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로년의 추억]50년전에 받았던 특수한 ‘선물’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8월17일 11시16분    조회:379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소중한 물건들을 수장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색바랜 물건들이 많다. 그 보따리를 헤치면 특별히 눈길 끄는 것이 있는데 바로 편지 묶음이다.

나는 묶은 편지들을 풀어냈다. 봉투와 글자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이미 퇴색했다. 그러나 그 매통의 편지들은 지금도 내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1973년 2월 중학교를 다니던 나는 소아미비교정수술을 하려고 혼자서 장춘부대병원에 가서 입원하였다. 그때 아버지는 출근하느라 시간이 없었고 어머니는 줄줄이 낳은 다섯 동생들을 보살펴야 했기 때문에 집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열여덟살의 나이로 머나먼 곳, 그것도 혼자서 낯설고 산설은 곳에 가서 몇달간 있는다는게 왜 그렇게도 힘들고 고독하던지 나는 처음 며칠은 밤이면 이불속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그때 병원에는 환자가 많다보니 나는 4월달에야 수술받게 되였다. 수술 후 열흘 만에 아버지께서 날보러 오셨는데 병실에 들어선 후 가방을 열더니 편지들을 꺼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널 보러 온다하니까 너희반 애들이 편지를 보내더구나”

나는 먼저 편지를 헤여보았다. 스무여덟통이였다. 전반 학생들이 누구나 하나도 빠지지 않고 썼던 것이다.

한 병실에 있던 환자들이 우르르 모여 들었다. 어떤 환자들은 감탄했고 어떤 환자들은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왔다.

나는 먼저 제일 우에 있는 편지봉투를 손에 들었다. 눈에 익은 글씨였다. 넙적하게 쓴 글, 이건 련화가 쓴 편지임에 틀림없었다. 소학교 때 늘 내 가방을 메여준 련화! 나는 속지를 뽑아서 읽기 시작했다.

“보고 싶은 영옥에게: 그동안 수술도 하고 치료도 하느라고 아픈 고생 많이 했지? 우린 네가 치료를 잘해서 빨리 돌아오길 기다린다.…”

나는 또 다음 편지봉투를 들었다. 아, 이건 재옥이가 쓴거구나. 언제 봐도 얼굴에 해님을 담고 있는 재옥이다.

“영옥에게: 잘 있니? 그 아픈 수술을 당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니? 우리는 지금 인제 네가 우리처럼은 몰라도 원래보다 잘 걷는 모습을 매일 그려보고 있단다. 네가 그 아픈 다리로 학교로 오가는걸 볼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팠어...”

이건 또 누가 쓴 걸가? 글씨를 봐서는 알 것 같으면서도 알아 맞추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속지를 뽑아서야 바로 성길이가 쓴 것이라는걸 알게 되였다. 늘 말수가 적은 성길이, 녀자애들이 말을 걸면 얼굴부터 붉어지는 성길이다. 그런 성미인 성길이가 나에게 이 글을 쓸 때 웬만한 결심을 가지고는 못 썼을 것이리라!

그 다음은 송월이, 형식이, 정옥이, 순철이… 특히 내 마음을 울렁이게 한 것은 철복이의 편지였다. 철복이는 소학교 때 늘 내 걸음을 흉내내서 내가 제일 미워하는 남자애였다. 밉다 못해 어느날 큰 병에 걸려서 학교로 다닐 수 없었으면 하는 생각까지도 있었다. 그렇게 줄곧 애를 먹이고 내 마음을 상하게 하던 그가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그 버릇이 고쳐졌는지 날 더는 놀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내 눈에 제일 미운 애로 박혀있었다. 그러던 그 애가 나에게 편지를 보낼 줄이야.

“영옥아: 많이 고생했지? 얼마나 아픈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 지난 일을 다 잊어다오. 내가 너무 헴이 못 들었던거야. 중학교에 와서 내가 너무 했다는 걸 알고는 다시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고 무등 애를 쓰는데 넌 그냥 이전 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 날 용서해주면 고맙겠어...”

워낙 글을 비뚤게 쓰는데 그때 글씨를 정성스레 쓴 것이 한눈에 안겨왔다.

나는 이상하게도 그제날의 미움이 마치도 봄날의 눈처럼 사르르 녹아서 사라짐을 느꼈다. 그래그래, 철없을 때 한 일을 가지고 구태여 자꾸 기억 속에 담아둘 필요가 없지. 나는 저도 몰래 코마루가 찡해났다.

애들이 쓴 어떤 편지는 글씨가 정연하지 않았고 어떤 편지의 내용은 글이 순통하지 않았고 또 어떤 편지는 짧았지만 그러나 편지마다 나의 고독한 마음을 헤아려 주었고 힘내고 용기를 내서 어서 빨리 학교에 돌아와 함께 공부하자는 마음을 담은 내용들이였다.

그 시절, 우리는 한반에서 공부한다 해도 혹시 어느 남녀 간에 조금만 말이 오가면 련애한다고 해서인지 아니면 무슨 ‘남녀 칠세 부동석'라고 해서인지 남학생과 녀학생들은 서로 만나도 말을 건늬지 않았었다. 그러던 남학생들이 한명도 빠짐없이 나에게 편지를 쓰다니. 후에야 안 일이지만 그때 반급 담임선생님이였던 박창호선생님이 자습시간에 반급 학생들을 동원하셨단다.

“오늘 시간에는 아주 특수한 숙제를 주겠습니다. 모레쯤 우리 반의 박영옥 아버지께서 장춘병원에 가신다고 하는데 이번 시간에 영옥학생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학생들은 편지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쓰고 안 쓰는 건 자유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자 녀자애들은 다 머리를 숙이고 쓰느라고 했는데 어떤 남자애들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쓰더라고 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 말 한마디 안건늬던 남자애들이 몽땅 동원돼서 편지를 썼다. 불행한 친구를 동정할 줄 알고 희망을 바라는 사람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 줄 아는 고마운 친구들이였다.

그해 7월중순까지 병원생활을 하게 된 나는 외로울 때나 아플 때나 쩍하면 그 편지들을 꺼내서 읽고 또 읽었다. 그 편지들은 나의 고독을 달래주었고 나에게 아픔을 이겨내고 래일을 바라보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이젠 50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지만 그러나 내가 지치고 힘들 때 나에게 보내준, 사랑이 푹 담긴 편지 선물은 영원히 나의 보물로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박영옥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12
  •   북경애심녀성네트워크가 주최한 제10회 ‘희망의 꿈나무 키우기’프로젝트에 내몽골을 포함한 동북3성 등 5개 지역의 31명의 중학생들이 얼마전 4박5일동안 북경 견학을 마쳤어요. 뜻깊은 견학을 통해 학생들한테 나름의 ‘꿈’이 생기고 ‘꿈’을 향해 도전하려는 동력이 생겼습니다.‘희망의 꿈나무 키우기’프로젝트를...
  • 2023-08-15
  • [북경 8월 15일발 신화통신] 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7월달 국민경제가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생산수요가 기본적으로 안정되였으며 취업물가가 총체적으로 안정되고 발전의 질이 안정적으로 제고되였다. 써비스업은 비교적 빠른 성장을 유지하고 공업 생산은 평온하게 성장했다. 7월달 전국 써비스업 생산지...
  • 2023-08-15
  • 8월 14일, 공청단길림성위원회에 따르면 ‘3농’사업에 관한 습근평 총서기의 중요 론술과 20차 당대회 정신을 깊이있게 학습, 관철하기 위해 성당위의 향촌진흥 전략에 관한 결책과 포치를 깊이있게 관철락착하고 전 성 향촌진흥사업에 조력하며 농촌 청년인재를 양성하고 광범한 단원청년들을 단합인솔하여 향촌진흥 분야...
  • 2023-08-15
  • --산동 위해 리영길 나는 그날 여느때보다 일찍 일어났다. 한국 딸네 집으로 가는 내 친구 용이네 부부를 공항까지 바래주기로 약속이 되여 있었다. 9시 비행기인데 두시간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했다. 작자 리영길 남에겐 한없이 베풀면서도 남의 신세는 조금이라도 지려하지 않는 용이는 이번에도 공항셔틀버스가 집앞으...
  • 2023-08-15
  • 8월 15일, 연변조선족자치주 “8.15 로인절”맞이 로인축구대회가 연길시공원축구장에서 개최되였다. 연변조선족자치주로인체육협회에서 주최하고 연변조선족자치주로인축구협회에서 주관, 연길시원림건설투자유한회사와 스타연변총대리에서 협조한 2023년 연변조선족자치주 “8.15 로인절”맞이 로인축구대회는 65세 이상...
  • 2023-08-15
  • 8월 14일, 길림성목축국이 주최하고 성농업과학원, 성육우판공실, 국가 육우야크산업기술체계, 장백산보호개발구 관리위원회가 주최한 길림성 제1회 육우종자업혁신포럼이 안도현 이도백하진에서 개최되였다. 성내외 과학연구원, 기업들에서 온 전문가, 학자, 기업가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길림성의 육우종자업의 혁신 발...
  • 2023-08-15
  • 제14회 중국―동북아박람회 길림관은 장춘국제회의전시쎈터 7호관에 설치되는데 총면적이 1.2만평방메터로 360평방메터짜리 블록이 16개 설치되였고 도합 640개 국제표준 부스가 설치되여 있다. 지금까지 이미 200여개 전시상이 박람회에 참가하기로 신청하였는 바 각지의 명우제품과 중점기업을 중심으로 전람전시를 진행하...
  • 2023-08-15
  • 겹겹이 쌓인 영예증서들과 묵직한 훈장들은 걸어온 삶의 궤적이자 기록들이다. 기록으로 남았고, 또 더러 기록되지 못한 지나온 세월이 돌아보면 근 한세기가 된다. ‘8.15’ 로인절을 맞아 연길시에 살고 있는 1930년생, 만 93세의 김봉수 할아버지의 인생 발자취를 돌아보며 한 로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를 풀어보려...
  • 2023-08-15
  • 12일, 룡정고중동창회 회원들이 룡정고급중학교를 찾아 룡정고중 재학생들의 학업과 발전을 추진하고 모교의 학술연구 능력 제고를 취지로 교류모임을 진행했다. 국내외 유명한 대학교의 교사, 연구진과 대학교 재학생들인 그들은 국내외 인지도가 높은 대학, 전공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학업과 사업에서 쌓은 본인의 풍부...
  • 2023-08-15
  • 연변 관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우리 민족의 전통 음료인 막걸리 판매량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연길시 막걸리제품 온라인 판매액은 1,546.49만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52.64% 수준으로 크게 성장했다. 연변에 다녀간 관광객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겨주는 연변 특산물의 하나가 바로 막걸리이다. 막걸리...
  • 2023-08-15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