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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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텔지아(우상렬105)
2007년 10월 26일 15시 48분  조회:4857  추천:100  작성자: 우상렬

노스텔지아


우상렬


인간은 喜新厌旧다? 그렇다. 분명히 인간은 새 것을 좋아하고 낡은 것을 싫어한다. 남자들이 입으로 조강지처를 외우면서도 눈은 항상 다른 여자들을 여겨보듯이. 그러나 인간에게는 또한 분명 노스텔지아(nostalgia)적인 경향이 있다. 이른바 恋旧癖가 그것이다. 
恋旧癖. 옛 것을 좋아한다. 거저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고 癖적이다. 그러니 가히 무의식적이라 할 수 있다. 무의식적인 恋旧癖---노스텔지아 천태만상.

인간은 시작과 끝에서 시작이 절반이라고 시작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이상적인 善始善终으로부터 도덕교훈적인 保持晚节이니,비극적인 始乱终弃, 一不做二不休에 이르기까지 끝에 포인트를 둔다. 훗날 노스텔지아적인 되돌아봄에 후회없이 살기 위해서다. 그리고 처음 만남은 인연으로 풀이하면서 귀중히 여기고 마지막 헤어짐은 더 없는 아쉬움으로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일종 노스텔지아적인 애수 때문이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 성공할 수 있은 것은 바로 이 ‘마지막’이 크게 한 몫 했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 호칭에 老朋友,老战友, 老同学 등 老자를 잘 넣어 부른다. 이전에 어쩌다가 피긋 만난적이 있을 뿐인데 이 老자를 넣어 불러준다. 귀 맛 좋다. 물론 여기에는 老金, 小金 하듯이 존경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겠지만 新老朋友 하듯이 老자 하나로 노스텔지아적인 친밀감을 짜 넣고 있기도 하다.

우리 조선사람들 희떠운 소리 잘 한다. 그래 양반이 아니고 젊었을 때 범 잡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나와봐라. 이때는 똑 마치 우리도 이전에 잘 살았는데 하는 아Q와 사돈에 팔촌. 아Q정신은 노스텔지아를 기저에 깔고 있다.

내가 대학시험에 붙기 위해 아득바득한 유일한 동기는 집을 떠나기 위해서다. 그때 집이라는 것이 왜 그렇게 싫든지. 어떤 때는 엄마, 아버지조차 보기 싫었다. 그래서 대학교에 붙으니 살 것 같았다. 집을 떠나는 그 홀가분함이여, 나를 훨훨 날게 했다. 그런데 대학교에 가서 한 학기도 채 넘기지 못했는데 집에 가고픈 마음은 정말 归心似箭. 엄마, 아버지가 보고 싶고 집에 있는 모든 것이 보고 싶다.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초라할 지라도. 그래서 한 학기가 끝나기 바쁘게 집으로 막 달려갔다. 그런데 집에 가 있을라니 또 별로다. 학교에 가고픈 마음이 꿀 같다. 그래서 한 달이 채 안되어 학교로 오고 말았다. 그리고 개학이 되어 공부를 하는데 또 얼마 있지 않으니 집에 가고 싶다. 그래서 겨우 방학까지 참아 집에 가니 또 학교에 오고 싶고… 다름아닌 노스텔지아와 喜新厌旧의 이율배반적인 감정 헷갈림에 놀아났기 때문이다. 

바로 이 노스텔지아 때문에 동년은 다 아름답다. 아무리 고아로 자라났다 해도 어른이 되어서 동년을 뒤돌아볼 때 동년은 이미 불행한 기억을 떨쳐버린 노스텔지아를 자극하는 심미대상이다. 떠나온 고향도 마찬가지다. 고향이 아무리 살기 어려워 떠났어도 세월이 약이라고 세월이 흐르면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향수에 빠진다. 그래서 동년, 고향을 노래한 문학예술은 우리의 영원한 노스텔지아 공감대다.
현대인간들은 여행을 하기 좋아한다. 여행을 하는 기본 동기의 하나가 바로 이 노스텔지아다. 유적---옛 사람, 옛 터 찾아보고 古色古香 느끼고 맛보기. 그래서 흘러간 옛 노래나 민속촌은 우리의 영원한 노스텔지아 고향이다. 

골등품 수집, 별로 쓸 데도 없는 옛 것을 집안에 끌어들여 내 것으로 만들기. 옛 것을 소유함으로써 노스텔지아를 최고로 만족 받는다.
패션, 옷의 유행을 주도한다. 그 유행 가운데 하나가 복고풍. 전통복장의 부활은 바로 사람들의 노스텔지아에 영합한 것이다. 개량한복은 그 전형적인 보기다.

계획생육, 현재 잘 지켜지고 있는 듯 하다. 우리 조선족은 둘 낳으라는 아이도 하나밖에 안 낳는다. 모두들 달랑 하나만 낳는다. 优生优育하겠단다. 그런데 고놈 하나 달랑 있는 게 애처롭다, 불쌍하다. 이전에 우리가 클 때는 안 그랬는데… 히아, 오빠, 언니, 동생… 얼마나 화기애애하고 재미났어. 이것이 우리의 노스텔지아를 자극한다. 그래서 고놈들 애처롭고 불쌍하다. 그래서 ‘中国的小皇帝’,응석받이로 키우고 만다. 

개혁개방, 참 좋다. 일단 먹을 것이 흔해 좋다. 그런데 사람들 일에, 돈에 미쳐나 제정신이 아니다. 人心不古. 이전에 안 그랬는데. 좀 못 살았어도 사람들 마음 하나만은 좋았는데. 그리고 들에 나가면 노래 소리 흘러 넘치고… 사람들 머리 절레절레 흔든다. 개혁개방 전의 노스텔지아에 빠졌다. 그래서 모택동의 초상을 새로 모시고 등소평의 1원보다는 모택동의 10전이 좋단다.

문학예술도 바로 인간의 이 노스텔지아를 잘 발산하여 성공한 작품이 대단히 많다. 뿌쉬낀의 <생활이 그대를 속히더라도…>를 보자. 생활이 그대를 속히더라도/참고 견디면 우울한 날은 가고 아름다운 내일이 오리라! 대충 적어보면 이러루한 시다. 현재의 생활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이제 그것이 세월과 더불어 지나가고 나면 우리의 노스텔지아를 자극하고 만족시키는 한 감로수가 되니 참고 견디라는 말이 된다. 이로부터 생의 용기를 북돋아주고 희망을 안겨준 명작. 

노스텔지아는 일상생활이나 문학예술작품에서뿐만 아니라 심오한 사상, 철학에서도 나타난다. 공자의 周나라 대동세계, 노자의 小国寡民, 전형적인 노스텔지아적인 흘러간 옛날에서 이상향 추구하기.

노스텔지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현대는 지구촌 글로벌시대하며 세계가 하나로 되어 가며 정말 대동세계가 이루어지는 듯하다. 그러니 민족적인, 지역적인 노스텔지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대두됨은 당연한 논리다. 가장 민족적인,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논리도 이 노스텔지아의 자아확보를 위한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왜서 노스텔지아냐? 그것은 떨어버릴 수 없는 숙명이냐? 그렇다. 그것은 이미 우리 인간의 집단무의식이 되어 있다. 우리는 완전무결함을 추구한다. 그런데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것은 없음. 그래서 현실은 항상 불만족스럽고 우리는 우울하고 슬프다. 바로 우리는 이 우울하고 슬픈 마음을 떨쳐버리기 위해 뒤로 돌아본다. 앞은 불확실하고 구체적으로 안겨오는 것이 없다. 바로 현재 우리가 심미거리를 형성하고 있는 이 ‘돌아본 뒤’에 현실의 반대급부로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있다. 그것이 이미 도태된 구닥다리고 한 물 간 것이어도 좋다. 그래서 노스텔지아는 감상적 센티멘탈이즘에 잘 빠지기도 한다. 이것이 문제면 문제라겠다. 그러나 우리 별 볼일 없는 촌놈들이 현실의 우울과 슬픔을 가셔줄 노스텔지아에 좀 빠지면 뭘 하냐? 하늘이 무너지냐? 우리 같이 빠져 보기오!

2007-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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