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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는 돌을 기른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24년11월26일 15시09분    조회: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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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김학송


요즘 주변을 살펴보면 뭔가 기르는 사람이 차츰 많아지고 있다. 

강아지, 고양이, 물고기를 기르는가 하면 딱정벌레나 뱀도 기른다. 거기에다 채소 기르는 사람, 화초 기르는 사람… 인간의 취미는 실로 가지각색여서 그만큼 인간의 삶이 풍요로운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별난 취미가 있다. 돌을 기르는 취미다. 혹자는 “저 사람 돈게 아니냐?”하고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돌에 대한 리해가 깊지 못한데서 생긴 기우(杞忧)가 아닐 수 없다. 내가 기르는 돌은 그냥 몽돌이 아닌 예술적으로 생긴 자연석으로 수석(寿石)이라는 예쁜 이름표가 붙어있다.

3천년전의 고서에도 기재된 수석은 ‘동방문화의 꽃’으로 불린다.

수석의 묘경을 모르고서는 동방사상의 진수를 파악할수 없다고 하니 수석이야말로 고아(高雅)의 정석이요, 아취(雅趣)중의 아취라 아니 할수 없는 것이다.

나는 돌을 기른다.

내게 있어서 수석은 정신의 기탁이다. 그래서 나는 아주 정혼을 쏟아가며 돌을 기른다. 행여 상할세라, 행여 목 말라할세라 애지중지 정성을 쏟아 붓는다.

나의 하루는 돌에 물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딱 바라지게 생긴 산형석(山形石)에 물을 촉촉 뿌려주면 잠자던 고놈이 슬금 깨여나 싱그레 웃으며 나를 반겨준다. 돌갗에서 피여 오르는 신령한 빛이 내 속에 흘러들면 나의 하루도 급기야 눈을 뜬다. 돌과 인간의 교감에서 생겨난 도파민이 온 몸의 세포를 흥분시키는 순간이다. 돌의 기운이 온 몸으로 퍼지면서 가붓한 전률마저 감도니 나의 하루가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돌을 기른다.

돌은 나에게 스승이 된다. 돌 상완(赏玩)의 아취는 예로부터 매죽(梅竹), 다향(茶香)과 함께 동방의 지식인들만의 풍류요, 멋이였다. 돌은 강인한 의지와 청빈의 상징이다. 한점 돌이 지닌 침묵의 무게에서 고고한 선비정신을 배우기도 한다. 고태(古态) 자욱한 돌을 흔상하며 한아(闲雅)의 아름다움, 동양적인 로경(老境)과 원숙지미(圆熟之美)에 눈 뜨게 되는데 그런 순간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세상 모든 것이 한결 아름다워진다.

돌은 무성의 잠언으로 나에게 겸손과 인내를 가르친다. 속세의 오탁을 벗어나 고매한 정서의 세계, 선(禅)의 경지로 데려다 주는게 돌이다. 

나는 돌을 기른다.

돌은 사색의 반려이다. 돌 속에는 시와 예술이 숨어있다. 정묘(精妙)한 돌은 시를 읊는다. 돌은 침묵의 언어로 나에게 시를 가르치고 인생을 가르친다. 시를 긁적이다가 시상이 막혀버리면 나는 돌한테 눈길을 돌린다. 돌과 텔레파시가 통하면서 사색의 촉수가 먼 곳으로 뻗치게 된다. 나는 돌의 묘경(妙景)에서 시를 건지고 돌의 철학에서 령감을 얻는다. 돌의 예시와 계시를 필묵에 담으면 시가 된다. 200여수의 <수석 련가>가 그렇게 씌여졌다.

나는 돌을 기른다.

돌은 마음을 닦아준다.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돌이 좋은 돌이다. 파도에 오래 씻기어 수마(水磨)가 잘된 돌이 좋은 돌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문화에 의해 마음결이 부드럽게 씻겨져야 참된 인간, 명품 인간이 된다. 성품이 거친 사람을 가르켜 ‘덜된 사람’이라고 한다. 마음 수마가 덜된 까닭이다. 알고보면 돌이나 사람이나 험난한 시련을 많이 겪을 수록 귀품이 되고 예술이 되는 법이다.

풍우상설(风雨霜雪)에 풍마세수(风磨洗水)된 돌의 보면 성인(圣人)을 만난듯 경외지심이 절로 인다. 돌갗에서 풍기는 고태미(古态美)를 만지면 마음이 절로 편해진다. 아무런 타발도 없이 늘 주어진 자리에 안주하는 돌, 그런 돌한테서 검박하게, 조촐하게 사는 삶의 자세를 배운다.

나는 돌을 기른다.

돌은 한권의 책이다. 예술미와 자연미가 어우러진 예술의 고전이다. 돌 속에는 영혼의 높이와 지혜의 깊이가 있고 인간의 온기가 있다. 돌속에는 무서운 강기(刚气)가 요동친다. 태초의 불아구리 속에서 태여난 바위는 겉은 비록 식었지만 그 속엔 아직도 최초의 마음이 시뻘겋게 살아있는 것이다. 락목한천(落木寒天)의 계절, 기석원의 벤치에 앉아 암석미를 감상하노라면 나는 고요속에서 들려오는 돌의 거세찬 함성을 듣게 된다. 그리고 돌의 미학과 바위의 고난사에 침잠하며 저도 몰래 눈굽이 젖게 된다.

나는 돌을 기른다.

매 하나의 돌마다 작은 령혼이다. 돌은 가장 자연스런 방식으로 세계에 대한 사고와 정감을 전달한다. 돌은 무형의 입으로 생명과 자유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처럼 수석 상완(赏玩)이 인간에게 주는 내심의 평화과 희열은 실로 거대한 것이다.

내가 돌을 기른지도 어언 30여년이 훌쩍 지났다. 그 사이 돌의 현묘지경(玄妙之境)에 취해 신선이 된듯이 무아경을 헤맨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석 찾아 헤매며 돈 10만리 길, 진작 수석광(寿石狂)이 되여버렸기에 가끔 스스로도 암석의 생리를 닮아가는 나 자신에 놀란다. 

나는 돌을 기른다. 원예사가 화초를 기르듯이 돌을 기른다.

나는 오늘도 가밋가밋한 돌을 만지며 생명가치관의 승화와 부흥을 만긱한다. 돌은 령혼의 보약이다. 그래서 돌이 좋고 수석이 좋다. 다시 태어나도 나는 애석인의 삶을 살고싶다.


编辑: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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