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탈중심의 다양화, 다원가치 속에 매니아는 생성된다. 정상에서 벗어나는 이상, 괴짜, 지켜보고 보듬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2005.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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