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빠져 가공되지 않은 생각을 쏟아놓았던 일기장들이 저를 문학인으로 살게 했습니다.
청도조선족작가협회 한춘옥(65세)은 시와 수필 창작에 매진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전 인터뷰차 만난 한춘옥은 키 175센치메터의 장신이였다.
한춘옥은 길림성 도문시 석현진 태생으로 도문시석현제2중학교에서 퇴직 후 청도에 정착했다.
한춘옥은 늦깎이 작가이다.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은 50대에 데뷔한 작가였다. 인생 후반에야 문학창작을 시작한 리유가 궁금했다.
“아픔입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 저로 하여금 문학의 길을 걷게 한 것 같습니다.”
먼 어제날의 이야기인 듯 한춘옥은 과거의 아픈 상처를 가감 없이 보여줬다.
한춘옥은 부모님을 잃은 슬픔에서 헤여나오기도 전에 아들을 사고로 잃었다. 풍비박산이 난 삶 앞에서 한춘옥은 방황했고 절망의 나락에서 헤맸다. 신변에 남아있는 딸애를 바라보면서 헤쳐 온 시간은 새롭게 거듭난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어둠의 턴넬에서 벗어나기로 작심했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섰다.
“그리움에 빠져 가공되지 않은 생각을 진실하게 쏟아놓았던 많은 일기장들이 저를 문학인으로 살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인생을 돌이켜봤고 세상을 돌이켜봤으며 생과 리별이 인생의 한개 부분임을 알아갔다. 그는 문학이라는 친구 덕분에 고독을 즐기는 사람으로 되였다.
그의 많은 수필들이 과거와 현실이 농익어 인생의 철리를 보여주고 있음을 리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의 수필 <어처구니가 돌리는 매돌>을 한번 잠간 들여다보자.
“암매돌 바다와 수매돌 륙지는 서로 껴안고 수많은 충돌과 마찰로 백사장을 펼치는… 엄마의 삶을 분쇄하면서 가족들의 주린 배를 채우고 생활의 편리와 윤택을 가져다준 매돌은 참 많은 옛말을 갈아냈다… 세대주들은 빙빙 돌면서 비벼 갈아내는 화해의 맛과 멋에 한가닥 곤두서는 자신감을 키웠다… 엄마의 긴긴 날 설음은 하나로 망울져 하냥 사락대는 매돌소리에 마음 싣고 부모형제와 생리별한 애통과 그리움을 갈고 갈았다… 매돌 같은 부대낌에서 화해로 가는 옛날 부모님들처럼 서로 껴안고 따뜻하게 살아보고 싶다…”
문학평론가 장학규는 한춘옥의 수필 <어처구니가 돌리는 매돌>에 대해 “섬세하고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말마디들을 조미료로 많이 섞어넣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면서 “전통문화와 사회 비전을 유기적으로 이어놓은 성공작”이라고 평가했다.
“아마도 청도에 오지 않았더라면 저는 수필이든 시든 그렇게 순조롭게 창작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춘옥은 청도조선족작가협회에서 만난 작가들의 도움으로 창작에 열정을 쏟을 수 있었고 평론가 장학규를 만난 덕분에 수필 창작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문학창작 10년 사이에 그는 수필과 시를 200여편(수)을 창작했고 국내외의 응모활동에서 수상의 영예를 따낼 수 있었다. 연변인민방송국 제1회 생활수기 대상을 시작으로 그는 기원컵 압록강문학상 수필부문 금상, 송화강잡지 수필문학상 가작상 등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문학은 내 생각의 체력을 키우고 삶의 핸들을 바로잡아주는 키보드라고 생각합니다. 글은 나와의 대화이며 자신을 찾는 길입니다. 인생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스스로의 길이였고 글을 쓰면서 호기심과 열정 그리고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았습니다.”
그는 상실의 아픔과 고통을 딛고 이 세상을 떠난 다음 령혼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고 지극히 제한된 인생에서 좀더 많은 것을 알고 체험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올봄, 그의 첫 작품집 《고독의 색갈》이 북경민족출판사에 의해 출간되였다. 작품집에는 그의 88편의 수필을 ‘생명과 나눔’, ‘고독의 색갈’, ‘미지의 두려움’ 등 5부로 나눠 실었다.
청도조선족작가협회 리문혁 회장은 출간식에서 한춘옥을 두고 “최근 청도조선족작가협회를 가장 많이 빛낸 다산 작가이자 수상 작가”라면서 “늦깎이 작가가 썼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차고 생활 깊이와 창작 기교가 돋보이는 주옥같은 작품들이 많이 실렸다.”고 했다.
독서회가 있을 때마다 첫 사람으로 달려가는 ‘키다리’ 한춘옥, 재충전의 시간으로 하루하루 일상을 보람차게 보내면서 “인생의 철학적 의미가 보다 많이 담긴 글을 쓰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허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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