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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집거지에서의 민족학교 교육에 대한 사색
2017년 03월 13일 09시 32분  조회:1914  추천:1  작성자: 정음문화칼럼

신집거지에서의 민족학교 교육에 대한 사색

리상우


조선족 지성인들은 오래전부터 차세대 민족교육과 민족교육의 혁신과 관련해 고민과 실천을 이어왔고, 최근 정음문화칼럼 등 온라인에서의 열띤 론의도 이러한 연장선에 있다고 볼수 있다. 필자는 수년전부터 “신집거지에서의 민족교육”이라는 테마로 청도에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오고있다.

조사와 연구를 하면서 필자가 지속적으로 던졌던 질문은 “청도(또는 조선족 신집거지)에 거주하는 조선족 학부모들의 학교교육 선택의 동기는 무엇일가?”였다. 조사와 연구는 비록 조선족 사립학교(정양학교와 서원장학교) 두 곳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공립학교가 없는 현에서 사립학교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앞으로 청도(또는 조선족 신집거지)에서의 조선족 공립학교 설립 및 그 향방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해답을 줄수 있다고 생각했기때문이다. 조사결과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민족정체성 유지”보다는 “민족정체성 유지+실리 추구”를 위해 조선족학교를 선택한 학부모들이 많았다. 즉 존대말를 포함한 언어, 본 민족의 례의범절이나 문화를 습득하기 위한것과 더불어, 한국이라는 자원의 활용(또는 장래 목표는 한국류학), 조선족 학부모들간 비지니스 인맥 형성, (학부모가 맞벌이일 경우) 기숙학교의 장점 등 실리적요인도 무시할수 없는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미래지향적이고 선진적인 교육리념과 방식, 교육콘텐츠 등은 학부모들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조선족의 전통집거지인 연변의 “소인수 학급교육”(연길시 연신소학교)이 민족교육의 문제점들인 민족학교의 통페합, 학생수의 감소, 언어교육의 어려움, 능력있는 교원의 감소, 교원 수급의 어려움, 학교 재정의 곤난, 가정교육의 붕괴 등을 해결하는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아, 매달 연변조선족자치주 전역의 교사들이 연신소학교에 모여 모델에 대한 교육을 받고, 수업을 참관할 정도라고 한다. “소인수 학급교육”은 일종의 “열린 교육”으로 서로 돕고, 서로 배우는, 토론하고 합의해나가는 과정으로서 수업을 진행하는것을 핵심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20-30명 이하로 편성, 교장실, 교무실을 없애고 교무행정을 철저히 민주적으로 시행하면서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를 수직적관계에서 수평적관계로 재정립, 수업시간을 40분으로 줄이는 등 내용을 포함한다.

그렇다면 청도 조선족 사립학교의 경우, 교육리념과 방식, 교육콘텐츠 면에서 어떠한 칭찬할만한 또는 특이한것들이 있는가? 정양학교는 “바른 교육, 밝은 교육”을 교육리념으로 내세우고있는데, 특히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것은 다른 학생식당에서는 볼수 없는 “맛있게, 즐겁게, 깨끗하게, 감사히 먹겠습니다”라는 패말이었다. 또한 서원장학교의 경우는 “인성교육”을 교육리념으로 내세우면서, “10가지 상”을 만들어 10가지 상중 7가지 이상에서 “상”을 받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3호(품행, 공부, 신체건강)학생”의 경우, 선정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학업성적이라면, “10가지 상”에서는 그 1순위가 “효도상”, “학습상”은 9순위에 머문다. 더욱 놀라운것은 어느 한족학생 학부모와의 인터뷰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본인이 조선족학교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리유가 례의범절에 대한 교육때문이라는 점이다.

한편, 정양학교는 자매결연과 협약 등의 형식으로 연변대학과 한국 유수대학의 교육자원을 활용해 교육리념과 방식의 지속적인 혁신을 도모하고있다. 더불어 정양학교는 청도의 조선족대학생련합회와 지속적인 협력을 도모하고있는데, 같은 민족간의 교류가 민족정체성, 정서적뉴대감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때, 이른바 “조선족공동체의 해체”를 누구보다도 걱정하는 조선족대학생들에게는 재능기부의 기회를, 그리고 후배들인 중소학교 학생들에게는 민족정체성 강화의 기회를 부여하고있는것이다. 아울러 정양학교와 서원장학교가 내세우는 “1인 1특기”의 장기(特长)교육, 매학기 1회 이상의 학교 지도자와 학부모의 1대 1 면담, 그리고 최근 들어 한국 대원외국어고등학교(한국 최고의 외국어고등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부 학생들을 상대로 영미권대학반, 중국대학반, 한국대학반을 별도로 운영하고있어 많은 학부모들의 관심을 받고있다.

신집거지에서의 민족학교 교육에 대한 기존의 론의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대체로 교육환경이라는 구조적측면에 초점을 맞추면서, 공립 민족학교 설립의 당위성만을 강조하는것이 아닐가싶다. 물론 필자는 교육환경이라는 구조적요인이 신집거지에서의 조선족 민족교육의 발전을 저애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에 공감하고있고, 더불어 신집거지에서의 공립학교 설립을 위한 노력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그럼에도 필자는 행위자인 학부모들의 선택 동기, 즉 학교나 교육 프로그람의 다양성은 역으로 학부모들에게 선택의 딜레마를 야기시키며, 학교(민족학교)의 선택은 결국 비용, 교육리념과 방식, 교육의 질과 효률성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한 학부모들의 전략적결정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한다. 즉 민족교육이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갖출 때 조선족학생은 믈론 한족학생 학부모들에게 조선족학교 선택의 동기부여를 할수 있고, 또한 그러한 리유에서 례의범절 교육때문에 조선족학교를 선택했다는 그 한족학생 학부모의 말씀을 되새겨봐야 하는것이 아닐가.

【리상우 략력】

성명: 리상우(李翔宇)
소속: 중국해양대학 조선어학부
전공: 조선반도문제, 동북아국제관계사
학력: 한국 서강대학 정치학 박사
연변대학 법학 석사
동북사범대학 법학 학사

경력: 한국 서강대학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연변대학 사회과학부 강사를 거쳐 현재 중국해양대학 한국연구센터 전임연구원, 중국해양대학 조선어학부 강사.

주요 론저: 《초국적 이주, 중국조선족과 경계설정》(《한국과 국제정치》, 2015) 、《신집거지와 중국조선족의 민족교육 실태 분석: 칭다오 정양학교 사례를 중심으로》(《동아연구》, 2014) 、《개혁기 중국조선족사회의 정체성에 대한 고찰: 구심력과 원심력을 중심으로》(《동아연구》, 2007) 등 다수 론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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