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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 교수님, 우리 연변에 한번 더 오십시오
2006년 06월 03일 00시 00분  조회:4006  추천:48  작성자: 우상렬
신길우 교수님, 우리 연변에 한번 더 오십시오


나와 신길우 교수님와의 인연은 몇 년 전으로 소급하게 된다. 그때 신길우 교수님은 우리 연변대학교 조문학부에 교환교수 차로 오셨다. 마침 우리 문예이론팀에 소속되었다. 그래서 나와 오며가며 자주 만나다보니 인연은 깊어만 갔다.

나는 그때 신길우 교수님께서 수필창작론을 강의하러 오시니 문창과 교수쯤으로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교수님은 원래 한국어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셨고 그 방면에 조예가 깊으셨다. 그는 워낙 우선 국어학자였다. 그런 만큼 한국어에 대한 그의 애착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에게 더 없이 감사하고 있는 듯하다. 그가 외국손님을 데리고 가장 먼저 찾아보는 곳이 바로 세종대왕릉이다. 언젠가 중국 요녕성의 심양 조선족 대표문인들을 초청하여 가장 먼저 참배시킨 곳도 바로 이 세종대왕릉이다. 내가 작년에 한국에 교환교수로 가 있을 때다. 원주에 자꾸 놀러 오라 하기에 갔더니 나를 승용차에 태우고 직행하는 곳도 바로 세종대왕릉. 같은 핏줄을 나누고 같은 말을 쓰는 조선족으로서 세종대왕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그날 날씨는 몹시 찌물켰다. 신길우 교수님께서는 연신 내리흐르는 땀을 닦으시며 나한테 사진을 찍어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젊은 국문학도로서 그 바탕인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같이 해야 된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세종대왕릉 앞에서 찍은 이런 사진들을 보면서 해외교포로서 한글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세종대왕에 대한 고마움을 금할 수 없다.

신길우 교수님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여 주옥같은 수필을 써냈다. 그것도 1년에 거의 한권의 수필집을 펴내는 다산인 줄로 알고 있다. 실로 우리말의 진수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런 면에서 그를 지행합일이라 해야 할 지. 그는 워낙 수필가이기도 했다. 알고 보니 그의 수필이 우리 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의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그의 수필 강의도 워낙 명강의였다. 학생들은 그 자상하고도 명쾌한 강의에 감복하고 말았다. 그의 강의는 어느새 대외로 알려져 ‘어머니 수필회’를 비롯한 사회의 문학애호가들조차 청강하였다. 그 중 몇이는 그의 팬이 되고 말았다. 그는 조선족은 문학창작이 우리말을 지키고 민족정체성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의 하나라며 사명감에 넘쳐 역설했다. 신길우 교수님과 나는 종종 약주를 나누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거의 문학창작에 대한 열띤 토론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도 나한테 인상 깊게 남은 것은 언젠가 화사한 봄날 ‘어머니 수필회’의 아줌마들이 봄놀이를 가자고 신길우 교수님과 나를 특별히 초청했다. 그때 아줌마들은 봄놀이 가는 마당에도 각기 나름대로의 수필 한필씩을 써왔다. 문학소녀 같은 순수한 정열은 말릴 수 없었다. 그녀들은 워낙 신 교수님을 가까이 모시고 가르침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소중히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그날 말이 봄놀이지 실은 봄나들이 수필창작토론회가 되고 말았다.
신길우 교수님은 우리 여기서 우리 말 문학창작의 새싹들을 키워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가 주간으로 있는『남한강문학』잡지를 통해서 등단시키기도 했다. 그때 등단한 많은 문학도들이 오늘도 우리 조선족문단에서 왕성한 문학창작을 하고 있다. 특히 신길우 교수님은 산재지구인 요녕성 심양의 조선족 문학단체인 ‘요동문학’과 원주문인단체와의 자매관계를 추진하고 그들의 창작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특히 그들을 초청하여 고국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고 문학교류를 진행했는데 이것은 지금도 요녕성 조선족문인들 속에서 쾌재되고 있다. 교수님은 우리 민족의 숨결과 얼이 슴배인 유적지를 많이 답사하기도 했다. 한번은 용정의 윤동주 묘지에 참배 갔다가 윤동주 여동생인 윤혜원 여사의 내외분을 알게 되어 지금까지 그 인연이 끈끈히 이어진 줄로 안다. 그때 윤혜원 여사 내외분은 ‘중학생 윤동주문학상 시상식’에 참가하기 위해 연길에 잠간 머물고 있을 때다. 그런데 인연이 될라니 교수님은 마침 이 시상식의 윤동주문학상의 심사위원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인연은 더 깊어졌는데 교수님은 윤혜원 여사 내외분이 연길에 머물고 있는 집에까지 초대되어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교수님 나름대로 윤동주에 대한 새로운 발견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윤동주에 대해 발표한 논문은 이때까지 윤동주에 대해 학계에서 잘못 인식된 부분들을 시정하기도 했다.

교수님, 우리 연변에 한번 더 오십시오. 언젠가 우리 학생들하고 성자산성에 답사갔을 때 교수님께서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곳이라 하며 진지한 표정을 짓고 하나라도 놓칠 새라 비디오카메라를 돌려대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정년이라 하시니 좀 가벼운 마음으로 푹 쉬러 오십시오. 놀러 오십시오. 물론 교수님한테는 정년이라는 것이 없겠지요. 작년에 교수님을 만나뵜을 때, 이제 정년을 하면 무엇 무엇을 해야지 하며 하나하나 손꼽아나가는 그 야심찬 계획에 젊은 저로서도 그만 두 손 들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나도 무엇 무엇을 해야지 하고 말았지요.

2006.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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