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전북 군산시 군산국제여객터미널 출구 앞에서 보따리상들이 들여온 보따리 농산물을 중간수집상들에게 넘기고 있다.
이른바 보따리상들은 대부분 중국인이었고, 중국말과 우리말을 섞어 쓰는 조선족들도 눈에 띄었다. 보따리상들은 카트에다 가벼운 가방 하나에 흰 마대 포대를 서너개씩 싣고 나와 한눈에도 보따리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나 군산항에서는 지난 평택항과 인천항에서 볼 수 없었던 일반관광객도 보따리 농산물로 보이는 마대를 한두개씩 가지고 입국, 일반관광객이 다이공(帶工)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
같은 시각 여객터미널 밖에서는 보따리상을 기다리는 수집상 대여섯명이 서성거리며 오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보따리상들이 쏟아져 나오자 흰 면장갑을 낀 40대 초반의 남자가 카트에 흰 마대 포대를 싣고 오는 보따리상들을 미리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량으로 안내했다. 한 젊은 여성이 정반대 방향으로 가자 흰 장갑을 낀 남자가 급히 쫓아가서는 직접 카트를 끌고 대기 중인 승합차량으로 데려 오기도 했다.
삽시간에 주차장은 카트를 끌고 나오는 보따리상과 보따리 농산물을 넘긴 빈 카트를 다시 터미널 안으로 끌고 가는 사람들로 뒤섞였다. 주차장 건너편에서 사진을 찍는 기자를 발견한 50대 후반의 중간 수집상은 “왜 사진을 찍느냐”고 큰소리를 지르며 금세 달려올 듯 위협했다. 때마침 제복을 입은 군산항 관계자가 지나갔지만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그냥 스쳐갔다.
이날 태풍 예보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농산물을 담은 흰 마대 포대를 끌고 입국한 보따리상은 어림잡아도 80여명은 넘어 보였다.
잠시 후 국제터미널과 연안터미널 사이에는 일반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빠져나가자 중간 수집상들이 타고 온 승합차량 30여대로 꽉 들어찼다. 일반인들의 주차금지 구역을 이들 승합차량이 아무런 제지 없이 차지하고 있었다. 승합차에 실린 흰 마대 포대는 한개가 20~30㎏가량 됨직했고, 그 속에는 보따리가 2개씩 든 것도 있었다.
한 50대 여성은 마대 포대에서 건고추 두 보따리를 빼내 차에 싣고는 급히 빠져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조선족으로 보이는 한 부부는 흰 마대 포대를 승합차량에 건네주고는 승합차를 끌고온 수집상으로 보이는 한 여성과 한참 얘기를 주고받더니 택시승강장으로 발걸음을 총총히 옮겼다.
군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입국 손님을 실어나르는 한 택시 기사는 “예전처럼 보따리상이 가져온 중국산 농산물을 싣던 대형탑차는 잘 보이지 않지만 한번 배가 들어올 때마다 꽤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 것으로 볼 때 상당한 양의 농산물이 흘러들어오는 것 같다”며 “누가 봐도 보따리상이고 수집상들의 보따리 농산물 수집행위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4월4일 경기 평택항, 5월13일 인천항에 이어 이번 군산항까지 서해안 주요 항만에서는 지난 반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따리상의 치외법권적 중국산 보따리 농산물 밀반입 행위는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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