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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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에 한 마디 부쳐 (우상렬86)
2007년 07월 26일 17시 27분  조회:3870  추천:61  작성자: 우상렬

문학상에 한 마디 부쳐

우상렬


우리 문단은 무슨 상 평심이 끝날 때마다 시끌벅적하다. 잘 했소, 못했소, 평심들을 둘러싼 공방이 난무하다. 정상이다. 입 가진 사람들은 다 자유로이 말할 수 있는 대명천지거늘. 그러나 우리가 그 별 볼일 없는 상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상이 무엇이냐? 그것은 제3자가 ‘나’한테 대한 평가이다. 旁觀者淸이니 가장 공정한 평가일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왜 안 됬지? 꼭 내가 되어야 한다는 과대망상증을 버려야 한다. 깔끔한 승복의 미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在局者迷라 하지만 그래도 사실 이 세상에서 자기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그래도 자기 자신이다. 그러니 당선되었다 해서 기고만장할 필요가 없고 낙선되었다 해서 비관실망할 필요가 없다.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는 것만이 중요하다. 그래야만이 당락의 연결선상에서 자기 위치를 잘 파악하게 되며 노력의 방향설정이 이루어진다. 

나는 나다. 확실한 주체성의 방향이 서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있고 상이 있었지, 상이 있고 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상을 타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은 아니다. 그러니 상을 쫓아 글을 쓰는 것은 웃기는 일.

글은 내가 좋아서 쓰는 것이다. 내 멋에 쓰는 것이다. 재미로 쓰는 것이다. 좋아서, 내 멋에, 재미로 쓰지 않는 글은 일종 억지고 고역이다. 내 글이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상까지 타게 된다면 그것은 금상첨화 격이고 우연히 주어진 뽀나스에 지나지 않는다.

상을 우습게 볼 줄 알아야 한다. 그 잘난 상, 할 줄 알아야 한다. 문학은 생겨먹기가 그리 빤한 것이 아니다. 미묘한 감정에, 아리숭한 가치판단을 씨줄과 날줄로 하여 얼기설기 짜 놓은 것이 문학이다. 그러니 仁者見仁, 智者見智, 나름대로의 가치판단에 맡기는 것이다. ‘한명의 헴리트에 천명의 독자’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냉철한 이성을 가진 심사위원들이라 해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에 심사위원들도 사람인지라 안면이나 시장조작 같은 것들이 개입될 때 그 상은 정말 개망태기가 된다. 그래서 요새 권위적이고 귀족적인 심사위원제도 대신에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인터넷심사제도로 나가자는 경향이 대두하고 있다. 이를테면 인터넷 点擊率이나 댓글 등에 의한 수상작 선정하기. 그런데 이것도 그리 이상적인 것은 아니다. 点擊率 조작은 민주주의적 허상만 부풀리고 중구난방의 즉흥적이고 선정적인 댓글은 오리무중에 빠지게 하기만 한다.

그리고 상이라는 것이 아무리 공정성을 기한다 해도 그것은 현실적 공리성이 가미되기 마련이다. ‘문화대혁명’시기 적어도 ‘高大全’ 식의 긍정적 형상을 부각하거나 빠뽀스를 토로해야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현실의 좌적인 정치적 공리가 절대적으로 작용한 까닥이다. 그리고 대중들의 현실적 구미가 크게 작용하는 수가 많다. 센세이숀을 일으킨 작품들이 현실적 구미에 잘 영합한 경우가 많다. 이래저래 별 볼일 없는 작품이 당선되고 오히려 인류보편의 가치를 다룬 문학사에 영원히 남을 명작들이 매장되는 수도 있다. 그래서 문학사에서 작품발표 당시 별 볼일 없다가 세월이 얼마 흘렀거나 작가가 세상 뜬 썩 후에야 이른바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상이라는 것은 상 성립자의 의도나 취지, 그리고 이러저러한 명목이나 명분 때문에도 절대적인 공정성을 기하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상을 거부할 줄도 알아야 한다. 샤르트는 노벨문학상까지 거부한다. 그는 구경 실존주의철학가였던 것이다. ‘타인은 나의 지옥’ 같은 치열한 생존경쟁이 난무하는 개코같은 인간실존임에 그 잘난 상은 한바탕 눈요기하기 좋은 신기루에 다름 아님에라.  

그래서 결론적으로 나는 盖棺定論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한 작가가 죽고 난 후, 그 작가와 이래저래 알고 있었던 같은 시대 사람들이 죽고 난 후, 즉 그 작가와 이해관계나 현실적 공리성을 벗어난 시대에 가서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줄로 안다. 그러니 이것은 문학사에 명작으로 영원히 남는 상이 심사되는 레벨일 것이다. 코앞의 그 허황한 상에 아웅다웅하지 말고 이런 큼직한 상을 기대해보자!

200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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