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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重慶사람들과 火锅 (우상렬80)
2007년 04월 25일 11시 29분  조회:4882  추천:67  작성자: 우상렬

重慶사람들과 火锅

우상렬 연변대학 교수


중경사람들은 참 먹기를 좋아한다. 천부지국의 풍부한 물산이 먹기를 만들었으리라. 사천요리는 중국의 8대 명요리 가운데 하나다. 사천요리하면 떠오르는 것이 火锅. 그런데 火锅는 사실 중경이 원조고 오리지날이란다.

중경火锅는 명말청초에 중경 嘉陵江가 부두의 배끌군들이 모여서 먹던 음식이란다. 소천엽, 소피, 돼지내장, 오리밸 등 시시껄렁한 것들을 중경음식 특유의 조미료인 톡 쏘는 고추(태양초)와 화한 향내를 풍기며 입안을 얼얼하게 하는 花椒를 넣어서 끓인 국물에 익혀서 먹던 음식이란다. 그래서 중경火锅를 달리 毛肚火锅나 麻辣火锅라 하기도 한다. 물론 중경火锅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왔다.

처음에는 시시껄렁한 몇 가지만 샤브샤브 해 먹던 대로부터 지금은 소고기, 양고기... 실로 샤브샤브 못하는 것이 없는 듯하다. 한번은 사천외국어대학교 한국어과 강걸 교수의 안내로 별로 이름이 있는 것 같지 않은 火锅店에 간 적이 있다. 식당에 들어서니 졸졸졸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귀맛 좋게 들려왔다. 자리를 잡고 앉는 순간 나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원래 그 귀맛 좋은 시냇물 소리는 내 자리 옆의 타원형으로 된 한 20센치 내외의 너비로 된 물도랑에서 나고 있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 물도랑으로 앞뒤로 끈으로 느슨히 연결된 조그만 나무배들이 둥둥 떠가고 있었다. 그 배위에는 火锅에 샤브샤브해 먹을 먹을거리들이 작은 접시에 담겨 있었다. 그제야 깨도가 되었다.

한국에 있을 때 일본식 회전초밥을 먹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먹을거리가 물위에 동동 떠가니 그 얼마나 낭만적이냐? 포석정에서 술잔을 동동 띄워서 마셨다는 멋쟁이 신라왕이 생각키운다. 나도 왕이나 된 기분. 사실 나는 신라왕보다 낫다. 먹을거리가 워낙 무진장이다. 전혀 이름도 모르고 먹어보지도 못한 것들이 많다. 샤부샤브, 신선노름에 도끼자루 썩어도 좋다. 천부지국의 사천이라는 말이 몸에 와 닿는 순간순간들이다. 그리고 이 많은 것들을 1인당 단돈 인민폐 45원에 맥주까지 곁들여 마음대로 갖다 먹으라니 이 참 기가 막히지 않은가? 일본식 회전식당의 빈 접시 헤아리기 보다는 얼마나 대범하고 호쾌하냐? 그래서 나는 샤브샤브 싫큰(싫도록)에 맥주 맥 빠질 때까지 빵빵 마셔주었다.

식성에 술성이 작은 남방사람들은 부러운 눈길로 나를 쳐다보고. 그런데 나의 똥배는 또 나오고... 중경火锅는 먹는 양식도 대단히 다양화되었다. 또 한 번은 강걸 교수를 따라 중경뿐만이 아니고 전국적으로도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중경의 嘉陵江가 산에 의지한 懸空式 전통양식이 밀집된 洪崖洞먹자오락거리에 있는 小天狗火锅娥火锅店에 간적이 있다. 우리 일행이 좌정하자 어여쁜 사천아가씨가 상냥히 웃으며 다가온다. 鴛鴦锅를 하겠는가 아니면 平锅로 하겠는가... 紅湯으로 하겠는가 아니면 淸湯으로 하겠는가... 같이 먹는 큰 솥 火锅로 하겠는가 아니면 개개인이 나름대로 먹는 작은 솥 火锅로 하겠는가... 魚锅로 하겠는가 아니면 鷄锅로 하겠는가... 양손에 떡 쥔 격으로 어리뻥뻥하기만 하다.

그래서 아무거나 좋을 대로, 여하튼 연길에서 먹어보지 못한 걸로, 나의 결론. 그래서 중경火锅는 현재 이름도 다종다양한데 먼저 串串香火锅, 이름 듣기 좋쟈? 무언가 했더니 우리 연길에서 별라별란 것을 다 뀀에 꿴 꼬치를 구워 먹듯이 역시 그런 꼬치를 火锅湯 같은데 넣었다 익혀서 먹는 것이다. 우리 연길 뀀하고 좀 다른 점은 건두부나 채소류 뀀이 더 있는 편이고 뀀을 양념류에 찍어 먹지 않고 거저 먹는 것이다. 그리고 狗火锅도 있다하나 아직 먹어보지는 못했음. 아쉽다. 그러니 오늘도 연길의 狗火锅로나 떼울 수밖에.

중경火锅는 뭐니 뭐니 麻辣火锅가 제격. 麻辣, 얼얼하고 매운 맛이 특색이다. 花椒와 辣椒를 주조미료로 하여 기름에 넣고 팔팔 끓이니 花椒와 辣椒의 맛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이로부터 麻辣 맛이 제격인 붉은 국물-紅湯이 이루어진다. 그 다음 모든 것은 이 紅湯에 넣었다가 꺼내서 먹기. 팔팔 끓는 기름 紅湯이니 일단은 아무리 시시껄렁한 것을 넣어도 멸균이 잘 되니 몸에 탈이 날리 없어 좋았다.

그리고 이 火锅는 共食과 個食이 잘 어우러져 좋다. 紅湯 가마를 빙빙 둘러싸고 앉아 여럿이 같이 먹으니 한가마밥을 먹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넘쳐난다. 그런가하면 또 나름대로의 식성에 따라 먹을 거리를 넣어 먹거나 건져 먹을 수 있어 좋다. 共食과 個食의 조화, 인간의 가장 이상적인 음식법. 사실 火锅는 중경의 풍토기후에 가장 잘 맞는 음식. 원래 음식이란 그 지방의 풍토기후에 어우러져서 생겨나는 법. 중경하면 우리에게 떠오른 것은 중국의 안개 도시-霧都. 중경은 여름을 제외하고 해 나오는 날이 드물다. 촉나라의 개가 어쩌다 나온 해를 보고 이상하다 여겨 짖는다는 蜀犬吠日, 그럴듯한 이야기다.

그래서 어쩌다 해가 나오면 명절 같은 분위기가 되어 너도나도 해쪼임에 여념이 없는 중경사람들. 아파트의 베란다가 유난히 큰 것도 이 해쪼임을 위한 것인지. 중경은 확실히 습하다. 해가 적게 나오니 습할 수밖에. 공기가 언제나 촉촉이 젖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중경사람들은 우리 북방에 가면 날씨가 너무 건조해서 코구멍과 입안이 마르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목구멍까지 칼칼해난다는 것이다. 이 습한 날씨 때문에 중경처녀들은 피부가 촉촉하고 매끌하며 희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 북방의 건조한 날씨가 피부를 거칠게 만든다고 한다.

처녀동지들, 정말 그런가? 그런데 세상일은 모두 일장일단이 있는 법. 중경은 바로 이 습한 날씨 때문에 전통적인 주거도 1층은 객실이나 주방, 창고로 쓰고 2층에다 침실을 마련한다. 아파트도 1층이나 2층 같은 낮은 층은 습기 때문에 값이 싸단다. 사람들도 이 습기에 젖어 있는 듯. 중경사람들이 火锅를 먹는 것은 바로 이 습기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란다. 花椒맛이 우러난 火锅湯에 먹거리를 익혀 먹음으로써 습기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花椒去濕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중경음식에는 이 花椒가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경 날씨는 춥다. 아니, 가장 덥다는 불가마 중경이 아닌가? 그렇지. 그런데 내가 말하는 것은 주로 겨울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네. 사실 겨울 날씨도 우리 북방에 비하면 조금도 안 춥지. 섭씨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가 없으니. 그러나 집안은 무지무지 춥다. 전통적으로 스팀시설을 갖추지 않은 집안 날씨가 바깥 온도하고 같으니 말이다. 집 밖에서는 움직여 추운 줄 모르겠지만 집안에서는 가만히 있으니 추워서 못 견디겠단다. 그래서 우리처럼 술을 마시고 지랄발광하는 것이 아니고 톡 쏘는 태양초 먹고 얼얼한 속에 추움을 이기기. 火锅에 태양초가 많이 들어가는 것은 맛도 맛이거니와 주로는 추위를 들기 위해서다. 辣椒去寒이란다. 그럼 더운 여름날에는 왜 火锅를 먹지? 중국사람 특유의 삶의 지혜-以毒攻毒란다. 한마디로 火锅는 이래저래 좋단다.

중경사람들이 추구하는 음식의 麻, 辣, 鮮, 香 맛을 고루 다 갖추었다는 것이다. 麻, 辣에 대해서는 얼마간 얘기했으니 鮮에 대해서 잠간 더 보고 넘어가자. 중경사람들은 얼마나 음식의 鮮-신선도를 따지는지 바다를 못 끼어 해산물을 마음대로 못 먹는 ‘콤플렉스’가 가득 차 있겠지만 죽은 물고기는 절대 먹지 않는단다. 일반 식당에 가서 물고기를 주문할 경우 식당 안쪽에 들어가 산 고기임를 확인하거나 주방장이 저울에 펄쩍 뛰는 놈을 손님들 앞에 가져나와 확인하게 한다. 중경사람들은 이 세상에 먹기 위해서 온 사람인듯. 食者天下之大本이기도 한 사람들. 그래서 그들은 특히 먹거리에 喜新厭舊한단다. 매끼마다 별다른 음식을 먹기에 신경을 쓴단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끊임없이 구닥다리 음식은 갈아치워도 火锅만은 그 모양 그 대로 열심히 먹는다는 것이다. 정말 火锅에만 情有獨鐘. 여기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오래 동안 햇빛을 보지 못하는 중경날씨,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단다. 이 세상 오직 그들만이 하느님한테 소외받은 듯한 기분 속에. 그래서 무엇이든지 두드려 부시고 누구와 싸움을 해서라도 그 우울함을 떨쳐버리고 싶단다. 그런데 바로 이때 火锅가 생각나며 火锅를 먹으며 그 우울함을 떨쳐버린단다. 그래서 1주일에 적어도 한번은 火锅를 먹어야 마음이 편안해진단다. 중경사람들은 그 무엇을 두드려 부시고 그 누구와 싸움하고 싶은 욕망을 火锅로 승화시킨 셈이다.

입안이 화해나고 얼얼해나는 麻辣火锅로 말이다. 좀 자학적인 맛이 난다. 긴가민가? 사천외국어대학에 교환교수로 와 계시는 김병활 교수한테 물어보았다. 해가 적게 뜨는 중경의 날씨는 확실히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단다. 그런데 자기가 중경사람들하고 다른 점은 火锅 먹는 것이 아니라 이쪽저쪽 기웃 거리는 산보로써 우울함을 푼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중경사람들은 火锅하고 찰떡 궁합으로 되어 있다. 중경사람들은 火锅에 열광한다.  몇 년 전부턴가는 ‘중국(중경)火锅美食문화절’을 요란스럽게 한다. 며칠 전인 3월 20일에는 '제3차중국(중경)火锅美食문화절'을 굉장히 벌렸다. 문화절 당일 40여 만 명의 중경시민이 모여들었다는 것이다. 본 문화절에는 糖酒會니 뭐니 여러 행사가 곁들여졌지만 그래도 가장 인기를 끈 것은 '萬名火锅宴'. 2000여개 火锅宴을 벌려 동시에 만 명이 火锅를 먹도록 한다는 것이다. 직경 3-5메터의 태극모양의 음양火锅宴으로부터 번쩍번쩍 누른 옷을 입고 두 줄로 늘어앉아 용의 배속의 火锅를 먹는다는 龍火锅宴... 실로 엄청난 규모고 다채롭다.

'萬名火锅宴'이 끝난 후 각종 매체에서는 대서특필한다. 이번 火锅宴에서 소천엽 몇 톤 먹어치웠고 무엇, 무엇 몇 톤 먹어치웠고 하는 식으로. 중경사람들이 火锅에 대해 이렇게 성세를 올리는 데는 나름대로 속셈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제 몇 차, 제 몇 차하는 식으로 요란스럽게 행사를 함으로써 火锅가 확실히 중경 것임을 만천하에 홍보하는 셈이다. 이번 '제3차중국(중경)火锅美食문화절'만 놓고 보아도 火锅는 기네스세계기록 체크위원들에 의해 기네스북에 오른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중경은 중국미식가협회로부터 '火锅之都'라는 영예를 따낸다. 이로부터 火锅는 누구도 감히 넘보지 못하는 확실한 중경직할시의 브랜드로 자리 잡는다.

중경사람들은 중경火锅를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는 사천火锅하고도 확실한 변별성을 두면서 사천火锅는 저리 가라한다. 이로부터 중경사람들은 모택동의 ‘不到長城非好漢’을 패로디하여 ‘不到重慶不吃火锅非好漢’이란다.  

火锅브렌드얘기가 나오니 자연히 김치얘기가 나온다. 우리 조선사람들 김치는 두말하면 잔소리인 일미다. 그런데 어떤 족속들이 기무찌로 넘본단다. 무슨 특허를 내고 어쩐단다. 얼마 전에 사천외국어대학교의 일본어를 가르친다는 교수하고 식사를 했는데 사천 泡菜 어떻고 하다가 그 교수 말쌈이 일본기무찌 참 맛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래도 민족심이 발동되어 교수 양반, 그것은 기무찌가 아니고 김치요, 일단 이렇게 시정해주고 다음 그것은 우리 조선사람들이 원조고 오리지날이요, 일본사람들이 자꾸 흉내를 내며 귀찮게 기무찌, 기무찌 한단 말이요. 아, 그래요. 교수가 이 모양이니 일반 사천사람들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중경의 ‘덕수궁’이라는 한국사장이 경영하는 한국식당에서 기가 찬 맛으로 승부하며 한 근에 10원의 고기가격보다 더 비싼 호가로 중경사람들 눈을 삑 틔어놓는다. 얼마 전에 성도에 있는 사천연합대학에 갔다가 학생들 교내 식당에 조선사람 김치를 판다고 하기에 일부러 들어가 먹어보았다. 역시 김치 맛은 김치 맛이로다. 학생들도 열심히들 맛 있게 먹는 모습들이다. 후에 알고 보니 우리 연변의 조선족 젊은 기업인이 성도에 진출하여 김치브렌드를 창출한 것이다.

나는 김치 말고도 중경火锅 못지않게 우리의 많은 음식들도 브렌드화하여 세계적인 각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빔밥, 비빔비빔 냠냠, 얼나나 맛 있냐? 쌈밥, 너무 희기하다, 야들야들 상추에 고추장 듬뿍, 이 아니 녹색건강식품이냐? 설렁탕, 설렁설렁 탕, 끼니마다 탕류 꼭 올리는 중국 남방사람들의 구미에 설렁설렁 먹혀들어갈 것 같다... 좋다! 우리도 브렌드화해 세계진출 해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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