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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111] 그때 그 시절 그 학교 초불같은 선생님들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9월8일 09시06분    조회: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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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불을 칭송한다. 초불은 남들이 알아주건 말건 묵묵히 자신을 불태우며 무언으로 빛을 내여 어두운 길을 비추어준다. 맥없이 가냘프게 눈물을 흘리면서도 최후의 빛을 뿌리며 간다. 나는 초불이 되여 내 삶의 길을 비추어주셨던 선생님들을 잊을래야 잊을 수 없다. 그분들이 너무 그립다.

고중을 졸업하면서

1971년 3월 나는 마을의 동학들과 함께 집에서 10여리 떨어진 공사 소재지에 있는 안도현 복흥중학교 고중반에 진학하게 되였다. 고중반에 진학하기전에 나는 연길 하방간부(下放干部)의 자녀로 대대학교에서 1년간 초중을 다녔다. 심한 교원 부족으로 담임선생님이 모든 과목을 책임지고 가르치는 학교였다. 우리는 수업시간마다 몇번 어록을 읽는 것으로 한개 교시를 끝마쳤는데 사실 초중졸업장은 손에 쥐였지만 문화지식 수준은 담론할 여지도 없었다. 고중반에 가기전에 공사 학교이니 대대 학교보다는 많이 나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학교로 갔다. 그런데 막상 가보고 나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복흥중학교는 소학교 뒤 언덕에 흙으로 지은 나즈막한 초가집 몇칸 뿐이였다. 서쪽 마지막 칸은 우사칸이여서 소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 소영각 소리가 가끔씩 들려왔다. 학교의 다른 한쪽 끝의 앞마당은 돼지굴이여서 돼지가 꿀꿀 거렸다.

우리가 학교에 들어선 첫날 돼지죽을 주는 당번이 돼지죽을 제대로 주지 않아서인지 돼지는 굴 우리 나무를 딛고 서서 꽥꽥 소리 질렀다. ‘신입생들을 환영하는 거야?’ 나는 좋은 생각을 하며 교실을 둘러봤다. 회칠을 하지 않아 그냥 흙벽 그대로이고 창문에는 찢어진 비닐이 펄럭 거렸다. 책걸상조차 없어 교실 바닥에 나무 기둥을 박고 그 우에 긴 널판자를 놓고 책걸상으로 대용했다. 우리 고중반 3개 반중의 2개 반은 이런 교실조차 차례지지 않아서 소학교 창고를 빌려서 교실로 썼다. 어쩌면 이 모양이 저 모양이였다. 나는 온 집 식구들을 거느리고 편벽한 산골로 하방해온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이튿날 수업시간과 더불어 나는 새로운 ‘빛’을 보게 되였다. 과목마다 다른 선생님들이 들어와 가르쳐 주셨는데 선생님들의 외모가 출중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행동거지, 교학 예술이 특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생님들은 모두 길림대학, 동북사범대학, 연변대학 등 대학교를 졸업한 우수한 교원들이라 했다. 과외 농업 로동을 지도하는 리상룡선생님도 연변농학원 졸업생이란다. 이는 당시 교원 부족으로 허덕이는 연변의 농촌 상황과는 판이한 대조를 이루는 주목할 만한 일이였다.

선생님들은 정규적인 교학을 했다. 과목마다 고중교재에 따라 배워주었다. 생각 밖으로 나에게 복이 떨어졌지만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문과는 그래도 따라갈 수 있었지만 수학은 따라가기 힘들었고 제일 골치 아픈 과목이였다. 실제 나는 소학교 5학년부터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 연길에서 수학은 1원 1차 방정식을 배우다가 농촌 학교로 왔으니 말이 고중생이지 실제 수준은 1원 1차 방정식도 잘 알지 못하는 속이 텅빈 초중 졸업생이였다. 정규적이고 수준 있는 선생님들의 교학을 듣는 나는 감당하기 힘들어 어쩔바를 몰랐다.

학교 정황을 여실히 부모님들에게 회보하고 부모의 지지하에 나는 학교 숙소에 들었다. 숙소에 있으면 저녁에 선생님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는 데 편리했기 때문이다. 오후 방과후 나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복습하고 저녁이면 책을 들고 수학을 가르쳐주시는 김경수선생님 댁으로 갔다. 김경수선생님은 연변대학 수학학부 졸업생인데 안도현교원진수학교에서 근무하다 하방되여 농촌 학교로 온 수준 높은 분이였다. 공부에 대한 나의 절절한 욕망과 안타까와 하는 나의 마음을 헤아린 선생님은 흔쾌히 나를 받아주셨다. 지난 세기 70년대에는 개별 보도를 받으려는 학생이 거의 없다 보니 선생님은 당연히 1 대 1로 보도해 주셨다. 소학교 고급학년 수학부터 초중 1원 1차 방정식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한단계, 한단계씩 올라가며 배워 주셨다. 교과서의 문제를 다 풀고 나면 선생님의 집에 있는 참고서적들의 문제를 내주어 풀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의 성적이 점차 제고되자 선생님은 어려운 문제를 내놓기도 했다. 나는 어느덧 수학에 푹 빠지고 말았다. 수학이 그렇게 재미있는 줄은 몰랐다. 수학가로 되고픈 욕망까지 생겼다. 분명히 어려운 문제인 데도 나의 머리, 나의 손을 거쳐 정답이 나올 때면 그 희열은 무엇으로 형용해야 할지 몰랐다. 선생님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여나군 했다. 얼마간 공보하니 수학 성적이 제고됨에 따라 기타 과목 성적도 반급에서 앞자리를 차지하였다. 하지만 나는 예전과 다름없이 저녁마다 선생님 집으로 갔다. 놀러가도 선생님 집으로 가고 싶었다. 수학이라면 선생님과 나 사이의 대화는 잘 이루어졌다. 선생님의 사모님도 공부를 매우 중시하는 분이셨는데 내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마다 찾아가도 언제 한번 얼굴을 찡그린 적이 없이 열정적으로 맞이해 주었다. 지금도 나는 김선생님과 내가 웃방에서 상을 펴놓고 공부하고 사모님은 아래방에 앉아 일하시던 모습이며 공부가 끝나 돌아 갈 때면 사모님께서 언제나 대문 밖까지 바래다주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언제 봐도 자애로운 선생님과 사모님이셨다. 그런데 그때는 왜 그리 은혜란 것도 모르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선생님에게 물 한잔이라도 권해드리지 못했고 선생님과 사모님의 관심만 받았다.

후에 특별히 선생님을 찾아갔을 때는 선생님은 언녕 하늘나라에 가시고 사모님은 아들을 따라 외지로 가셨다고 들었다. 사모님을 찾으려고 해도 나로서는 찾을 길이 없었다. 사모님이라도 만나고 싶고 선생님의 아들이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지금도 간절하다.

리석재 담임선생님과 그의 안해 화학 선생님인 김계순

우리반 담임선생님은 길림대학을 졸업한 리석재선생님이시였다. 178센치메터의 훤칠한 키에 희고 멀쑥한 얼굴, 짙은 눈섭, 정기 도는 부리부리한 두눈을 가진 자애로우면서도 엄격한 빛이 어려있는 선생님이였다. 당시 30세 미만의 젊은이였는데 활기로 차넘쳤고 우리에게 물리를 가르쳐 주셨다. 화학 선생님은 리석재선생님의 안해 김계순선생님이셨는데 길림대학 화학학부 졸업생이시였다. 당시 학교에 실험의기가 없으니 선생님은 공사병원에서 버리는 빈병과 우정국에서 버리는 전지약, 공급판매합작사 창고에 흘린 화학비료 심지어 길을 가다 발에 걸리는 쇠줄도 모아서 실험도구를 만드는데 썼다. 그 락후했던 시기에도 우리는 화학실험을 하면서 공부했다. 정치를 가르쳐 주시는 백병룡선생님도 길림사범대학 졸업생이였는데 론리에 맞게 우리들의 사고방식을 키워주며 재미있게 강의하셨다.

목마른 사람이 물마시듯 나는 훌륭한 선생님들의 옳바른 가르침하에 마음껏 공부하였다. 선생님들도 열심히 공부하는 나를 여간만 귀여워하지 않았다.

나는 기타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교실 청소는 물론, 돼지죽을 주는 당번도 열심히 했고 학교 농업기지의 일도 남보다 더 잘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모든 일에서 다 선두에 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다. 어느 한번 선생님께서 우리를 데리고 산에 가 풀을 베는 일을 했다. 우리는 한메터 간격으로 풀을 베며 앞으로 나갔다. 나는 젖먹던 힘까지 다하며 낫을 휘두르며 다른 사람들을 볼 사이도 없이 앞으로만 나갔다. ‘남보다 더 잘해야지’하는 생각만 가지고 정신없이 일하는데 선생님이 나의 곁으로 다가와 나보고 선생님의 하던 자리에 가서 풀을 베라고는 선생님이 내 자리에 들어서는 것이였다. 그때에야 나는 우리반의 꼴찌라는 것을 알게 되였다. 나는 나대로 애썼지만 농촌에서 자란 애들과 비할바가 못되였다. 한참 되여 선생님께서 또 제일 앞자리에 서게 되고 내가 다시 꼴찌로 되였다. 그러면 선생님과 나의 위치도 바뀌여 지군 했다.

그 시기 학생마다 정치상의 발전을 몹시 중시했다. 공청단에 가입하는 것은 학생들이 추구하는 목표였다. 단지부에서는 나의 각 방면의 표현을 보고 입단 중점 배양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런데 나의 고모와 고모부의 문제에 련루되여 통과되지 못했다. 안타까운 나의 처지를 헤아려 선생님은 반대표를 든 학생들을 직접 찾아가 개별 담화를 하고 학교 단지부에 나의 정황을 여실히 반영하였다. 선생님의 노력으로 나는 끝내 입단지원서를 쓰게 되였고 학교에서는 정중하게 공청단복흥공사위원회에 보내 비준을 기다렸다.

그러나 공청단복흥공사위원회에서는 나의 사회관계가 복잡하다는 리유로 입단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그 후에도 통과되지 못했고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나는 공청단에 가입하지 못했다. 마음 고통이 심했다.

담임선생님은 조용히 나를 부르시며 “너의 고모와 고모부는 연변의 영웅이다. 우리가 따라배워야 할 분들이다. 너는 앞으로 공부로 성공할 사람이니 꼭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라고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특별한 시기임에도 담임선생님은 나를 반급 학습위원으로 밀어주셨다.

개혁개방후 내가 정든 선생님들과 학교를 찿아갔을 때 기억속에 있던 선생님들이 몽땅 복흥중학교를 떠나가고 없었다. 담임인 리석재선생님은 교장으로부터 교육국장, 부현장, 현인대 주임으로 되였고 전국 우수 교사로 된 김계순선생님은 안도2중 교장으로, 백병룡선생님은 안도4중 교장으로, 김경수선생님과 장만송선생님은 현교사진수학교로 떠나갔다.

우리는 그 간고한 환경에서도 초불정신으로 자신을 불태우며 후계자 양성에 혼신을 다 하는 훌륭한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했다. 선생님들의 초불정신은 우리를 나라의 건설자로 성장하도록 고무격려하였고 각 분야에서 자신의 힘을 다하여 이바지하도록 밀어주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나는 그때 그 시절의 선생님들이 사무치게 그립다. 나의 인생길에서 거둔 성과 또한 그때 그 시절 그 학교의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갈라놓을 수 없다.

김순희/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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