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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의 이주와 삶, 그리고 향수(방미화)
2017년 04월 07일 08시 58분  조회:1792  추천:3  작성자: 문려
글로벌화추세 및 동북아시아의 정치경제적배경하에 1990년대 이후 조선족들은 우리 나라의 북경, 상해 등 대도시나 청도, 위해 등 연해개방도시, 미국, 로씨야, 한국, 일본, 오스트랄리아, 유럽 국가 등 국외로 이주하는 이주민집단으로 변화되였고 그가운데서 한국으로 이주한 조선족들이 가장 많은 수치를 차지한다. 한국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2월 한국의 조선족 총인구수는 623,772명에 달한다. 
 
이주 초기 한국으로 입국한 조선족들은 력사적으로 로동자계급을 대변하는 지역인 가리봉동의 벌집방을 세맡아 거주하면서 한국에서의 려정을 시작하게 된다. 한국으로 이주하는 조선족들이 증가되고 그들의 조선족 음식, 생활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초기 한국으로 이주한 일부 조선족들은 가리봉동에서 음식점, 려행사, 중국슈퍼 등 상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조선족 자영업체들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가리봉동은 점점 포화상태로 되였으며, 조선족상가들은 점차 그 주변지역인 대림동, 구로동으로 확대되여, 현재 이 지역은 “조선족타운”으로 불릴 정도로 조선족들이 집중거주하고있는 지역으로 되였다.
 
중요한것은, 현재 서울시 영등포구, 구로구의 가리봉동, 대림동, 구로동 등 지역을 포괄하는 “조선족타운”은 한국에서 살아가고있는 조선족들의 일상문화와 경험을 살펴볼수 있는 중요한 장소로 되였다는것이다. 그것은 민족정체성의 문화적표상과 경험은 대개 거대하고 호화롭거나 놀란만한것이 아니라, 평범하고 일상적인 형식과 실천에서 발생하기때문이다. 
 
“조선족타운”에 가보면 무엇보다도 눈에 뜨이는것이 조선족들의 먹거리이다. 중국 동북이주 이후, 조선족들의 음식문화는 기나긴 세월속에서 중국 한족들과의 음식습관과 혼합되면서 한족과도 구별되고 또 한국인과도 다른 조선족 특유의 음식문화를 형성하였다. “조선족타운”의 조선족 먹거리를 살펴보더라도, 한족들과 구별되는 개고기(狗肉), 연변랭면(延邊冷麪), 양꼬치(羊肉串), 초두부(水豆腐), 연변반찬(延邊拌菜) 등이 있는가 하면, 한족음식인 건두부(干豆腐), 꽃빵(花卷), 꽈배기(油条), 샤브샤브(麻辣火锅), 마라탕(麻辣烫), 마라향과(麻辣香锅), 각종 중국 료리(炒菜) 등이 있다. “조선족타운”으로 음식소비를 하러 오는 조선족들은 한결같이 그곳에서 풍기는 냄새에 고향의 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기름냄새와 각종 향료냄새가 뒤섞인, 한국인들이 맡기에는 어딘가 낯설어보이는 냄새는 조선족들에게 정서적안정을 주는 고향의 냄새로서 그러한 냄새는 자신의 옛 기억을 되살리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또 한가지 발걸음을 멈추도록 하는것이, 조선족음식점에서 울려퍼지는 연변노래이다. 중국조선족가요 200곡-“민요와 타령”, “고향정”에 실린 노래들은 고향에서는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들었던 노래들이지만, 타향에서 울려퍼지는 이 노래들은 고향으로 돌아갈수 없는 조선족들로 하여금 타향에서의 삶을 망각한채, 고향에서의 추억을 잠시나마 되살리게 하는 정서적은신처가 되며, 또한 조선족들의 민족적정서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조선족 음식, 노래, 여가 등 문화적내용들을 담아내는 “조선족타운”에서 한국의 조선족들은 주말 혹은 평일 저녁에 조선족들끼리 만나 식사를 하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등 만남의 시간을 즐겨 가진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조선족타운”에서 조선족들과의 만남을 선호하는가. 어느 한 조선족은 조선족사투리를 마음대로 할수 있어서 이곳이 좋다고 한다. 또 어느 한 조선족은 한국국적을 바꾼 뒤, 한국인들의 무시와 편견을 받지 않으려고, 조선족사투리를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한국인이 된것처럼 살려고 하면서 조선족들과의 만남을 거부하던것이, 한국인공동체에서 당당하게 살아갈수 없음을 뒤늦게야 깨닫고 결국 조선족단체를 찾아나서게 되였으며, 결국 그에게 “조선족타운”은 오아시스와 같은 곳으로 의미화된다. 물론 이곳이 모든 조선족들에게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주는것은 아니다. 어느 한 조선족에게 이곳은 ”문화적충격”의 장소로서 절대 다시 가고싶지 않은 곳으로 규정되며, 이곳에서 그는 인생 밑바닥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듯 “조선족타운”은 고향의 기억으로 점철된 추억보따리를 풀어놓는 곳이면서, 또 고향을 등진 류랑객들의 “조선족”이라는 생득적인 신분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이제 조선족들에게 “향수”와 “고향”의 의미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자. 향수(nostalgia)란 “어떤 시기나 장소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련관성이 있는 행복했던 과거에 대한 감성적갈망 또는 동경하는 애착심”으로 정의되며(이창호, 2016), 어원은 “집으로 돌아가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nostos와 “고통스러운 상태”를 의미하는 algia에서 유래하여 “끊임없이 고향으로 돌아가고싶어하는 동경과 갈망으로 인해 생긴 심리적인 고통”을 의미한다(임은미, 2006). 향수의 어원에서 알수 있듯이, 향수의 중요한 대상이 바로 “고향”이라는 장소다. 그리고 향수의 경험은 고향을 떠나 낯선 곳으로 이동한 이들의 이주경험으로부터 온다. 중요한것은 향수의 대상이 실제로 존재했던 고향을 넘어 확대된다는 점이다. 즉 향수는 구체적고향에 대한 지향을 넘어서 뿌리 뽑힘, 집 없음 등의 감정으로 묘사된다. 따라서 고향은 리산의 소용돌이속에서 편안한 땅에 대한 동경과 망향의 표상으로 발전되였다(김태준, 2006). 즉 대상자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고향은 구체적인 장소가 될수도 있고 이동성이 강한 현대 삶에 대한 표현일수도 있다. 
 
그렇다면 류동하는 조선족들에게 고향이란 무엇인가. 어찌보면 그들에게 고향이란 “돌아가고싶을 때 돌아갈수 있는” 편안한 안식처이자 피난처가 될수도 있고, “돌아가야 하지만 돌아가지 못하는, 그러나 돌아갈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의 땅이 될수도 있으며, “죽어도 돌아가고싶지 않은” 서러움을 안고 떠난 불만의 땅이 될수도 있다. 이처럼 리산의 소용돌이속에서 고향의 의미는 개별적인 조선족들의 경험, 인지, 느낌 속에서 다양하게 재현되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에 대한 력사적기억은 어디까지나 조선족들의 락엽귀근(落葉歸根)을 지향하는 근원으로 된다. 즉 과거 조상들의 동북이주와 정착, 독립운동, 해방전쟁 및 사회주의건설에서의 무명영웅과 모범적역할, 민족영웅 및 자치주창립 등 조선족들이 걸어온 고난의 력사로 채워진 조선족들의 향수는 편안한 땅에 대한 동경을 넘어서, 상실될것만 같은 고향을 지키고 기억의 간격을 보충하여 채워넣는 복원적향수의 의미를 띤다 할수 있다. 또한 력사적기억을 기반으로 민족 관습, 규범, 풍속 등 문화적자원을 수단으로, 망향의 땅을 재건함으로써 행복했던 자신의 과거를 끈질기게 지키려고 하는 갈망과 실천으로 가득찬 향수라 할수 있다. 결국 이동하는 조선족들의 향수는 지금은 도달할수 없지만 기필코 마음이 지향하는 곳을 지켜내려는 실천적, 열망적, 성찰적, 미래지향적인 향수인것이다.
 
덧붙이자면, 이동하는 조선족들이 느끼는 향수와 고향의 다양한 의미들은 그들의 일상적실천을 추동하는 감정, 정서들을 드러낼수 있는 실마리이자 이주 공간과 장소 및 그것을 련결하는 다양한 사회적관계의 변화를 더 세밀하게 분석할수 있는 요인이 된다. 또한 조선족들의 이주과정에서의 삶과 기억, 감정 및 문화에 대한 고찰은 월경민족인 조선족들에게 있어 “조국”, “모국”, “고국”의 의미와 향수란 무엇인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악할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 될것이며, 따라서 기존의 보편화된 “국민국가”의 틀이 어떻게 이주민들의 감정, 인지 및 실천의 령역속에서 재조정되고있는지를 살펴볼수 있는 계기가 될것이다.

인민넷  20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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