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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면 되지 뭐!(우상렬101)
2007년 10월 23일 15시 05분  조회:4362  추천:65  작성자: 우상렬

졸업하면 되지 뭐!


우상렬



고중 때하고 대학 때 무엇이 다르냐? 고중 때는 60점을 맞아서는 안되지만 대학 때는 60점을 맞아도 괜찮다. 고중 때 60점 만세를 부르면 좋은 대학은커녕 일반대학조차도 붙기 힘들다. 그래서 고중은 100점 만세다. 이것이 고중생들을 죽인다. 그러나 대학은 60점 만세 불러도 안일무사. 얼마든지 졸업한다. 대학 왜 붙냐? 졸업할려고 붙지. 그럼 홀가분하게 60점 만세를 불러버려. 성적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얼마나 자유롭고 좋은데. 대학은 자유를 누리는 거야. 그럼 무슨 자유냐? 공부 안 하는 자유? 물론 그것은 아니야. 내 멋대로 하고픈 공부를 하는 거야. 그럼 무슨 공부냐? 니 흥취에 따라 한다 이거야. 예컨대 전공과와 비전공과가 있다 하자. 니 아무래도 전공과에 흥취 가겠지? 무슨 정치사상교육이요, 도덕사상교육이요 하는 공통과 같은 비전공과는 진저리가 나지? 그러면 졸업할 정도의 60점 만세를 부르는 거야. 适者生存이 아니냐? 그러나 전공과는 100점 만세를 부르는 거야. 그런데 전공과 가운데도 하기 싫은 거 있고 하기 좋은 거 있지? 우리 조선언어문학 전공이라고 하자. 니는 딱 문학만을 좋아하는데 무슨 뚱딴지같이 고대조선어요, 현대조선어요 하는 것들이 또 튀어나온다 이거지? 그럼 그것도 훅 불어버리, 60점 만세로. 이런 하기 싫은 공부는 60점 만세로 상식적인 차원에서 떼우면 되는 거야. 그럼 문학 공부는 어쩌지? 그것은 100점 만세. 물론 문학 가운데도 문학사가 있을 거고 문학창작이 있을 거고 문학이론이 있을 거야. 여기에도 흥취에 따라 공부하는 논리가 적용되는 거야. 물론 이 3자는 문학의 유기적인 三足鼎立 형국을 이루고 있는 지라 어느 하나를 제멋대로 偏废해서는 안 되지. 이 세상에 절대적인 자유나 절대적인 흥취는 없는 거야. 물론 작가가 안 될 바에야, 아니 글쓰기에 흥취가 없다면 굳이 문학창작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 나는 대학교 때 문학이론과 문학사 관련 과목에 좀 미쳐났지. 문학이론 과목은 너무 좋아하여 돈이 그리 여유 있는 것 아닌데 그 당시 교수들만 주문해보는 전문잡지까지도 사사로이 주문하여 보기도 했네. 그러다가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 문학연구생 시험을 주로 전공과목으로 문학이론과 문학사 관련 시험을 보는 지라 연구생도 떼놓은 당상으로 붙은 셈이지. 내 자랑 같아서 좀 안 되었네.

그럼 왜 흥취를 강조하지? 흥취는 바로 니 개성과 특장과 연결되기 때문이야. 흥취는 무의식적인 것으로서 한 사람의 천성적인 개성과 특장을 가장 집중적으로 나타내지. 물론 흥취를 후천적으로 키울 수 있겠지만 그것의 가장 치명적인 허점은 바로 그 사람의 천성적인 개성과 특장과 이탈되는 거야. 심층심리학적으로 놓고 볼 때 자기의 흥취에 맞게 몰입하다 보면 그 고유의 개성과 특장도 살아난다는 논리다. 흥취 만세를 부르는 것은 바로 자기에게 충실한 것으로 자기의 타고난 개성과 특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본 출발점. 현재 세계 최고의 갑부하면 누구지?  단연 가장 작은 규모의 회사로 가장 큰 이윤을 창출하는 빌게이츠. 그럼 빌게이츠는 어떤 사람이냐? 미국의 어느 별 볼일 없는 대학에 2학년인가 3학년에 다니다가 자기의 컴퓨터 흥취와는 전혀 맞지 않으니까 다 팽개치고 나와 친구와 남의 창고를 빌어 컴퓨터회사를 꾸려 컴퓨터매니아가 된 것이 오늘날 세계 굴지의 IBM 회사의 출발점.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흥취는 성공의 어머니야! 알았어? 

흥취에 따른 대학공부, 그래 쉽고 재미나쟈? 그래 흥취에 따라 공부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매니아가 되는 경우가 많아. 매니아, 자기가 좋아하는 그 무엇에 푹 빠지는 거. 자기가 좋아하는 과목이나 전공에 푹 빠지는 것도 매니아야. 매니아는 행복해. 일단 하루하루가 충실해 공허할 때가 없어.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이 세상 최고의 즐거운 일일진대 다른 그 어떤 부러운 것이 없어. 그러니 대학교 때 가장 신경이 쓰이기 쉬운 장학금의 멍에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별 볼일 없는 身外之物인 학생회 간부니 무어니 하는 데에도 초탈할 수 있다. 그러니 일종 도적인 경지야. 밥을 몇 끼 안 먹어도 별로 배고프지 않을 거야. 옷을 좀 초라하게 입어도 안 벗었으면 되었지 하는 식으로 웃어넘길 수도 있는 거야.

이 매니아가 되고 보면 내가 흥취를 느끼고 좋아하는 과목은 100점이 아니라 그 이상도 맞을 수 있으며 정말 그 분야의 최고---베트랑이 될 수 있다. 몰론 그 밖의 과목 점수는 60점 만세나 그 이하로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전반 졸업 과목점수를 보면 들쑹날쑹. 어떤 과목은 여러 번 보충시험에 겨우 60점 턱걸이를 한 흔적도 역연. 그래서 100점 만세의 우수 졸업생하고는 인연이 멀다.

그러나 이런 매니아 졸업생은 사회적응력이 훨씬 강하다. 사회는 이런 매니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세밀한 분공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니 高分低能의 ‘通才’보다는 한 곬을 깊게 판 매니아---除你莫属가 더 수요된다. 이를테면 외국어 하나만 놓고 보아도 무슨 시험점수니 자격증을 떠나서 그 나라 사람처럼 자유자재로 하는 매니아---베트랑이 필요한 것이다. 현대사회는  어중간한 一人多役보다는 바로 매니아적인 一人一专의 베트랑을 수요하고 있다.

200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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