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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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05년 07월 20일 00시 00분  조회:4304  추천:59  작성자: ysl
하루살이

나는 하루살이를 알게 되어서부터 하루살이를 대단히 불쌍히 여겨왔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아무리 내 얼굴에 매여달리며 성가시게 굴어도 곱게 봐주었다. 인간은 백년도 못산다고 아우성인데 하루살이는 하루를 겨우 살까말까 하니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하루살이가 더 행복해보이고 부러워났다.

하루살이는 이 세상에 올 때 입도 귀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단지 생식세포만 가지고 왔다. 그도 자기의 운명을 너무도 잘 아는 것 같다. 하루밖에 못사는 인생, 무엇을 해야지? 먹고 싸고 듣고 말하고 찧고 빻고 할 사이가 없다. 이 모든 것이 거추장스럽다. 종의 번식이 지고무상, 절대절명의 과제다. 그래서 그는 사랑, 섹스, 교미밖에 모른다. 고상하게 말하면 사랑을 위하여 존재하는 그다. 그는 생겨나자마자 짝, 짝짜쿵을 찾아 헤맨다. 그의 퍼덕이는 날개는 사랑의 메시지다. 둘이 눈이 맞아 날개짓을 하며 부딪치며 찧고 빻고 한바탕 사랑의 농창질을 하고 나면 숫놈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모든 날개짓을 접고 서서히 추락하여 생을 마감한다. 암놈은 사랑의 열매를 가득 품고 물가로 날아간다. 그리고는 물속에 스르르 알을 쓸고 ‘革命事業後繼有人’의 낭만 속에 죽어간다. 그 다음 정말 하루 밤 자고나면 그들을 닮은 하루살이가 무데기로 태어난다.

나는 정말 하루살이가 되고 싶었다. 뒤구멍으로 뱉아낼거면 왜 앞구멍으로 먹어제끼지? 일어날거면 왜 드러놉지? 눈을 뜰거면 감기는 왜 또 감지? 벗을거면 왜 또 입지?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고 왜 이 지랄인가 말이다... 나는 인간이 참 자기당착적이고 요지경이라고 생각되었다. 워낙 인간은 복잡하게 생겨 먹었다. 생식세포만 가지고 온 단세포가 아니다. 다세포, 오관에 사지에 오장육부에 ♀♁... 그것도 끊임없이 새롭게 생성하고 분열하고 확장하고... 그러니 인간은 문턱 넘을 때 생각이 다르고 넘어올 때 생각이 다르다. 인간의 얄궂은 변덕에 우리는 어릴 때 이런 변덕도 부려보았다. ‘울다가 웃으면 궁디(엉덩이)에 털 난다.’ 그러면 울음을 뚝 그치고 웃고 만다.

인간은 복잡하게 사니깐, 자꾸 변덕을 부리니깐 삐꺽하고 힘들다. 하루살이처럼 좀 단순하게 살 수 없을까. 사실 많은 문학예술에서는 이런 단순, 변함없는 것들을 추구하고 노래해왔다. 멀리 우리문학사의 윤선도의 「오우가」, 내 벗이 몇인고 하니-달, 물, 바위, 소나무, 대, 변덕스럽지 않고 변함없어 단순한 것들로 친구를 삼았다. 우리와 가까이 있는 김종환, 두꺼운 안경알에 안경태, 그리고 좀 어눌한 말투에 느린 동작에 뛸 데 없는 ‘書呆者’상. 그에게는 폴짝폴짝 뛰며 이리 설치고 저리 설치는 멋도 없다. 거저 덤덤히 서서 좀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를 뿐이다. 단순=진실-그가 부르는 사랑의 노래들하고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 「존재의 이유」, 완, 투, 쓰리, 포, 아무리 불러도 너무 간단하다.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거는 니가 있기 때문이야. 「사랑을 위하여」, 하루를 살아도 진정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남고 싶은 사랑. 현실의 사랑의 변덕, 배신하고는 거리가 멀다. 단순함의 순정이 순정파들을 녹인다. 사실 인간은 복잡하고 힘든 일상에서의 삶을 단순하고 진실한 예술세계에서 훨훨 떨쳐버리고 홀가분함을 느낀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흥얼대게 되는 「존재의 이유」, 「사랑의 노래」... 인간은 다세포적인 양가가치에 놀아나니깐 힘들다. 眞, 善, 美만 있으면 되겠는데 假, 醜, 惡가 또 있으니 골치 아프다. 하루살이의 단순한 삶이란 다름이 아니다. 변함없이 眞, 善, 美만 추구하는 것이다.

하루살이는 하루만을 살기에 하루살이 같은 眞, 善, 美 삶을 살았다. 씨종자 뿌리기, 그것이 삶의 모든 명분이고 眞, 善, 美다. 인간은 인간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살아가는 많고 많은 하루하루를... 그래서 인간은 힘든지도 모른다. ‘好死不如懶活’, 무조건 사는 것, 살아남는 것이 장땅이 아니다. 개돼지 같이 백년을 살아 무엇 하냐 말이다. 하루를 살아도 사람 같이 사는 거, 이것이 우리 인간의 삶이다.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백년의 약속」, 바로 이런 경지를 노래하고 있다. ‘나는 거짓의 옷을 벗어버렸다’, 하루를 살아도 진실하게 살고픈 그 몸부림, 차라리 백년을 사느니 너하고 하루를 살고픈 그 절절함...

우리 민족에게는 하루살이 같은 단순함과 眞, 善, 美의 삶의 기질과 취향이 있다. ‘好死不如懶活’하고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거리가 멀다. 우리에게는 깔끔함과 지조가 있다. 우리는 단순하다. 옴니암니 따지는 이해득실보다는 희로애락의 감정에 많이 놀아났다. 그래서 우리가 얕은 지도 모른다. 시장경제의 냉혹한 금전관계가 팽배한 속에서도 한국은 아직 정이 있어 좋다. 이 정이야 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오아시스다. 목마른 현대야말로 더욱 그렇다. 우리는 하루살이의 씨뿌리기 같은 眞, 善, 美의 명분에 몰입하고 혼신을 다 한다. 일제의 식민지침략, 독립이 우리의 절대절명일 때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수많은 의열의 사나이들이 땅, 땅, 땅, 꽝... 들고 일어났다. 군바리들의 독재에 전태일... 수많은 열혈의 젊음이 분신자살로 민주화의 꽃을 피웠다. 사실 우리에게는 확실한 眞, 善, 美의 명분만 주어지면 신들린, 물불을 가리지 않는 신바람이 난다. 그래서 온 민족이 하나처럼 궐기할 수 있다. 미국이 백년가도 전쟁의 상흔을 복구하지 못한다 할 때 민족자존 하나로 우리는 3년을 겐도하여 원상회복했을 뿐만 ‘천리마운동’으로 ‘대동강기적’을 이루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의 분발 속에 30년의 짧은 시간에 유럽에서 300~400년 세월이 걸려 이룩한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거창한, 머리 아픈 정치논리 떠나 역시 우리 민족의 명분의식의 다른 한 표현에 다름 아니다. 이때 ‘당’이 정말 眞, 善, 美의 명분만 잘 부여하면 ‘우리’는 이 세상 두려울 것 없는 ‘일당백’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악바리’들이다. 眞, 善, 美의 명분만 서면 나중에 어떻게 되든지 우리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헤덤비는 데가 있다. 하루살이가 자기 죽을 줄 모르고 짝짓기 하듯이. 그리고는 꼭 해내고야 만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그렇지 않으면 恨으로 남는다. 고만고만한 체격에 별로 우세가 없는 ‘붉은 투혼’들이 악으로 딱 버티며 마지막 몇 초 꼴을 잘 넣는 것은 바로 하루살이의 마지막 전격 사정과 같다.

나는 심심하면 이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도 하루살이처럼 하루만 산다고 한다면. 그렇 너는 뭘 하지? 에라, 하루밖에 못사는 인생, 될대로 되라고 술이나 칵 들이마시겠다고. 그러면 안되지. 내가 뭐라 캐노? 하루를 살더라도 하루살이처럼 절실하고도 확실한 명분을 찾아서 사람처럼 살아라고. 그렇쟈?

대자연은 우리의 스승.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많이 배운다. 인간은 동물로부터 왔다. 그러니 동물과 인간은 비근한 데가 많다. 그래서 인간은 동물로부터 많이 배운다. 하루살이, 하루를 살까말까 하는 미물이지만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바는 많다.

2005.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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