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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허물기 (우상렬)
2010년 11월 24일 21시 11분  조회:4919  추천:49  작성자: 우상렬

경계 허물기


우상렬 연변대학 교수



경계는 일종 질서. 그렇다하여 경계를 맹신하거나 그것에 매이면 그 삶은 답답해나고 가련해보인다.

1980년 구소련 모스크바에서 올림픽 개최, 그런데 미국을 위시한 자본주의진영 불참. 1984년 미국 로스안젤스에서 올림픽 개최, 그런데 구소련을 위시한 절대다수의 사회주의진영 불참. 이른바 동서랭전시기 경계는 이렇게 분명하다. 정치와 하등의 관계가 없는것 같은 스포츠에서조차 그 경계는 이렇게 침투되였다. 그런데 1988년 서울올림픽, “손에 손 잡고 벽을 허물고” 용하게 동서화합을 이끌어냈다. 동서의 경계를 허물고 랭전을 종식했다. 어쩌면 코리아의 다이내믹한 력동성이 한몫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는 곧바로 본격적인 정치의 민주화와 경제의 글로벌화로 나아갔다. 이른바 각국의 정치, 경제가 함께 가는듯 했다. 여기에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일종 해체주의를 표방하는 철학사조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많은 경계들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소통의 길이 트였다. 그래서 현재 우리의 숨통도 많이 트이고 삶도 훨씬 좋아진것은 아닐가.

나는 1980년대 초반 대학교에 붙어 열심히 연변으로 달려 왔다. 당시 연변은 분명 촌구석이지만 나에게 매력 만점. 연변에 오면 다른 나라, 다른 세상을 마음대로 볼수 있을것 같았기때문. 그런데 나는 연변에 와서 정말 답답해났고 서글퍼났다. 두만강이라는 국경이 나를 쩍 막아나섰다. 오히려 더 답답해났다. 나는 그때 인간을 저주했다. 지구는 너나 없이 둥글둥글 어울려 살라고 둥글둥굴하게 만들어진것 같은데 인간은 왜 이렇게 옹졸하게 니것 내것 따지며 “땅 긋어 자기 울안 만드는”거지? 내가 대학교 4년 기간에 머리를 갸웃하고 가장 심각하게 생각한 문제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였다. 그러다가 어느 하루아침에 마음만 먹으면 국경도 마음대로 넘나들수 있다는 그 말에 나는 그만 환심장을 했다. 그래서 결국 옹졸하고 알량한 내 마음도 풀렸다.

그런데 이런 거창한 국제적인 문제, 자잘한 내 문제는 좀 그러니까 코앞에 빤히 보이는 우리 연길을 좀 보도록 하자. 연길은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수부. 그러니 분명 중국땅. 그래서 우리도 “담장쌓기”문화가 자연적으로 몸에 배인것일가, 조그마한 연길시 도처에 담장이 세워졌었다. 나와 너의 경계를 분명히 가르는 담장, 참 답답할시구!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담장허물기운동”이 시작되였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일이였지만 그러나 이 일은 정말 잘 보아줄만 일이였다. 담장을 허무니 우리 모두들의 거리가 가까와졌고 연길시내는 그만큼 넓어졌고 밝아보인다. 실은 우리의 마음이 그만큼 넓어지고 밝아졌다.

경계 허물기,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분명 보이거나 또는 보이지 않는 많은 경계들이 허물어지고있다. 그래서 미국의 어느 저명한 문화학자는 현재 “세계는 평평한것이다”고 했던가.

우리 문학에서도 경계는 허물어지고있다. 쟝르 하나만 놓고봐도 그렇다. 무슨 시요, 소설이요, 산문(주로 수필)이요 하지만 실제 창작을 보면 이들 사이 막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시―서정”, “소설―서사”하지만 서정과 서사는 워낙 쌍둥이자매. 그런만큼 서로 의지해 자기를 나타내는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 그럼 다시 “소설―픽션”, “산문―논픽션”을 보도록 하자. “픽션―허구”, 꾸미기란다. 그렇다하여 “천방야담(天方夜谈)”같은 기상천외의 이야기만 늘여놓아보라. 그것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은게 리해가 차단되며 허황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니 이 허황함을 갈무리할 진실감을 주는 논픽션을 곁들여야 한다. 이것을 본질의 진실이다 해도 좋고 세부적진실이다 해도 좋다. 소설은 바로 픽션과 논픽션의 “새끼꼬기”―허허실실인것이다.

문학쟝르의 경계 허물기―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로 오면 올수록 그것은 도를 더 높여간다. 모더니즘소설, 그것은 픽션적인 슈제트조차도 없다. 애초에 심리, 그것도 무의식을 짓궂게 물고 늘어진다. 그래서 모더니즘소설은 모두 모아 심리소설이라 해도 무방하다. 무슨 표현주의니, “블랙유머”니, 마환(魔幻)사실주의니 하는것도 그렇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거기에 한술 더 뜬다. 비탈린 패러디로 마음껏 해학, 풍자의 꽃을 피우고 퓨전적인 기기괴괴―크로테스크한 미를 창출하기도 한다. 그리고 “상호텍스트성”으로 여러 쟝르의 글들도 마음대로 가져온다. 한마디로 여기서는 어떤 특정적인 쟝르개념이 없다.

지난해 《연변문학》(2009. 4)에 발표된 한영남의 “웬만하면 발을 사랑하시지”라는 “단편소설”을 좀 보도록 하자. 머리와 발이 뒤바뀐 현대―가치가 전도되고 광고가 란발하는 세상에서 진실과 가상은 뒤죽박죽이 된다. 그래서 작자는 나름대로 소시민적이게 별 볼일 없이 발이나마 가지고 이죽거려본다. 그러니 이 소설은 현대인의 뒤틀린 심리를 보여준 전형적인 모더니즘 심리소설이고 또 광고를 패러디하고 모나리자를 끌어들이는 “상호텍스트성”도 보이고 자조적인 내포화된 자기반영성도 얼마간 보이고있어 포스트모더니즘적인 특색도 다분히 나타내고있다 하겠다. 현재를 사는, 톡톡 튀는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방식―또 대담한 경계 허물기라면 경계 허물기라 하겠다.

그러니 세상보기, 세상일하기, 문단에서 지내기, 문학을 하기가 모두 그런것이 아닐가. 기본에 충실하고 질서를 지키는것이 존재의 사실이라면 경계를 허물고 넓게 시야를 가지는것은 또 발전의 도리가 아닐가. 연길시에서 담장을 허물어 좋은 일이 되였는데 우리도 담장을 허물면 어떨가. 조금은 아쉽더라도, 조금은 거칠더라도, 조금은 미숙하더라도 담장을 허물고 또 새로운 세계 대하는것이 어떨가, 좋은 마음으로 좋은 세상을 바라면서 권장하는 내용이다.

201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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