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필]‘대병’아저씨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8월28일 12시57분    조회:1391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글 허송절(도문)

그해 여름, 어린 소녀였던 나는 집에서 학질이라는 모진 병을 앓고 있었다. 시간을 맞추듯이 주기적으로 덜덜덜 떨며 앓는 그병은 진짜 사람의 진을 다 빼게 하였다.

아버지가 교장이다 보니 우리 집은 학교 바로 뒤에 있었다. 집 마당이자 학교 뒤마당이고 학교 마당 전체가 눈안에 다 들어오는 그런 집이였다.

그해따라 여름 내내 내리는 장마비는 멈출 줄 모르고 줄창 내렸는데 어느새 강뚝과 논도랑을 밀어갔으며 푸르싱싱 벼파도 넘실거리던 논밭은 물바다로 변하고 말았다.

어느 날인가 홍수방지에 나선 해방군 아저씨들이 방학이여서 비여있는 학교에 류숙을 정했다. 해방군 아저씨들은 학교 뒤마당에 풍천을 쳐놓고 식당을 만들었다. 먹을 것이 귀하였던 그 시절 반찬을 볶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우리를 해방군 식당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단속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가만히 식당 옆을 지나다가 취사원 아저씨들이 하얀 밀가루를 밀어서 기름을 조금 두르고 설탕도 조금 넣고는 돌돌돌 말아서 또 다시 밀대로 밀고 하는 것을 보았다. 너무 신기해서 한참 보다가 그 떡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나왔다. 다만 저렇게 구운 떡은 얼마나 맛있을가 상상을 하면서...

그날도 한창 추위에 너털듯이 학질병을 하며 혼자서 눈을 감고 누워있는데 너무나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사실 그때는 아파도 약도 별로 없었고 아버지 어머니는 일때문에 날 보살필 겨를이 전혀 없었다. 난 그저 혼자서 묵묵히 병마와 버티는 중이였다. 

눈을 떠보니 갸름한 얼굴에 하얀 피부를 가진 군대모자를 쓴 아저씨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눈을 떴구나. 괜찮으냐?”

웬걸 아저씨는 우리말로 묻는 것이였다. 아, 군대 아저씨들은 모두 한어로 말해서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조선족 군대 아저씨라니!

“이 대병을 좀 먹어봐라.”

“대병?”

처음 듣는 떡이름이였다. 둥그렇게 커다랗게 빚은 밀가루 떡이였다. 아저씨는 한겹한겹 벗겨서 내 입에 넣어주는데 세상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어찌나 달콤하고 고소한지 세상 행복을 다 가진 그런 맛이였다. 대병을 먹고 기운을 차렸는지 기적같이 병이 나았다.

학교 마당 주위에는 커다란 백양나무들이 키높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 나무 주위에는 새하얀 버들버섯이 많이 돋았다. 비가 내린 이튿날 내가 소래를 들고 하얀 버섯을 가득 캐가지고 들어오면 엄마가 버섯을 넣고 보글보글 장국을 끓여주었다. 엄마는 버섯이 닭고기 맛이 난다고 하였고 난 우리 동네 그 누구한테도 내가 아는 그곳을 알려주지 않았다. 백양나무 밑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였으며 반찬이 맛없으면 나는 비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 비밀스러운 곳을 나는 대병을 가져다준 아저씨께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이제 비가 오면 한번 가서 따서 드시라고, 새하얀 버섯이 얼마나 곱고 맛있는지 모른다고 얘기드렸다. 며칠후 기다리던 비가 내렸지만 난 버섯 따러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튿날 가보았더니 새하얀 버들버섯이 시커멓게 물앉아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 아까운 걸 아저씨도 참.” 그렇게 난 대병아저씨로부터 대병을 얻어 먹은 은혜를 갚을 수가 없었다.

며칠후 아저씨들은 홍수방지 임무를 마치고 학교 뒤마당의 커다란 가마랑 다 빼가지고 가버렸다. 감칠맛 돌던 냄새랑 웃음소리랑 모든 걸 다 가지고 떠나갔다. 아무런 인사도 못하고 그렇게 대병아저씨는 떠나갔다. 어린 소녀였던 마음에도 대병아저씨의 모습이 늘 떠나지 않았고 한번 쯤 만났으면 하는 생각을 은근히 하고 있었다. 

우리 마음속에서 해방군 아저씨들이 최고였던 그 시절 해방군 아저씨를 만나면 우리는 “해방군 아저씨,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를 하군 하였다.

나한테는 더군나다 ‘대병’사건이란 흐뭇한 추억이 있으니 더 말해서 무엇 하랴. 그렇게 홍수도 물러가고 아저씨들도 돌아가고 가을이 다가왔다. 그날도 동생을 업고 길가에 서있는데 저 멀리서 해방군 아저씨들 대렬이 척척 오고 있었다.

<저 속에 대병 아저씨가 있었으면…>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동생을 내려놓고 인사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꿈만 같았다.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전한 모습의 아저씨는 나를 보고 그냥 지나면서 손을 힘있게 흔들었다. 

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서서 ‘대병’아저씨만 쳐다보았다. “아저씨 반갑습니다.” 인사 한마디 못 올린 채 ‘대병’아저씨는 대오와 함께 점점 멀어져갔다.

세상에서 제일 멋있던 군대 아저씨들, 그중에서도 가장 생각나는 ‘대병’아저씨. 소녀의 ‘대병’아저씨는 지금도 나의 마음속 스타로 남아있다. 

编辑:김태국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141
  • 안부길활짝 피여나 예쁘던 꽃이 어느덧 락화하니 세월의 무상함에 허전함을 금할수 없으나 락화가 암시하는 철리에 인생을 반추해 본다.떨어진 꽃잎은 고아한 본색을 잃지 않았다.우리는 종점까지 초심을 간직해야 한다.초심은 생명을 연장하는 인력이다.초심을 잃으면 생명은 낭떠러지에 추락된다.초심은 행복의 원천이다....
  • 2024-09-27
  • 문정산다는게크고 작은 유혹이들쑥날쑥 피여난 꽃밭 거니는 일이다한 송이 꺾으면또 한 송이 꺾고 싶다비바람 눈보라 속에서도자꾸 꺾어보겠다고발버둥친다고개 들어보니어느새 날이 저무는데석양 아래 아직도꽃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우리라는 이름으로 우리라는 이름으로 서로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
  • 2024-09-27
  • 리춘자1966년도에 아버지가 부대에서 전업하여 돌아오자 정부에서는 한 공장의 책임자로 배치하였다. 책임을 맡은 아버지는 공장의 생산을 일떠세워보려고 새벽에 나가면 저녁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 상해, 북경 등 외지 출장도 많았다. 어머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출근을 할라, 집안일을 할라, 여러 자식들을 키우고 공부...
  • 2024-09-27
  • 황금가을, 백성시 진래현 진래진 곽씨촌의 수수밭이 붉게 물들고 수수밭 너머에 줄 이어선 풍력발전기와 조화롭게 어우러 지면서 사람을 도취시키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길림’ 화폭을 이루었다. /길림일보 编辑:안상근
  • 2024-09-27
  • 9월 26일 오전, 중국인권발전기금회 공익기부 및 현장 무료진찰행사가 연변에서 있었다. 행사는 사회 각계의 힘을 모아 연변인민에게 따뜻함과 건강을 선물하고 연변인민들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하도록 조력하는 데 취지를 두었다. 중공중앙 선전부 인권발전및교류쎈터 주임이며 중국인권발전기금회 부리사장 겸 비서...
  • 2024-09-27
  • [여러 민족 단결분진해 한마음으로 중국꿈 구축-룡정편]교육의 균형 발전과 민족단결의촉진 강화14일, ‘여러 민족 단결분진해 한마음으로 중국꿈 구축하자’ 집중조사연구 취재팀은 민족단결의 새로운 기상으로 차넘치는 룡정시룡정실험소학교를 찾았다. 교정에 들어서니 중화민족공동체의식 확고히 수립 선전표어와 ...
  • 2024-09-26
  • 최근, 상무부는 공식사이트에 도시 15분(一刻钟) 편민생활권 제4진 전국 시범 및 제1진 전역 선행구 추진 시범명단을 공포했다. 상무부 등 11개 부문에서는 전국 제4진 도시 15분 편민생활권 시범지역 60곳, 도시 15분 편민생활권 제1진 전역 선행구 추진 시범지역 15곳을 확정했다.  그중 길림성의 길림시와 연변...
  • 2024-09-26
  • 7월 18일, 인도네시아 반텐주 탕에랑에 위치한 회의전람전시장(ICE BSD)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국제오토쇼를 방문한 관람객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비야디(BYD)의 전시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신화넷아시아개발은행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발전도상 경제체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7월과 같은 수준인 5.0%로 내다봤다. 아시아개발...
  • 2024-09-26
  • 조선 외무성 대변인은 24일 담화를 통해 미국이 쿼드(‘4자 안전대화’) 정상회의를 빙자해 ‘평화와 안정 수호’를 명분으로 실제로는 진영 대결 정책을 펴고 있다고 규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담화는 다음과 같이 표했다. 최근 미국은 쿼드를 계기로 집단적인 대 조선 압박 분위기를 고취하는 엄중한 정치...
  • 2024-09-26
  • 최근, 길림고신구에 위치한 길림항성전자유한회사에서 로동자들이 정밀설비를 조종하여 주문된 차량용 전자제품을 서둘러 제작하고있다.최근 몇년 동안 이 회사는 사물 인터넷+빅 데이터+지능화 시스템 기술응용과 고객수요를 긴밀히 둘러싸고 과학기술혁신에 대한 투입과 제품설계의 연구개발 강도를 부단히 향상시키고 제...
  • 2024-09-26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