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훈춘편] [수필]가을의 사색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10월31일 11시19분    조회:97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글 채화순(훈춘)

파릇파릇 새움이 트는 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썰렁썰렁한 가을이 벌써 다가왔다. “참으로 빠른 것이 세월이구나”하고 다시 한번 느껴본다. 하늘도 끝없이 높아지고 더 푸르러졌다. 꿀벌, 나비, 잠자리는 주택단지 화단의 꽃을 찾아 마지막 생명의 짙은 향기를 맡으려는지 나풀나풀 내려 앉는다. 코스모스, 국화, 백일홍은 인젠 피는 꽃보다 지는 꽃이 훨씬 더 많다. 사명을 다했다고 씨를 잉태하고 영글어가면서 래년을 꿈꾸는 것이 희망차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지만 한낮의 뜨거운 열기는 만물의 성숙을 재촉한다. 추운 겨울을 용케 이겨내고 봄에 애기눈싹을 틔워서부터 여름내내 하늘을 향해 푸른 가지를 펼치며 푸르름을 뽐내느라 공력과 힘이 얼마나 들었을가? 푸르청청하던 나무잎들은 약속이나 한듯 잠간 새에 노랗고 빠알간 옷를 갈아입고 산마다 들마다 울긋불긋 화사한 명절옷차림으로 단장한다. 그렇게 멋지고 화려한 단풍도 짧은 운명을 한껏 불태우다 소슬바람에 살랑살랑 깃털처럼 떨어져 내린다. 

봄은 희망으로 넘치는 계절,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이라면 여름은 활력으로 넘치는 계절, 뜨거운 포옹의 계절이고 가을은 붉게 타는 계절, 방황의 계절, 랑만의 계절이다. 

가을은 청춘 남녀들이 사랑을 무르익히는 환락의 계절이다. 신랑신부의 얼굴엔 행복에 겨운 정이 철철 넘쳐 흐르고 하객들이 축복의 춤노래 환희로 들끓는다. 

가을은 또 익어가는 계절, 수확의 계절, 풍요로운 계절이다. 농부들이 봄에 파종한 곡식들은 여름에 김을 잡고 알뜰살뜰 가꾸며 땀흘린 보람으로 비바람, 땡볕과 폭우를 이겨내고 밭과 논에선 땅이 꺼지게 영근 곡식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수확기의 흥겨운 동음이 밭과 논을 오가더니 옥수수마대, 벼마대가 하늘높이 척척 쌓여진다. 허리 펴고 농사짓는다더니 얼마나 좋은 세월인가! 

가을은 분망한 계절이다. 언덕에선 둥글둥글 사과배가 가지 휘게 주렁져 만방에 향기를 풍기고 잘 정선된 과일들은 포장되여 사면팔방으로 배송된다. 고추도 말리고 가지도 말리고 무우도 말린다. 사람들은 움에 저장할 배추김치, 깎두기, 채지, 영채김치, 통치미, 파김치, 오이김치, 깨잎김치들을 장만하느라 드바쁘다. 

가을은 추억으로 사색을 불러 일으키는 계절이기도 하다. 조용히 산보하며 걷노라면 옛 추억에 가슴이 쓰려난다. 가난하고 배고프던 그시절 삼정량이 모자라 보리고개를 바라보던 시절도 있었다. 신사옷은 언감생심이고 단벌옷도 깁고 기워 원모양 알아볼 수 없던 지난날이 인젠 ‘호랑이 담배피던 때’의 이야기다. 지금은 하루삼시 임금의 수라상이라 영양과잉, 과체중으로 살빼기를 하느라고 야단이다. 철따라 입는 옷들도 옷장에 넘쳐나 옷을 입을 때마다 옷 고르기에 고민이다. 

하지만 가을은 서글픈 계절이기도 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단풍잎들이 잠간새에 가을바람에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을 보면 눈물 많은 로파가 되여버린다. 아침노을보다 저녁노을이 더 곱다고들 하더라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가는 가을, 락조를 붓잡아 두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고 애닯다. 이제 곧 닥쳐올 겨울을 예견하는 듯 하늘에서는 추적추적 차갑고 서러운 눈물을 쏟는다.  

젊어선 기억력도 좋아서 한두번 들은 말이나 한두번 읽은 문장은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더니 지금은 금방 들은 말도 돌아앉으면 깜박깜박할 때가 많다. 랭장고문을 열고도 뭘 가지러 왔던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마음은 청춘인데 머리, 얼굴, 몸은 세월을 비켜가지 못한다.

서서히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지나온 인생을 뒤돌아보노라니 시대의 소용돌이속에서 세파에 부대끼며 나름대로 역경을 이겨내고 파란만장한 삶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여왔다고 자부한다. 인생의 마가을에 동년의 꿈이 꿈틀거려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글농사도 남처럼 주렁지지 못하고 알맹이가 별로 없어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래도 큰 수술을 받고 여러가지 병마와 싸워가며 나의 두손으로 거둔 열매이니 소중하게 생각한다. 

세월의 년륜을 훑어 보니 그래도 지금이 가장 자유롭고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생각된다. 배움의 황금시절은 놓쳤지만 삶이 나에게 선물한 귀중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금싸락처럼 아끼련다. 아직까지 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고 사유가 흐리지 않는 한 이것 또한 운명이 나에게 준 행운으로 감사하며 늦깎이지만 등대와도 같은 책을 부지런히 보면서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야심차게 석양을 물들여 보고 싶다.

뭇별이 총총한 밤하늘, 휘영청 밝은 달과 동무하며 이왕지사의 여울목에서 헤매이는데 너무도 진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혀 바라보니 탐스러운 한무더기의 들국화가 나를 반긴다. 여느 꽃들과는 달리 쌀쌀한 가을의 찬 바람과 맞서 꾿꾿이 피여나 늦게까지 짙은 향기를 풍기고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들국화다.

‘이 예쁜 꽃도 오라지 않으면 된서리에 스러지겠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난다. 나도 인젠 인생의 늦가을을 맞이한 모양이다. 

编辑:김태국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808
  • 일전 ‘도시 전체가 city스럽고 연변답지 않은 곳 없다(满城皆city 无处不延边)’ 백만팬 문화관광블로거 려행스케치활동 공유회가 연길 인더숲커피숍에서 열렸다.연변조선족자치주문화라지오텔레비죤방송관광국이 주최한 이번 활동은 9월─10월 소비 성수기를 맞으며 인터넷마케팅팀에 의탁해 연변 특색제품 브랜드와 인지...
  • 2024-10-07
  • 연변 관광의 구매 소비를 확대하고 관광도시의 립체적인 형상을 수립하기 위해 연변조선족자치주문화라지오텔레비죤방송관광국, 연길시인민정부에서 주최한 ‘연변 관광 필수구매 100개 상품 평의 선발 활동’이 곧 시작된다.이번 활동은 연변의 민속특색, 문화창의, 상업혁신, 시장호평을 한몸에 지닌 량질의 관광상품을 평...
  • 2024-10-07
  • 10월 1일 저녁 1,000대 드론이 연길의 밤하늘에 날아 올라 화려한 쇼를 선보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5주년을 열렬히 경축했다. 이날 저녁 7시,  노래‘사랑해요 중국’이 울려퍼지는 부르하통하 상공으로 1,000대의 드론이 천천히 날아 올랐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이어 ‘중화인민공화국 ...
  • 2024-10-07
  • 국경절 련휴기간 연변박물관은 방문객들로 장사진을 이룬 가운데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연 2만 1,000여명의 방문객이 연변박물관을 찾았으며 3일에는 하루동안에만 8,123명이 방문해 력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련휴기간 박물관은 예약없이 입장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층별, 분관별, 시간대별로 인원을 제한하고 방문객들을...
  • 2024-10-07
  • 우리 나라 저고도 경제가 매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얼마전 강소성 소주시 양징호에서 올해 민물대게(大閘蟹) 조업이 정식 시작됐다. 현장에서 잡힌 대게는 순풍그룹의 풍익드론을 통해 운송된다. 륙로를 통하면 교통 체증이 없어도 1시간2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지만 드론을 리용할 경우 빠르면 4분 만에 순풍 양징호 경...
  • 2024-10-07
  • 지난 8월, 중고 가전제품을 새 제품으로 바꿀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보상교환판매(以旧换新)지원 정책이 출범된 후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상무부는 9월29일 0시 기준으로  511만 명의 소비자가 8대 가전제품 711만 대를 구입, 64억3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았으며 이에 따른 매출은 335억원이...
  • 2024-10-07
  • 29일, 길림성인민정부 사이트는 <2024년도 산재보험대우표준을 조정하고 확정할 데 관한 통지>를 발표하여 전성 산재보험대우표준을 조정했다.<통지>에서는 조정대상은 2023년 12월 31일 전에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상해장애보조금, 부양친족무휼금, 생활돌봄비, 입원음식보조금을 향유하는 인원이라고 명확히 했...
  • 2024-10-07
  •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디지털화, 네트워크, 스마트화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문화 업종이 빠르게 발전한 것으로 나타났다.얼마 전 우리 나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새중국 75년 경제, 사회 발전 성취 시리즈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22년 문화산업 매출 증가분에 대한 신흥 문화 업종의 기여률이 49.8%에 달했...
  • 2024-10-07
  • 연길─장춘 고속도로(이하 ‘연장 고속도로’로 략칭) 연통산─쌍양서쪽 구간이 9월 30일에 개통되였다. 해당 대상은 9월 28일에 개통된 장춘─태평천 고속도로와 함께 국경절련휴기간 외출하는 광범한 대중들에게 두갈래의 쾌속 통로를 제공해 주었다.소개에 따르면 연통산─쌍양서쪽 구간은 G1221 연장 고속도로의 중...
  • 2024-10-07
  •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2024 중국축구 갑급리그 제26라운드 대 강서려산전에서 원정승을 이룩한 연변팀에 천운이 따랐다. 예상 외로 힘겹게 승리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간신히, 신승을 거두었다. 상대가 꼴찌팀이여서 ‘이번엔 쉽지 않을가’라는 예상을 깨고 연변팀은 경기 내내 고전을 면치 못...
  • 2024-10-07
‹처음  이전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