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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저네한테 아바이요?!'(허연화)
2017년 12월 13일 09시 41분  조회:2005  추천:0  작성자: 정음문화칼럼
필자는 방학이 되면 조선족학자 몇몇과 함께 연변의 여러 농촌에 사회조사를 하러 다니군 한다. 한번은 어떤 마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60세 정도 되여보이는 남성분과 인터뷰를 가지게 되였다. 그분은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 주긴 했지만 중간중간 표정이 안좋으신듯 보였다. 왜일가 하면서도 그냥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고있는 와중에 그분이 “내가 어떻게 저네한테 아바이요?! 저네 부모들과 나이 비슷할건데?”라고 하시는것이였다. 그러고보니 필자 일행은 공경함과 친절함을 표현하기 위하여 “아바이”라는 연변에서 년세있는남성분한테 흔히 쓰는 호칭을 사용하였던것이다. 그것도 인터뷰중 여러번.

그제서야 중간중간 표정이 안좋으셨던 리유를 알게 된 필자 일행은 냉큼 사죄를 드리고 “아버님”이라고 호칭을 고쳤다. 호칭을 고치고나니 한결 표정이 밝아보이셔서 우리 일행은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였던 기억이 난다.

다시 돌이켜보면 그날 우리 일행의 나이는 대략 30대 중반부터 40대 후반이였다. 즉 우리가 “아바이”라고 불렀던 그분은 우리 부모님과 년세가 비슷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더 적으신것이다. 필자는 자신의 부모님이 “아바이”, ”아매”라고 불리우기에는 너무 젊다고 생각하면서 우연히 만난 60대 분한테는 스스럼없이 그 호칭이 나갔던것이다.

그럼 “아바이”, ”아매” , “로인”, “늙은이” 등 호칭은 어느 나이부터 사용하는것이 정확한가? 

유엔에서는 60세 이상을, 유엔의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65세 이상부터를 고령자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로인”이라고 정의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65세 이상부터 고령자로 여기지만 중국, 브라질 등 국가에서는 60세 이상부터 고령자로 정하고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인간수명은 나날이 길어지고있고 사람들은 옛날과 비할수 없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생활을 보내고있다. 91세에 2002년 런던 마라손경기에 참가하여 407명의 젊은이들을 앞지른 파우쟈신의 이야기, 80세에 에베레스트에 오른 현재 최고령보존자 미우라유이치로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국제적으로 65세 이상을 고령자로 정하였지만 그에 대한 의학적근거는 매우 빈약하다고 한다. 로년학연구자들은 고령자의 정의에 대한 재고를 제의하고있으며 실제로 각 나라에서 고령자의 년령을 올리고 퇴직년령을 조절할것에 대해 많은 토론이 벌어지고있다. 

즉 지금의 60대는 예전과 비교해볼 때 너무 젊고 건강한것이다. 이런 분들한테 “로인”,”아바이”, ”아매”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는것이다. 

당사자들도 그렇게 불리우는것에 대해 불쾌함, 저항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왜 그리 불리우는것이 싫은가?! 

우선 60대, 70대가 육체상, 심리상 옛날에 비하여 로인이라고 불리울 정도의 로화를 느끼지 않는다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로인에 대한 사회적이미지의 변화이다. 전통사회에서는 고령이 된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시하여왔다. 로인들은 공동체에서든 가족에서든 중요한 발언권을 가지고있었다. 이에 반해 공업사회에서는 가족에서든 사회에서든 로인들의 권위는 떨어져만 가고있다. 로인은 더 이상 지혜의 상징이 아니다. 로인은 시대에 떨어졌고 무력하며 누군가에 의존하는 존재로 각인되여가고있다(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중국, 한국 사회처럼 로인을 공경하는 유교권에서도 근대화의 발전에 따라 로인들의 이미지는 나날이 약자로 변해가고있다. 그러기에 “로인”,”아바이”, ”아매”라고 불리우는것은 그냥 로화가 됐다는것만 강조받은 느낌인것이다. 

우리 조선족 60대, 70대도 옛날과 비교해보면 너무 건강하고 활력으로 차넘치지만 우리는 옛날의 습관 그대로 아직도 60세 좌우 되여보이는 사람들한테 서슴없이 “아바이”, “아매”, “로인” 등 호칭을 사용하고있다. 

아마 누군가는 “존경과 친절의 표징으로 좋은 뜻에서 사용하는 호칭인데 뭐가 나쁜게 있는가“ 할것이다. 좋은 뜻에서 출발하여 사용하는 말이라 할지라도 그 말이 상대방한테 좋은 뜻이 아니라 오히려 불쾌함, 불편함으로 느껴진다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 의도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보는 격이다. 한두사람의 느낌이 아니라 전반 60대분들이 비슷비슷한 경험을 했다는것은 한 개인의 일이 아니라 우리 전반 사회가 “로인”, ”아바이”, ”아매” 등 호칭의 사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것이다. 

일본에서는 로인복지법에서 65세 이상을 로인으로 정하고 “로령기초년금”을 받을수 있는 나이도 65세로 규정짓고있지만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65세 이상이지만 일하고있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 비추어 호칭에 대한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고있다. 매체에서도 “환갑을 맞이하는 로인들”이라는 부분을 “환갑을 맞이하는 사람들”이라고 바꿔 사용하거나 늙었다는 뜻이 들어있는 “로인(老人)”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않고 “고령자”, “몇세의 녀성/남성” 등 단어를 사용하고있다. 일본어에는 참 사용하기 편리하고 무난한 호칭이 있다. 상대방의 성씨에 “さん쌍”이라고 붙여서 부르는것인데 중국어에서 사용하는 “先生” 같은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김씨”, ”김선생”이라는 호칭이 보편적이 아니다. “김씨”라고 부르면 왠지 한국사회에서 노가다 뛰던 때를 연상시키구, “김선생”이라 하기엔 “선생”이란 단어가 좀 어색하다. 

그럼 대체 어떻게 부르면 60대분들이 불쾌하지 않을것인가? 답은 사람마다 다를것이다. 필자는 언어학자가 아니기에 언어학연구자들과 이 문제를 심각히 고민할 자리를 마련하고싶다. 

현재의 일견으로는 60대, 70대를 향해 ”아바이”, ”아매”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말자는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면목을 모르는 고령자들한테 ”아바이”, ”아매”라고 부를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뻐스에서 자리내여주거나 시장에서 물건살 때 정도일것이다. 사실 버스에서도 시장에서도 호칭 안불러도 할일은 다 한다. 하지만 도저히 부를수밖에 없을 때가 있을것이다. 그때면 어쩌면 좋을까? 자신을 기준으로 부르는것은 어떠한가? 

우에서의 필자의 인터뷰 얘기를 다시 되새겨보면 필자 일행은 상대방을 “아바이”라고 부르기전에 자신들의 나이를 깜빡했다는 점이다. 30대중반부터 40대후반으로 구성된 맴버들이였기에 자신의 나이를 기준으로 “아바이”가 아니라 “아버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렀더라면 상대방도 불쾌함을 느끼지 않았을것이다. 연변으로 놓고 말하면 자신의 부모님들보다 젊어보이면 “아즈마이”, ”아즈바이”, 자신의 부모님과 비슷하거나 더 많아보인다면 “어머님”, ”아버님”으로 부르는것이 무난하지 않겠는가싶다. 물론 이것은 그냥 필자의 일견에 불과하다. 많은 우리말 학자분들의 지혜를 모으면 더 멋지고 친절한 호칭이 있으리라 믿는다.

전 세계가 백발화(白发化)하는 현시점에서 고령자에 대한 정의는 재고할 필요성이 있다. 하기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부르는 “로인”, ”아바이”, ”아매”라는 호칭의 사용에서 우리말 매체, 그리고 우리 개개인들이 신중함을 기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해본다.

인민넷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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