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필) 아버지의 리력서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2월20일 08시03분    조회:2975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길림지역 문학코너]

추석에 아버지 산소를 찾아갔다. 먼 옛날 아버지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시면서 바로 이곳, 나무그늘밑에서 짐을 잔뜩 실은 지게를 내려놓고 저멀리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긴 세월이 흐른 요즘, 나도 아버지를 닮아 먼곳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차수가 많아졌다. 그때, 아버지도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가 싶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아버지는 평생 ‘가난’이란 직장에서 뼈 빠지게 일만 해왔고 ‘가난’이란 굴레를 벗어버리려고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녹 쓴 운명은 아버지에게 행운을 주지 않았고, 돌아가시는 날까지 지게에 빼곡히 걸린 가난과 굶주림을 버리지 못했다.

50년전 일이다. 그때 우리 집은 일곱남매이고 생활이 매우 어려웠다. 아버지는 설날이 돌아오면 장손인 형님에게 새 신발을 사주고 나에게는 달랑 양말 한컬레만 사주었다. 그해도 아버지가 형님에게 새 신발을 사주었는데 나는 몰래 신발을 훔쳐 신발가게에 가서 내 발에 맞는 신발을 바꾼 다음 숨겨놓았다. 설날이 가까와올 때,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회초리에 종아리가 붓도록 맞았다. 그 일로 해서 나는 아버지에게 불만을 표했고 속으로 미워까지 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보란 듯이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이 간절히 바라던 큰 도시의 대학교 입학통지서를 받았다. 동네사람들은 너도나도 우리 집에 와서 축하해주고, 아버지는 감격에 넘쳐 마을잔치를 크게 벌였다. 아마도 아버지에게는 그때가 당신의 일생에서 제일 행복하신 날이 아니였을까 싶다. 아버지는 그날 처음으로 나에게 구두 한컬레를 사주셨다.

“둘째야! 너 아버지 많이 원망했지? 아버지도 여태 새 신발을 신어보지 못했단다.”

나는 무심결에 아버지의 신발을 내려다보니 다닥다닥 기운 신발은 바로 내가 신다가 버린 헌 운동화였다. 순간, 아버지 대한 미안한 마음이 폭풍같이 가슴을 쳤다. 나는 와락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아버지 품속은 젖냄새 나고 안온한 어머니 품과는 달랐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체취는 땀냄새와 곡식 낟알의 구수한 향이였고, 그의 품속은 한없이 넓었다.

세월은 늙고 지쳐가는 아버지의 육체속에서 용해되어 아픔과 병밖에 준 것이 없었다. 나의 대학시절에 어머니는 지병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그 충격이 컸는지 건강은 갈수록 나빠졌다. 졸업이 가까워올 무렵, 어느날 시골 형님으로부터 아버지의 병세가 위급하다는 전보가 날아왔다. 나는 바삐 아버지가 사주신 구두를 찾아서 신으려고 하니 앞뒤가 뭉텅하고 구식이라서 도저히 신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구두를 바라보며 그저 펑펑 울기만 했다.

나는 고향으로 가는 뻐스에 몸을 실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벌써 차가운 바람이 부는 늦가을이었다. 세월앞에서 어쩔 수 없는 나무잎들이 찬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수북이 쌓인 락엽, 물이 마른 개울, 그리고 로쇠하고 지칠 대로 지친 아버지, 3자의 공통적인 계시와 메시지는 나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했다.

병원의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해볕은 침대에 조용히 누워 계시는 아버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아버지는 눈을 번쩍 뜨셨다. 오래 기다림이 담긴 절절한 눈빛이였다.

“둘째 왔나? 너 공부 안하고 뭐로 왔노?”

눈가에서는 벌써 이슬같은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베개를 적시였다. 그날 밤, 아버지는 힘겹게 지고 오시던 한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으셨다. 고된 일로 닳고 닳아 나무껍질같이 갈라지고, 돌같이 굳어진 손등의 굳은 살 깊숙한 곳에는 검은 흙이 그대로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아버지가 천국으로 가실 때 지참할 리력서처럼 느껴졌다. 아버지의 일생은 고생과 끝 없는 일의 련속이였다. 다만 아버지는 두메산골에서 나를 도시 대학교로 보낸 것이 가문의 영광으로, 당신의 고생한 보람으로 생각하고 그 속에서 안위와 행복을 찾았다.

지금도 때로는 꿈에 아버지의 그 나무껍질같이 갈라지고 돌같이 굳어진 손등 속에 있는 검은 흙이 보인다. 두려워도 했고 미워도 했던 아버지! 내가 아버지가 된 후에 왜 아버지가 더 그리워지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아버지가 사주신 낡은 구두를 꼭 껴안아본다.

남태일 작가 프로필:

1956년생, 길림시 출생.

2016년에 “문예감성”과 2021년에 <세계문학예술작가협회>에 소설로 등단. 2020년부터 소설 창작을 시작, "연변일보"에 미니소설 발표. "연변문학", "도라지", "장백산" 등 잡지에 중, 단편소설을 륙속 발표.

"바다는 말이 없다"는 첫 중단편소설집 출간.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814
  • 로동자가 가장 영광스럽다. 수천만명의 로동자들속에 너도 있고 나도 있으며 그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외출을 보장하거나, 도시의 환경을 미화하거나, 각종 봉사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하나의 뜨거운 실천속에서 그들은 로동으로 로동절을 보내고 분투로 아름다운 연길을 건설하고 있다. 로동의 일선에 분투하고 있는 그...
  • 2024-05-07
  • 관광객들의 야간 문화생활을 더욱 풍부히 하기 위해 길림성의 여러 박물관들은 휴관 시간을 연장하고 야간 공연을 개방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참관하도록 함으로써 길림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통계수치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2일까지 길림성박물관, 위만황궁박물관 (동북점령사 진렬관), 장백산민속박물관의 휴...
  • 2024-05-06
  • -대련시 금보신구 제2회 조선족 된장문화 축제 개최4월 25일, 대련시 금보신구경제문화교류학회에서 주최하고 시골집정원과 금장학사에서 주관한 제2회 조선족 된장문화 축제가 대련시 금보신구 30리보 시골집 정원에서 개최되였다.  이번 축제는 우리 민족의 된장문화를 널리 알리고 우리 민족 후대들이 드...
  • 2024-04-26
  • “생전에 옛전우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지난 3월초, 연길시 ‘로전사의 집’ 봉사중심 당지부 서기 겸 리사장인 서숙자(徐淑子)가 룡정에서 로전사들을 방문할 때 항일전쟁, 해방전쟁, 항미원조전쟁에 참전던 99세의 로전사 부극훈(付克勋)을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로인이 자신의 오랜 소원을 털어놓았다....
  • 2024-04-25
  • 2월 24일 도문시 월궁가두에서는 당지 기업들에서 생산하는 우수한 제품을 광범한 시민과 외지 관광객들에게 홍보하고 판로를 일층 넓혀나가기 위하여 관련 부문과 합작하여 거리 제품 전시 및 판매 활동을 조직하였다. 이날 제품 전시 및 판매 활동에는 두만강제약유한회사, 연변범서방플라스틱유한회사 등 8개 현지 생산...
  • 2024-02-26
  • 식량안전과 생태안전의 최저선 및 력사 문화 보호선을 지키는 토대하에 우리 나라는 마을계획(村庄规划) 실시에서 ‘농민 주도’의 특징을 명확히 한 동시에 ‘다규합일’(多规合一)의 개혁 방향을 고수한다. 자연자원부 국토공간계획국 국장 장병은 22일 매체좌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24년 중앙 1호 문건의 정신을...
  • 2024-02-26
  • -남자 대표팀은 대회 11련패, 녀자 대표팀은 대회 6련패... 남녀 동반 우승 이룩 중국이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녀 우승 트로피를 독식했다. 중국은 25일 한국 부산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남자 결승전에서 프랑스에 3-0으로 승리했다. 전날 녀자 결승전에서도 중국이 일본을 물리치고 우승한 터라 중국은 남녀 동...
  • 2024-02-26
  •   중국남자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을 잡은 이반코비치 감독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24일에 공식 사이트를 통해 얀코비치가 더는 중국 남자축구대표팀의 감독직을 맡지 않기로 했으며 새 사령탑에 이반코비치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중국팀이 아시안컵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해 감독인 얀코비치와 코치팀과의...
  • 2024-02-26
  • 소장거리 황소동상에서 멀리 보이는 ‘시즌’(season)이 궁금하다. 해외에 있던 친구가 설쇠러 연길에 왔다고 위챗으로 알린다. 한잔 할가하는 물음이다. 그래서 단위에서도 가깝고 먹을거리도 많은 소장거리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약속 시간을 반시간 앞두고 도보로 소장거리로 향했다. 1980년대 초까지 소장터가 있었던 ...
  • 2024-02-26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