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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와 보직
2006년 03월 12일 00시 00분  조회:4326  추천:56  작성자: 우상렬
대학교수와 보직


요새 우리 학교는 좀 시껄벅적하다. 행정인원 물갈이가 시작된 것이다. 학교 중급간부들인 처장자리 물갈이가 시작되었다. 교수들도 괜히 들떠 머리를 기웃 처장 자리를 넘보는 판국이다. 사실 교수들이 벼슬자리 감투 하나 바라보고 헤덤빈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수는 강의나 잘 하고 연구만 잘 하면 되었지 무슨 벼슬감투나 하겠지만 여기에는 그럴듯한 내막이 있다. 여기에는 중국 대학의 구조적 병폐가 도사리고 있다.

대학의 주인은 교수와 학생이다. 선진국의 ‘敎授治校’라는 말도 이러한 의미에서 나온 듯 하다. 교수협의회의 파워가 막강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교수 전화 한 통화만 행정인원들이 척척 알아서 해주는 세상. 대학에서 행정업무는 敎學이라는 주체행위의 뒤치닥꺼리나 하는 정말 별 볼일 없는 말 그대로 補職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리는 ‘敎授治校’가 아니라 ‘行政治校’형국이다. 이른바 행정하는 사람, 한 자리하는 사람이 쥐락펴락하는 판국이다. 그들은 말로는 ‘爲敎學服務’의 머슴, 청지기라고 하지만 그들의 입김이나 파워는 막강하다. 우리 학교의 경우 인사처장 쯤 되어도 그 기고만장한 기세에 교수들 숨쉬기가 바쁘다. 더 한심한 것은 강의를 하다가 수준미달로 쫓겨나 행정으로 넘어갈 경우 오히려 더 빨리 승진하고 ‘출세가도’를 달리는 아이러니. 여기에 비서에 승용차까지 따라 붙으면 기분은 붕 뜨고 그 기세 또한 기고만장해진다. 그리고 행정은 돈을 주무른다. 월급은 쥐꼬리만 하지만 보이지 않는 돈은 적어도 노루꼬리쯤 된다. 사인에 결재에 다 돈을 주무르는 재미다. 이런 것들은 우리 중국의 관본위 관료주의형태의 대학가내에서의 전형적인 한 보기. 그러니 행정은 자연히 補職이 아니라 寶職으로 탈바꿈한다. 그러니 너도나도 행정寶職 바라보기. 교수노릇하기가 진짜 맥삭해난다.

그러나 진짜 교수들은 사실 행정직을 맡으라 해도 안한다. 교수노릇 하자면 책을 많이 보아야 함은 물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야 한다. 그런데 책을 많이 보면 볼수록 자기의 무지가 발견되면서 볼 책은 더 많아지고 연구를 많이 하면 할수록 꼬리에 잇닿는 문제점으로 하여 연구거리는 더 많아진다. 언제 다른 것에 신경 쓸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러니 어떤 교수가 많은 寶職에 앉아 매일 회의나 하고 돌아다니기나 하며 술이나 퍼 마시면서도 학술을 한답시고 떠벌이는 것은 일종 學術騙子에 가깝다. 天下文章一大抄가 이들의 학술을 놓고 말한다. 이번 二會에서도 대학교수의 學術騙子문제가 거론되는 듯 하다. 그리고 진짜 교수는 돈 하고 거리가 멀다. 전통적인 의미의 청빈에서가 아니다. 입고 먹을 거만 있으면 되는 거지 돈이 그리 필요 없는 것이다. 대학교수는 순수한 의미에서의 가르치고 연구하는 재미로 산다. 이것이 대학교수의 순수한 진면모다. 그런데 그것이 순수한 만큼 그것은 현실에서 쉽게 오염되고 많이 일그러진다. 요 몇 년간 우리 학교 교수들 참 많이 떠났다. 보다 더 나은 월급, 물질적 대우를 바라보고 떠났다. 딸린 식솔을 먹여 살려야 되니, 아니 잘 먹여 살려야 되니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런데 대학에서 정녕 행정보직이 寶職이 아니라 진짜 補職으로 남고 교수들이 그 보직에 미련을 느끼지 않으며 돈을 종이장처럼 우습게 보게 될 때 대학과 교수의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2006.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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