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필) 아버지의 리력서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2월20일 08시03분    조회:318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길림지역 문학코너]

추석에 아버지 산소를 찾아갔다. 먼 옛날 아버지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시면서 바로 이곳, 나무그늘밑에서 짐을 잔뜩 실은 지게를 내려놓고 저멀리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긴 세월이 흐른 요즘, 나도 아버지를 닮아 먼곳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차수가 많아졌다. 그때, 아버지도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가 싶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아버지는 평생 ‘가난’이란 직장에서 뼈 빠지게 일만 해왔고 ‘가난’이란 굴레를 벗어버리려고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녹 쓴 운명은 아버지에게 행운을 주지 않았고, 돌아가시는 날까지 지게에 빼곡히 걸린 가난과 굶주림을 버리지 못했다.

50년전 일이다. 그때 우리 집은 일곱남매이고 생활이 매우 어려웠다. 아버지는 설날이 돌아오면 장손인 형님에게 새 신발을 사주고 나에게는 달랑 양말 한컬레만 사주었다. 그해도 아버지가 형님에게 새 신발을 사주었는데 나는 몰래 신발을 훔쳐 신발가게에 가서 내 발에 맞는 신발을 바꾼 다음 숨겨놓았다. 설날이 가까와올 때,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회초리에 종아리가 붓도록 맞았다. 그 일로 해서 나는 아버지에게 불만을 표했고 속으로 미워까지 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보란 듯이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이 간절히 바라던 큰 도시의 대학교 입학통지서를 받았다. 동네사람들은 너도나도 우리 집에 와서 축하해주고, 아버지는 감격에 넘쳐 마을잔치를 크게 벌였다. 아마도 아버지에게는 그때가 당신의 일생에서 제일 행복하신 날이 아니였을까 싶다. 아버지는 그날 처음으로 나에게 구두 한컬레를 사주셨다.

“둘째야! 너 아버지 많이 원망했지? 아버지도 여태 새 신발을 신어보지 못했단다.”

나는 무심결에 아버지의 신발을 내려다보니 다닥다닥 기운 신발은 바로 내가 신다가 버린 헌 운동화였다. 순간, 아버지 대한 미안한 마음이 폭풍같이 가슴을 쳤다. 나는 와락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아버지 품속은 젖냄새 나고 안온한 어머니 품과는 달랐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체취는 땀냄새와 곡식 낟알의 구수한 향이였고, 그의 품속은 한없이 넓었다.

세월은 늙고 지쳐가는 아버지의 육체속에서 용해되어 아픔과 병밖에 준 것이 없었다. 나의 대학시절에 어머니는 지병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그 충격이 컸는지 건강은 갈수록 나빠졌다. 졸업이 가까워올 무렵, 어느날 시골 형님으로부터 아버지의 병세가 위급하다는 전보가 날아왔다. 나는 바삐 아버지가 사주신 구두를 찾아서 신으려고 하니 앞뒤가 뭉텅하고 구식이라서 도저히 신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구두를 바라보며 그저 펑펑 울기만 했다.

나는 고향으로 가는 뻐스에 몸을 실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벌써 차가운 바람이 부는 늦가을이었다. 세월앞에서 어쩔 수 없는 나무잎들이 찬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수북이 쌓인 락엽, 물이 마른 개울, 그리고 로쇠하고 지칠 대로 지친 아버지, 3자의 공통적인 계시와 메시지는 나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했다.

병원의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해볕은 침대에 조용히 누워 계시는 아버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아버지는 눈을 번쩍 뜨셨다. 오래 기다림이 담긴 절절한 눈빛이였다.

“둘째 왔나? 너 공부 안하고 뭐로 왔노?”

눈가에서는 벌써 이슬같은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베개를 적시였다. 그날 밤, 아버지는 힘겹게 지고 오시던 한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으셨다. 고된 일로 닳고 닳아 나무껍질같이 갈라지고, 돌같이 굳어진 손등의 굳은 살 깊숙한 곳에는 검은 흙이 그대로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아버지가 천국으로 가실 때 지참할 리력서처럼 느껴졌다. 아버지의 일생은 고생과 끝 없는 일의 련속이였다. 다만 아버지는 두메산골에서 나를 도시 대학교로 보낸 것이 가문의 영광으로, 당신의 고생한 보람으로 생각하고 그 속에서 안위와 행복을 찾았다.

지금도 때로는 꿈에 아버지의 그 나무껍질같이 갈라지고 돌같이 굳어진 손등 속에 있는 검은 흙이 보인다. 두려워도 했고 미워도 했던 아버지! 내가 아버지가 된 후에 왜 아버지가 더 그리워지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아버지가 사주신 낡은 구두를 꼭 껴안아본다.

남태일 작가 프로필:

1956년생, 길림시 출생.

2016년에 “문예감성”과 2021년에 <세계문학예술작가협회>에 소설로 등단. 2020년부터 소설 창작을 시작, "연변일보"에 미니소설 발표. "연변문학", "도라지", "장백산" 등 잡지에 중, 단편소설을 륙속 발표.

"바다는 말이 없다"는 첫 중단편소설집 출간.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907
  • 일전 연길라지오텔레비죤방송국 2024년 음력설문예야회가 많은 시청자들의 기대 속에서 록화를 마감했다. 지난 5회에 이어 올해에도 곽옥화 PD가 이번 음력설문예야회의 총연출을 맡았다. 연길라지오텔레비죤 음력설문예야회는 다년간 련속 시청자들이 즐겨보는 문예야회로서 연길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 2024-02-07
  • 새해는 농력으로 갑진년, 룡띠해이다. 나도 룡띠생이라 갑자를 한 번 돌고 더하여 열두띠를 한 번 돌았으니 어느덧 고래희다. 그래서 더욱 감회가 깊다. 올해는 양력설을 쇠고나서 마흔하루가 지나니 음력설, 두 개의 설명절간격이 길다. 그래도 필경은 설이라 열흘전부터 명절의 분위기도 갈수록 짙어간다. 친척, 친우를 ...
  • 2024-02-07
  • 일전 상무부 소비촉진사 책임자의 소개에 따르면 2023년 12월 우리 나라의 사회소비품 소매 총액은 4조 3,600억원으로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2023년의 년간 사회소비품 소매 총액은 47조 1,500억원으로 동기 대비 7.2% 증가했고 경제성장에 대한 최종 소비지출의 기여도는 82.5%에 달함으로써 경제발전에 대한 소비의 기...
  • 2024-02-07
  • 중국 상무부가 1일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써비스 수출입 총액이 동기 대비 10% 증가한 6조 5,754억 3천만원에 달해 써비스 무역 규모가 신기록을 창조했다. 이중 려행 써비스가 빠르게 성장해 년간 려행 써비스 수출입 총액이 동기 대비 73.6% 증가한 1조 4,856억 2천만원에 달하고 지식 집약형 써비스 무역이...
  • 2024-02-07
  • 수정혁신으로 시대의 정품을 만들고 시대와 함께 나아가는 길림의 이야기를 잘 말하며 전면 진흥에서 솔선으로 돌파를 추진하기 위해 신심을 강화하고 인심을 모으며 공동한 신념을 구축 6일,성당위 서기인 경준해는 길림라지오텔레비죤방송국과 길림일보사에서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일선의 보도사업일군들을 위문했다. 그는...
  • 2024-02-07
  •   룡띠해를 맞아 창작한 서예반 김정란회원의 작품 반평생을 가정에서 오로지 현처량모로 살아왔던 그녀들, 밥주걱 잡던 손으로 붓대를 잡고 멋진 글귀들을 일필휘지로 써내려가는 모습들이 우아하다. 인생 좌우명,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담긴 말, 마음속에 새겨두었던 명구 명언들이 그녀들의 붓끝에서 예술로 태여난다...
  • 2024-02-07
  • 설명절이 성큼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6일 기자가 찾은 연길 369 흥안시장은 명절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매달 날자의 끝자리에 맞춰 장이 열리는 369 흥안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대거 몰려온다. 시장 입구에는 자가용 차들이 꽉 메워섰고 거리에는 교통단속을 위한 교통경찰들도 나와 있었다. 입구로 모여드는 행렬이...
  • 2024-02-06
  • 길림에서 창업분투하자는 활력과 열정을 충분하게 불러일으키고 전면 진흥 솔선 돌파를 추동하는 방대한 힘을 모아야 호옥정, 우리 성 경제사회 발전 상황 소개 4일, 성당위 서기인 경준해는 길인귀향(吉人回乡) 창업취업협력 좌담회를 주재하고 귀향길인(回乡吉人)들과 한자리에 모여 음력설을 함께 축하하며 광범한 귀향길...
  • 2024-02-06
  • 금융감독관리총국 공식홈페지에 따르면 은행업 금융기구의 신용대출 관리 능력과 금융 써비스의 질적 효과를 한층 더 촉진하기 위해 금융감독관리총국은 〈고정자산 대출 관리 잠정방법〉,〈류동자금 대출 관리 잠정방법〉,〈개인 대출 관리 잠정방법〉,〈항목 융자 업무지침〉등 신용대출 관리제도를 개정하여 〈고정자산 ...
  • 2024-02-06
  • 경준해 성무림 연설 주수춘 주국현 참석 5일, 길림성 습근평 새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사상 학습관철 주제교양 총화회의가 화상형식으로 열렸다. 회의는 주제교양 성과를 공고히 하고 확대할 데 관한 습근평 총서기의 중요연설 정신을 학습, 관철할 데 관해 전달하고 중앙주제교양 총화회의의 포치요구를 참답게 시달하고 우...
  • 2024-02-06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