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 내 친구 용이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8월15일 12시14분    조회:296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산동 위해 리영길

나는 그날 여느때보다 일찍 일어났다. 한국 딸네 집으로 가는 내 친구 용이네 부부를 공항까지 바래주기로 약속이 되여 있었다. 9시 비행기인데 두시간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했다.

작자 리영길

남에겐 한없이 베풀면서도 남의 신세는 조금이라도 지려하지 않는 용이는 이번에도 공항셔틀버스가 집앞으로 지나간다면서 나의 도움을 극구 거절하였다.

그런 그를 (그의 안해도 함께 오래 살아서인지 용이처럼 고지식했다.)억지로 설득해서 아침 6시에 승용차로 배웅해주기로 한 것이다.

나는 서둘러서 세수를 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마침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나는 내가 늦은 것 같아 먼저 미안해졌다.

"용이냐? 내 지금 떠난다."

"아니, 우리 지금 뻐스를 탔거든! 그러니 우리 걱정말고 푹 쉬여라! 우리 갔다 올게… " 내가 뭐라 나무랄새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친구에 대한 그의 배려에 나는 리해가 가면서도 용이의 야속한 처사가 탐탁하지 않았다.

용이는 특별히 급한 용무로 출국하는것도 아니고 유람삼아 외손녀의 돌잔치에 가는데 옆 사람까지 수고를 끼치겠는가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인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용이의 사람됨됨이를 너무도 잘 알지만 나에게 차도 있고 내가 바쁜 사람도 아닌데 한 시간 거리의 공항까지 배웅하겠다는 내 성의를 뿌리치는 용이가 오늘따라 야속할 따름이다.

… 비록 약속을 어기고 셔틀버스를 타고 떠났지만 그래도 길 떠나는 용이부부에게 잘 갔다오라고 인사말 한마디 못한 미안한 생각에 나는 핸드폰으로 문자를 넣었다.

잠시후 용이에게서 답장이 왔다.

"경호야, 네가 공항에 날 배웅하고 혼자서 말동무도 없이 외롭게 돌아갈 네 모습이 마음에 걸려 지나가는 셔틀버스를 탄거란다. 그러니 달리 생각지 말라, 고마운 너의 마음 잘 알고있다. 고맙다!"

문자를 읽는 나는 몇십년을, 아니 아이때부터 같이 자라고 같이 생활한 용이의 깊은 마음을 다는 모르고 있었구나 생각 하면서 그의 성품이 그저 부러울 뿐이였다.

나는 친구의 세심한 배려에 코허리가 찡 해났다.

작자 리영길(오른쪽)씨와 그의 친구 용이(왼쪽)

내가 용이를 알게 된 것은 소학교 2학년때이다. 아랫 마을로 새로 이사왔다는 아이가 우리 학급에 왔는데 담임선생님은 그를 내 옆자리에 앉히면서 나의 둘도 없는 다정한 짝꿍이 되였다. 나와 동갑내기인 용이는 후에 안 일이지만 우연하게도 생일까지도 같았다.

나는 매일 아침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갈 때면 용이네집에 들려 용이와 함께 학교로 갔다. 용이네 집은 우리집에서 2리가량 더 가서 학교가는 길옆에 있었다. 어떤 날은 내가 좀 일찍가면 용이네는 그때 아침을 먹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머니만 있고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후에 안 일이지만 용이가 다섯살적에 목재판에서 사고로 세상을 떴다고 한다. 그래서 용이 어머니는 혼자서 외동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는 것이였다.

용이 어머니는 아들의 친구인 나를 한결같이 반갑게 대해 주었고 극진히 보살펴주었다.

아마 그날이 월요일로 기억된다. 휴일 하루 못 본 친구가 그리워 나는 일찍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면서 습관대로 용이네 집에 들렸다. 용이 어머니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환하게 웃으시며 내 팔을 끌며 "빨리 올라가서 이걸 좀 먹고 가거라. 오늘은 우리 용이 생일이거든! " 하시며 맛나는기름에 구운 떡을 내손에 쥐여 주시는 것이였다.

(어…? 나도 오늘이 생일인데!) 나는 속으로 놀라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떡두개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그래서 나는 용이와 동갑내기에 다가 생일도 같은 날이란걸 알게 되였고 그런 우연때문인지 우리는 더 각별히 친근히 지내게 되였다. 그 우정이 60이 넘는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용이는 외동 아들로 태여나서 어머니의 각별한 사랑속에서 어렵던 그 시절에도 늘 새옷을 입고 다녔지만 6남매의 넷째로 태여난 나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늘 누나들이 입던 옷을 물려 받아 입게 되여 새옷이라고는 구경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나는 어린 나이에도 누나들이 입던 녀자옷을 입기 싫어 했고 새옷을 입고 다니는 용이가 부럽기만 했다.

용이 어머니는 우리집 형편을 입소문으로 알고 계셨는지 나를 특별히 관심해 주셨다. 겨울에 용이의 벙어리 장갑을 만들면서 내것까지 정성들여 만들어 주셨고 누나들이 신던 헌신을 덜덜 끌고 다니는 모습이 보시기 안스러워서였던지 용이 운동화를 사면서 용이것과 꼭 같은 운동화를 사주셨다. 세월이 흘러 이젠 용이 어머니가 이세상에 안계시지만 그 분의 인자하고 환한 미소는 오늘도 눈앞에 생생하다. 내가 용이 생일날 아침 떡 두개를 게눈감추듯 먹어치우는 것을 흐뭇하게 바리보시며 미소지으시던 용이 어머니의 인자한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작자 리영길(오른쪽)씨와 그의 친구 용이(왼쪽)

어느덧 세월이 흘러 용이와 나는 어엿한 청년이 되여 용이는 아래마을 생산대에서 나는 웃마을 생산대서 저마끔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용이가 크게 다쳐 현립병원에서 사경에 헤매고 있다는 급보를 받고 나는 급히 뻐스를 타고 현립병원으로 달려갔다. 용이는 생산대의 파견으로 방공용 동굴을 뚫는 일을 하다가 무너지는 바위돌에 타박상을 입은 것이다.

출혈이 너무 심해서 수혈을 받아야 했는데 병원에는 저장된 혈액이 바닥이 났었고 또 <0>형 혈액이여야만 했다.

나는 학교때 혈액검사에서 <0>형인 기억이 번뜩 생각나서 "의사선생님, 저의 혈형이 <0>형입니다."하면서 다급히 팔을 내 밀었다. 검사결과 내 혈형이 <0>형으로 나오자 의사 선생님은 즉시 내 피를 용이에게 수혈했다.

그리하여 용이는 환생했고 나는 잃을 번했던 친구를 되살린 기쁨과 긍지로 가슴이 벅차 올랐었다 … .

이렇게 나와 용이는 어려서부터 같이 공부하고 같이 자란 죽마고우이며 피로 맺어진 추억이 깊은 친구이다.

나는 창공을 헤가르며 날으는 비행기 안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사색에 잠겨 있을 용이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숱이 적은 머리, 시원하게 벗겨진 넓은 이마, 크지도 작지도 않은 눈, 우뚝 솟은 코…생김새와는 달리 용이는 과묵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내가 그를 친구 이상으로 좋아 고소중해하는 것은 그가 남을 헤아리는 깊은 마음씨와 넓은 아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나는 어느 노래의 노래말이 생각났다.

웃음을 주고 받을 친구는 많지만

눈물로 마주 앉을 사람은 적더라

용이와 나는 지금 산동 위해에서 같이 살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우리 어디 가도 같이 가서 살자던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나와 용이가 찰떡 친구인 것 처럼 우리 안해들도 자연 친자매처럼 다정하게 오간다. 정말 깨알이 쏟아지는 보기 좋은 친구라고 주변 사람들은 칭찬해 마지 않았다.

누군가 “사람은 일생에 서로 마음을 터 놓을수 있는 친구 하나만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라”고 하였다.

정말 내 마음속에 쏙 드는 말이였다. 나에게도 이리저리 만난 친구가 많지만 용이처럼 진정 서로 마음을 헤아려주는 친구는 없는 것 같다.

<빈천지교불가망>(贫贱之交不可忘)이란 말처럼 어려운 동년시절과 벅찬 청년시절을 거치면서 피와 마음으로 얽힌 우리의 우정은 잊을수 없으며 영원할 것이다!

<친구란 사귀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쉽다>란 우리 민족속담은 우정을 계속 지켜 나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는 깊고 깊은 뜻이 있다.

천진란만한 동년시절부터 사귄 우리의 우정이 희망과 정열에 넘친 청년시절 그리고 지금 즐겁고 행복한 로년시절을 거치면서 세월의 비바람속에서 동고 동락하여 더 탄탄해 졌고 우리 인생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믿는다!

우리의 우정은 영원하리라고

이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지속되리라고!

내 미더운 평생의 친구야!

너도 그렇게 믿겠지?!

 

2023년 7월 29일 수정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744
  • 이는 ‘길림 1호’ 위성이 우주에서 촬영한 연변대학 부감도이다.(장광위성기술주식유한회사 제공) 연변조선족자치주 왕청현 복흥진 부감도 2022년 9월 3일,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70주년 경축대회 현장에서의 공연 장면. 2020년 5월 6일, 연변조선족자치주 화룡시 서성진 진달래민속촌에서 촌민들이 촌의 카페앞에서 친자...
  • 2022-12-01
  •   조선족한지공예작가 여련옥씨의 한지공예작품 〈이주〉 “다시 일어날 수만 있다면 꼭 다시 한지공예를 하고 싶어요…”올 여름 7월 14일 병으로 이 세상을 하직한 조선족한지공예작가 려련옥씨가 간절하게 하던 말이다. 60년대 초, 길림성 서란시 서교향 자경촌에서 출생한 려련옥은 어린시절 소아마비후유증으로 운신조...
  • 2022-11-30
  • 11월 27일 저녁부터 28일 아침까지 광주시의 여러 구(区)들에서 핵산검사에 관한 최신 통고를 발표했는데 그중 월수구, 려만구 등지의 통고에서는 모두 장기적으로 자택에 거주하는 로인, 매일 인터넷수업을 받는 학생, 재택근무자 등 사회면 활동이 없는 인원은 만약 외출수요가 없다면 전원 핵산선별검사나 핵산검사의 ‘...
  • 2022-11-29
  • 단련여는 ‘가장 화면발 잘 받는 아가씨’를 이번에 몇번째로 보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녀는 “요즘 좀 살찐 것 같다. 안색이 좋아보인다!”고 말한다. 단련여가 ‘가장 화면발 잘 받는 아가씨’라고 일컫는 3살짜리 암 야생동북호랑이는 왼쪽 앞발에 무늬가 없고 복부에 3개 원형 무늬가 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
  • 2022-11-29
  • 물음: 민간대출 분쟁이란? 공민이 민간대출 분쟁이 발생하면 인민법원에 어떤 서류를 제공해야 하는가? 답: 우리 나라 법률 및 관련 사법해석의 규정에 따르면 민간대출 분쟁은 자연인, 법인 및 비법인 조직 간에 자금 융통을 통한 행위로 인한 민사분쟁을 말한다. 대출자가 인민법원에 민간대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대출증...
  • 2022-11-29
  • 28일 제30회 중화컵 전국중로년 B조, C조 축구경기(55-65세조)가 광서하주축구훈련기지에 결속된 가운데 연변원휘의우팀이 최종 3등의 영예를 안아왔다. 지난 11월 23일부터 개최된 제30회 중화컵 B조, C조 축구경기는 중국축구협회에서 주최하고 광서쫭족자치구체육국과 광서축구협회에서 주관하고 북경 성위오주국제체육...
  • 2022-11-29
  • 아쉬운 패배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검은 별’ 가나에 접전 끝에 2대 3 한 점 차로 졌다. 16강 진출 여부가 달린 중요한 일전에서 패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대표팀은 마지막 뽀르뚜갈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28일 저녁 6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까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
  • 2022-11-29
  • - 연길시조선족무형문화유산보호중심을 찾아     제6회 ‘무형문화의 메아리' 음악회 한장면. 지난 8월 29일, 행운스럽게도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주년을 경축하는 주제로 마련된 제6회 ‘무형문화의 메아리’음악회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연길시문화관 극장에서 울려퍼진 음악회는 연길시문화라지오텔레비죤...
  • 2022-11-28
  • ‘일대일로’ 제안의 북쪽 개방의 중요한 노드인 장춘흥륭철도통상구에서는 10월 이후로 총 11편 기차의 550대 바곤이 발차되여 ‘장춘 만주리 유럽(长满欧)’ 화물렬차의 겨울철 정상화 운영을 보장했다. 사진은 통상구의 근로자가 렬차에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모습이다. (장야 찍음)
  • 2022-11-28
  • 최근, 〈국가 공업관광시범기지 규범과 평가〉(LB/T 067-2017)와 〈길림성 공업관광기지 관리방법(시행)〉에 따라 관련 시(주) 문화와 관광 행정부문의 추천을 거쳐 길림성문화관광청은 전문가를 조직하여 절차에 따라 종합평정을 한 결과 이하 6개 단위가 길림성 공업관광기지 표준의 요구에 도달했다고 판단하여 길림성 ...
  • 2022-11-28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