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김혁 독서칼럼]원숭이를 위한 헌사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5월7일 14시25분    조회:289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 고전《서유기》를 다시 읽다

어쩌구려 나는《서유기》를 십수년에 걸쳐 편단으로 접했다. 

맨처음으로는 소학시절 도문에 있는 외가집으로 놀러 갔다가 《백골정을 세번치다》라는 련환화로 《서유기》의 이야기를 접했다. 신출귀몰 손오공에 홀딱 빠져있는 나를 보고 외삼촌이 웃으며 손오공이 불경 취하러 가는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문에서 룡정으로 가는 길보다 더 먼 길이 이제 펼쳐 질 것”이라고 했다. 그 재미가 련환화 한권으로도 족한데 이제 더 긴 이야기가 펼쳐진다니! 나는 그만 온몸에 소름이 돋음을 느꼈다. 독서에 대한 욕구가 나의 작은 육신을 전률시켰던 첫 기억이였다. 

당시 척박했던 문화풍토에서 명작작마저도 완정본으로 읽을 수 없었다. 

그 다음으로는 경극영화로 접했고, 다음에는 동화편으로 접했다. 영화에서 요즘의 CG기술에는 비할 수 없으되, 어수룩하나마 온갖 요괴가 변신하고,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1만8천리를 날아예고, 휘두르는 여의금고봉이 귀 속에서 나와 삽시간에 커다란 곤봉으로 변하는 장면은 소년기의 나를《서유기》에 홀딱 환혹하게 했다. 

그후로 완정본을 읽게 된 것은 1980년대 중반,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조선말 본 3권으로 출간된 뒤였다. 

천년이 넘는 장구한 시간 동양세계를 매료시킨 판타지의 고전 《서유기》는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오늘날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이다. 

당나라 승려 현장(당승)이 서역에 불경을 구하러 가는 력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소설은 저자거리의 이야기군들의 소재로 활용되였다가 명대에 들어 오승은에 의해 소설의 형태로 다시 태여났다. 서천으로 불경을 찾으러 길떠난 주인공들은 온갖 요괴들을 만나 싸우고 고난을 극복하면서 자아를 완성해가는 감동의 스토리를 펼쳐 보인다. 손오공 일행이 천축국으로 도착하기까지 요마와의 81난(难)을 거친다. 천상, 지하, 지하의 세계가 펼쳐지고, 수많은 신과 요마가 등장함으로써 신화적인 상상의 세계를 한껏 펼쳐 보이는 것이다. 

오승은의 천재적인 필봉에 의해 《서유기》에는 정말로 정채로운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이들의 성격 또한 판이한데 오공은 용맹하지만 외곬이고 저팔계는 탐욕스러우면서도 간계한 일면도 있고 사승은 충직하지만 약간 미련한 구석이 보이고 당승은 독실하고 진지하지만 우유부단한 무능력자로 그려진다. 

초동머리적에 재미로 접했던 《서유기》를 나이가 들어 다시 완독하며 주인공인 손오공이라는 원숭이에 대해 다시금 괄목(刮目)하게 되였다.

생명을 점지해준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돌에서 태여난 원숭이, 미후왕(美猴王)이라는 용모보다는 우미한 이름을 스스로 붙이고 그것도 모자라 ‘제천대성’(齐天大圣)이라는 아름찬 작위를 스스로 내리며 치기를 뽐내기도 한다.

근면이 결여한지라 수보리조사의 문하에서 쫓겨난 뒤에도 약간의 재주와 도술을 믿고 룡궁의 보배 여의봉을 빼앗는가 하면 하늘의 천도복숭아와 미주, 금단을 훔쳐먹는 등 온갖 란장판을 벌린다. 천지 높은줄을 모르고 석가여래와 맞장 뜨다가 ‘부처님 손바닥우의 손오공’이라는 천고의 속담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은 바위속에 갇혀버리는 형벌을 받게 되고만다. 치기와 속안으로 설쳐대다가 꼼짝 못하고 다시 본래 태여났던대로 돌이 되는 운명에 처하는 것이다. 

바위틈에 끼여 옴짝달싹 못하고 500년이라는 몇겁의 시간을 지내다 드디여 당승을 만난다. 이로써 손오공은 그 운명의 전환점을 맞는다. 

당승은 자기 일생을 걸고 서역으로 가서 불경을 갖고와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마음을 안고 길을 떠났고 그 와중에 시종 선두에서 그의 안위를 보필한이는 손오공이였다. 

요괴들은 서천으로 구법의 길에 오른 이들의 허점만을 노려 파고든다. 당승의 자비심, 저팔계의 탐욕, 사승의 어리석음을 온갖 수단으로 건드린다. 공공연한 랍치와 협박, 부귀영화를 눈앞에서 흔들어대는 유혹, 살 떨리는 미인계 등등… 이러한 무차별 공격에 선두에서 대응한이가 바로 손오공이다. 

81난의 어려움에 당착한 오공, 하지만 손오공은 힘껏 변신술을 부리고 사납게 여의봉을 휘두르면서 악착배기 요괴들을 하나 둘 섬멸해간다.

여태껏 우리는 《서유기》를 단순한 신화소설로만 여기며 단지 온갖 기괴한 요괴와 마귀들이 등장하는 렵기적인 이야기로만 감상하는데 그쳤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손오공이라지만 결국 손오공이라는 원숭이에 대해서는 다 알지 못하고 있다. 

근년에 다시 이 소재를 리메이크한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보면 명작의 중후함을 내쳐버린채 단지 오락물에 치우치는 경향을 볼수 있다. 향향배우 주성치의 영화에서 당승은 아낙네 처럼 바가지를 긁어대는 우습강스러운 형상으로 나오며, 해외의 드라마에서는 지어 당승이 녀자로 변신해 나온다. 그렇게 ‘희화화’되여 나온 캐릭터들도 명작을 접하고 리해하는 요즘의 독자들이니, 어딘가 걱정스럽지 않을수 없다.

다시 보면 원작에서 당승 일행이 요괴를 물리치는 하나 하나의 장면은 사실 구도자를 시험하는 심마(心魔)를 물리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때로는 저돌적으로 보이는 오공이지만 취경의 의지와 우직함은 변함이 없다.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원숭이의 속태를 벗기 위해 싸우고 또 싸운다. 두려움과 고통과 힘듬을 직시하면서 말이다. 그는 스승과 팔계, 사승의 무정함과 몰리해에도 도망가지 않고 자기를 시험하는 81난을 스스로 한몸으로 받아가며 깨달음의 계기로 삼았다. 하기에 《서유기》는 한 원숭이의 성장기요, 깨달음의 지난한 과정을 보여주는 구법기(求法记)로 읽을수도 있다. 

요즘 판타지물의 흥행으로 《반지제왕》과 《해리포터》 등 해외의 판타지물을 읽는 열조가 일고 있지만 요즘의 독자들은 그 수천년전에 나온 동양 최고의 판타지 《서유기》에 대해서 그처럼 열성을 보이지 않는다.

오늘 다시 영화, 애니메이션, 3D물 등으로 한껏 리메이크 된 작품들을 새로워진 시안으로 들여다보니 《서유기》 그리고 그 당당한 주인공 손오공이 다시 보인다. 

재미에만 빠져 보았던 드라마의 주제곡도 다시 들으니 그렇게 진취적이고 호매로울수 없다.

그 립지적인 가사말을 음미하며 노래를 다시 불러 본다.  

길이 어데 있냐 감히 묻노니

길은 발 아래에 있다네... ...

/김혁


编辑:안상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920
  • 국가통계국에서 2월 28일에 발표한 〈2022년 국민경제 사회발전 통계(이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나라 경제는 량적, 질적인 향상을 이뤄내고 전반적인 사회 안정을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경제 펀더멘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나라 국내 총생산(GDP)은 121조원을 기록해 2020년과 2021년 련속 1...
  • 2023-03-06
  •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차 회의가 3월 5일 오전에 개막해 3월 13일 오전에 페막, 회기는 8일 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 의사일정으로는 정부 업무보고서 등 6개 보고서를 심의하고 ‘중화인민공화국 립법법(개정 초안)’ 의안을 심의하며 국무원 기구 개혁 방안을 심의하고 국가 기구 구성원을 선출하는 등 9가...
  • 2023-03-04
  • 전국정협 14기 1차 회의 소식공개회가 3일 16시 30분부터 시작되였다. 대회 소식대변인 곽위민이 중외매체를 향해 이번 대회의 관련 정황을 소개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전국정협 14기 1차 회의 회의기간 7일 반  전국정협 14기 1차 회의가 3월 4일 오후 3시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하고 3월 11일 오후 페막하며 회의기...
  • 2023-03-04
  •   매하구시의 동북불야성 관광레저거리(자료사진) 매하구시의 동북불야성 관광레저거리가 최근에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제2진 국가급 관광레저거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문화관광부 사이트의 소식에 따르면 중화인민공화국 관광업종 표준인 《관광레저거리 등급 획분》(LB/T 082—2021)에 따라 관련 성(자치구, 직할...
  • 2023-03-03
  • 경진기(京津冀) 협동 발전이 9년만에 주목할 만한 성적표를 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진기 총 경제 규모는 2013년의 1.8배에 달하는 수치인 10조원을 넘어섰다. 2월 21일 경진기 해상 관문으로 불리는 천진항 사물인터넷 기반 컨테이너 부두의 일각/신화사
  • 2023-03-02
  •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개월 련속 확장세를 보였다. 국가통계국 써비스업조사쎈터, 중국물류구매련합회(CFLP)가 2월 1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월 PMI는 52.6으로 전월 대비 2.5%포인트 올랐다. 이로써 중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2월 28일 광서좡족자치주 류주시 류강구의 한 에어컨...
  • 2023-03-02
  • ▩ 최근 주말 관광 열풍 지속, 배달 음식 주문 증가 ▩ 1선 도시의 ‘관광붐’ 빠른 경제 회복의 신호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보행자 전용 거리중의 하나인 광동성 광주시의 북경로 상권에 다시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2월 19일 저녁 광주시의 북경로 상권에 위치한 조산소고기집이 손님들로 가득찼다. /신화사
  • 2023-03-02
  • 금사강 간류 구간에 설치된 백학탄댐 수력발전소. (2022년 11월 5일 드론 촬영) /신화사 2021년 10월 18일에 찍은 녕하회족자치구 보풍 농업―태양광 일체화 태양광발전소. /신화사 ◇품질 높인 중국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서는 ‘고품질 발전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첫번째 과제'라...
  • 2023-03-02
  • “‘우리 앞에는 약팀이 없다’라는 각오로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곤명과 옥계에서 1, 2차 동계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김봉길감독이 하는 의미심장한 말이다. “어려서부터 축구인생을 시작하여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선수시절을 거쳐 눈부신 활약으로 프로팀에 입단하고 국가대표팀에까지 발탁되는 화...
  • 2023-03-02
  • 105만원의 체불 로동 보수! 139명의 여러 지역 농민공! 800여일의 임금 독촉 과정! 7일만에 원만히 심리 종결! 법정에서 판결을 선고하고 즉시 집행함으로써 농민공들의 피땀으로 번 돈을 돌려주고 ‘로임’근심을 해소해주었다. 이상의 수자는 연변주중급인민법원이 농민공들의 권익수호를 위해 내놓은 만족스러운 답안지이...
  • 2023-03-01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