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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成都와 날씨 (우상렬85)
2007년 06월 20일 18시 27분  조회:4620  추천:71  작성자: 우상렬

成都와 날씨


우상렬



사천성 성소재지 성도란 곳에 와보니 매일매일 날씨가 흐리터분한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霧都-안개의 도시 중경이 이런 줄 알았는데 100보에 50보라 할가 성도도 거기서 그기. 중경보다 단지 안개가 좀 적을 뿐.

금방 와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눈을 뜨면 시침은 아침 9시에 육박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침에 워낙 해가 늦게 뜨는데다 그 해라는 것이 뜨는 둥 마는 둥 하니깐 집안은 오전 8~9시가 되어도 희여뿜하다. 그러다가 밖에 비라도 오는 날에는 집안은 온통 까막 나라가 되고 만다. 3월 달 쯤 되어도 아침 6시면 환히 밝는 세상에서 온 나로서는 아침의 이런 희여뿜하거나 까막 나라에서는 아침 기상감각을 잃고 만다. 그래서 결국 할 수 없이 알람시계를 사놓고 강박적인 기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고달팠다. 나만이 머저리가 된가 했더니 한번은 농촌으로 놀러 갔다가 아침도 한참 지난 오전에 시도 때도 없이 꼬기요~ 울어대는 닭들을 보고는  저것들도 나하고 같은 꼬라지(꼴)구나 하면서 일말의 안도감을 느꼈다.  

가만히 보니깐 성도는 경도 상 우리 연길보다 한 2시간 해가 늦게 뜨는 것 같다. 사실 성도는 동쪽에 해가 뜬다고 해야 거저 희여뿜한게 흉내만 낼 뿐이다. 그리고 낮에는 중천에 해가 걸렸는지 말았는지, 그리고 저녁에는 해가 지는지 마는지 도저히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러니 동서남북의 방향도 따질 필요가 없다. 그래서 집 방향도 남향이고 무어고 거저 막 짓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집안은 낮에도 항상 희끄무레하다. 전등을 켜야 한다. 그런데 전기 값이 아깝다. 그래서 일반 서민들은 희끄무레한 대로 그대로 산다. 바로 이 희여뿜하고 흐끄무레한 자연적 풍토에서 벗어나고자 성도지역의 전통적인 가옥은 기와는 검은 기와를 뒤집어 썼으되 벽만은 흰색을 칠해놓고 있다. 검은 지붕에 흰 벽의 전형적인 남방가옥이 그것이다. 우리 연변의 조선족들이 깨끗함을 추구하여 흰 벽을 칠한 것과는 좀 다르다. 성도지역의 현대건축들은 이런 자연적 풍토를 커버하는 면에서 좀 화려한 색상의 겉모양새라도  많이 갖추었으면 좋았으련만 아직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  

미인이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보여 줄듯 말듯 성도의 해님은 쉽사리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그래서 그 미인, 아니 그 해님이 더 값진 줄로 안다. 보라, 어쩌다가 그 해님이 얼굴을 내밀면 사람들의 얼굴은 삽시에 밝아지고 일종 축제분위기에 들어간다. 해님을 보지 못해 우울하고 찌부둥했던 기분들을 날려버린다. 내가 있는 사천대학교 캠퍼스만 해도 학생들은 옷가지나 이불 같은 것을 말린다, 그리고 해쪼임을 한다 부산을 피운다.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 아침 해 찬란히 일찍 뜨서 조선이라 했다는 조선, 그리고 별 볼 일 없는 것 같지만 해 잘 뜨는 우리 연길이 부럽고 그립다.

한 번은 성도 미인보고 한다는 소리가 야, 우리 그기, 찬란한 해 뜨는 우리 그기에 가 나하고 살자~ 싱거운 나는 못 말려! 그랬더니 성도 미인 정색을 하며 하는 말이 그런 강한 햇빛 속에는 피부에 치명적인 자외선이 많아 피부를 까맣게 태우거나 거칠게 하고 심할 경우에는 피부암까지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는 미인의 첫째 조건인 흰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런 곳에 가서는 못 산다는 것이다.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보니 아닌게 아니라 얼굴은 뽀얗게 희다. 목덜미를 보니 목덜미도 희다. 그 아래를 좀 더, 좀 더 자꾸만 내려가면서 보고 싶었는데 볼 수 없어서 아쉽다. 그놈의 옷이 웬쑤다. 아니, 엄큼한 나지. 무슨 미인이고 자시고 성도여자들은 성도가 최고란다. 왜서 그런가하면 해가 적게 뜨는, 그리고 해가 뜨 봤자야 강렬한 빛을 발하지 않는 성도의 해님인지라 여인들의 피부를 흰 색으로 만들 수밖에 없단다. 정말 그런가, 긴가민가. 사천여자들을 데리고 사는 우리 북방 남자들한테 은근히 물어보았더니 확실히 그렇단다. 사실 그럴 듯하다.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감방에 오래 갇혀있는 죄수들의 얼굴이 햇빛을 적게 보는 만큼 희지 않는가. 창백하기는 해도.
그러니 성도 미인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성도 여인들의 보드라운 피부를 만드는 데는 아마도 성도의 바람 한 점 없는 잠풍한 날씨 덕택이 아닌가고 생각된다. 성도는 1년 사시절 가도 바람이 불지 않는다. 산들 바람이라도 좀 불었으면 하는데 바람이 부는 것 같지 않다. 여기에 1년 사시절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지 않으니 서리가 앉지 않는다. 그러니 풍상고초를 겪지 않는 성도 여인들의 피부는 부드러울 수밖에. 사실 성도여인들은 피부뿐이 아니고 성정도 대단히 부드러운 편이다. 사천 辣妹는 다른 얘기고. 성도여인들이 코가 좀 맨 듯한 코맹맹이 소리로 大哥 할 때는 정말 사람 죽인다. 성도는 전반 날씨가 음기가 성하니 여자가 잘 될 수밖에.

여하튼 성도는 이래저래 해가 적게 뜨는 것만은 확실하다. 해가 적게 뜨니 성도는 바다를 멀리 한 내륙에 있지만 날씨는 습하다. 바로 이 습한 날씨 때문에 성도를 비롯한 남방의 전통적인 집들은 대개 2층 집을 짓는데 1층은 식사칸이나 창고로 쓰고 2층에만 사람이 기거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습한 날씨 때문에 성도 음식에는 花椒가 약국에 감초처럼 꼭 들어간다. 이 얼얼하게 맺게 하는 麻辣맛을 풍기는 花椒가 바로 去濕-습함을 제거한단다. 그리고 플라스 알파로 바로 이 去濕하는 花椒가 성도여인들의 피부를 희고 보드랍게 한단다. 그리고 해가 적게 뜨는 만큼 성도는 춥다. 물론 우리 연길처럼 영하로 내려가는 하늬바람이 부는 그런 추움은 아니다. 이른바 陰冷, 습기가 있는 음산한 추위라는 것이다. 여기에 비라도 구질구질 내리는 날에는 정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찌부둥해진다. 陰雨가 사람 기분을 잡친다. 그런데 巴山夜雨라 중경 쪽이 그런가 했더니 성도의 비라는 놈도 夜行晝伏性을 가졌는지라 밤에 잘 내리는 반면에 낮에 잘 내리지 않아 그런대로 괜찮다. 그런데 우뢰나 번개를 잘 동반하지 않는 그 구질구질한 비는 정말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성도 사람들은 음산한 추위에 대단히 못 견디는 것 같다. 3월 달인데도 파카를 입고 다니는 양반들이 심심찮게 눈에 뜨이니 말이다. 내가 좀 두꺼운 와이샤츠 하나에 좀 두꺼운 양복을 하나 달랑 입고 다니니 다 놀라운 눈치다. 성도 사람들은 바로 이 추움을 견디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우리처럼 늘얼하게 맵은 고추가 아니고 톡 쏘듯이 매우면서 화끈하게 땀을 나게 하는, 우리가 말하는 남방고추를 기를 쓰고 먹는다. 辣椒去寒이란다. 참 그래서 사천 음식에 안 들어가는 곳이 없는 花椒辣椒, 나는 그만 질려버렸다. 사천 음식에 열을 올리는, 풀풀 끓여 먹는 찌개류(火锅도 이런 유로 볼 수 있을 듯)가 많은 것도 이런 去濕去寒의 한 방편이겠지.

해가 늦게 뜨고 늦게 지는 성도. 그러니 사람들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밤에 늦게 자는 것도 자연의 순리에 맞는 법. 사천대학교 학생 식당도 아침식사시간이 아침 7~10까지다. 오전 일찍 수업 있는 놈은 일찍 먹고 늦게 있거나 없는 놈은 천천히 먹어라는 것이다. 참 느긋하다. 출근시간도 물론 학교 같은 데는 8시에 수업을 시작하지만 일반 사업단위나 기관은 대개 8시반이나 9시에 출근이란다. 점심시간은 일반적으로 12시부터 2시30분까지, 이 기간에 낮잠은 필수란다. 저녁은 6시에 퇴근. 겨울 때도 저녁 6시는 아직 밝은 세상인 성도. 그래서 밤생활이 풍부한 성도. 한 번은 저녁 늦게까지 책을 보다가 산보를 하느라고 사천대학교 동문을 나서서 빈둥빈둥 걷고 있었다. 그런데 저기 앞에 불빛이 현란하여 발이 끌리는 데로 가보았더니 요란한 먹자거리가 아닌가. 성도시를 꿰찔러 흐르는 錦江기슭을 따라 난 좁은 길 왼 편에 술집들이 죽 늘어섰다. 남방풍치를 살린 대나무숲집이며 북경풍치를 살린 ‘四合院이며 북구 해적들의 소굴을 모방한 듯한 집이며 제법 각양각색으로 분위기를 살렸다. 집안뿐만 아니라 바깥마당에까지 술상을 벌려놓았다. 거창하게 왕창 술을 퍼 마시는 것 같은데 가만히 보니 우리 연길하고는 게임이 안 될 정도로 거저 작은 맥주 몇 병 시켜놓고 떠들어들 대고 있었다. 그렇지만 분위기만은 무르녹는 듯 했다. 술 한 잔 못 얻어 마시는 내가 가련해나기도 했다. 밤생활에 술이 곁들어지고 길어지니 로맨스도 많은 법. 저기 벌써 쌍쌍이 사랑을 하러 가는 놈, 아니 벌써 키스에 사랑의 열을 올리고 있구나...

성도 사람들 말로는 성도 날씨도 1년 사계절이 분명하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리 변화가 없는 것이 성도 날씨다. 하루 날씨만 보아도 해가 뜨는 둥 마는 둥 지는 둥 마는 둥 거저 그렇고 그렇다. 1년 사계절도 그저 그렇고 그렇겠지. 아니, 1년 사시절 햇빛이 비축하고 비축하여 여름 한철에 집중적으로 내리 쬐이니 여름은 찌물쿠고 찌물쿨 수밖에. 성도사람들 말로는 悶熱 그 자체다. 그러니 적어도 겨울과 여름은 변화가 있다고 보아야 하겠지. 그러나 그것도 반짝 한 두 달 뿐이라니 예외로 치자. 그러니 성도 날씨는 변화 없는 것을 특색으로 꼽을 수밖에. 그러니 사람들 세월의 흐름에 둔감하고 세월아 네월아 니 가느냐 마느냐 하고 여유작작하게 사는 줄 안다. 모든 것이 아직 느리고 편안한 줄 안다. 좀 조용한 골목들을 찾아 들어가면 늙은이고 젊은이고 마작판이나 카드판이 한창이다. 성도사람들은 개혁개방 현대화의 빠른 절주를 잘 모르는 듯하다. 아니, 그들은 천성적으로 그런 빠른 절주를 싫어하는 듯하다. 이제 서부대개발이요 하며 들이닥치는 진정한 성도의 개혁개방 바람에 성도 사람들은 자기네를 잘 살게 한다하니 좋아하는 듯하면서도 자기네들의 여유작작한 생활이 깨여지는 듯해서 그런지 심드렁해하는 표정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물질적으로 좀 어렵더라도 정신적으로 여유로운 현재의 자기네 생활이 더 좋다는 듯하다. 그래서 그들은 외지인들한테 항상 자랑 비슷이 하는 얘기가 성도는 悠閑한 도시라고 한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있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뜻인지 養老할 도시라고도 한다.

2007.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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