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올랴할머니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1월16일 11시26분    조회:343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갑진년 룡해의 문턱을 넘어서서 인생의 지평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니 30년 전 로씨야에서 장사를 하던 시절 사기를 당해 알거지로 나앉고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황하던 나를 혜성 같이 나타나 구해준 로씨야 올랴할머니가 떠오른다.

1993년 3월, 로씨야 극동지구와 강 하나를 사이둔 흑룡강 동녕현 정부기관에 출근하던 나는 결연히 ‘하해'의 길에 올랐다. 당시 중로 변경무역이 붐을 이루면서 많은 중국 장사군들이 로씨야 우쑤리스크에 몰려들어 철물, 복장, 소상품 등 장사를 했다. 나이가 젊고 장사에 경험이 없다보니 남들이 하는 대로 철물장사를 시작했다가 열흘도 안되는 사이에 나는 로씨야 사기군의 얼림 수에 넘어가 18만원의 거금을 사기 당하고 하루 사이에 거지신세가 되고 말았다.

장사를 계속하자니 손에 쥔 것이 없었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안해한테 전화했더니 빚받이군들이 내가 중국으로 건너가면 김치움에 가두려고 하니 죽어도 건너오지 말라고 한다. 살길이 막힌 나는 앞이 캄캄해났다. 어느날 우쑤리스크 중국시장 한쪽 구석에 쭈크리고 앉아 애꿎은 담배만 태우고 있는데 품에 먹거리를 사들고 지나가던 고려인 할머니가 머리가 더부룩하고 입술이 하얗게 말라든 나의 몰골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남들은 돈을 버느라고 야단법석인데 왜 이렇게 앉아만 있소? ”라고 묻는 것이였다. 내가 우쑤리스크로 금방 건너왔을 때 이 할머니가 세집을 소개해준 인연이 있었기에 나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올리면서 “아닙니다. 그저 심심해서...”라고 실토정을 하지 않고 얼버무렸다.

알거지가 된 나의 옷차림을 보고 짐작이 갔던지 할머니는 “우리 집으로 가기요.”라고 말씀하시면서 무작정 나의 손을 잡았다. 택시를 잡아타고 뻐스역 부근 메드르위치 3동 아빠트에 자리잡은 할머니 집에 도착한 후 할머니는 뜨끈뜨끈한 토장국에다 이밥과 김치를 챙겨주면서 “배고프겠는데 먼저 식사를 하오.”라고 말씀하시였다. 식사를 하면서 할머니는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선 함경북도 시골에서 태여난 할머니는 성이 최씨이며 1930년대 연변을 거쳐 이곳으로 이주왔던 것이다.

올랴할머니는 “우리는 동족이요.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어야지.”라고 말씀하시면서 나호드까에 자기 둘째딸 마리나가 장사하고 있으니 중국 장사군들이 적은 그곳으로 가보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다. 이틀 후 나는 올랴할머니와 함께 나호드까에 가서 마리나를 만났다. 나는 과일채소 도매가게를 열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채소와 과일을 여러 시장과 식품상점에 도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운이 좋게도 장사는 시작하자마자 호황을 이루어 나는 평균 3일에 한번씩 중국의 과일과 채소를 실어들이고 마리나는 일군을 모집하여 물건을 파는 한편 작은 트럭으로 물건을 식품상점에 배달하는 형식으로 판로를 넓혀갔다.

나와 마리나가 장사하느라고 아침식사도 제때에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올랴할머니는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나호드까에 오시여 때시걱을 끓여주고 나의 어지러운 빨래까지 빨아주었다. 그러던 중 생각지도 못하던 일이 발생했다. 1999년 설대목이였다. 나와 마리나가 아침 일찍부터 창고로 나가 물건을 파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들이 무작정 나의 려권을 검사하더니 외국인 장사 허가증이 없다는 리유로 나를 경찰서로 련행하려고 했다.

구쏘련이 해체된 후 원 국영기업들이 파산해 모두 문을 닫고 사회치안이 어지럽다보니 경찰들이 중국사람들한테서 돈을 후려내는 일들이 종종 발생했다. 내가 경찰서에 끌려가면 언제 풀려나올지 모르고 설 대목 장사가 엉망이 되고 만다. 바로 이 위기일발의 시각에 올랴할머니는 자기 딸에게 눈짓하더니 마리나가 나의 앞에 나서면서 “이 사람은 내 남편이니 건드리지 말아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에누리 없이 밀어붙이는 마리나의 거동에 말문이 막힌 경찰들은 나와 마리나를 번갈아보더니 더는 트집을 잡지 못하고 물러갔다.

빚더미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는 올랴할머니와 마리나의 덕분으로 두 어깨를 누르던 빚을 갚아버리고 치부의 길에 들어서게 되였다. 그후 나는 또 나호드까에다 과수농장을 꾸리고 연변에서 사과묘목을 실어다가 나호드까에 심었더니 몇년 후 크지 않으나 새콤달달한 사과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직접 수확한 과일을 시장에 가지고 나가 팔아서 다시 한번 튼튼히 자리매김을 하게 되였다.

그때로부터 어언 30년 세월이 흘러 내 나이도 고희문턱을 넘어섰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지금에 와서도 이국 타향에서 내가 제일 힘들고 어려웠을 때 혈육 같은 사랑으로 나에게 은혜를 베푼 로씨야의 올랴할머니를 떠올리느라면 나는 그 고마움에 감개가 무량해난다. 

/리삼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898
  • 중국 길림 첨단기술인재시장 지도위원회 판공실(길림성인재교류개발중심)은 근일에 길림성중점기업사업단위 34개를 조직해 성외로 나아가 ‘길림에 인재 모으기’를 주제로 한 고급인재 유치 활동을 벌였다. 이번 초빙 활동에 참가한 기업들에는 전문•정밀•특수•참신 기업 9개, 과학연구원소 3개...
  • 2022-10-05
  • “국경절 기간 가족들과 함께 있지는 못하지만 공상당원으로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터에서 분투할 수 있어서 매우 충실했고 기쁘다.” 최근, 기자는 길림장춘석유분공사 동풍대가 주유소에서 바삐 보내고 있는 김문령을 만났다. 동풍대가 주유소의 당지부서기, 부소장인 김문령은 주유소의 모든 업무에 익숙하...
  • 2022-10-04
  • 국경절련휴 황금주간에 장백산풍경구는 재차 관광고봉을 맞이했다. 10월 1일, 도합 8,356명의 관광객을 접대했는데 동기대비 32.05% 증가했다. 10월 2일, 장백산을 찾은 관광객은 총 1만 6,719명으로 동기대비 35.05% 늘어났다. /길림일보
  • 2022-10-04
  • 전시작품 ‘행복’. 서예와 조각이 결합된 서각(书刻)예술은 중국, 일본, 한국 등 나라들에서 그 력사가 비교적 유구하다. 그러나 연변에는 거의 생소한 예술이기도 하다.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외국에 가서 4년간 서각기술을 전수받고 10여년간 서각창작활동을 해온 서각가 정목 허응복씨의 첫 서각전...
  • 2022-10-02
  • 전체 수상자들과 주최측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연변조선언어문화진흥회의 주최하에 진행된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70돐, 조선언어문자의 날 제정 8돐 기념 “나와 조선어”수기 공모 시상식이 9월 30일 오전, 연변도서관 2층 회의실에서 개최되였다. 중앙통전부 전임 부부장이며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전임 주임인...
  • 2022-10-02
  • ● 9월 30일 17:30분 중국축구 슈퍼리그 제18라운드 보충경기에서 장춘아태팀이 홈장에서 1대0으로 심수팀을 전승하고 2련승으로 달리고 있다. 이날 승리로 장춘아태팀은 6승 7무 5패 승점 25점으로 잠시 10위로 점하고 있다. 한편 슈퍼리그 무한삼진팀이 15승 2무 1패 승점 47점으로 1위로 달리고 있고 산동태산팀이...
  • 2022-10-01
  • 9월 27일, 연변가사협회 회원들은 왕청음악가협회 회원들과 함께 ‘조국사랑 고향정' 을 주제로 한 혁명전적지 답사활동을 조직했다. 이 날 회원들은 유구한 력사를 갖고 있는 소왕청항일유격근거지 옛터를 찾아 항일투사들의 발자취들을 더듬어 보면서 한차례 생동한 혁명전통교양을 받았다. 소왕청항일유격근거...
  • 2022-09-29
  • 9월 18일부터 24일까지 장춘공항의 루적 완성 항공편은 1,282대, 려객 수송량은 16.21만명으로 지난 주 장춘공항의 려객 수송량 회복률(2019년 동기 대비)은 전국 천만급 공항 1위에 올랐다. 올해 9월 24일까지 장춘공항은 3월, 4월에 기본적으로 휴항한 상황에서 루적 려객 수송량 530.4만명을 달성하여 전국 천만급 공항에...
  • 2022-09-29
  •   9월 23일, 한국 관광발전국 심양사무소가 주최하고 길림성아웃도어산업상회, 장춘시도보등산운동협회가 주관한 동심동행·2022 중한 수교 30주년 환경보호 행사가 막을 열었다. 행사의 주제는 ‘동심동행·우호적으로 미래를 향하다’이다. 이번 행사에는 10여개 아웃도어스포츠클럽의 도합 ...
  • 2022-09-28
  •  ●길림시조선족문화예술 전파에 공헌한 일인 ●길림시 조선족로년협회사업에 힘다한 “연변의 사위”     길림성 로년협회친목회 회장, 전국조선족로인협회친목회 부회장 리창수 나는 길림시조선족군중예술관 관장직에서 퇴직한 후  곧바로 길림시조선족로년협회 회장, 상무부회...
  • 2022-09-28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