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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는 한국사나이 (우상렬78)
2007년 04월 11일 09시 35분  조회:4720  추천:115  작성자: 우상렬

진짜 사나이는 한국 사나이

우상렬



내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공부할 때 가장 존경하는 한국교수 한분이 있었다. 그래도 이 교수가 쩍 하면 명절이요, 뭐요 하며 술을 잘 사주었다. 이 교수를 우습게 보는 사람도 없지 않아 있지만 나는 여하튼 좋았다.

이 교수는 확실히 좀 웃기는 데는 있기는 하다. 우선 관상 자체가 얼굴이 좁고 하가 빠진 것이 원숭이상에 가깝다. 여기에 술을 자주 마셔서 그런지 눈은 항상 풀린 상태에 게스츠름하게 뜨고 다닌다. 게다가 입가장 자리는 침을 자주 흘려서 그런지 금방 잠에서 깬 사람처럼 좀 디디하였다. 그런데 바로 이 교수가 연구원에서 한문뿐만 아니라 현대중국어에도 통달하여 중국전문가로 활약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워낙 대만유학생으로서 박사학위 취득까지 대만에서 장장 12년을 보냈단다. 그런데 이 교수님이 미모의 漢族사모님을 데리고 산다는데 놀랐다. 그리고 그 사모님이 부자집 아가씨였다는 데는 더욱 놀랐다. 그래서 긴가민가 하다가 한번은 교수님댁에서 사모님이 해준 중국요리를 먹게 되면서 확연한 사실로 인정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좀 초라해보이는 우리 교수님이 어찌 이렇게 멋진 사모님을 얻을 수 있었지 하는 궁금증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 궁금증은 사실 너무나 쉽게 풀렸다. 좀 맹랑했다. 워낙 우리 교수님은 술 한잔 들어가면 자기의 이왕지사, 특히 연애사를 녹음테프 풀어놓듯이 잘도 얘기한다.

대만유학할 때 말이 잘 통하지 않지, 특히 학비 때문에 너무 어려웠단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구두닦기란다. 다른 일은 할 자신이 없는데 구두닦기만은 잘 할 자신이 있었단다. 워낙 자기는 힘이 없어도 손재간만은 좋았단다. 그래서 열심히 구두닦기에 전념. 바쁜 와중이지만 한국노래 한 곡조 뽐으면서. 삐까삐까 구두를 너무 잘 닦으니 사람들 줄을 지어 발을 들이민단다. 그래서 한국노래는 저절로 흥얼흥얼. 신사숙녀들 많아 기분은 더 좋고. 그러다가 어느 하루 인연은 닿고. 다음 분... 하는 순간에 뾰족한 꽃구두에 연결된 미끈한 여인의 신다리가 눈앞으로 안겨오더란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미끈한 신다리를 더듬어 위쪽의 존귀한 머리까지 쭉 훑어보았단다. 그런데 아차, 쌍겹진 커다란 눈에 늘씬한 전형적인 중국사람 팔등신 미인이 아닌가. 그래서 기분은 붕~ 떠서 죽을둥살둥 모르고 열심히 닦아주기. 그런데 더 재미나고 기분 좋은 것은 이 늘씬한 팔등신 미인이 오며가며 그 뾰족 꽃구두를 자주 들이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구두닦기는 꼭 그녀만을 기다리고 위한 데이트가 된 듯한 기분. 그러던차 어느 하루 조용히 데이트 신청을 했단다. 아가씨, 오늘 저녁 나하고 식사나 하지요. 어, 좀 놀라는 듯하는 아가씨. 그러면서도 반가워하는 기색. 어디서요? 저, 고급 한식점 있잖아요, 저녁 6시에 만나요. 좋아요. 기껏 폼을 잡는다고 대만에서 일류로 꼽히는 고급한식점을 잡아놓고는 속은 얼고. 그러나 꼬깃꼬깃 구두닦기 돈을 챙겨 저녁 6시에 어김없이 달려가기. 와, 반가워라, 그녀는 어느새 와서 기다리고. 날 것만 같은 기분. 그 다음 정열의 와인 마시기. 왜 나를 초대하지요? 멋지니깐, 아니 사랑하니깐. 아니, 이렇게 쉽게 사랑해도 되는가요? 사랑에 무슨 쉽고 어렵고가 있어요. 사랑하면 다지. 나는 사랑 안 하는데. 물론 그러겠지, 그렇지만 이제 사랑하게 될거요... 당돌한 진공에 그녀는 좀 당황해나는 듯. 그러나 기분은 좋은 듯. 그래서 데이트는 계속 이어지고. 그러다가 어느 하루 그녀가 시물거리면서 물었단다. 구두닦이 주제에 무슨 돈이 있어 나를 자꾸 이렇게 고급스러운 데로 끌고 다니지? 사랑을 위하...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이제부터는 내가 사는거요. 그리고는 빨칵빨칵. 그래서 결국 사랑은 이루어지고, 학비까지 그녀가 챙겨주더라는 것이다. 긴가민가, 거짓부리 하면서 은근히 사모님한테 알아보기. 그러자 사모님 말쌈이 한국총각 구두닦이 열심이에 감복했고 그 대범하고 씩씩함에 반했다더라. 그리고는 자기는 우리 대만남자들이 싸구려만 찾아다니는 쫀쫀이들인가 하면, 일본 남자들이 와리깡만 하는데 진절 머리가 났다는 것이다. 그러던차 바로 한국남자들의 사나이 같은 호쾌함에 깜박 가고 말았다는 것이다. 내가 그것이 허영이고 실속이 없지 않는가고 하자, 그런 허영쯤은 부려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자기는 지금도 자기 남편이 돈 없어 기 죽지 않는 그 모습이 너무 멋지다는 것이다. 자기 남편 항상 하는 말이 자네는 부자집 딸이지만 나는 선비집안의 자식이다 말이요, 선비는 돈이 좀 없어서 그렇지 똑똑하다 말이요... 그러니 부자집에서 선비사위를 맞느라 돈을 좀 쓰는 것도 무방하지. 이렇게 주눅 좋게 능청을 떠는 자기 남편을 자기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일곱살에 할아버지한테서 한문을 배웠소 엇쩠소 하는 교수님보다 우리 사모님이 훨씬 나은 것 같다. 인물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현재 수입만 놓고 보아도 마음 좋은 교수님은 한달 월급 인심 쓰기에 바쁘지만 우리 사모님은 중국어, 일본어 강의로 한 몫 톡톡히 잡는다. 그러니 가장 살림은 전격 사모님 덕. 교수님은 차운전도 몰라 항상 사모님 신세지기.

내가 연구원에 금방 유학 갔을 때 대만 유학생들이 더러 있었다. 그런데 참 재미나는 것은 한국 남학생들과 대만 여자 유학생들 사이 연애가 잘 되고 결국 결혼까지 골인한다는 것이다. 역시 대만 여자 유학생들 얘기가 한국 남자들 쫀쫀하지 않고 여자를 위해 돈을 잘 쓴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 같은 맛에 그만 뿅 가고 만다는 것이다. 그래 남자는 돈 잘 써는 거 장땅? 그때 대만 GNP는 언녕 2만불이고 한국은 1만불에 가 닿겠다고 안간힘을 쓸 때다. 그러니 돈은 대만 사람들이 잘 써야 하거늘. 그런데 한국 남학생들은 남자라는 이유 하나로, 대만 여자 유학생은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씀씀이는 뒤집어져 있었다. 사랑은 이렇게 역설적인 것.

나는 한국 남자들 그렇게 호쾌한 줄 모르겠다. 특히 나한테 있어서. 남자 대 남자라서 그렇겠지. 나는 이렇게 웃고 넘긴다. 맞다. 바로 남자 대 남자, 아니 남자 대 여자에 있어서 한국남자들은 정말 사나이가 된다. 멋지다. 사랑은 돈으로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돈으로 주고받으면 더러워지고 구린내가 나고 결국은 파탄이다. 그러나 이 돈이 남자의 보호본능을 나타내고 여자의 안온감을 가져올 때 사랑의 접착제가 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근사한 식당에 들어갔다고 하자. 맛 있는 음식을 재미나게 먹었다. 그런데 결산을 할 때 남자가 AA制니 와리깡하자고 해봐라, 여자들 얼마나 기분 나쁘겠나. 먹었던 음식 도로 올라오겠다. 남자는 여자에게 베푸는 동물. 베풀면서 보호본능을 과시하고 남자임을 느끼게 된다. 괴짜 여자 패미니즘들 싫어할 소리 스톱.

나는 사랑하는 여인을 탕탕탕 오토바이 뒤에 태워서 출근시키는 남자보다 근사한 승용차 뒤 자리에 태워서 출근시키는 남자가 멋 있다. 한국 남자들 이렇던가... 여자들 기분 좋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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