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필] 떡치는 녀자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1월29일 11시04분    조회:4211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새해는 설을 의미한다. 설날이면 의례 들려오던 떡메소리이다. 시골의 년중 명절가운데서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떡을 쳤다. 그만큼 놓치지 않고 떡보로 쇠였다는 얘기다. 어릴적부터 설과 떡은 하나로 인식해 몸에 배였다. 참대저가락으로 집은 커다란 찰떡 낱개를 팥고물에 묻혀 설빔입고 냠냠거리며 즐겼으니 말이다.

세시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건 뽕나무집 ‘뽕꼬대' 라는 별명을 가진 녀인이다. 원명이 배순덕이지만 본명보다 더 익히 통하는 ‘실명'이였다. 그것도 ‘떡치는 녀자'라는데서 더 팔방미인이였다. 주부가 남자구실로 떡을 쳤으니 그럴만 했다.

여느 세대는 물론, 가가호호마다 바깥량반이 떡메를 휘두르기 마련인데 하필이면 뽕나무집만은 ‘뽕꼬대'가 남정네 역을 맡았을가? 그렇다고 배순덕은 남편이 사망한 미망인 상부거나 소박맞은 과부는 아니였다. 또한 서방님이 장애자인 것도 더욱 아니였다. 결국 멀쩡한 실농군 남편을 둔 부녀자였음에도 힘장수라는 불행 아닌 불행 때문에 ‘떡치는 녀자'라는 놀림가마리로 된 ‘뽕꼬대'였다.

전해 설날이였다. 여느 때 없이 시루에 찐 떡쌀을 안반이라는 떡돌에 놓고 찰떡을 쳤다. 절반쯤 쳤을가 할 때였다. 갑자기 남편이 세게 휘두른 원목 떡메의 대가리가 방망이에서 빠져나갈 줄이야...불발탄이래도 에누리 없이 그녀의 태양혈과 귀방울을 일격했다. 다행히 관통상은 아닌 찰과성이였다. 붕대는 커녕 당금 처치할 헝겊도 미처 없었다. 바빠 맞은 가해자는 얼른 가제로 된 흰 떡보자기를 북 찢어 안해의 상처를 싸맸다.

피가 떡돌에 떨어졌다. ‘뽕꼬대'는 기겁해 죽는 소릴 질렀다. 떡메가 뚝심 관성을 못이겨 탈선해 ‘뽕꼬대'를 피습하고는 봉당벽에 부딪쳐서야 바닥에 떨어졌다. 데굴데굴 나뒹구는 떡메와 빈 자루를 보던 남편이 툴툴거린다.

“어허...개 보름 쇠듯 설을 쇠는구려...”

그녀는 떡쌀이 튕긴 남편의 얼굴을 째려 보았다. 그리고는 떡돌의 피를 행주로 닦고나서 밖으로 씽하니 날라 갔다. 이렇게 설이건만 채 치지 못한 찰떡 아닌 찰밥 범벅으로 굼땠다면 떡돌도 떡판으로 교체된 시점이였다.

“돌에 사람을 잡는 귀신이 붙었나보지, 나무로 된 떡구유를 써야 안전할 것 같아요!...”

청석으로 된 떡돌이 안반모탕이로 바뀌였다. 이어 떡메 임자도 남자로부터 녀자로 교대되였다.

며칠 후다. ‘뽕꼬대'가 동강 난 떡메를 들고 아버지를 찾아왔다.

“울 집 나그네 어찌나 도깨비 힘을 쓰는지...또 떡메 손잡이가 빠져 나올가봐 무섭스꾸마, 좀 잘 손질해서 든든하게 고쳐줍소!...”

동네 도목수 아버지를 찾아온 ‘뽕꼬대'녀인의 속사정이자 통사정이였다. 아버지는 내색을 하지 않고 손자귀와 끌 그리고 진드레가 담긴 목수상자를 들고 나왔다.

“새로 떡메 자루를 맞춰야겠구만”

아버지는 굵고 짧은 나무토막의 중간에 구멍을 뚫었다. 연후에 자투리를 쐐기처럼 넣어 애교로 밀봉하니 수리가 끝났다. 일손을 거두던 아버지의 우스개 또한 걸죽했다.

“인절미나 흰떡 따위를 치는 메라지만...두번 다시 사람 머리는 박지 말게나. 공연히 복수한답시고 남편 머릴 치지 말게나...”

그날에야 우리는 물론, 온 동네에서 ‘떡치는 녀자'의 비밀을 알게 됐다. 결국 그녀는 ‘찰떡 녀장군'으로, ‘떡메 왈패'로 동네방네 소문이 났다.

그때로부터 긴 세월이 흘렀다. 가목사시 교통국의 지인 최광흔이 돈화로 출장 왔던 김에 나를 찾아왔다. 서시장 찰떡을 사갖고 로모한테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음식매장에 들렸다. 그런데 거기서 ‘뽕꼬대'녀인을 만나게 될 줄이야...그녀도 나도, 우린 서로를 한눈에 알아 보았다. 귀가의 잔주름이 늘었지만 자주색 토시와 옥색 행주치마를 입은 그녀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뽕꼬대'도 너무 반가워 팥고물을 찍느라 비닐장갑을 낀 손을 내밀다 말고 지갑에서 작은 메모지를 건네준다. 구겨진 담배종이같았는데 들여다보니 기다란 아라비아 수자로 된 BP번호가 들어있었다. 그런데 난 그때도, 그 후에도 BP를 갖춘적 없었다. 며칠 후 다시 서시장 매대를 찾았을 땐 그녀가 이미 자리를 떴다. 옆사람들 말로는 서시장매대를 접고 남편과 함께 대련인지, 청도인지 옮겨 갔단다. 타관객지에서 떡장사를 크게 한단다.

아, 떡치는 녀자의 주소판도가 넓어지고 멀어졌다.

간혹 새벽시장이나 북대야시장, 철남야시장을 돌면서 혹시나 떡치는 녀자를 볼가 싶어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새벽시장에서 끝내 다시 떡치는 녀자를 만났다. 사연을 물으니 그 동안 천진에 가 떡장사를 해 짭짤하게 수입했단다. 요새 친손자 첫돌잔치로 잠간 연길에 왔던 김에 일일 난전을 벌인 것이란다. 말하는 한편 련속부절히 떡판에 떡쌀을 올려놓고 떡메를 휘두른다. 이마에서 땀방울이 떨어진다. 곁에서 남편이 물기 묻은 손으로 떡을 반죽한다. 아직도 남편이 아닌 안해가 떡을 치고 있었다.

아득한 기억을 떠올리노라니 웃음이 나왔다. 난 피뜩 주변을 둘러 보았다. 다른 떡 가게들에서는 자동기계로 떡을 치고있었다.

“왜 기계로 떡을 안치고 힘들게?...”

“떡은 쳐야 제 맛이 난다오, 떵떵 ...떡치는 소리 성수나오!”

잠간 숨을 톺던 ‘뽕꼬대'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더니 소매를 걷어 올린다. 탱탱한 알통을 밴 팔뚝이 드러났다.

구럭과 장바구니를 든 손님들은 ‘뽕꼬대' 떡집을 둘러싼채 줄을 지어 기다린다. 아마도 현장에서 가공한 패스트푸드나 스낵에 대한 선호도를 보여준 풍경이라겠다. 토속적이고 민속적인 즉석식품의 인기를 긍정할만 했다.

이번엔 광동성 심수에서 떡가공회사를 차린단다. 그러던중 ‘뽕꼬대'의 실적을 공식계정에서 보았다. 남방도시의 조선족련환모임에서 ‘뽕꼬대표' 찰떡민속전통음식전시회를 개최했다는 기사였다. 산뜻한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떡메를 메고 웃는 모습이 너무나 시대적이고 혁신적이였다. 곁에 선 남편의 얼굴도 미소가 가득 피여 올랐다. ‘찰떡궁합'과 ‘찰떡같다'와 ‘찰떡금슬'과 같은 찰떡근원의 형상묘사들을 가득히 떠올린 순간이였다.

‘떡치는 녀자'가 들려온다. 보인다. 가마에 찐 찹쌀을 절구에 담고 절구공이 찰싹찰싹 오르 내린다. 이어 떡메가 떵떵 마찰음을 연주한다. ‘떡치는 녀자!' 동질성의 보유자이자 전승인으로 묶인 덩어리이다. 설과, 떡과, 또한 떡과, 설의 고향사람과, 고향사랑 담합 그 자체이다.

/정호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789
  • 8월 28일, 길림대학 동북과 동북아연구원이 장춘에 설립되였다. 성당위 부서기이며 성장인 한준이 회의에 참석하여 길림대학당위 서기 강치영과 함께 길림대학 동북과 동북아연구원을 현판했다. 길림대학 동북과 동북아연구원을 설립하는 주요 임무는 습근평 총서기의 중요 연설, 중요 지시 정신을 깊이 관철, 락착하며 길림...
  • 2022-08-30
  •   연길시문화관 신관 락성식이 8월 29일 개최되였다. 새로 락성된 연길시문화관은 비정기적으로 여러가지 전시공연과 교류 행사들을 펼치게 되며 연길시 공공문화 봉사내용을 풍부히 하고 광범한 군중들에게 문화오락활동 교류장소를 제공해주게 된다. 료해에 따르면 연변조선족자치주성립 70돐을 경축하여 도시기능을...
  • 2022-08-30
  • 8월 24일, 농업농촌부 공식사이트에서는 2022년 중국 아름다운 레저향촌 명단을 공시했다. 〈2022년 중국 아름다운 레저향촌 추천 활동을 전개할 데 관한 농업농촌부 판공청의 통지〉 요구에 따라 올해 농업농촌부에서는 계속 중국 아름다운 레저향촌 추천 소개 사업을 전개했다. 각지의 추천과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농업...
  • 2022-08-30
  • 8월 26일,길림성당위 상무위원이며 연변조선족자치주당위 서기인 호가복, 주당위 부서기이며 주장인 홍경은 연길에서 중국건설은행 길림성분행 행장 주치창 일행을 만나 주 정부와 중국건설은행 길림성분행이 전략적 합작기틀 협의를 체결하는 것을 함께 견증했다. 호가복은 주당위와 주정부를 대표하여 주치창 일행에 환영...
  • 2022-08-30
  • 8월 30일,룡정해란강축구문화타운에서 펼쳐진 제1회 중국청소년축구리그(남자고중년령단 U17세조) 전국총결승경기 제2라운드 경기에서 연변1중팀, 연변체육운동학교U16팀, 연변2중팀이 모두 패배의 쓴맛을 보았다. A조의 연변체육운동학교U16팀은 0대1로 동북사범대학부속실험학교팀에 패하고 B조의 연변1중팀은 1대2로 심...
  • 2022-08-30
  • 최근 룡정시당위 정법위원회는 습근평 새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사상을 지침으로 삼고 습근평의 법치사상을 학습, 관철하고 《중국공산당 정법사업 조례》를 전면적으로 관철하는 동시에 우리 성, 주, 시의 관련 요구를 정법기관과 결합시켜 확고한 신념으로 법을 집행하고 인민을 위해 과감히 책임을 지는 청렴한 정법대오...
  • 2022-08-30
  • 8월 29일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돐 경축 및 제6회 ‘무형문화유산’(非遗之声)음악회가 연길시문화관극장에서 있었다. 이날 음악회는 대합창 의 노래로 서막을 열었는데 민족관현악 , 남성독창 등 11개 다채로운 문예종목들이 선보여 관중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의 향연을 선물했다.   료해에 따르면 연길...
  • 2022-08-30
  • ‘학습진보장학금’수상자들 8월 29일 오전, 룡정시 룡정중학에서는 새 학기를 맞아 학교운동장에서 개학식 및 장학금발급의식을 거행했다. 계영호 교장은 개막사에서 력사가 유구한 학교의 전통을 이어받아 지난 한해동안 코로나19 역경속에서도 전교 사생들이 일심동체가 되여 거둔 풍성한 성과들을 긍정하고 룡정중학에...
  • 2022-08-30
  • 8월 30일 오전, 연변조선족자치주성립70돐 경축‘화성컵'전국시랑송경연대회가 연길에서 원만하게 막을 내렸다. 이번 경연대회는 연변조선족자치주성립70돐을 열렬히 경축하고 당의 위대한 업적과 조국,그리고 고향의 새로운 발전성과를 찬미하며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고양하는 것을 취지로 펼쳐졌다. 이번 시랑송경연대회...
  • 2022-08-30
‹처음  이전 474 475 476 477 478 47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