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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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콤플렉스
2006년 11월 28일 00시 00분  조회:4546  추천:84  작성자: 우상렬
성적콤플렉스

동물은 참 좋겠다. 성적콤플렉스가 없어서. 나는 늘 이렇게 생각을 굴리본다.
인간은 게임의 존재다. 1등, 2등, 3등… 무엇이나 1등이 좋단다. 모듬 매도 먼저 맞아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1등, 2등, 3등… 우리를 너무 피곤하게 만든다. 성적콤플렉스까지 쌓이게 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 1등, 2등, 3등…을 하러 온 것이 아니고 분명 행복하러 왔건만. 그런데 이 세상은 우리에게1등, 2등, 3등…을 강요한다. 이래야 세상이 발전한다나. 세상은 발전하겠지만 ‘나’는 초라하게만 되는 이 인생의 아이러니, 역설 속에 우리는 산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줄곧 학교계통에서 교편을 잡아왔다. 처음에는 중학교에서 고중생들을 가르쳤다. 학생들은 대학입학을 위해 너도나도 열심히 공부했다. 아니, 열심히 공부라기보다는 너도나도 1등, 1등하기에 제 정신들이 아니었다. 학교서 강의 듣고 학교 밖에서 과외보도 받고 집에서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 피기없이 창백하게 말라만 간다. 아무 근심걱정 없이 뛰어다니며 놀 애들이 老态龙钟의 겉늙은이가 된다. 오직 1등을 해야만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간다는 착각 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아이들, 그래서2등을 하고도 맥삭해하는 아이들, 전형적인 성적콤플렉스의 노예들. 보기에 참 안스러웠다. 입시지옥 바로 그 자체다. 나는 나도 모르게 노신선생의 ‘아이들을 구하라!’를 외쳐본다.

그 다음 나는 줄곧 대학교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쳐왔다. 대학교도 성적콤플렉스가 팽배하기는 마찬가지. 1등 장학금, 2등 장학금, 3등 장학금…에 자유로울 학생이 없다. 너도나도 1등 장학금. 기말시험 끝나고 갸날프게 생긴 학생 하나가 울먹울먹이며 찾아온다. 교수님, 이번 시험 저 꼭 90점 이상 맞아야되요. 그래야 1등 장학금을 타요. 1등 장학금을 못 타면 저 죽을 것 같아요. 뭐, 나는 겁이 더럭 났다. 안 그래도 이전에 시험성적 때문에 학생이 자살하고 어쩌고 하는 소동이 벌어졌는데… 그래서 나는 부랴부랴 그 애의 시험지를 찾아 눈을 찔 감고 90점을 주고 말았다. 시험이고 뭐고 사람 살리는 일이 더 급하지 않은가. 사람이 있고 시험이 있었지, 시험이 있고 사람이 있었냐. 나는 그 학생의 성적콤플렉스에 그만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사실 요새 대학생 애들 불쌍도 해 나다. 학교에서 규정한 과목시험성적 외에 무슨 자격증, 자격증하는 시험들이 줄을 서 있으니깐. 그러니 성적콤플렉스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다. 불쌍할시구!

나는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 일이 생각키운다. 1980년대 초반, 대학에 금방 입학했을 때 우리는 장학금이라는 것을 모르고 다 같게 조학금이라는 것을 받았다. 모두들 마음이 천하태평이다. 공부에 그리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성적콤플렉스라는 것도 운운할 여지가 못되는 것 같다. 그런데 한 3학년 쯤 되었을까 했을 때 장학금이라는 괴물이 나타나며 우리를 확 성적콤플렉스의 1급 태풍에 휘말려들게 했다. 공부를 잘 해야, 성적이 높아야 돈을 많이 탄단다. 그러니 너도나도 최고성적, 1등장학금에 혈안이 되어 돌아친다. 모두들 마음 편한 날이 없는 듯 하다. 모두들 시험성적이 높다. 나는 도저히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마음 편한 쪽을 택하도록 했다. 90점이 아니라 60점 만세로 거저 고만고만 공부해서 퇴학 맞지 말고 졸업이나 하면 장땅이다. 그 무슨 애글타글이냐. 나는 배포유해졌다. 아니 배포유해지려 했다. 성적콤플렉스에 쌓여 애글타글하는 우리 반 애들이 불쌍해났다. 그런데 50보에 100보 존재로 나도 힘들었다. 딱 60점만 맞을려고 하는데 그것이 잘 되어 주지 않았다. 자꾸 점수가 오바된다. 61점, 62점, 63점… 1점, 2점, 3점… 오바되는 점수가 아까왔다. 괜히 낭비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 오바되는 점수들을 사랑하는 그녀들에게라도 주고 싶었다. 사실 나한테는 이 오바되는 점수가 별로 쓸모없고 거추장스러운 것이었다. 나의 후반기 대학생활은 이 오바되는 점수를 줄이고 60점으로 근접해가는 모지름이었다.

사실 이런 성적콤플렉스는 학생들만의 얘기가 아니고 등차를 매기는 어른들의 게임 같은 데서도 쉽게 생겨난다. 월드컵에서 꼭 몇강 진출, 몇강 진출해야 한다고 하는 강박관념, 그리고 올림픽에서 금메달, 금메달하는 ‘주술’, 바로 그것이다. 나는 어느 나라든지 월드컵에 진출한 것만해도 대단하게 본다. 그리고 그 누구든지 올림픽에서 겨루어본 것만해도 대단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금메달을 못 따고 동메달을 땃다고 우는 선수들이나 아쉬워하는 관객들을 참 이해할 수 없어한다. 동메달이면 어떠냐? 세계 60여억 인구에 3등이 아니냐? 정말 이것 또한 대단한 것이다. 내내 1등, 1등하며 성적콤플렉스에 쌓여있을 때 언제 이 대단한 3등을 즐기지? 그래 정말 성적콤플렉스는 우리 인생의 하나의 큰 함정이다. 그래서 나는 이 큰 함정에서 벗어날 知足者常乐을 떠올려본다. 자꾸 좌우 옆으로 보면서 1등, 1등 하는 정신적 탕개를 너무 조이지 말고 꼴찌해도 내 마음만 편하면 되지 하는 느슨함에 인생을 즐기며 내실을 기하는 것이 더 멋지지 않은가? 그래 이것이 정녕 사람같은 삶이 아닌가?

200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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