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을에 갔다가 직접 목격한 일이다. 문구경기를 앞두고 막바지 훈련을 하다가 1호공을 치는 갑친구와 9호공을 치는 을친구 사이에 사소한 일로 마찰이 생겼다. 오고 가는 말이 거칠어지자 갑친구가 퇴장하면서 “목삐둘이가 문구를 치면 얼마나 잘 치겠소?” 하면서 을친구를 비꼬았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한 녀성이 을친구에게 귀띔했다. 을친구는 녀성의 말을 듣고 땅을 치며 통곡했고 집으로 돌아가 다시는 문구장에 나오지 않았다. 어렸을 때 심한 열병으로 목이 비뚤어져 승학시험에도 참가하지 못하고 고운 색시도 얻지 못해 29세 되서야 겨우 절름발이 안해를 얻어 언제나 설움을 안고 사는 을친구의 아픈 상처에 소금을 쳤던 것이다.
옛날 한비자는 “룡은 유순해서 잘 길들이면 탈 수도 있다. 그러나 턱 밑에 거꾸로 난 역린을 건드리기만 하면 길들인 주인이라도 죽인다”고 사람들에게 훈계했다. 룡의 모든 비늘은 땅을 향하고 있는데 유독 목의 비늘만 하늘을 향하여 이 비늘만 다치면 역린이 목을 찌르고 룡은 고통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두루 주변의 사람들을 살펴보면 말없이 서러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 허리디스크로 허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 남편을 잃고 서러움을 안고 사는 사람... 절주 빠른 세월에 고슴도치처럼 콕콕 찌르며 살아가는 이 험악한 지구촌에서 ‘역린’을 가진 일부 사람들에게 사랑과 베품을 준다면 옹이 박힌 나무가 더 단단하고 풀이 받은 상처는 향기가 되듯이 ‘역린’ 전진의 동력으로 될 수 있지만 반대로 평소 말이나 행동에서 간혹 상대의 급소를 건드리면 관계가 나빠지고 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 서두에서 말한 갑, 을 친구의 경우를 놓고 보더라도 고심한 훈련을 거쳐 문구 고수로 발탁된 을친구가 경기중 실수를 하게 됐다. 이 때 갑친구가 남다른 시선으로 살갑게 을친구를 대하고 실수 원인을 차근차근하게 가르쳐 주었다면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방의 급소를 건드렸으니 지뢰의 뢰관이 터진 것과 별다름이 없다.
일찍 중학교 재직시절 나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30여명 학생들을 데리고 현농장에서 모내기를 하고 일정한 금액의 보수를 받았다. 학생들에게 돈을 배분할 때 나는 소아마비로 함께 하지 못한 최명선에게도 한몫으로 5원 50전을 가져다 주었다. 최명선은 처음에 사양하다가 눈물을 머금고 떨리는 손으로 돈을 받아쥐였다. 후에 이 학생은 완강한 의력으로 무선전 기술을 학습하고 가전제품수리부를 꾸려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집체든 개인이든 상대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민감부위를 피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착잡한 마음을 서로 조절해간다면 뜻밖의 상황을 피면하고 어려움도 순조롭게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
역린을 지켜주며 영원히 서로가 서로의 푸르른 하늘이 되였으면 좋겠다.
리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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