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 151] 칼국수 한그릇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7월14일 19시03분    조회:4161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나무가 고요하려고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자식이 효도하려고 하나 어버이가 기다리지 않는다.” 어느 누가 위챗 모멘트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을 보는 순간 그만 가슴이 뭉클해지며 아버지가 무척 그리워진다.

 

강소성 회안시의 주은래기념관을 참관하면서 기념사진 남긴 아버지, 어머니

“효도하려고 하나…” 아버지가 보고 싶다, 가슴이 저리도록 보고 싶다. 아버지께서 천당에 가신 지 벌써 16년이 더 된다. 아버지는 62세 밖에 안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다. 평생 자식을 위해, 우리 가문의 장자로 부모와 동생들을 위해 아득바득 힘에 부친 짐을 지고 사시다가 복을 누릴쯤에 우리 곁을 떠나셨다. 

아버지는 양복을 엄청 좋아하셨다. 아버지에게 환갑잔치를 차려드릴 때이다. 우리 여기 풍속 대로라면 아버지의 환갑잔치에 맏딸이 양복을 사 드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200여원어치의 천을 사서 양복을 만들어 드렸다. 환갑잔치에 아버지의 양복 한벌과 어머니의 한복 한벌을 사는데 600원가량 들었다. 값싼 양복이였지만 아버지는 촌에 행사가 있거나 례식장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내가 사드린 양복을 차려입고 나선다. 그리고는 신나서 “어때? 괜찮지? 멋이 나지?”하며 싱글벙글 웃는다. 마치 설 쇨 때 어린애들이 새옷을 입고 좋아하는 그런 모습이였다.

내가 37살 되는 해이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호구부를 가져오라고 하여 아버지는 돈 2원이라도 아끼시느라고 40분 동안 자전거를 타고 현성까지 왔다. 당시 아버지는 50대였지만 겉 보기에는 60대 로인 같았다. 얼굴에는 벌써부터 밭고랑 같은 주름이 생겼고 목주름도 얼기설기 남들보다 더 많아보였으며 몸은 바싹 여위였고 허리도 구부정했다.

그날, 손주 일 때문에 뛰여다닌 아버지를 보며 큰 마음을 먹고 아버지에게 맛나는 음식을 대접한다는 것이 고작 칼국수였다.

육수물이 돼지뼈다귀로 만든 것이여서 전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지라 나는 그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날 육수가 어찌나 짜던지 나는 먹다못해 아버지의 국수그릇과 나의 국수그릇에 맹물을 부었더니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면발이 덜 익어서 쫄깃쫄깃하지도 않고 그냥 반숙의 밀가루국수를 소금물에 넣어 먹는 기분이였다. 40세가 다 되도록 처음 아버지를 식당에 모시고 갔다는 것이 글쎄 생국수를 ‘대접’하다니 나는 너무 죄송스러워 아버지의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나는 너무 맛이 없어서 억지로 절반가량 먹고는 저가락을 놓고 아버지가 잡수시는 보고 만 있었다. 전에 아버지는 오래 동안 숙사생활을 하다보니 위가 별로 좋지 않다. 그런데 아버지는 이상하게 생각할 만큼 맛갈스레 국수를 드시는 것이였다. ‘이 처럼 맛없는 국수를 어쩌면 저렇게도 잘 드실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버지는 나머지없이 다 드시고 나서 “아, 참 잘 먹었다.”고 하시는 것이였다.

“육수가 짜서 제대로 드시지 못하셨죠?”라고 하니 “육수가 짠 것이 네 탓은 아니잖니? 그래도 우리 딸이 사준 국수를 먹으니 맛나기만 하구만. 허허−”하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밥점을 나섰다.

아버지의 갱핏한 뒤모습을 바라보며 이후 꼭 좋은 밥점에 아버지를 모시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음식을 사 드리라고 다짐하였다.

그러나 4년 후 아버지가 심장경색으로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실 줄을 몰랐다. 그 4년 사이에 나는 한번도 아버지를 모시고 밥점에 가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 같이 맹랑하고 후회될 일이 어디에 또 있을가? 래일, 모레, 래일, 모레 …하다가 그만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한 계획이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참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현실에 그만 아연질색하고 말았다. 아쉬움을 이기지 못해 대성통곡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16년 세월이 흘렀건 만 나이가 들고 생활수준도 나날이 좋아지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만 갔다. 아버지를 모시고 좋은 음식점에 가지 못한 것이 두고 두고 후회되고 가슴 아픈 일로 남았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양복도 환갑잔치에 입었던  천을 사서 만들어드린 것 밖에 없으니…그때 돈 더 들여 모직물 양복을 해드려야 했는데 하며 후회 뿐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보기 좋은 양복을 입혀 마지막 길을 보냈다.

매번 학생들한테 정철이 쓴 시조 “어버이 살아 실제 섬기기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를 배워줄 때면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모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고 늘 말한다.

애들을 교육하면서 나 또한 애들한테서 교육을 받기도 한다.

/리미옥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40
  • 제3회 흑토지 보호리용 국제포럼 및 제9회 리수 흑토지 포럼 개막 경준해 연설 호옥정 사회 22일, 오늘은 습근평 총서기가 길림을 시찰하고 리수를 시찰한 지 3주년이 되는 중요한 날이자 길림성 흑토지 보호일이다. 오늘 오전, 제3회 흑토지 보호리용 국제포럼 및 제9회 리수 흑토지 포럼이 장춘 농박원에서 개막되였다. 포...
  • 2023-07-23
  • 국가중의약관리국에  따르면 2022년까지 우리 나라 사회구역 위생복무중심 및 향진위생원에 이미 중의관 4만여개를 건설하였다. 중의관은 사회구역위생복무중심과 향진위생원에 중의 림상과실을 집중시키거나 상대적으로 독립적으로 설치한 중의 종합복무구역을 말한다. 대중들이 집 가까이에서 중의를 보이는데 편리를 주기...
  • 2023-07-23
  • 부두에서 ‘수출’ 대기중인 중국산 테슬라 전기차. /신화사 테슬라 차이나가 상해 기가팩토리(千兆工厂)에서 생산된 후륜구동(后轮驱动) 기반 모델Y를 한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테슬라가 중국에서 제조한 차량을 처음 한국 시장에 수출한 것이다. 테슬라 상해 기가팩토리는 40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
  • 2023-07-23
  • 량국의 다차원적인 우호 협력을 추진하고 민간교류를 한층 더 확대하자는 데 취지를 둔 한중우호련합총회가 20일 서울에서 창립식을 가졌다. 이번 창립식에는 형해명 주한 중국대사가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한국중소기업수출협의회·한중과학기술써비스협회·한중글로벌협회 등 12개 단체 대표도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 각 ...
  • 2023-07-23
  • 2022년 12월 20일, 광서쫭족자치구 계림시 룡승여러민족자치현 대채촌이 유엔 세계관광기구의 ‘최우수 관광향촌’으로 평의되였다. /신화사 중국이 농촌관광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로 평가받았다. 유엔 세계관광기구 관광시장 및 경쟁력 국장 산드라 카바오는 최근 신화사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농촌관광의 세계적인 선두...
  • 2023-07-23
  • 중․로 우호․평화발전위원회 생태리사회 로씨야측 리사장 올레그 데리파스카는 최근 신화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은 생태문명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세계가 주목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으며 점차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의 선도자로 부상해 세계 각국의 록색 발전에 귀중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생태...
  • 2023-07-23
  • 왕붕의 헤딩꼴에 리세빈의 만회꼴이 나왔다.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짜릿한 경기로 연변팀은 홈장 무패를 지켜냈다. 연변룡정팀(이하 연변팀)은 7월 22일 19시, 연길시전민건강체육중심에서 열린 중국축구 갑급리그 제15라운드 경기에서 4위에 랭킹된 청도서해안팀(이하 청도팀)과 2대 2로 빅었다. 경기후 청도서해...
  • 2023-07-22
  • 형해명 부부가 송영관 사육사와 강철원 사육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주한 중국대사관 제공 세번째 생일을 맞이한 푸바오 /주한 중국대사관 제공 7월로 접어들자 서울 에버랜드(爱宝乐园)에는 록음이 짙어지고 매미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한국에서 생활중인 참대곰 가족이 겹경사를 맞았다. 아이바오(爱宝)와 러바오(...
  • 2023-07-21
  • 늦여름의 더위와 청량한 바람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계절이다. 내가 살던 교하시 천강향 홍풍촌 마을 뒤산에 남다른 아이디어로 십여년전부터 지역 실정에 맞게 여러가지 나무며, 약재며, 산나물 등을 심으며 산장을 건설하는 분이 있다.   리대철 사장 홍풍촌은 원래 70여세대가 살았던 마을이였는데 지금은 30여세대가 살고...
  • 2023-07-14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