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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川辣妹와 조선여자 (우상렬84)
2007년 06월 02일 10시 12분  조회:4886  추천:87  작성자: 우상렬

四川辣妹와 조선여자

우상렬


조직에서 사천 가 한 1년 있으라니 지극히 흥분되었다. 단방 떠오르는 것이 四川辣妹. 그런데 다음 순간 별론걸 하고 심드렁해진다. 四川辣妹, 작달막한 키에 이마뻬기 톡 튀어나오고 눈확이 좀 꺼지고 또 광대뼈까지 튀어나오고 여기에 하가 빠진 것이 뛸 데 없는 원숭이상. 그리고 얼굴은 가마잡잡한 것이 떼국을 못 벗어난 촌스러운 상. 막 주물러 만들었다할가, 아니면 모양새가 없게 아무렇게나 생긴 못난 토종감자라할가... 여하튼 四川辣妹가 나한테 준 인상은 이런 것이다.

그런데 사천에 가서 볼라니 나의 눈은 빛구리가 된다. 얼굴이 희고 쫑쫑빵빵한 것이 단방 나의 눈을 끌었다. 남자들 다 이런가? 어느 외딴 곳에 가면 그곳 여자들 훔쳐보기에 바쁘다. 여자의 맛을 알대로 다 안 나 같은 나그네는 더 한가봐.

쫑쫑빵빵에 포인트를 맞춰 굴레 벗은 말처럼 무한한 상상을 날리기. 그리고는 깜박 잘 못 하다가는 개꼴망신하기. 그런데 고 잘록한 허리에 뛰뚱뙤똥 걸어가는 모습만 보아도 그 노긋노긋함이 묻어나는 데는 나로서는 또 어쩌라 말이야! 여기에 양양 코맹맹이 소리로 말을 걸어올라치면 그 애교성에 그만 껌벅 죽는다 죽어. 사천 말은 부드럽다. 사천사람들은 중국어 일, 이, 삼, 사성에서 뻑센 사성발음을 아예 하지 않고 전부 부드러운 이성이나 삼성으로 해치운다. 그러니 사성 발음을 해야 할 四도 이성 발음인 十과 거의 같게 발음한다. 금방 와서 슈퍼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카운터 四川辣妹가 十块라 하기에 10원인갑다하고 10원짜리를 하나 내 주었더니 손가락 네 개를 펼쳐 보이며 해쭉 웃는다. 그러자 4원인 줄로 알았다.

그 후 여러 곳에서 두루 물건을 사보았는데 四川辣妹는 4가 들어간 돈 액수를 말할 때는 10과 구별시켜 준다고 정답게도 손가락 네 개를 펼쳐 보인다. 그리고 四川辣妹는 자기 의지를 나타낼 때도 우리 북방 여자들처럼 직설적으로 툭툭 하는 것이 아니고 ‘我們一起去嚒~’식으로 어린이가 어른한테 귀여운 떼 질을 쓰듯이 종결토 ‘嚒’를 좀 길게 뺌으로써 결국 자기의 의지를 관철하는 그런 미묘함을 풍긴다. 以柔克剛이라 할까. 四川남자들이 이렇게 말을 할 때는 참 메스꺼운데 四川辣妹들이 이렇게 말을 할 때는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몸을 좀 꼬기라도 하고 엉치를 조금 흔들어대기만 하면 남자들 뽕 가고 만다. 똑 마치 우리 연변의 여자들이 ‘야양 가기시오~!’, ‘아이 가겠습니꺄~?’할 때 사랑스러운 것과 같은 경지라 할까. 그럼 四川辣妹와 우리 연변 여자 누구 더 곱지?

한번은 이런 시시껄렁한 문제로 사천대학의 모모한 치들과 쟁론이 붙었다. 나는 단연히 우리 연변 여자가 곱고 그들은 단연 四川辣妹가 곱단다. 그들 말로는 四川辣妹 피부 희고 부드럽고 애교성에 최고란다. 그러면서 요 얼마 전에 세계 무슨 미인대회가 있었는데 중경 처녀 둘이 冠亞軍을 했단다. 중국의 미녀는 항주고 대련이고 다 제쳐두고 중경이 최고란다. 그래도 내가 우리 연변 여자 더 곱다고 하니 그들은 연변 여자들 못 봐서 모르겠단다. 그래서 내가 들이댄 것이 우리 연변 여자는 전통적으로 말할라치면 다 부드러운 춘향 같고 현대적으로 말하라 치면 다 한국의 톡톡 튀는 김희선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들은 입을 하 벌리며 좀 수긍하는 표정을 짓는다. 춘향이나 김희선은 알고 있은 듯 모양이다.

四川辣妹, 발본색원! 四川辣妹, 왜서 四川辣妹라 했는지 아느냐? 매운 거 잘 먹는다고? 아니, 고추처럼 맵다해서, 고 작은 남방고추처럼. 절반 맞았음, 50점. 사실 고 고추처럼 맵기만 한 것이 아니고 ‘독’한데도 있더라. 언젠가 성도의 地方名小吃음식절에 가 보았더니 곱상스레 생긴 四川辣妹 둘이서 시커먼 날 것 가재를 와삭와삭 씹어먹으면서 시식을 해보이는데 어지간히 놀랐다. 四川辣妹, 성격이 潑辣하고 火辣해서 그렇게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럼 성격이 왜서 潑辣하고 火辣하지? 그녀들이 생활의 전부 짐을 매고 나가다보니 그렇게 되었단다. 그렇게 潑辣하고 火辣하지 않으면 그 많은 식구의 생활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생활의 강인함이 그녀들을 그렇게 만들었단다. 그럴 듯도 했다. 중국에서 그 많은 특구나 경제개발구의 노동력 수요를 만족시키는데 바로 이 四川辣妹가 톡톡히 한 몫 한다. 그녀들은 억척스레 일을 해서 한푼 두푼 돈을 모아서는 집으로 부친다. 그녀들은 자아희생적인 일벌레로 정평이 났다. 그래서 四川辣妹는 전국 어디서나 통하는 일벌레의 대명사로 되었다. 그 가마잡잡하고 화장끼와 먼 토종 四川辣妹는 사랑스럽다.

나는 四川辣妹와 우리 조선여자들을 매치시켜본다. 정말 비슷한 데가 있다. 우리 여자들도 ‘베적삼이 흠뻑 젖’도록 일밖에 몰랐지 않았느냐? 나는 우리 여자들이 더 대단해 보인다. 지금도 한국으로, 저 먼 미국으로, 유럽으로 일하러 간다. 억척스레 벌어 아이며 남편이며 온 가정을 먹여 살린다. 어디 이뿐인가. 돈을 벌어서는 투자할 줄도 안다. 우리 연길의 잘 나가는 식당이나 노래방이나 사우나 같은 제3산업은 이런 여성들에 의해 일떠섰다. 그런데 나는 우리의 여자들이 四川辣妹보다 불쌍해난다. 四川辣妹는 전통적으로 女主內, 男主外에 관계없이 집안일, 바깥일 가리지 않고 다 해치웠단다. 지금도 시내에 다니다 보면 공사판에서 여자들의 활약이 보인다. 그러면 남자들은 뭐 하지? 했더니 남자들은 논단다. 休閑한단다. 차물 마시며 와작작 마작하기. 남자기생! 우리 남자들도 좀 그렇다. 아니, 더 하다. 뒤짐 지고 팔자걸음하기 좋아하는 우리, 그리고 세월아, 네월아~ 술 마시고 놀아나기 좋아하는 우리, 사천남자들 뺨 친단다. 四川 남자들은 요새 와서는 四川辣妹가 힘들어 할세라 바깥일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집안일도 잘 한단다. 그래서 四川辣妹들 웃음꽃 핀단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집안일 하는 ‘놈’ 몇 놈이나 되는고?

言歸正傳, 四川辣妹는 영원히 사랑스러운 妹로 남고 싶단다. 사천에서는 식당 같은 서비스업종에서 小姐라는 말은 잘 안 통한다. 小姐하면 그 기생적인 냄새에 그리 좋아하지 않는단다. 妹子라야 되돌아보며 해쭉 웃으며 기분 좋아한다. 

四川辣妹, 한번 데리고 살고 싶다. 아니, 품에 안고 싶다. 언감생심! 엄큼한 나그네 생각. 외로운 나그네 신세거늘 이해하시라!  

阿妹~ 阿妹... 你要老實講, 今天是否喜歡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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