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가짜지도 들고 나온 트럼프
[ 2019년 09월 05일 01시 53분   조회:5100 ]


허리케인 도리안이 미국 앨라배마주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란 가짜뉴스를 퍼트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브리핑 자리에 ‘가짜 지도’를 들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허리케인 도리안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뒤 기자들과 대화했다. 이날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허리케인의 이동 경로와 강도가 표시된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 공식 지도를 들고 설명했다.
 
더 가디언은 지난 4일 이 지도가 가짜라고 지적하며 ‘마커 게이트(Sharpiegate)’라는 이름을 붙였다. 샤피(Sharpie)는 미국 마커 전문 문구 브랜드의 이름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집어 든 지도에는 검은색 마커 펜 자국이 둥그렇고 엉성하게 남아있었다. 누군가가 펜을 사용해 허리케인의 이동 경로를 플로리다주에서 앨라배마주까지 길게 늘어트린 모습이었다. 더 가디언은 이를 두고 “앨라배마주가 허리케인 영향권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근거 없는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뒤늦은 노력”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조작된 지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번 브리핑에서 앨라배마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95%의 가능성을 설명했다”고 받아쳤다. ‘지도에 별도의 표시가 추가됐느냐’는 질문엔 “모르겠다. 모르겠다”고 두 번 반복했다.
 
 

지난달 29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공개된 허리케인 도리안 이동 경로 지도. 지난 4일 공개된 지도와 동일하나 검은 펜 자국은 없다.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 캡처.
 
 

NHC가 지난달 30일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한 원본 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트위터를 통해 “플로리다에 더해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앨라배마가 예상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허리케인 도리안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앨라배마주가 허리케인 영향권이라는 예보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이에 앨라배마 주지사, 기상학자들은 즉각 반박했다. 앨라배마주 기상당국도 트위터에서 앨라배마는 도리안으로 인한 어떠한 영향도 없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트위터 글이 올라온 지 약 20분 뒤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도리안이 앨라배마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특정 시나리오가 있다”는 식의 주장이었다. “원본 지도에 따르면 도리안이 플로리다를 강타한 뒤 주변 다른 주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NHC가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한 원본 지도에는 트럼프가 지난 4일 공개한 지도에 그려진 검은 펜 자국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직접 백악관 집무실에서 공개한 동일한 지도에도 펜 자국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 '마커게이트'를 부정하며 앨라배마주도 허리케인 도리안의 영향권이었다고 또다시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각종 반박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굽히지 않았다. 그는 5일(현지시간) “허리케인 도리안의 초기 단계를 보여주는 지도”라며 사진 한 장을 트위터에 올렸다. “대부분 플로리다를 강타한 뒤 조지아와 앨라배마를 통과할 것이라고 관측했다”며 “가짜뉴스의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공식 일기예보를 조작하는 것은 위법한 행동이다. 더 가디언은 “이번 사건은 트럼프 정부의 ‘현실과의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보수 성향 평론가인 빌 크리스톨은 5일 “우리 중에 NHC의 일기예보를 마커 펜으로 바꿔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느냐”고 풍자했다. 서툴게 그려진 검은 선에 SNS에는 ‘마커 게이트(Sharpiegate)’라는 해시태그(#)로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그린 것인지, 참모가 상의 없이 그려 넣은 선인지 추측하는 공방도 잇따랐다.
 
 국민일보/일부 사진 봉황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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