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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얼굴에 침을 벹으마! (우상렬)
2007년 11월 22일 16시 00분  조회:4541  추천:87  작성자: 우상렬

네 얼굴에 침을 벹으마!



우상렬



대학교 신입생입학시즌. 신입생이 몰려온다. 商機를 잡은 재학생들 신입생의 돈주머니를 노려 난전을 벌이고 사구려를 외쳐대기에 바쁘다. 서로 터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시끌벅적 아귀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대학교 졸업시즌. 졸업생들이 자기가 쓰던 물건을 팔기에 바쁘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열린다는 벼룩시장-대학생들이 물건을 내다 파느라고 제정신이 아니다. 어느새 이것이 우리 대학교의 한 풍경이  되고 말았다. 학교당국에서는 자기네 학생들이 商機를 잡을 줄 아는 똑똑한 학생들이요, 배운 지식을 실천에 옮길 줄 아는 지행합일자요, 그리고 근검절약하고 자아 독립할 줄 아는 등등 칭찬이 자자하다. 그런데 나는 자꾸 그만 허구픈 웃음이 나오고 만다. 그러다가 요새는 네 얼굴에 침을 벹으마!로 격해지고 말았다.

나는 대학생들이 돈에 미쳐나는 것을 못 보아 주겠다. 특히 선배라는 작자들이 멋모르는 신입생이나 아껴줘야 할 후배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은 어쩐지 꼴볼견. 내가 대학교에 입학할 때다. 선배들이 따뜻이 마중해주고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주기도 했다. 나는 선배들이 챙겨준 그 졸업생들이 남기고 간 물건들을 쓸 때마다 따뜻한 인간의 정에 항상 고마움을 느끼곤 했다. 나의 한 졸업생 술꾼 선배는 나에게 자기가 보던 책을 싹 넘겨주며 하는 말이 ‘야, 4년간 공부해보니 나는 공부할 놈이 아니야. 그러니 나는 돈이나 벌으련다. 이 책은 다 니가 가져. 너는 공부하면 될 것 같애.’나는 술꾼 선배의 이 한마디 말에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 선배가 넘겨준 사전들을 뒤지노라면 감개무량해난다. 몇 년 전에 우리 동북의 어느 명문대학교에 대학입시시험 채점을 하러 갔다가 졸업생들이 캠퍼스에서 자기가 보던 책을 다문 몇 푼이라도 받고 팔겠노라고 하루 점도록  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그 멋진 선배가 생각키웠다. 선배는 현재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대범한 선배는 꼭 부자가 되었을 거야! 그립다. 다음 순간, 서글픈 현실에 쓴웃음이 나왔다. 현재 내가 와 있는 이 남방의 명문대학교의 졸업생들은 우리 동북 명문의 졸업생들을 뺨칠 정도다. 자기가 쓰던 이부자리까지 내다 팔기에 바쁘니 말이다. 기숙사구역에서 이부자리를 사러 온 ‘무지랭이’ 촌아준마들하고 가격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은 참 가관이다.

돈을 모르고 순수하던 우리 대학생들이 언제 이렇게 돈에 아득바득이 되었지? 현재는 언제 어디서나 무엇에나 돈을 아득바득 따지는 시장경제세상이니... 하고 모든 것을 여기에 밀어 붙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제3자에 원인을 돌리기 전에 진리와 착함과 아름다움을 가르쳐야 할 우리 대학이 여기서 많이 빗나가 있음을 자성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는 청빈하지만 대바르고 꼿꼿한 선비정신을 잃었다. 적어도 우리 대학교는 학비 안 받는데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학생들하고 돈을 따지게 된다. 그리고 우리 대학 교수들 강의료 안 받고 강의할 놈 몇이나 되지? 시장경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언젠가 모두들 알아서 돈 버는 세상이랍시고 우리 대학 교수라는 양반들이 낮에는 강의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 여행사 가이드노릇도 하고 저녁에는 양꼬치를 구워서 팔기도 했지. 돈에 미쳐나면 이런 해프닝도 얼마든지 벌린다. 이런 우리의 철따구니 없는 자화상이 上行下效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나는 한국의 선배문화가 참 멋져 보인다. 한국은 자본주의, 우리보다는  한참 자본주의. 그런데 한국은 인정이 남아있다. 그래 한국에서 대학 캠퍼스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이나 후배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걸 보았느냐? 그래 졸업생들이 자기가 쓰던 물건을 다문 몇 푼이라도 받겠다고 하루 점도록 서 있는 꼬락서니를 보았느냐? 나는 보지 못했다. 아니, 나는 보았다. 그들도 장사하는 것을. 그러나 우리처럼 쫀쫀하지 않고 영악스럽지 않은 자선바자회말이다! 그리고 나는 다만 선배들의 호기어린 깡다구와 지나친 관심에 신입생이나 후배들이 좀은  피곤해하는 것은 보았다. 기분 나쁘지 않은 그런 피곤함.

나는 우리 대학생들이 돈하고 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사회에 나가 돈 버는데 이골이 트고 악돌이 되더라도. 우리 대학도 有敎無類, 학생들하고 돈 노름을 좀 적게 해야 한다. 대학생은 어디까지나 眞善美의 화신이고 대학교는 어디까지나 眞善美의 신성한 전당이거늘. 그러나 오늘날  眞善美가 어린 이런 충언은 사상누각의 허황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서글픈 현실이다.

그러나 나는 외치련다. 적어도 내가 몸담고 있는 연변대학,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학생들만이라도 그러지 말기를!

 


2007.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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