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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변과 어눌 (우상렬97)
2007년 10월 21일 10시 19분  조회:4527  추천:56  작성자: 우상렬

달변과 어눌

우상렬


나는 우리의 한 자리 하는 사람들과 외국, 아니 외국이라 해야 기껏 한국이나 미국의 정치인들과 비교를 좀 해본다. 사실 이런 한 자리 하는 사람이나 그런 정치인들은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 다름 아니다. 각 나라 사정에 따라 그렇게 좀 다르게 불릴 뿐이다.

그리고 비교라 해봤자 구변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말을 잘 하고 못 하고 그런 거.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의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은 구변이 참 없고 외국의 정치인들은 구변이 참 좋다는 느낌이 든다.

그 기본 표현의 하나는 우리의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은 대중연설을 할 때 꼭 이른바 연설고읽기 식으로 하는데 외국의 정치인들은 즉흥연설식이니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이 연설고를 읽어대는데 정말 진절머리가 난 반면에 외국의 정치인들이 연설고 없이 즉흥적으로 하는 연설이 그렇게 멋있을 수 없다. 레이건, 카트, 클링턴, 그리고 현재의 부시... 미국의 역대 대통령의 배우들 같은 말주변에 정말 깜박 간다. 정말 레이건은 배우 출신이니 그렇다치고 나머지 대통령은 어째서 그렇게 말을 잘 하지하고 머리가 갸웃거릴 때가 많다.

먼 미국은 그만 두고라도 가까운 한국만 보더라도 정치인들 모두들 달변이다. 대통령 출마에 나온 정치인들 보라. 우선 말을 잘 못 하면 정치인이 될 수 없고 대통령후보나 대통령은 더구나 될 수 없다. 우리의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말을 잘 못 하는 편이다. 어눌하다 해야 할지. 자기가 발언할 때가 되면 미리 준비한 장편원고를 세월아 네월아하고 내리 읽는다. 밑에 관중석의 듣는 사람들이 꺼벅꺼벅 조는데도 말이다.

얼마 전 중경시에서 지도자들이 연설을 할 때 3분인가 5분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제도를 내왔다는데 참 환영할 일이다. 언젠가 주용기가 총리를 했을 때 참 인기가 좋았다. 많은 인기 가운데 주용기가 연설고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스럼없이 하는 달변에 있었다. 그가 기자회견을 할 때면 유모아를 곁들인 답변이 정말 인기 절정이었다.

그럼 우리의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의 어눌과 외국 정치인들의 달변의 갈림길은 어디에 있는가?

1차적으로 학교 기초교육에 있다. 우리의 강의는 선생 중심의 주입식으로 많이 이루어져왔다. 학생은 듣는 로봇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훈련을 애초에 받지 못했다. 요 근간에야 무슨 계발식이니 創新이니 하며 떠들어댄다. 좀 늦기는 했지만 반길 일.

그러나 외국에서는 오픈된 세미나나 토론식 강의를 언녕부터 많이 해왔다. 누구든지 자기 의사를 표현할 기회를 가지며 또한 꼭 해야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차적으로 정치 형태나 행태에 있다. 우리의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은 직승비행기를 탄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거저 위 사람의 구미만 잘 맞추면 된다. 한 자리 하기란 이렇게 안일한 것일가. 선거경쟁 따위에 그리 신경을 안 써 왔다. 그러나 외국 정치인들은 끝없이 경쟁자들을 제끼고 올라오다보니 자기 의사를 정리하고 표현해서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이골이 튼 사람들이다.

대통령출마라도 하는 날이면 끝임 없는 연설경쟁에 사실 강연고 쓸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전반 사회적인 분위기를 보아도 정치인이라면 일반연설 같은 것은 강연고 없이 쉽게 느끗이 할 수 있어야 된다는 기본 요구사항이다. 우리의 한 자리 하는 사람들처럼 굳이 비서진에 의뢰해 강연고 로봇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잘 못이나 실수는 내가 책임진다는 책임의식문제다.

우리의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이 강연고를 보고 읽기 좋아하는 것은 틀릴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그 강연고는 정책, 노선, 방침이요 하는 여러 사항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사전에 주도면밀하게 짜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내 생각은 없지만 대정방침하고는 틀리지 않는 두리뭉실한 것. 그래서 누가 어쩌고 저쩌고 험 잡을 데가 없다. 그래서 강연고 대로 읽으면 문제가 적게 생기거나 안 생긴다는 우리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의 알량한 생각. 아래의 구체적 상황은 어떤지를 떠나서.

그러나 외국 정치인들은 틀리고 맞고를 떠나 어디까지나 자기의 독특한 아이디어나 생각들을 풀이해야 먹혀들어가든지, 환영을 받는 판이니 자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발언을 해야 한다. 여기에 지역자치제니 뭐니 하니 이런 자기 식이나 나름대로의 식이 더 돋보이는 시대가 되니 모두들 톡톡 튀는 발언을 하기에 바쁘다. 그리고 내 발언 내용은 진리라고 견결히 주장하며 만약 틀릴 경우에는 내가 책임진다는 식으로 밀고 나간다. 그러니 전적으로 그 누구한테 강연고를 의뢰해서 만사대길일 수 없다.   

정치가의 연설은 내실을 기하지 못해도 안 되거니와 내실을 기하되 표현을 잘 못 해도 문제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의 어눌은 하지만 신중한 발언과 외국 정치인들의 달변이지만 말잔치나 겉치레가 거세되고 실속을 기한 발언이 결합되었으면 가장 이상적인 정치발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7.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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