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 154] 내 고향의 ‘몽당치마'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8월10일 10시13분    조회:3631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고희문턱을 넘어선 인생의 막바지에서 휘청거리며 걸어온 인생길을 뒤돌아보노라니 고향의 그리움에 눈굽이 축축이 젖어든다. 철갑을 두른 듯 마을을 지켜선 완달산, 50년 전 아낙네들이 빨래방치로 황어떼들을 잡았던 호브트하, 그리고 산딸기 무르익는 조일산 아래에 오붓이 들어앉은 고향마을... 그보다도 제일 그리운 것이 입안의 사탕도 서로 나누어 먹던 짜개바지 친구들과 여름밤 우등불 피워놓고 금방 삶아온 풋옥수수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던 고향사람들이다. 담배 대통이 여러개 되여 ‘신대통'으로 불리웠던 신덕순로인, 온 얼굴이 수염이 덮여 '김털보'로 소문났던 우리 이웃과 이쁘장하게 생긴 쌍가매... 그 가운데서도 ‘몽당치마'로 불리웠던 누나벌되는 리맹춘이 제일 잊혀지지 않는다.

지난 세기 50년대 초, 목단강지구 이민판공실에서는 왜놈들이 버리고 간 동녕벌을 개척하기 위해 사처에서 벼농사에 미립이 튼 조선족들을 모집하여 삼차구벌을 개척했다. 그때 해림현 도림촌에서 살던 우리 태원 리씨 여덟세대가 할아버지를 따라 삼차구에 정착했다. 줄줄이 아들 다섯을 낳은 어머니는 같은 태원 리씨인 리맹춘을 친딸처럼 가깝게 대했고 우리 형제들은 늘 도림누나라고 불렀다.

도림누나는 키가 작달만하고 인물이 수수하고 낫놓고 기윽자도 모르는 문맹이였으나 마음씨 착하고 음식 만드는 솜씨가 특별해 집체 때 전간식당, 들놀이, 년말렬군속좌담회등 음식만드는 일은 언제나 도림누나의 몫이였고 동네의 결혼, 환갑 잔치, 친척파티 때에도 어김없이 도림누나를 찾았다. 아침 일찍부터 온 하루 일을 해도 집으로 돌아올 때 도림누나의 손에 쥐어주는 것은 고작해야 개눈깔사탕 몇알에 수건 하나였다.

집 살림이 하도 구차하여 군일이 있어도 입고 다니는 옷은 언제나 낡은 몸뻬에다 색바래진 공장 작업복이였고 여름철엔 팬티에다 몽당치마를 입고 다녔다. 혹시 도림누나가 외출하고 딴 사람이 료리를 만들면 손님들은 먹어보고는 “오늘 음식이 리맹춘이 만든 것보다 못해.”라고 도리질을 했다. 도림누나는 료리를 만들때 조미료는 고작해야 대파, 마늘과 양파뿐이였지만 그의 특색료리인 소갈비탕은 특별해 공사나 현에서 그 무슨 현장회의요, 검사단 접대 등 행사가 있을 때면 공사에서는 허대장더러 꼭 소갈비탕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한번은 공사서기가 찦차를 몰고 우리 마을을 찾아왔다. 왕서기는 허대장보고 “래일 성에서 변방검사단이 오는데 만약 검사에 통과되면 상으로 색텔레비를 주오. 그러니 우리가 그전에 먹었던 조선족 김치와 소갈비탕을 준비하오. 그리고 주방에서 일하는 아줌마의 옷을 바꿔 입게 하오.”고 말하면서 새 데트론옷 한벌을 내놓았다. 그 이틑날 성에서 내려온 10여명의 검사단 성원들은 따뜻한 구들에서 깔끔한 옷차림으로 정성을 다해 만든 도림누나의 소갈비탕을 맛나게 먹으면서 저마다 엄지척을 내밀었다.

그 이틑날 허대장은 상으로 받은 색텔레비를 어루만지면서 왕서기가 가져다 준 데트론옷이 은을 냈다고 말하자 도림누나는 웃으면서 “음식은 옷차림이나 조미료로 맛을 내는 것이 아니예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합니다. 빨리 료리를 만들려고 소갈비의 피를 빼지 않고 급하게 끓이면 절대로 구수한 맛이 안나요. 소갈비를 찬물에 불궈서 피를 빼낸 후 무우를 넣고 센불에 끓이면서 거품을 건져내고 약한 불에 적어도 서너시간 끓여야 제맛이 나지요.”라고 말했다.

1973년 8월 내가 결혼식을 치르던 날이였다. 일찍 내가 여섯 살 때 아버지가 간암으로 세상뜨고 그후 한달도 안되는 사이에 나의 두 동생이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다보니 삼형제 중 막내인 내가 결혼하게 되니 어머니는 고기며 채소 그리고 상차림까지 빈틈없이 준비해 놓고 부엌에서 료리만들 사람을 찾았다. 현성에서 찾아온 친척들은 다른 사람보다 부조를 많이 했다고 그러는지 아침부터 모여앉아 화투치기만 할뿐 그 누구도 부엌에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말없이 근심에 쌓여있을 때 문밖에서 양철소리가 나더니 도림누나가 재를 퍼내는 양철소버치를 들고 집안에 들어섰다. 돈이 없어 잔치부조 (그때 당시 부조는 극상해야 소주 두병에 수건 몇개가 고작이였다.)를 못하게 되니 빈손으로 들어오기보다 일감을 들고 들어서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으리라.

어머니는 “맹춘아, 네가 와서 시름놨다. 여기에 고기와 채소감들이 있으니 빨리 큰상부터 차리자.”고 말씀하셨다. 도림누나는 잽싸게 부엌에 불을 지핀 후 먼저 오이무침, 배추김치, 도라지채등 반찬을 만든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마을사람들과 상객 접대할 료리를 만들었다. 그날 나의 안해의 사촌오빠가 상객으로 와서 돼지고기, 칼치, 꿩고기 등 륙, 해, 공 료리에다 술을 거나하게 마신 후 신부를 사돈에게 맡기고 간다는 마지막 술상에서 손님접대 주인으로 앉은 나의 삼춘에게 “듣자니 이 마을에 료리솜씨가 대단한 녀성이 있다는데 한번 그 녀성이 만든 료리를 맛보면 안되겠습니까?”하고 청을 들었다.

잔치날 상객이 요구하는 음식은 꼭 만족시켜 주어야기에 어머니는 도림누나에게 눈치질하면서 빨리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도림누나는 아무 군소리 한마디 없이 부엌에서 알불을 꺼낸 후 도자기 그릇에다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을 만들어 상객방에 올렸다. 술이 거나한 상객은 구수한 청국장을 맛보더니 “이 료리가 최고입니다.”라고 말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그 누가 알았으랴, 바로 그 날의 음식상이 도림누나가 손님접대를 위해 차린 마지막이라는것을. 내가 결혼식을 올린 사흘만에 도림누나는 급뇌출혈로 영영 우리 곁을 떠났다. 고인의 옷을 갈아입힐 때 어머니는 공사 왕서기가 가져다 준, 딱 한번밖에 입지 않았던 데트론옷을 도림누나에게 갈아입히면서 대성통곡하시였다.

세월이 흘러 내 고향의 ‘몽당치마'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어언 47년이 된다. 물은 급하게 흘러도 물속의 달은 흐르지 않는다. 하지만 절주 빠른 세월의 흐름 따라 고향의 사람들은 뿔뿔이 외국으로, 남방으로 떠나가고 렬사비만 산에 우두커니 서서 마을을 지켜보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지금은 결혼도 환갑도 모두 례식장에서 편하게 하고 집에 간혹 손님이 방문해도 대부분 식당으로 가서 대접한다.

설명절 마을의 젊은이들이 땀을 뚝뚝 흘리며 찰떡을 치던 그 귀맛 좋은 떡메소리 그리고 녀인들이 부엌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던 모습들이 그립다. 내 고향의 ‘몽당치마' 도림누나가 그립다.

/리삼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725
  • 겹겹이 쌓인 영예증서들과 묵직한 훈장들은 걸어온 삶의 궤적이자 기록들이다. 기록으로 남았고, 또 더러 기록되지 못한 지나온 세월이 돌아보면 근 한세기가 된다. ‘8.15’ 로인절을 맞아 연길시에 살고 있는 1930년생, 만 93세의 김봉수 할아버지의 인생 발자취를 돌아보며 한 로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를 풀어보려...
  • 2023-08-15
  • 12일, 룡정고중동창회 회원들이 룡정고급중학교를 찾아 룡정고중 재학생들의 학업과 발전을 추진하고 모교의 학술연구 능력 제고를 취지로 교류모임을 진행했다. 국내외 유명한 대학교의 교사, 연구진과 대학교 재학생들인 그들은 국내외 인지도가 높은 대학, 전공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학업과 사업에서 쌓은 본인의 풍부...
  • 2023-08-15
  • 연변 관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우리 민족의 전통 음료인 막걸리 판매량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연길시 막걸리제품 온라인 판매액은 1,546.49만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52.64% 수준으로 크게 성장했다. 연변에 다녀간 관광객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겨주는 연변 특산물의 하나가 바로 막걸리이다. 막걸리...
  • 2023-08-15
  • 8월14일 오전 연길시 조양천진 근로촌로인협회 100여명 로인들이 함께 모여 로인절을 경축하면서 색다른 단체사진을 찍고 민족단결의 정을 나누었다. 이날 문예공연은 촌민소조 별로 9개 가무 종목을 선보였는데 향촌진흥의 아름다운 념원과 축복, 중화민족공동체의식 다지기와 민족단결 한가정 등을 내용에 담았고 적극적...
  • 2023-08-15
  • 8월 14일, 로인절을 맞으면서 연길시민정국, 연길시애심협회, 연길시북산가두 판사처 등 단위들은 련합으로 연길시의 8쌍 로부부들에게 금혼 축수연을 차려드렸다. 갖은 풍상고초를 겪으면서도 어깨 나란히 오랜 세월을 살아온 8쌍 로부부들의 장수비결은 화목이였다. 로부부들은 당과 사회에 대한 무한한 고마움과 긍지감...
  • 2023-08-15
  • —각 지역, 각 관련 부문 문화전승발전좌담회 정신 깊이 있게 관철 실시 2023년 7월 3일 촬영한 소주 평강력사문화거리(드론사진)/신화사 소주 고성 평강력사문화거리에는 평탄(评弹)소리가 아름답고 우아하게 울려퍼져 긴 여운을 남기고 소수(苏绣), 송금(宋锦), 격사(缂丝), 소선(苏扇) 등 무형문화재가 독특한 아름다움...
  • 2023-08-14
  • 13일, 제14회 중국―동북아박람회 비서처에 따르면 제14회 중국―동북아박람회는 처음으로 현대써비스업관을 설립하고 의약건강써비스, 의료써비스, 지혜양로 및 강양써비스를 방향으로 이번 동북아박람회 플래트홈을 통해 의료건강업 자원을 통합하고 협동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현대서비스업관(6호관)의 전시 면적은 1만평...
  • 2023-08-14
  •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는 대상 수상자 박지현학생. 연변조선언어문화진흥회가 주관하고 연변조선족자치주문화예술발전촉진회가 주최한 ‘정음컵’ 제6회 어린이 <조선언어경연대회> 결승 및 시상식이 8월 12일 오후에 연길시 한원지능호텔 8층 회의실에서 개최되였다. 유아조, 저급학년조, 중급학년조, 고급학년조로 ...
  • 2023-08-14
  • 제3편 동북항일련군 녀성 장교와 중공 각급 녀성 지도간부 1. 사급 이상 장령, 시와 지구급 이상 중공 지도간부 김성강(金成刚, 1899—1933): 탕원 ‘10.14 참안’ 12수난자, 중공탕원중심현위원회 위원 조선 평안남도 개천군 내남면 답도리에서 태여났으며 1920년 겨울 식솔을 따라 료녕성 안동(지금의 단동시)으로 이주하...
  • 2023-08-14
  •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본래 부모의 책임이다. 그러나 어떤 원인으로 인해 많은 가정의 로인들이 손자를 양육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그렇다면 ‘손자 양육’은 도대체 응당한 일인가? 아니면 화페로 계량화 가능한 로동인가? 최근 장춘시관성구법원 장강로개발구인민법정은 할머니가 ‘손자양육비’를 주장한 사건을 심리 판...
  • 2023-08-14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