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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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선어 잘 나가고 있다
2008년 10월 31일 15시 43분  조회:6381  추천:86  작성자: 우상렬

중국 조선어 잘 나가고 있다


우상렬



‘중국 조선어 어디로 가나?’라는 문제를 두고 적어도 두 가지 관점이 팽팽히 맞설 줄로 안다. 하나는 낙관론, 다른 하나는 비관론. 필자는 낙관론자. 물론 맹목적인 낙관론자는 아니다.

현재 우리가 학술적으로 조선의 조선어니, 한국의 한국어니, 중국 조선어니 하지만 사실 이 문제는 이것이 그것이고 그것이 이것인 것으로 별개의 것이 아니다. 다 뛸 데 없는 우리 말과 글인 것이다. 일종 지역적인‘방언’차이라고나 할까,별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중국어의 경우 지역적인 방언차이하고는 천양지차다. 그래 남북한이 회담을 할 때 ‘통역’이 필요하단 말인가? 우리 조선족은 남북을 자유롭게 접촉하면서 언어장애를 그리 느끼지 않지 않은가?

이런 거시적인 언어실천 차원에서 놓고 볼 때 중국 조선어는 이미 남북 모국어를 비롯한 범 세계적인 우리 말과 글과 하나가 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중국 조선어 위기 및 그에 따른 비관론은 운운할 여지도 못 된다.그래 약 8천만 인구가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언어가 증발할 수 있단 말인가? 하물며 현재 남북 모국과 우리 조선족은 하나가 되어 돌아가면서 중국에서 우리 말과 글의 자장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의 일반 대학교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유수의 명문 대학교에서도 한국어 열기는 현재 진행형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한국어 교수는 100%에 가깝게 우리 조선족들이다.물론 이들 가운데는 중국조선어식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크게 문제될 거는 없다. 일부 어휘사용이나 톤의 흐름과 같은 데서 지엽적인 문제는 생길지언정 한국어의 전반 어휘체계나 음운체계에서 빗나가는 것은 아니다. 워낙 근본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교통하기 전 중국에서의 우리 말과글 교육은 조선의 조선어식이었다. 조선의 조선어식이 우리 중국 조선어의 대종을 이루었던 것이다. 당시 이런 중국 조선어를 배운 한족을 비롯한 타민족들이 현재 한국어도 그 누구보다도 잘 구사하고 한국어 교육이나 연구의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중국 조선어는 워낙 한국어와 ‘同根生’일 뿐만 아니라 쌍둥이 형제임에라! 이들은 오히려 조선의 조선어 및 중국 조선어라는 참조계를 하나 더 가짐으로써 우리 말과 글에 대한 광역의 폭을 확보할 수 있었고 한국어에 대한 인지나 교육 및 연구도 그 만큼 잘 된다고 한다. 자, 그러니 조선의 조선어, 한국의 한국어, 그리고 중국의 조선어는 근본적으로 같은 범 세계적인 우리 민족의 우리 말과 글이라는 거시적인 범주 차원에서 문제를 볼 때 비관론은 하등의 이유가 없다.

여기에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말과 글의 우수성을 떠올려본다. 필자가 중국인을 상대로 가르친 경험에 의하더라도 일단 우리 말과 글은 참 배우기 쉽다. 자음, 모음 척척 주어 맞추면 말이 되고 글자가 된다. 그리고 의성의태어를 비롯한 뚸어난 표현력도 두 말 하면 잔소리다. 바로 이런 언어이기에 유엔의 教科文组织에서‘훈민정음’한글을 세계문맹퇴치의 언어로 지정한 줄로 안다. 그리고 세계 많은 언어석학들이 우리 말과 글의 음운론 등 여러 방면의 가치를 충분히 긍정하고 있다.

언어는 도구.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효률적이면 최상의 도구. 우리 말과 글은 바로 이런 도구. 그러니 그 누구든지 우리 말과 글을 배워보았거나 사용해보면 그 매력에 빠져 버린다. 중국 조선어도 바로 이런 언어다. 우리에게는 중국 조선어를 바라보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일반의 논리로 굳이 중국 조선어 자체를 쪽 놓고 보더라도 중국 조선어는 미래지향적인 거창한 존재의 이유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 조선어는 조선의 조선어, 한국의 한국어의 장점을 모두 보유할 수 있으며 보유하고 있는 입지에 있다. 물론 중국 조선어는 개혁개방 전에는 조선의 조선어에 경도되었다가 그 후는 한국의 한국어에 경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 조선어는 당지 중국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왔다. 그래서 중국 조선어는 난맥상을 드러내는 듯도 하다.

조선식, 한국식, 중국식…∼ 언어는 어디까지나 도구. 조선식이든 한국식이든 우리의 의사를 자유자재로 충분히 표달하고 교류할 수 있으면 다 좋은 것이다. 굳이 평양표준어요, 서울표준어요 하며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 현 단계  조선에서의 한국식, 한국에서의 조선식은 잘 통하지 않는다. 조선식이나 한국식은 이념,적어도 정서적으로 이념적인 것에 절어있다. 그래서 뿌리가 같은 ‘同根生’임에도 불구하고 일종 상호 배타성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사람 그 누가 평양시내에서 한국식으로 한 번 큰 소리로 말해보라. 아니꼬운 눈총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조선 사람 그 누가 서울시내에서 조선식으로 한 번 큰 소리로 말해보라. 적어도 이상한 눈총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북경, 아니 우리 연길에서 한국 사람, 조선 사람 그 누구든지, 조선식이든지, 한국식이든지  마음대로 말해보라. 여기서는 아무런 꺼리낌도 없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것이다.

우리 중국 조선어는 남북 고국의 정치적 이념대립에서 그 만큼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이 되겠다.그러니 조선식이니, 한국식이니 하며 맹목적으로 따라 갈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이들의 극단적인 고유어고수나 외래어남용 같은 나쁜 경향을 바로 잡고 조선식 표현의 阳刚之美와 한국식 표현의 阴柔之美 같은 장점을 아울러 제3의 중국 조선족식 우리 말과 글, 아니 통일Korean의 한 모델을 창출할 때 수 있다고 믿는다.

<중국흑룡강조선신문>의 우리 글 구사는 기정사실화로 그 구체적인 한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바로 여기에서 중국조선어의 개방성, 역동성, 창조성이 돋보인다.중국 조선족의 남북 가교역할, 이런 지정학적 위치가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사실 중국 조선어 자체의 존재여부의 가장 큰 변수는 뭐니뭐니 해도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정책에 달려 있다. 소수민족의 언어문자를 존중하고 보호해주는 민족정책은 중국 조선어 존재의 근본 정치적 보장으로 된다.사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이런 소수민족정책을 펴왔고 앞으로도 계속 펴나갈 것이다.

다원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는 전반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중국의 이런 소수민족청책은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다. 바로 이런 소수민족정책 하에 중국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중국 조선어의 전일체적인 교육이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연변대학교가 전형적인 한 보기가 되겠다.

이런 정치적 보장이 있는 전제 조건 하에 중국 조선어의 뿌리와 샘골 역할을 할 남북 모국의 역할을 생각해볼 수 있다. 중국 조선어는 남북 고국과의 끊임없는 인적 물적 교류에 따라 풍전등화가 아니라‘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뿌리 깊은 나무고 가뭄에 마르지 않는 깊은 샘’이 되고 있다.

현재 모국의 정부 차원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민간 차원에서 우리 말과 글의 활성화를 위한 물심양면으로 되는 성원과 지원 및 조치는 이 뿌리와 샘골의 감로수에 다름 아니다. 조선족 학교를 비롯한 우리 말과 글을 직접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기관에 대한 대폭적인 성원과 지원은 무엇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그리고 제도적인 차원에서 취해진 일련의 조치들은 즉각적인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얼마 전부터 실시된 중국 조선족 무연고자 노무취업을 위한 실무한국어시험제도는 결과적으로 중국에서 한국어를 비롯한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중시와 활성화를 가져왔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앞으로 이런 제도와 조치는 중국 조선족 범위에 국한되지 말고 전반 중국인 노무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영역을 넓혀 나간다면 그 효과는 더욱 가시적이라 생각된다.

현재 주로 대학생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외에 중국에서의 우리 말과 글 관련 많은 이벤트들도 중국 조선어를 비롯한 우리 말과 글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 말과 글 웅변대회 및 글짓기 백일장 등등은 중국에서의 우리 말과 글의 성세를 조성하고 있다.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모국의 존재 및 그 모국의 대폭적인 성원과 지원 및 실제적인 제도와 조치의 가동은 중국 조선어의 마르지 않는 활력수로 된다. 이 점을 현재 중국의 많은 소수민족들 가운데 본 민족의 언어문자는 있되 해외에 우리 조선족들처럼 모국이 없는 민족의 경우의 언어실태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언어의 현실적 논리는 경제적 논리와 문화적 논리에 긴밀히 부착되어 있다. 언어는 경제와 문화의 皮毛에 다름 아니다. 세계어가 번연히 있으면서도 영어가 세계어 행세를 하는 그 이면에는 바로‘대영제국’으로부터 시작하여 미국으로 이어지는 경제적 힘의 논리가 많이 작용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현재 중국에서의 한국어붐도 1차적으로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떠나서는 논할 여지가 못 된다. 한국 기업체의 활발한 중국진출이 중국인들의 한국어에 대한 현실적 필요를 자극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한국의 경제적 위상 및 한국어붐은 우리 중국 조선어의 위상도 올려주었다. 우리 연변에서 한족들이 조선족 유치원 및 학교 선호는 그 한 보기가 되겠다.

현 단계 전 세계적인 시장경제 논리의 확산은 경제발전국의 언어가치를 계속 고양시킬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놓고볼 때 언젠가 조선 경제의 비약은 중국에서의 조선어붐을 몰고 온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현 단계 물론 경제적 논리가 우선이겠지만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고 선진국을 바라보고 나아갈 때 문화적 가치가 점점 더 고양됨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논리로 볼 때 조선-한국의 전통문화의 우수성 및 여기에 접목된 중국 조선족 문화의 우수성은 한국어, 조선어 내지는 중국 조선어의 위상도 아울러 높혀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류, 바로 한국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대중문화의 발산에 다름 아니다. 조선-한국 및 중국 조선족 문화의 우수성과 그 매력은 그 언어에 대한 친화력이나 감지로 나아가게 된다. 현재 중국의 많은 젊은애들은 바로 이 한류에 ‘감염’되어 우리 말과 글을 배우게 되었단다. 그렇다. 언어는 문화의 탑지체이고 전파매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럴진대 경제적 속물보다는 문화민족으로 살아남는 것이 그 언어를 살리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중국 조선족은 고국의 전통문화와 중국의 새로운 문화를 잘도 갈무리해 나가면서 문화민족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는 중국 조선어 매력의 문화적 바탕을 마련하고  있다. 

이상 국내외적인 주객관적 논리로 볼 때 중국 조선어에 대해 비관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눈 앞의 조선족 현실을 놓고 볼 때 그런 비관론을 갖는 것도 이해는 간다. 지난 세기 90년대 이래 조선족 인구의 마이나스성장, 본격적인 시장경제의 가동 및 도시화의 진척, 그리고 해외진출과 더불어 조선족 농촌마을의 급격한 파탄 등으로부터 야기된 조선족 학교의 절대적 감소 등 일련의 파노라마적으로 펼쳐진 ‘비극’적 사실은 그럴만하다.

그런데 祸속에 福이 있고 福속에 祸가 있는 법. 조선족 농촌의 파탄은 조선족의 증발을 의미하는 것은아니다. 그것은 도시에로의 진출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조선족 도시군락을 형성한다. 조선족 학교도 이제는 물량보다는 새로운 질적인 도약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우리 조선족과 동고동락의 한 운명체가 된 신조선족으로 부상한 한국인들이 대거 몰려든다. 심양의 西塔, 북경의 望京... 산동 청도지역에서만도 20여만 명의 조선족-한국인군체를 이루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 이제  곧 중국에서의 100만 명 한국인 시대를 맞이한다고 하지 않는가. 한국인들의 역동적인 중국 진출 및 조선족과의 합류는 한국어와 중국 조선어의 융합을 이루게 되며 새로운 우리 말과 글의 자장을 형성할 것이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현대는 인터넷세상. 세상이 좁다하다 할 정도로 우리의 거리를 좁혀주며 하나로 만들고 있다. 인터넷세상은 우리 말과 글 도 하나로 이어놓았다. 한국의‘daum’을 비롯한 우리 말과 글로 된 포탈 사이트들도 참 많다. 이런 사이트들은 공간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어디에서든지 열어볼 수 있다. 우리 글뿐만 아니라 실시간대로 우리 말 뉴스도 접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어떤 외딴 곳에 가 있더라도 우리 말과 글에 대한 향수병은 일단 이런 포탈 사이트로 떨어버릴 수 있으니 중국 조선어는 적어도 이런 사이트 내지 사이버공간에서 잘 살아남을 것이다.

물론 이런 논리는 중국 조선어에 대한 민족적 사명감 등 당위성적인 논리가 밑받침 될 때 더 확실하게 살아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중국 조선족은 고국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중국 조선족으로서의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우월감 등은 민족언어에 대한 다함없는 사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중국 조선어 위기설이니 비관론이니 하는 것도 실은 이런 민족언어에 대한 사랑의 다른 한 보기에 다름 아니다.

<중국흑룡강조선신문>의 이번 ‘중국 조선어 어디로 가나?’라는 지상토론도 바로 이런 사랑에서 출발한 것인 줄로 안다.‘중국 조선어 잘 나가고 있습니다’, 필자의 낙관론이 중국조선어를 사랑하는 모든이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이 글을 가름하도록 한다. 

200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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