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기자절이다. 기자절이 고고성을 울려서부터 처음에는 자부심이나 사명감보다 명절이 생겼다는 즐거움에 동료 기자들과 파티에 열중했다. 헌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 마음이 무거워지고 즐거움보다 내가 진정한 기자의 삶을 살아왔는지를 고민할 때가 많다. 올해로 25번째 기자절을 맞는 이 시점에 서서 자신이 걸어온 기자 생애를 돌이켜보면 감회가 깊고 자책감에 빠진다.
취재중인 리성호 기자.
대학 문을 나서 처음 신문사에 입사했을 때의 정경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성급 신문사 기자로 취직한 자부심과 부모님들의 선망의 눈길에서 마치 세상을 전부 얻은 듯한 묘한 기분에 빠졌다. 신문사 일상에 대한 환상에 잠겨 첫 출근을 했는데 신문사 지도부와 선배 기자들의 격려가 릴레이로 이어졌다. 은근한 ‘야망’이 고개를 드는 순간이였다. 나중에 명기자가 되고 신문사 주필도 하고 싶은 욕망이 마음 한구석에서 꿈틀거렸다. 허나 현실은 너무나 참혹했다.
입사 얼마 후 신문사 배치에 따라 단독 취재를 했다. 당시 신문사 편집 판공실 한 책임자는 “기자의 사명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취재에서 요점을 잡을 줄 알고 대중이 알고 싶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모를 박아야 한다. 취재는 다각도로 진행하여 사회 면면을 포섭해야 하고 공정한 보도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귀띔을 주었다. 허나 당당한 조문학부 졸업생으로 글쓰기에도 나름 자부심이 있었던 나였는지라 귀등으로 조언을 흘려버렸다. 취재를 마치고 일필휘지를 날린 나는 이튿날 아침 원고를 당당하게 바쳤다. 책임자는 나의 원고를 유심히 들여다보고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열심히 쓰려고 노력한 흔적은 알린다. 헌데 문장이 두서가 없고 론리가 혼란하며 대중에게 알려주려고 하는 목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자신이 쓴 원고를 나에게 내밀었다. 자존심이 구겨지는 순간이였다. 나는 말없이 책임자가 쓴 원고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나는 자신의 원고와 책임자가 쓴 원고를 비교해보았다.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제목에서 문장 흐름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차이가 보였다. 순간 실망감이 엄습했다.
이후로 나는 가슴에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명기하고 매 한편 기사를 쓸 때 선배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며 지적을 감사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배웠다.
나이가 들면 추억도 많아지고 자신을 가끔 돌아보게 된다. 기자생활 30년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자신을 돌이켜보면 무수한 아쉬움과 부족점으로 점철된 시간임을 감안하게 된다. 기자라는 본업이 나에게 남긴 것이 과연 무엇일가? 명쾌한 답안은 없다. 기자라는 사명감에 걸맞는 기자였는가고 가끔 반문해본다. 확신은 아니지만 노력해온 것만은 사실이다. 그럼 나는 어떤 기자일가? 기자의 사명감을 갖고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했는지? 민감한 사회문제에서 정의의 기발을 들었는지…
장자는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학습해야 하고 생명은 끝이 있지만 지식은 끝이 없다.”고 했다.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새시대 기자로서 자신을 부단히 승화하고 학습에 게을리하지 않고 노력해야만 시대의 락오자로 남지 않는다. 기자생활을 하다 보면 사소한 일에 실망하고 불만을 느낄 때가 있다. 아마 자비감이 작간을 부렸는지… 하지만 나는 장자의 말을 거울로 가끔 무너지는 가슴을 추스리고 신들메를 단단히 조이면서 자신을 부단히 충전하고 사명감 있는 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기자 인생, 나는 사명감을 가슴에 더 깊이 아로새기고 뜨거운 가슴으로, 차거운 눈으로 정의롭고 공정한 기사를 써나가는 사명감 있고 량심 있는 기자로 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물론 사명감에 대한 인식도 더 깊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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