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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수기] ‘공주’라는 그 화려한 길을 걸으며 _ 김영숙
조글로미디어(ZOGLO) 2020년4월3일 05시54분    조회: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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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라는 그 화려한 길을 걸으며  

                     

김영숙  

(룡정시북안소학교) 

 

   《중국조선족교육》잡지에 실린 우상렬교수님의 글에서 “아이들의 천진란만함을 존중하고 그것을 마음껏 누리도록 해야 한다.”라는 대목이 내 마음속에 긴 여윤을 남겼다. 하여 나는 최소한 내가 가르치는 애들에게 가르칠 때는 서로 존중하는 사제간으로, 대화를 나눌 때는 다정한 친구사이로 되기 위하여 무진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날도 나는 애들과 함께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그늘 밑에 앉아 우리말 주고받기 유희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체육조의 소문난 익살쟁이 조선생님이 지나가다말고 “얘들아, 너네 반 선생님은 할머니처럼 늙었다. 같이 놀지 말아라.”고 하시는 것이였다.

 

    워낙 애들과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선생님이라 나는 그저 웃고 넘어가려했는데 애들은 하나같이 “아닙니다. 우리 반 선생님은 공주입니다. 체육선생님이 할아버지 같습니다.”고 하면서 목청을 돋구어 반박했다. 어떤 애들은 심지어 울먹거리면서 입술을 옥물고 조선생님을 째려보기까지 하였다.

 

 

 

 

 

    이러는 애들을 보니 저도 몰래 가슴이 뭉클해났다. 내가 체육선생님이 롱담으로 하는 말씀이라고 거듭 설명했지만 애들은 “그래도 체육선생님이 밉습니다.” 하면서 멀어져가는 조선생님의 뒤모습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애들의 ‘공주’라는 말에 내가 처음 교단에 섰을 때의 모습이 선히 떠올랐다. 금방 졸업하고 시골에 안배되여 처음으로 교단에 올라선 그 날, 초롱초롱한 24쌍의 눈동자를 마주한 나는 긴장하여 다리마저 후둘후둘 떨렸다. 분필을 쥐고 판서를 하려는데 손가락이 경직되여 애들한테 거울로 되여야 할 글자들이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이러는 내 모습이 안스러웠던지 애들이 “선생님, 참 곱습니다.”라고 하면서 나한테 박수를 보내는 것이였다. 리유도 모른 채 애들한테서 얼떨결에 칭찬을 받았지만 그래도 그것이 싫지는 않았다.

 

    학부모들이 햇내기교원인 나한테 미덥지 않은 눈길을 보낼 때 교장선생님과 주임선생님 그리고 선배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내편이 되여 많은 경험들을 전수하여주셨고 수시로 나의 교수를 청강하면서 나한테 부족점을 귀띔해주셨다.

 

 

 

 

 

 

    그리고 사업열정이 높고 애들도 좋아하니 꼭 훌륭한 교원으로 될 수 있을 거라고 늘 응원을 주셨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가 바로 진정 애들이 원하는 이쁜 ‘공주’로 되려고 분발하던 때였던 것 같다.


    조선생님으로부터 ‘할머니’소리를 들은 다음날 아침, 출근하여 교실에 들어서니 내 책상 우에는 이쁜 공주 그림들이 수두룩이 쌓여있었다. 누가 이렇게 화가처럼 멋진 그림을 그렸는가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저마다 머루알같은 까만 눈을 깜박이며 자기의 작품이라고 쫑알거렸다.

 

 

 

 

 

    이어 왜 갑자기 이런 그림을 그렸느냐는 내 의혹을 풀어주려는 듯 “체육선생님이 선생님을 ‘할머니’라고 하지만 선생님은 공주입니다.” “선생님은 영원히 공주처럼 예쁠 겁니다.”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튀여나왔다.

 

    체육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애들은 내가 정말로 자신을 ‘할머니’로 착각하고 실망할가봐 무지 걱정되였던 모양이였다.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을가? 잘못 그려서 여러번 지운 흔적들, 여러가지 색채들을 배합하여 더 이쁘게 꾸며보려고 애쓴 자국들… 한장한장 감상해나가노라니 애들의 천진한 동심에 감염되여 저도 몰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고마워! 금쪽같이 귀여운 애들아.” 

 

 

 

 

    문득 애들의 그림을 감상하느라니 평강공주의 얼굴이 선히 떠오른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라는 이야기에서 착하고 예쁜 평강공주는 한낱 바보취급을 받던 온달을 자신의 선량함과 지혜 그리고 인내심으로 어엿한 장군으로 되게 인도해주었다.

 

    만약 평강공주가 바보온달을 바보라고만 생각하고 이끌어주지 않고 손을 놓았더라면 아마 바보온달은 평생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되는 일만 하고 평범한 무사로서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바보를 장군으로 만들기까지 평강공주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였을가?  

 

 

 

 

   ‘공주’라는 말의 의미를 재삼 되새기면서 나는 평강공주와 비교해보면서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때론 큰 일도 아닌 걸 가지고 애들한테 야단을 치고 학교의 규장제도를 위반한 애들한테 버릇을 고쳐준다는 것이 상처만 주고 학습락후생한테는 “왜 이렇게 쉬운 문제도 모릅니까? 몇번이나 설명했는데…”라고 짜증을 부리고 속탈을 만나서 미처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바지에 실수를 한 애한테 눈을 찔끔 흘기면서 위생실에 데리고 가 대충 씻어주고… 성장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고 어린이기에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하물며 어른들도 수시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가.

 

    생각할수록 미안하고 가슴이 저려난다. 애들이 부모님들의 손에 이끌려 학교에 입학하면서 얼마나 큰 기대를 안고 나한테로 다가왔을가? 티없이 맑고 깨끗한 심령에 자유로이 둥둥 떠가는 구름도 그리고 싶었고 화단에 곱게 곱게 피여난 꽃들도 그려보고 싶었겠지…

 

 

 

 

 

    그리고 선생님이 자신이 처음 접촉한 영화나 만화책 속의 공주처럼 예쁘고 자애롭고 고운 말 고운 눈빛으로 자신들을 대해주었으면 하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난 애들의 이런 마음을 느끼지 못하고 제멋대로 애들을 핀잔하고 벌도 주고… 어린 심령에 때론 내가 공주가 아니라 ‘악마’로 보였을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난다. 


    이제부터라도 어떻게 하면 진정 애들이 바라는 ‘공주’의 형상을 보여줄 수 있을가 생각해본다. 맑스는 고대그리스 신화에서 인류 동년기의 천진란만함을 보면서 한없이 기뻐했다고 한다. 공주같은 선생님! 참으로 애들의 티없이 맑고 깨끗한 동심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교원의 형상이 아닌가? 우리들은 가끔 애들은 젊고 예쁜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하군 한다. 

   

    어느덧 중년에 접어든 나에게도 막을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지라 자연히 젊고 예쁜 단장을 하느라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애들이 진정 바라는 공주의 형상은 외적인 아름다움에 내적인 아름다움이 동반해야 함을. 그렇다. 애들의 눈높이로 보는 만화 속의 공주는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착하여 모든 걸 잘하는 완전무결한 리상형인 것이다.

 

 

 

 

    공주같은 선생님!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그 화려한 이름을 불러보며 오늘도 나는 마음을 새롭게 다져본다. 진정 애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주같은 선생님이 되여 사랑과 믿음을 듬뿍듬뿍 주면서 애들 마음속에 진정 만화 속의 공주같은 형상으로 남으리라.

 

    그리고 후배들한테는 진정 부드러운 ‘할머니’ 되여 내 머리 속의 지식, 경험들을 깡그리 부어주면서 내가 ‘공주’로 성장하기까지 받은 모든 사랑과 관심을 백배, 천배로 돌려드리리라. 


    래일부터 나의 뜻깊고 보람찬 다역의 시작이다, 애들한테는 이쁜 ‘공주’역, 후배 선생님들한테는 믿음직한 ‘할머니’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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