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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와 소프트
2006년 05월 06일 00시 00분  조회:3867  추천:85  작성자: 우상렬
하드와 소프트

하드와 소프트란 말은 지난 세기 90년대부터 컴퓨터가 보편화되면서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락내리락 하였다. 그러다가 어느새 하드와 소프트란 말을 모르면 촌스럽고 머저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요즘은 하드와 소프트란 말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사실 난무한다기보다는 적당하게 씌일 때 참 멋있는 말이 되기도 한다. 軟環境-연성환경, 소프트가 붙은 신조어로서 관념갱신을 유도하며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한다.

사실 이 세상이 워낙 하드와 소프트로 이루어졌으니 하드와 소프트가 난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님. 우리 인간 하나만 놓고 보아도 머리, 몸덩어리, 사지, 뇌, 오장육부, 신경, 혈관 등은 하드를 이룬다. 그리고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굴리는 우리 머리 속 생각들은 소프트를 이룬다. 바로 이런 하드와 소프트의 온전한 결합 속에 우리는 인간으로 남는다. 이렇게 놓고 볼 때 하드와 소프트는 누가누구를 떨어질 수 없는 듯하다. 그러니 다 같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천치바보를 생각하거나 생각을 멈춘 식물인간을 생각할 때 인간에게 있어서 소프트가 훨씬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인간 뇌의 연장이라는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이 없거나 엉망일 때 데스크탑이 아무리 그럴듯하고 모니터가 아무리 멋지다 해도 그 컴퓨터는 무용지물에 다름 아니다.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대문, 교실청사, 도서관, 실험청사, 기숙사동, 식당, 매점, 강당, 운동장... 그리고 이런 것을 한 품에 안고 있는 캠퍼스는 하드. 그리고 이 하드들에 들락날락하는 대학교 주체로서의 학생과 교수들의 생각, 그리고 학교 학사, 인사 등 운영은 소프트.

대학교 하드와 소프트로 우리 연변대학교를 보면 요 근간에 하드는 참 많이 변했다. 좋게 변했다. 벌어 써든 꿔서 써든 돈이 참 은을 냈다. 돈이 날개라는 말이 실감나기도 한다. 1980-90년대 졸업한 친구들이 학교를 찾으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을 실감하며 학교의 하드 변화에 혀를 내두른다. 그런데 이제 또 5-6억을 투자하여 밖에 있는 의학원, 농학원을 대학본부가 있는 캠퍼스 쪽으로 끌어들이고 통합 캠퍼스건설에 박차를 가한다니 그럴 듯하다. 이제 통합 캠퍼스 건설에서 기존의 올밀졸밀한 공간배치와 답답한 공간거리에서 벗어나고 너무 촌스럽게 삐까삐까하는 것을 좀 죽이고, 그리고 학교 담벽을 없애고 바깥세계와 직접 통하는 오픈된 모습을 갖춘다면 내가 보기에는 하드는 그만하면 됐다. 문제는 소프트다. 보다 중요한 소프트가 문제다. 우리 학교에는 아직도 고루하고 평준화된 생각을 가진 교수들이 많다. 어느 교수 머리 박박 밀고 빤빤 대가리하고 강의에 들어갔다고 할 때 교수 헤어스타일 저래서는 안 되는데 하며 머리를 갸웃하고 뒤 공론하는 교수들이 많다. 별 보잘 것 없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쓰며 정작 써야 될 곳은 안 쓰고. 그리고 누가 좀 튀는 생각을 하면 정신병자하고 쳐다보기. 怪才, 괴짜를 허용하고 제창하는 분위기가 없다. 尊重人才의 의미를 진정으로 되새길 줄 아는 교수가 적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일 지구가 폭파한다고 해도 오늘까지 책을 들고 좋아서 보는 진짜 책귀신, 책벌레들이 적다. 대학교의 가장 키포인트인 교수들의 관념갱신, 두뇌의 프로그램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도서관, 대학교의 두 번째 키포인트. 우리 학교 도서관운영시스템은 본말이 전도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교수나 학생들 중심으로 도서관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 직원들 중심으로 돌아간다. 예컨대 7층 도서실은 우리 학교의 도서관 특색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조문장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아직까지 컴퓨터검색조차 할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열심히 책을 보고 있는 교수나 학생들을 직원들이 점심시간이 되었다고 내쫓기, 그리고 퇴근시간이 되었다고 내쫓기,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은 아예 문도 열지 않음. 그리고 여기 책은 대출도 안 되는 법이니 실로 이 조문도서의 이용율은 얼마나 되는지 의문. 교수와 도서관의 소프트가 잘 되면 학생들의 소프트는 절로 따라 오게 되어 있고 잘 되게 되어 있다.

우리 학교 學事일정에도 본말이 전도된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 학교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학생이다.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하고 교수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아직 교수중심의 일방적인 과목배치, 권위적인 시험채점이 통하고 있다. 선진국의 대학교 학사시스템을 보면 교수들이 한 학기 강의할 수 있는 과목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필수과목, 선택과목 등 기준에 따라 마음대로 수강신청을 한다. 그리고 교수강의 한번 들어보고 수강신청을 철회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수강신청 변경시간을 1주일 준다. 이래저래 필수과목이든 선택과목이든 규정된 수강신청수 미달일 때 그 과목은 폐강된다. 그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가 강의를 못하게 된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기말시험을 치고 난 후 학생이 자기 시험성적을 체크하려면 컴퓨터상으로 담당과목 교수에 대해 제시된 레벨에 따라 평가를 해야 체크할 수 있도록 컴퓨터프로그램이 그렇게 되어 있다. 그리고 자기 성적이 잘 못 채점되었다 싶으면 성적이의 체출기간에 담당과목 교수에게 문의하면 교수는 반드시 해명과 답복을 주도록 되어 있다. 한마디로 전반 학사일정이 학생중심으로 돌아가며 ‘群衆的眼睛雪亮’ 식으로 교수에 대해 일종 감독을 하게 된다.

우리 학교 人事시스템도 문제가 있다. 선진국의 대학교처럼 학과장 같은 별 볼일 없는 보직은 학과교수들이 돌아가면서 윤번으로 하도록 하고 별 볼일 있는 보직은 반드시 선거에 의해 뽑되 보직에 앉은 교수는 임기가 차면 곧바로 물러나 평교수가 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인사가 이런 시스템으로 돌아갈 때 惰性이 생기지 않고 권위의식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현재 우리 학교 인사는 일단 별 볼일 없는 보직까지도 조직분지 뭐인지 하는데서 임명하기. 그러니 그 보직은 신비하고 권위가 부여된다. 그러니 보직에 앉자면, 출세하자면 기를 쓰고 위에 잘 보이기, 조직에 잘 보이기. 가련할시구! 그런데 참 웃기는 것은 이른바 민주투표라는 것이다. 매번 조직분지 뭐인지서 보직에 적임자를 임명할 때 민주투표를 하기는 한다. 그런데 투표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단지 조직분지 뭐인데서 참고용으로 본다는 것이다. 정말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 앞으로 이런 투표는 다시는 하지 말기를! 우리 서민들을 놀린다. 나는 앞으로 절대 이런 투표에는 참가하지 않겠다-서민의 알 권리가 무시당하는 투표를! 그리고 우리 학교 보직은 대개 정책의 연속성 운운하며 한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한기 더 연임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그러니 너도나도 연임. 여기에 연임이 끝나면 다른 보직으로 跳槽하기. 그리고 跳槽한 보직에서 또 연임하기... 교수란 사람들이 강의와 연구는 옳게 안하고 연임에 跳槽만 하다 보니 세월 다 가고 만다. 이것이야 말로 정말 교수 사기군의 한 행태. 그러니 한시바삐 교수보직의 신비성과 권위성, 타락성을 깨는 인사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사실 대학교의 이런 소프트문제는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고 대학개혁의 轉形期에 놓인 우리 중국 대학교의 통합적 병폐다. 하드는 뜨르르한데 소프트는 부실한 것...

그래서 나는 세계 유수의 명문들을 떠올려 본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와 캠브리지대학교, 아직도 대학교가 서서 사용하기 시작한 15-16세기 문예부흥시기 건물을 그대로 쓴단다. 그래서 밖에서 보면 고풍스럽기는 하나 거무틱틱하고 좀 지저분하기도 하고 안에 들어가 보면 어두워 낮에도 전등불을 밝히지 않을 수 없으며 흑판이요, 책상이요, 걸상이며는 많이 닳아 있어 반들반들하다. 이 모든 하드들이 현대 최신식하고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세계최신지식으로 무장하고 항상 발랄한 생각과 오픈된 마인드를 가진 일류 교수가 있고, 그리고 자동화온라인으로 사시장철 교수와 학생들을 위해 서비스하는 일류 도서관이 있고, 그리고 가장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대학교 학사와 인사시스템을 갖춘 소프트가 작동하고 있다.

2006.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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