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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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해결은 自强에 있다
2007년 03월 21일 09시 17분  조회:5847  추천:124  작성자: 정인갑

근본적인 해결은 自强에 있다

정인갑 중화서국 편심

    려호길군의 ‘양국화와 연변처녀들’을 감명 깊게 읽었다(본 포럼 려호길87 참조). ‘고향에서 불어오는 서북풍도 한국에서 마시면 눈치를 봐야한다’. 한국에 시집간 조선족 여인들의 처지를 얼마나 생동하게 표현하였는가!

  그들의 합법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한국정부의 그릇된 법규를 비판하고, 한국남편들을 교육하고, 사회에 호소하고, 그들의 自衛의식을 높여주고…할 일이 많겠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은 自强에 있다.

  ‘연변처녀들’이 한국에서 岐視당하는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못사는 나라에서 왔기 때문이다. 선진국, 이를테면 미국이나 일본에서 시집왔으면 ‘연변처녀들’처럼 岐視하지 않을 것이다.

  북경 주재 한국령사관에서 이런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혼인 수속하러 온 조선족 녀자는 오관이 단정하고 그의 한국 대상자는 소아마비 환자였다. 걸을 때 왼발은 왼쪽으로 휘젓고, 오른발은 오른쪽으로 땅바닥을 쓸고, 팔을 가슴 쪽으로 오므리고, 팔꿈치는 절구질하고…그때 필자는 눈물이 핑 돌았다. ‘돈이 만능인 만능이로구나!’

  필자가 출장갈 때 한번은 고향 친구로부터 서울에 시집간 딸 영자(가명)를 만나보고 와 달라는 부탁을 받은적이 있다. 전화를 여러번 걸었지만, 시어머니 돼 보이는  여인이 받았으며 번번이 집에 없다는 것이였다. 어쩌다 영자가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남편이 “씨발년, 누구야, 누구야! 어느 눔캉 전화해?” 하며 수화기를 가로채는 것이였다. 남편에게 온갖 사정을 했지만 끝내 영자와 대화하지 못했으며 만나지는 더구나 못하였다. 감옥살이와 뭐가 다른가!

  그후부터 필자는 항상 한국에 시집가는 조선족 녀인들을 말린다. 돈을 벌긴 벌어도 당한 굴욕으로 인한 손해가 더 크다라며. 물론 한국에 시집간 조선족 여인들이 다 이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열아홉 순정’ 중의 양국화같은 행운아가 몇이나 되랴!

  인간은 권력과 금전 앞에서 절대 평등할 수가 없다. 이는 인간 사회의 철 같은 룰이다. 시집간 여인들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한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다. 단 녀성의 지위가 낮은 한국이 좀 더 심할 수는 있겠지만.

  1987년 필자가 처음 한국에 갔다 돌아올 때 당한 일이다. 중국 비자신청에 도움이 필요하다 하여 한국친구와 같이 홍콩으로 떠났다. 그런데 김포공항에서 필자만 걸리였다. 영국대사관의 비자를 받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홍콩은 No비자가 아닌가”고 하니 “다른 나라 사람은 No비자이지만 중국사람만은 No비자가 아니다”고 하지 않겠는가! 영국비자를 받고 며칠 후에 홍콩에 갔으며 먼저 간 한국인의 홍콩 체류시간이 7일 넘으면 안되므로 같이 마카오(澳門)에 갔다와야 했다. 그런데 필자는 또 거절당하였다. “마카오는 No비자이지만 중국 사람만은 No비자가 아니다”고 하지 않겠는가!

  중국이 영국과 포르투갈에 빌러준 손바닥만한 땅인데 다른 나라 사람은 다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지만 그 땅의 진짜 주인만은 들어가지 못한다. 된 말이냐! 그러나 중국이 가난하기 때문에 번번이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1990년 필자는 H1비자(미국에서 취업이 가능한 비자)로 미국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미국에서 박사 공부를 하고 있는 부인을 찾아가 L-A에 체류중인 중국교수 한 분을 만났다. 그들 부부는 어느 부잣집에서 무료로 숙박하고 있었는데 대신 그 집의 잔디밭을 가꾸어 주어야 했다. 그 교수는 반년간 부잣집 잔디밭에서 기여다녔다고 한다.

  “미국에서 살 것이냐”하는 물음에 그의 대답은 “No!”였다. 아무리 교수라고 하여도 가난한 나라 사람이기 때문에 거지취급하며 2세에 가면 식모급으로 올라갈 수 있고 3세게 가야 일반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피부색 때문에 여전히 렬등감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 리유였다. 그러면서 “윤택하게 잘 살 수는 있지만 3세대 동안 양놈 무릎밑에서 기여다니느니 못살더라도 중국에 가서 날아다니는 것이 더 났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다.

  물론 필자도 중국으로 돌아왔다. 동료들이 “바보 같은 놈, 미국에서 살 것이지 왜 돌아왔나?”고 하는 핀잔에 필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길짐승과 날짐승의 차이다(走獸和飛禽的區別).” 동료 왈: “한 10년쯤 기어다니다가 돌아오면 더 높이 날 것이 아니냐?” 필자 답: “40대인 내 인생에 10년이 몇 번 있나? 10년 받은 상처가 아물려면 몇십년 걸릴지 아나?”

   한국도, 홍콩도, 마카오도, 미국도 그렇고, 심지어 중국 조선족 간, 친척-형제간도 마찬가지이다. 권력에 약하거나 돈이 없으면 울분과 불평등을 당하기 마련이다. 약 20년 전에 ‘연변문예’에 실렸었으며 소수민족 문학상까지 받은 림원춘의 단편 소설 ‘몽당치마’를 한번 음미해 보자:

  너무 가난하여 친척의 군일에 빈손으로 가 몽당치마 바람으로 머리를 숙이고 부엌 일만 한다. 그러다가 자정쯤에 행해지는 친척들이 이번 잔치에 한 부조돈과 선물을 선포하는 행사를 피하여 슬그머니 밖에 나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다가 들어온다. 뭇 친척들의 야유의 목소리나 경멸의 눈매가 두려워서였다.

  이런 신념 때문인지 필자는 지금까지 한국에 가서 돈을 벌 마음이 없다. 중문학 분야에서 잘 씌울 수 있고 돈도 엄청나게 많이 벌 수 있으며 초청을 받은 적도 있지만. ‘거지같은 놈, 돈 벌러 왔구나’ 하는 한국인들의 눈매가 싫다.

  필자는 조선족이 한국에 품팔이 가거나 시집가는 일을 무작정 반대하지는 않는다. 먹고 살 수만 있으면 가지 말라고 충고할 따름이다. 또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중국에 있지 한국에 있지 않다. 중국이 잘 살아야 인격상의 근본적인 전환과 평등이 가능하다.

  이렇듯 중국 조선족은 운명이 중국에 매워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수입품 쇠고기’ 취급을 피하려 하여도 피할 수가 없다. ‘우리는 이젠 중국사람이다’라는 관념을 확고히 하고 중국에서의 自强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三十年河東, 三十年河西’. 중국 조선족이 한국에서 울분을 참으며 눈치밥을 먹어야 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짧으면 3~4년, 길어도 7~8년이면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다. 한국정부와 한국인의 恩賜가 아니라 중국이 自强을 이룩하였기 때문에 생기는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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