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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화'에서 신형의 '합작경제'로(박광성)
2018년 10월 16일 09시 10분  조회:3360  추천:2  작성자: 정음문화칼럼
근대 시장경제발전과 더불어 제기된 경제리론이 영국의 경제학자 아담 스미를 대표로 하는 자유주의경제리론이였다. 그들에 의하면 ‘보이지 않는 시장’이라는 ‘손’이 경제운영을 효률적으로 관리하여 경제균형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정부’는 ‘야경군’의 역할만 하면 됐다. 그러나 이들의 ‘시장만능론’은 20세기 30년대의 세계적 경제공황으로 그 한계를 드러냈고, 그를 대신한 것이 영국이 경제학자 케인즈의 ‘수요리론’이였다. 그에 의하면, 시장경제하에서 늘 유효적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 나타나기 때문에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유효적 수요를 확장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대두된 것이 ‘복지국가론’이였고, 정부는 재정적 수단을 통하여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재부 재분배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황금기를 이끈 이 정책은 지난세기 7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가의 재정적 한계와 비효률성 등 문제에 봉착하여 지속하기 어려워졌고, 결국 시장원리를 중시하는 신자유주의가 다시 경제정책의 주요 패러다임으로 등극하였다. 이로 하여 각국의 복지정책이 축소되였고 량극화가 또다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였다.

‘시장만능론’과 ‘정부개입론’이 다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사회불평등 등 시장경제가 빚어내는 일련의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가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였으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 바로 ‘사회적 경제’였다. ‘사회적 경제’란 민중 스스로가 힘을 합쳐 ‘합작경제’를 발전시키고 이를 통하여 경제효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공동체 와해, 실업, 빈곤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두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식을 말한다. 마을협동기업, 사회적 기업, 각종 경제합작사 등을 주요 방식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는 지난세기 말부터 유럽에서부터 발전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시장경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도 ‘합작경제’ 발전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최근에 개최된 ‘향촌진흥’에 관한 중공중앙 정치국 제8차 집체학습에서 습근평 총서기는 ‘농민합작사’와 ‘가정농장’을 새로운 농업경영의 주체로 힘써 육성해야 하며, 적극적으로 신형의 ‘집체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맑스는 생산력발전이 생산관계를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생산력발전이 제한된 상황에서 ‘집체경제’를 발전시키려다 한계에 봉착한 경험도 있지만, 현재는 생산력발전이 소규모 ‘개체경제’를 도태시키고 있으며, ‘협동’을 통한 새로운 ‘합작경제’ 발전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민족도 현재 ‘합작경제’ 발전이 더없이 시급한 시점이다. 지난 20여년간 우리는 유례없는 급속한 사회적 변혁을 겪으면서 ‘농민위주’에서 ‘대도시 시민’ 위주의 집단으로 변신하였다. 큰 도약의 과정이기는 했지만, 이 과정 또한 기존의 ‘집단’, ‘집체’, ‘공동체’에서 벗어나 ‘개체화’되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즉 대도시 시민이 된 동시에 우리는 공동체의 힘을 떠나 모든 것을 돈과 시장에 의거하여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이 치렬한 대도시 경쟁사회에서 개인이란 ‘개미’와 같은 것으로, 이제 미래를 위해서는 또다시 합작하여 ‘경제공동체’를 만들고, 신형의 ‘합작경제’를 발전시킬 시점에 와있다.

국외의 사례들을 보면, ‘합작경제’란 힘이 제한된 개인들이 힘을 합쳐 공동사업을 진행하면서 거기에서 발생하는 리윤 일부분을 적립하여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거나 혹은 서로 다른 자원과 우세를 가진 사람들이 협업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가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시장경제제도 혁신의 꽃이라고 볼 수 있는 ‘주식제’의 경우 ‘작은 돈’을 ‘큰 돈’으로 만들어 ‘리윤’을 창출하는 데 목적을 두지만, 현재의 ‘합작경제’의 경우 각자의 가지고 있는 ‘작은 힘’을 합쳐 생존에 필수적인 ‘규모화된 힘’을 만들고, 더 나아가 자신들에 봉착한 사회적 문제를 이러한 공동체의 힘에 의거하여 해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를 시장경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새로운 대안으로 보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런 일들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사회혁신가’, ‘사회기업가’로 호칭하면서 그 성장을 독려하고 있다.

력사를 뒤돌아 보면, 우리 민족에게는 이미 강한 합작경제의 DNA가 내재되여있다. 근세 혹한의 력사 비바람 속에서 험한 이민과정을 거치면서 서로 돕지 않으면 생존할 수가 없었고, 서로 의지하는 과정에서 전통적 혈연과 지연을 초월한 강한 공동체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이런 상부상조의 공동체정신이 형성되였기 때문에 해방 초기에 조선족은 전국 농업의 집체화과정에서 가장 선두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를테면 연변지역의 김시룡농업합작사는 당시 전국 집체화 운동의 본보기로 되여 전국적인 학습의 대상으로 되였었다. 

이런 강한 기초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민족은 대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를 잊지 않고 그것을 재건하려는 노력을 도처에서 활발히 벌리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주의 시간과 시장경제로 진입한 시간이 짧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을 찾지 못하고 옛방식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그 한계를 인식하고 도처에서 새로운 합작의 방식들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 문화우세를 ‘합작경제’ 발전의 에너지로 전환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사회에서 공동체는 ‘정의 단위’지만, 대도시 사회에서 공동체는 ‘합작의 단위’이다.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꼭 그러한 진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맑스는 앎은 실천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우리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꾸준히 실천에 매진한다면 꼭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합작방식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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