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오늘도 만두를 빚는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11월30일 10시18분    조회:344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요즘은 만두 빚기에 한창 열이 올랐다. 딸과 사위가 만두를 너무 즐겨 먹어서 며칠에 한번씩 만두를 빚는다. 제철인 청무우, 주황색 당근, 목이버섯, 노오랗고 찰진 옥수수알갱이, 펄쩍펄쩍 뛰는 신선한 새우 등 다섯가지 재료로 만두속을 만들어 만두를 빚는다. 청무우는 물이 많고 싱싱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만두속으로 넣기에 안성맞춤이다. 채칼로 쓱쓱 민 다음 소금을 살짝 뿌려서 수분이 빠져 나오게 하고 보에 넣어 꾹꾹 짜서 물기를 빼 버린다. 당근은 채칼로 썰어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낸 다음 칼로 다져줘야 감미로운 풍미가 더해진다...

이렇게 재료 손질이 다 끝나고 나면 통후추 기름장을 만든다. 후추향이 진하게 우러나도록 기름에 튀긴 후 후추는 걷어내고 다진파에 부어 파기름으로 업데이트시켜 이미 준비된 재료들과 같이 가볍게 버무려준다. 색갈만 봐도 눈이 즐겁고 식욕을 부쩍 살아나게 하는 만두속이다. 파랑, 노랑, 주황, 검정과 회색의 오색이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 만두속은 그야말로 채색 무지개 빛갈이라 해야겠다.

군침이 흐르고 입맛을 자극하는 만두속은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것은 물론 영양가 역시 더 말할 나위 없이 높다. 칼로리는 낮고 영양가는 높아 식탁의 인기 메뉴다. 미리 발효시켜둔 밀가루 반죽을 동글납작한 만두피로 만들어 이쁜 만두속을 꼭꼭 채워넣은 다음 시계바늘 반대 방향으로 돌려가며 한겹두겹 주름잡아주면서 예쁜 만두를 만든다. 물이 끓은 후 찜통에 15분 가량 쪄주면 눈에 띄게 부푼 희고도 봉긋봉긋한 귀여운 왕만두가 눈앞을 환하게 반겨주고 있다. 만두피는 쫄깃하면서도 입안에 착착 감기는게 가관이고 만두속은 촉촉하면서도 감칠맛이 일품이고 새우살과 옥수수알갱이가 씹히는 촉감에 행복의 미소가 저절로 피여난다.

그야말로 환상의 하모니이다. 가족식구들이 한입 맛보는 순간부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맛있어요, 맛있어!” 하며 만두 먹기에 정신이 없다. 너도나도 즐겨먹어 한끼에 몇십개는 눈 깜짝할사이에 사라지군 한다. 저마다 웃음지으며 행복해 하는 모습에 바쁘고 힘들었던 순간들은 어느새 가뭇없이 사라지고 가슴속 깊이 느껴지는 보람감과 행복감에 나도 몰래 가슴이 뭉클해온다.

예전엔 그리도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서 번거롭다고만 생각했던 만두 빚기가 지금은 아주 쉽고 간단한 료리가 된 것 같다. 자주 빚다보니 이젠 미립이 터 솜씨도 늘고 실력도 높아져 빚을 때 마다 맛과 멋과 영양을 확보한 료리사로 칭송받고 있다. 눈대중으로 만든 반죽과 만두속이 이젠 적지도 많지도 않게 묘하게도 딱 맞아 떨어지게 량을 장악해 자신도 깜짝 놀랄 지경이다. 예전엔 만두속이 남거나 만두피가 남을 때가 일쑤였는데...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게 입맛에 딱 맞게 간을 잘 맞추다나니 내가 빚은 만두는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어 매번 만두를 빚을 때마다 칭찬 일색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날의 만두 빚기 실력을 갖게 되기까지 많은 세월이 흐른 것 같다. 지금도 생에 처음으로 만두를 빚던 그날, 빛바랜 오랜 시절의 옛 추억이 머리 속을 파고든다.

옛날 시골에선 생활이 어려웠던 지라 꼭 설이 되여야만 만두를 빚어서 먹을 수가 있었다. 그믐날 밤중에 온 집안 식구들이 밥상에 둘러 앉아 뜨끈뜨끈한 만두를 먹어야만 설을 잘 쉬는 걸로 풍속이 되여버렸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마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그해도 그믐날이 되여 아버지가 개성에 가서 사온 돼지고기와 가을철에 저장해둔 알배추로 우리 집 력사상 처음으로 만두를 빚던 날이였다. 만두속 재료는 엄마 담당이였고 밀가루 반죽과 만두속을 버무리고 간을 맞추는 건 아버지 담당이였다. 준비가 순조롭게 잘 되여가고 집안엔 웃음소리, 이야기 소리로 명절 분위기가 훈훈했다.

이제 만두피를 밀어서 만두를 만들어야 하는데 엄마가 밀 줄을 몰라 우왕좌왕하고 아버지가 나무람을 하면서 말다툼이 생겼다. 급기야 낯을 붉히고 언성을 높여가며 말다툼을 하는 바람에 삽시간에 집안 분위기가 살얼음판이 돼 버렸다. 나는 한편으론 무서워서 가슴이 두근거렸고 다른 한편으론 명절에 다투는 엄마, 아빠를 보면서 속으로 화가 났다. 어린 나이였지만 싸움을 말려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대뜸 내가 밀어 보겠다고 자원해 나섰다.

타고난 재간이라고 해야 할가, 나는 처음 해보는 솜씨 같지 않게 제법 잘 밀었다. 처음엔 좀 서툴러서 손바닥도 아프고 만두피 모양도 별로 이쁘지 않았다. 그러나 차츰 익숙해지다 나니 속도도 빠르고 모양새도 변두리는 얇고 중간은 볼록하게 동그스럼하게 아주 이쁘게 잘 밀어냈다. 그날 나는 처녀작으로 설날 만두피를 혼자서 몽땅 밀어냈다. 엄마와 아빠는 말없이 만두피를 척척 밀어내는 나를 바라보며 기뻤던지 그새 기분이 풀려 만두 빚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해 설날은 행복한 설날로 즐거웠던 기억이다. 그후부터 만두피 만드는 일은 자연스레 내 몫으로 되여 버렸고 나는 만두도 예쁘게 잘 만들어 총명하고 예쁜 딸로 칭찬을 받게 되였다.

세월이 가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지금 사람들은 거개가 밖에서 하는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먹기가 일상화 되였다. 설을 제외하고 집에서 만두를 빚어 먹는 일은 거의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작년 가을 상해에 있는 딸애 집에 반년간 머물면서부터 딸애가 엄마가 직접 만든 만두를 먹고 싶다고 졸라대는 바람에 오랜 세월 접어두었던 만두 빚기를 다시 시작했다. 잠자던 솜씨가 부활이나 한 듯 만두맛이 업이 되여 기막힌 감칠맛이 가족들 입맛을 단단히 사로잡아 버렸다. 딸애는 펄쩍펄쩍 뛰는 싱싱한 새우살로 만든 만두를 제일 즐겨 먹었다. 찜통에 금방 쪄낸 만두는 복주머니마냥 귀엽고 통통해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절로 돈다. 뜨거워서 호호 불어가며 단번에 몇개씩이나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맛있는 음식은 나누어 먹어야 더 맛나는거라며 즉시로 심부름군을 시켜 지인과 딱친구들에게도 곧잘 선물했다. 한결같이 너무 맛있다는 칭송과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전달받군 했다. 올해 가을 나는 또 상해에 있는 딸애 집에 왔다. 임신한 딸애가 매일 통화하면서 하는 말이 엄마가 해준 새우살 왕만두가 너무너무 먹고 싶단다. 밀가루 두포대와 만두 만드는 전용도구들도 새것으로 언녕 구입해 놓았고 엄마 오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단다. 비행기 티켓도 바로 예매하겠다고 했다. 임신한 딸애가 먹고 싶다고 하니 나는 열일을 뒤로 하고 부랴부랴 상해로 날아왔다.

도착한 이튿날로 새우살을 넉넉하게 넣어 만든 부드럽고 통통하고 맛이 일품인 왕만두를 만들어 주었다. 딸애는 정말 맛있다며 바로 이 맛이라며 깔깔깔 웃어가며 역시 엄마가 만든 만두가 최고라면서 엄지척과 하트를 연신 날렸다. 큼직한 찐만두 5개를 눈 깜짝할 새에 먹어치웠다. 물만두, 찐만두를 번갈아가며 며칠에 한번씩 해서 먹였다. 이젠 만두 빚는 솜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료리감각이 살아나 밀가루 반죽은 물론 손놀림이 빨라 순식간에 맛좋고 건강에 좋은 맛있는 만두를 밥상에 으쓱하고 등장시킨다. 

오늘도 나는 임신한 딸과 열심히 일하는 사위를 위해 신나게 만두를 빚고 있다. 퇴근 후 문을 열자 바람으로 만두향에 취해 미소짓는 자식들을 생각하며, 맛있다 맛있다 연신 감탄하며 행복해하는 가족들 얼굴을 그려보면서 열심히 정성을 다해 만두를 빚고 있다. 사랑하는 자식들과 가족들의 만족스러운 웃음꽃이 내 마음속 행복꽃으로 활짝 피여나는 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와 가슴속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오늘도 나는 흥겹게 만두를 빚고 있다. 흥얼흥얼 코노래를 부르며 빛갈 곱고 맛 좋고 건강에 좋은 복주머니 만두를 정성스레 빚고 있다. 누군가 행복이란 보이는 사람에게만 가만가만 찾아온다고 했다. 엄마가 오니 나의 해피한 생활이 시작되였다고 기뻐하는 딸의 말처럼 오늘도 나는 행복을 소복소복 채워 넣은 사랑의 만두를 빚고 있다.

/향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816
  • 11월 14일부터 23일까지 국무원 안전생산과 소방사업 심사순찰조 제16조 (이하 심사순찰조로 략칭) 는 길림성의 2023년도 안전생산과 소방사업에 대해 현장심사순찰을 진행했다. 15일 오전, 안전생산과 소방사업 심사순찰 회보회가 장춘에서 소집되였다.심사순찰조 조장이며 국가식량물자비축국 부국장인 전이가 연설하고 ...
  • 2023-11-16
  • 올해 연길시는 다국 전자상거래종합시험구 건설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6대 체계건설'을 통해 다국간 전자상거래주체를 적극 육성하여 다국간 전자상거래의 완전한 산업사슬과 생태권을 점차 보완하였다. 11월 8일, 기자는 RCEP 연변다국 수출입센터를 찾았다. 1층의 체험관, 미용관, 타이관에는 다양하고 풍부한 상품들...
  • 2023-11-16
  • 20차당대회 정신과 중앙민족사업회의 정신을 관철시달하는 것과 제2차 습근평 새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사상 주제교육을 학습관철하는 것과 결부하여 15일 국가민족사무위원회의 중화민족공동체의식 확고히 다지기 강연단이 우리 성에서 시범강연 보고회를 소집하였다. 보고회는 장춘시에 주회의장을 설치하고 9개 시 (주...
  • 2023-11-16
  • 천촌시범건설사업이 전개된 이래, 도문시에서는 당위와 정부의 지도하에 ‘네가지 수행’에 따라 천촌시범건설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9유6무(九有六无)’의 표준을 둘러싸고 천촌시범건설사업에 대해 포치했다. 도문시 석현진 하북촌은 촌인구가 303명이고 상주인구는 72명이며 95%가 조선족인 전형적인 조선족민속촌이다....
  • 2023-11-16
  • 11월 3일, 비호대 창시자 첸나드 장군의 외손녀이자 첸나드항공학원 리사장인 캘로위(좌2)와 그의 아들 마이클 캘로위가 곤명리공대학 민항항공학원을 찾아 교류 방문했다. / 곤명리공대학 제공 “나는 이번에 열네번째로 중국에 왔다.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미국 인민의 진심과 선의를 중국에 전하고 더 많은 아름다운 이...
  • 2023-11-16
  • 제6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 온두라스, 세르비아, 윁남, 남아프리카, 까자흐스딴이 박람회 주빈국으로 국가전에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화사 보다 고수준 개방형 경제의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우리 나라가 주동적으로 개방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발전을 추진하는 전략적 조치이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나라는 외국 ...
  • 2023-11-16
  • 최근, 길림성인력자원사회보장청은 우리 성 민영기업 고급경영관리 인재대오 건설을 한층 더 강화하고 우리 성 인재평가체계를 건전히 하기 위해 우리 성의 실제와 결부하여 《길림성 민영기업 고급경영관리인재 직함심사실시방법(시행)》(《방법》으로 략함)을 제정했다. 《방법》은 길림성 민영기업가운데서 지명도가 높고...
  • 2023-11-16
  • ―제3회 장춘시 소수민족 사회단체 바드민톤경기 성황리에 11월 12일, 길림성조선족경제과학기술진흥총회가 주최하고 길림성몽골족문화경제촉진회, 장춘시몽골족문화촉진회, 장춘시만족문화촉진회, 장춘시시버족문화촉진회, 장춘조선족부녀협회, 장춘시 남관구회족소학교 등 사회단체와 단위가 협찬하고 장춘시조선족바드민...
  • 2023-11-16
  • 동물 중에서  농사일을 돕는 동물을 말하라치면 누구나 다 소라고 할 것이다. 소는 확실히 농사일을 돕는 고마운 짐승이며 풍요를 가져다주는 동물이기도 하다. 소한테는 인내력과 성실성 그리고 근면한 정신이 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그처럼 소를 아끼고 사랑해 왔으며 소를 기둥처럼 믿어 왔을 것이다. 어릴 때 농촌...
  • 2023-11-16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