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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 중국동포사회의 새로운 단계
2012년 02월 27일 09시 02분  조회:7512  추천:27  작성자: 정인갑

올해는 중한수교 20주년이 되는 해이며 중국동포의 한국행도 어언 30년이 가까워 온다. 중국속담에 ‘삼십 년 하동, 삼십 년 하서(三十年河東,三十年河西)’라는 말이 있듯이 30년이면 시대가 바뀐다. 재한 중국동포사회도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때가 되었다.

1980년대 상반기 한국에 처음 발을 디딜 때 중국동포나 한국인이나 모두 감개무량하여 서로 끌어안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 동포들은 한강기적으로 부흥한 한국에 긍지를 가졌으며 한국인들은 한 세기가 지났지만 타국에서 민족의 문화를 고스란히 지켜온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에 대해 감탄하였다. 과연 피는 물보다 짙음을 실감하고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은 잠시였다. 인간관계는 이해(利害)의 관계이고 감정은 이지(理智)를 대체 하지 못하며 현실은 이상보다 냉혹하다. 중국동포에게 한국은 이내 노다지판으로 간주되었다. 불법 입국, 사기 결혼, 불법 체류…일부 동포들은 금전 앞에서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한국인에게 중국동포는 부담거리, 고작해야 3D업종의 염가일꾼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으며 한국정부도 근시안적인 처사를 많이 하였다. 용역 사기, 비자 매매, 임금 체불, 부당한 구금과 강제 추방…. 중국동포들은 돈은 벌었지만 수 없는 피와 눈물을 흘렸다.

시간은 가고 세월은 흘렀으며 시대는 바뀌었다. 지금의 재한 중국동포는 이전의 중국 동포가 아니며 새로운 탈바꿈을 하고 있다. 재한 중국동포는 완전히 업그레이드하여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첫째, 재한 중국동포사회가 형성되었다. 독립유공자의 후손을 주축으로 하는 많은 중국동포들이 정당하게 한국국적으로 귀화할 수 있게 되었다. 2007년 방문취업제를 기해 중국동포의 한국행은 획기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H2, F4, F5를 주축으로 하는 여러 가지 형식의 비자를 받아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취업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한국체류 중국동포는 52만 명이며 그 중 국적 취득자가 12만 명이나 된다. 한국에는 엄연히 중국동포사회가 형성되었다.

둘째, 중국동포는 한국사회의 사회-정치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전에는 불이익을 당해도 벙어리 냉가슴 알이 하는 수밖에 없었으며 어디 가서 하소할 데도 없었다. 막다른 골목에 밀려 더는 참을 수 없는 형편이 되어도 동포를 불쌍히 여기는 한국 목사 등이 나서서 동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동포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딱한 사정을 해결해 주는 동포 자체의 사회단체, 행정업체, 언론이 수십 개나 된다. 동포들의 고독과 슬픔을 달래주는 친목회도 많이 생겼다.

이런 단체들이 한국의 각 유력 정당에게 서한을 보내 동포의 처우를 개선해 줄 것을 호소한 적도 있다. 최근에는 이런 단체, 언론, 친목회를 모아 단일 창구─재한 중국 동포단체연합회를 만들려고 움직이고 있다. 그 전형적인 사례로 이 연합회 준비위원회의 타이틀로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형주와 브리핑도 가진 적이 있다. 이번 브리핑에서 재한 중국동포의 처우를 개선해 줄 데 관한 많은 의견과 건의를 제출했다. 재한 중국동포가 스스로 자기를 고육하고 자기의 운명을 결정하는 새 시대가 바야흐로 다가오고 있다.

셋째, 중국동포는 3D업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고 있다. 중국동포는 중국 56가지 민족 중 교육 수준이 가장 높다고 자부할 정도로 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중국동포의 대부분은 F2비자이고, F2비자는3D의 36가지 업종에 밖에 취업할 수 없다는 엄격한 제한을 받았다. 이것이 중국동포가 3D업종에서 헤매는 주요 원인이겠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유학비자(D2)로 들어온 자가 누계 수천 명, 그 중 석사, 박사 학위공부를 하는 자만도 1,000명이 넘는다. 학위공부를 마치고, 또는 F4비자로 들어와 한국의 각 대학에서 현직교수를 하는 자가 20명이 넘는다. 한국의 각 회사, 기관, 단체에서 중견 직에 있는 자도 수없이 많다. 그들의 노력은 한국의 정치, 경제, 교육, 과학, 문화 등 분야에서 점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한 중국동포들로 구성된 장기협회, 연예인협회, 중의(中醫)협회, 여성 리더스협회, 축구협회, 미술?서예협회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런 협회의 결성은 동포사회 문화생활의 격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문화품위를 과시하고 있다.

넷째, 동포들의 투자 등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선은 동포들이 경영하는 식당, 점포 등 영세업체이다. 다음은 동포들의 부동산 구입이다. 중국에서 성장한 동포 기업가들의 한국 투자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G2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해외 진출에 따라 중국의 자본을 한국으로 유치시키는 중개업자도 많아지고 있다. 동포 사업가들의 부상은 멀지 않은 장래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동포들에 대한 고무와 격려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중국동포가 갈 길은 아직 멀며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많은 동포가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합격된 한국국민이 되려면 아직 거리가 멀다. 아직 한국의 역사, 문화, 풍속, 습관에 생소한 사람이 많으며 한국의 각종 정치제도와 시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동포는 상기의 변화와 걸맞게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한국 정부가 중국동포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문제점이 많으며 시책에도 허점이 많다. 총체적으로 말하면 외국인을 우대할 때는 중국동포를 외국인에서 제외시키고, 동포를 우대할 때는 중국동포를 외국인이라며 제외한다. 재한 중국동포는 이렇듯 한국 시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아니, 지금까지 한국정부는 중국동포에 대한 확고한 정책이 없다.

지금 중국은 G2의 국가, 가장 돈 많은 나라로 부상하고 있으며 전 세계가 중국시장과 중국경제를 바라보고 있다. 중국동포는 어떻게 보면 중국의 연장선에 있고, 또 시각을 바꾸어 보면 한국과 중국의 연결선에 있다. 지금 한국은 중국시장을 외면하면 살아갈 수 없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한국정부는 정신을 차려 재한 중국동포를 정시하고 그들을 포옹하여 한국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끔 조건을 마련하여 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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