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편견을 깨고 싶었다”(인터뷰)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6월21일 09시21분    조회:621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인물이름 : 장률
▲ 지난 16일 영화 '경주'로 돌아온 장률 감독(51)을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 정아영 기자
 
‘경주’로 돌아온 장률 감독, “편견을 깨고 싶었다”(인터뷰)

(뉴스컬처=정연화 기자)
재중동포인 장률 감독(51)은 ‘경계’에 민감했다. 소수민족의 비극을 그린 ‘망종(2006)’, 유목민과 탈북자의 이야기를 담은 ‘경계(2007)’, 조선족과 탈북자의 모습을 담은 ‘두만강(2011)’ 등으로 이주와 분단, 한국 근현대사를 넘어 한국계 중국인, 탈북자, 몽골인 등 그리움의 정서가 깊이 내재한 경계인들의 삶을 주로 다뤄왔다.

이번에도 변함없다. 박해일과 신민아라는 배우가 함께했을 뿐, 7년 전 춘화의 기억을 찾아 경주에 온 남자와 찻집 여주인의 1박 2일을 그린 영화 ‘경주’는 장률 감독 특유의 고향에 대한 향수, 그리움의 정서가 인물과 대화, 관계 그리고 공간을 통해 흐른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컬처와 만난 장률 감독은 “사람이 변해서 얼마나 변하겠나. 그놈이 그놈”이라며 기자의 말에 동의했다. 이제부터는 장률 감독에게서 ‘장르 도전’, ‘배신’, ‘변화’라는 수식어를 지우기로 한다.
 
‘경주’는 감독의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장률 감독은 오래전,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를 찾았고, 가까운 경주를 방문했다. 아리솔이라는 전통 찻집에서 차를 마신 기억, 그리고 그곳에 걸린 춘화 한 장의 여운. 여기까지가 그의 이야기이다. 신민아처럼 아름다운 여인도, 그 옆을 지키며 훼방 놓는 경찰도 없었다. “찻집 주인아주머니께서 잘해줬다”는 기억만 남았다.
 
주변에 있는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영화로 불러오게 됐다는 장 감독은 배우 박해일이 연기한 최현을 북경대 동북아정치학과 교수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최현과 박 교수가 다투게 되는 동북아 정서를 주제로 한 대화도 평소 지인들과 나누는 ‘보통의’ 말들이다.
 
“2년 전에 한국에 와서 드라마보다는 뉴스를 보게 됐어요. 왜 이렇게 예측들을 많이 하는지. (영화를 찍을 당시)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 대해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렇기도 하고, 아주 친한 친구의 이름이 최현이고. 베이징에서 평소 친구들과 최현 장군에 대한 농담을 자주 해요. 여기서는 최현 장군을 모르지만, 우리 쪽에서는 너무 잘 알아요. 장군 중에 가장 싸움을 잘하는 장군. 그 아들이 최룡해라고, 요즘 많이 나오잖아요. 이게 다 친구들과 평소 나누는 대화예요.”
 
왕족들의 무덤을 뒤로한 채, 아이들이 뛰놀고 학생들이 애정 행각을 벌이는 그런 풍광이 아무렇지 않은 도시 경주. 그 분위기에 최현도 동참한다. 잔디밭에서 동네 할아버지가 운동으로 하는 태극권의 동작을 옆에서 따라 하고, 초에 불을 붙인 뒤 여러 차례 입김을 불어 꺼버리는, 그가 생각 없이 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관객들에게는 웃음 코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최현은 저가 웃긴 줄 모르는 모양이다. 저런 사람도 교수가 맞나 싶다. 그러나 “사람냄새 나는 사람에게 궁금함을 느낀다”고 말하는 장 감독은 최현을 일부러 “교수답지 않은 교수”로 만들었다.
 
“행동과 말, 의상이 전형적인 사람에게는 한 번도 궁금함을 느낀 적이 없었어요. ‘영화 하는 사람들은 이렇다’ 하는, ‘동북아정치를 전공하는 사람은 이렇다’ 하는 편견을 깨버리고 싶었어요. 그런 편견과 최현의 몸동작, 그리고 그가 우연히 던지는 말들이 충돌하면서 웃음이 나오는 거죠. 내 생각이 편견일 수 있다는 반성을 불러오기도 하고요. 그 사람의 리듬에 동의하면 설득력을 얻고, 설득력만 있으면 작품이 아니겠는가 생각해요.”
 
▲ '경주'는 꿈인지 현실인지가 모호한 영화이다. 장률 감독은 "사람은 공간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사람이 살다 보면 아는 것 같은데 더 모르는 것이 많다. '현실인가 꿈인가, 도대체 무엇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은 영화 장면 중.     © 사진=언니네홍보사 제공

‘경주’에는 꽤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아리솔에서 차를 마시던 일본 관광객 두 명이 최현을 배우로 착각하고 그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부탁한다. 그리고 촬영을 마친 뒤, 이런 말을 한다. “일본의 과거를 용서해 달라.” 영화 속 일본인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교수생활을 하는 실제 일본인들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일본어를 할 줄 알지만, 못 알아듣는 척 무심히 대답하는 최현, 그리고 중간에서 통역하는 공윤희. 그들이 참 이상하고도 묘한 분위기를 낳는다.
 
“제가 중국에서 왔잖습니까. 옆에서 중국말로 이상한 말 하면 못 들은 척해요. 왜 그런가. 분위기가 깨지는 거예요. 옆에서 다 알아들으면 이상하잖아요. 최현은 학문하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일본인 문제에 대해서 정말 이야기하자면 깊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깊게 하든지, 엉뚱하게 농담으로 넘기든지 해야 하는 거죠”
 
“종종 실생활에서 이런 일들이 발생해요. 보통 사람들끼리도 어색할 때가 있어요. 원인이 뭐냐면 일본정부에서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지금 일본에서 사는 보통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정부에서 제대로 반성하면 이 사람들이 어색해하고 불편해할 필요가 있습니까. 일본 사람들에게 그 대사를 시켰더니 자기는 놀랐다는 거예요. 평소 자주 하는 말이니까. 한국사람 보면 매일 사과한대요. 좋은 사람들끼리 대화하는데, 방향이 조금 다르게 흘러가면 웃음이 나오는 거고 재미있잖아요.”
 
최현은 공윤희와 찻집에서 처음 마주쳐 계모임에까지 함께 가게 되고, 술자리가 마무리된 뒤 윤희의 집에서 하루를 묵는다. 그런데 둘 사이에서 이렇다 할 로맨스도, 관심을 표하는 직접적인 행동도 없다. 공윤희는 일부러 방문을 살짝 열어놓지만, 최현은 들어가지 않는다. 둘은 그렇게 ‘별일 없이’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장 감독은 그것은 분명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도 실제 범위가 넓습니다. 마지막에 행동까지 가진 않았지만, 사랑이라는 건 느낌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추억도 다 사랑의 범위에 맞지 않겠는가. 서로 사랑을 하고 통상적 개념의 사랑이라는 감정에 들어갔다가 거기에 빠져서 서로 원수가 돼버리는 기억보다는 훨씬 더 아름답지 않겠는가. 영화나 사랑이나 범위가 넓은 것이죠.”
 
▲ '경주'를 연출한 장률 감독(51)은 “요즘 영화들이 그렇게 만들어져서 그렇지, 우리 눈이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지가 않다. 사람이 말할 때, 그 공간도 보이고 얼굴도 보여야 한다. 영화는 사람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흐르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뉴스컬처)     © 정아영 기자
 
‘경주’는 대화가 많은 영화다. 대화 내용이 아닌, 대화를 나누는 공간과 그곳의 분위기, 그리고 그들의 숨소리에 주목해야 한다. 영화에서 경주는 “정서가 흐르는 공간”이다.

“영화라는 건 순간순간이 합쳐져 탄생하는 것 같아요. 요즘 영화들이 그렇게 만들어져서 그렇지, 우리 눈이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지가 않아요. 사람이 말하면 그 공간도 보이고 얼굴도 보이고, 영화에는 정서가 흐르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얼굴에만 카메라를 갖다 대는 것에 나는 참지 못해요. 날조하는 것 같은, 만들어내는 것 같이 너무 인위적이에요. 사람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흐르는가가 중요하지 않는가.”
 
결국,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채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장률 감독은 촬영차 경주에 머물며, 저녁에 신민아, 박해일과 산책하러 나갔다가 길을 잃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복잡한 곳도 아닌데. ‘경주’는 사실, 그렇게 길을 잃어가는 영화다.
 
“사람은 공간의 지배를 많이 받아요. 사람이 살다 보면 아는 것 같은데 더 모르는 것이 많아요. '현실인가 꿈인가, 도대체 무엇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우리가 그렇게 조급해하고 답답하고 짜증이 나고 하는 건 현실과 비현실을 너무 단절시켜서 그래요. 감수성을 보존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다 정신 나가란 소린 아니고(웃음).”
 

[프로필]
이름: 장률
학력: 연변대학 중국문화과
데뷔: 2000년 영화 ‘11살’
수상: 2010년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2006년 제32회 시애틀국제영화제 신인감독 심사위원특별상
작품활동: 영화 각본 및 연출 ‘풍경(2013)’, ‘두만강(2009)’, ‘이리(2008)’, ‘경계(2007)’ 외/ 연출 ‘중경(2007)’, ‘망종(2005)’ 외/ 각본 ‘주리(2012)’/ 프로듀서 ‘궤도(2007)’ 등 다수.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24
  • -연변주인민검찰원 김광진검찰장 《김광진검찰장이 부임한 몇년래 연변의 검찰사업은 주목할만한 발전을 가져왔다. 어떻게 말하면 지금이 연변의 검찰대오건설이 가장 잘 되고있는 시기이고 지도부건설이 가장 잘된 최적의 시기이며 상급의 인정정도가 가장 높은 시기이자 간부 및 사법경찰들의 사기가 가장 왕성한 시기라...
  • 2013-09-03
  • 연변가무단의 청년가수 최려령씨는 시기를 잘 만난 행운아인듯하다. 가무단에 발을 들여놓은지 2년밖에 안되지만 처음 참가하게 된 제3회 전국소수민족희극회보공연에서 창극 “심청전”의 주역인 심청의 역을 맡아 우수표현상뿐만아니라 우수각색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그녀는 수상보다도 점차...
  • 2013-09-02
  • 8년째 두만강박람회 진두지휘…"옌지에서 투자 기회 잡으세요"   박람회가 동북 3성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미국 시민권자인 저를 조선족 기업가들이 신(新)조선족이라며 형제처럼 대해주어 이제는 옌지(延吉)가 '제2의 고향'처럼 친근합니다." '제9회 연길&midd...
  • 2013-08-30
  • 포장 기술 도입해 옌볜 시장 평정하고 내륙·해외로도 진출 (연길 =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연길·두만강지역 국제투자박람회에 월드옥타 옌지(延吉) 지회가 단체로 16개 부스를 받아서 회원사들의 상품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한상(韓商)을 비롯해 바이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박람회야말로 해외 진...
  • 2013-08-30
  • 동북3성 한겨레 리더 릴레이 인터뷰   대한민국주선영총영사관 조백상 총영사 (흑룡강신문=하얼빈) 김영우특약기자= "올해 초에 본부에서 실시한 종합적인 영사서비스 평가에서 전 세계 160개 해외 공관 중에서 1위를 달성했습니다. 본부로부터 축하금을 받아서 나누어서 직원들에게 조그만 기념품 전달하고 기쁨을 함께 ...
  • 2013-08-29
  • 【경주=뉴시스】김재원 기자 = 저우위보 인민일보 인민망 한국지국 대표는 지난 28일 경북 경주시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열린 화백포럼 특강에 앞서 시민과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최양식 경주시장과 업무추진 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으로 인민망은 경주시의 주요 소식과 행사를 중화권 독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경주시...
  • 2013-08-29
  • -길림성 통화현조선족학교 김명선교장을 찾아 학생들의 딱친구인 교장선생님, 교원들을 잘 챙겨주는 교장선생님, 민족특색을 굳게 지키는 교장선생님, 문제가 생기면 과감히 담당하는 교장선생님, 제일 먼저 등교해 손풍금치는 교장선생님, 축구 잘하는 교장선생님…통화현조선족학교 김명선교장을 일컫는 말들이다....
  • 2013-08-26
  • 황유복 략력 1966년 중앙민족대학 력사학부 민족사 전공졸업.1966년 7월부터 중앙민족대학에서 봉직.1987년 9월ㅡ1988년 12월, 미국 하버드대학 교환교수.1984년부터, 미국, 일본, 카나다, 쏘련, 몽골, 한국, 호주 등 20여개 대 학에 강의 경력. 1972년, 중앙민족대학 조선어문학과 창설. 1993년, 중앙민족대학 한국문화연...
  • 2013-08-26
  • 대련시조선족학교 김영실부교장을 찾아 대련시조선족학교 김영실부교장이 전국 교장훈련모임에서 강연하는 장면. 대련시조선족학교에서 14개월 동안 로임 1전도 받지 못하고도 원망 한마디 없이 매일 즐거운 기분으로 학생사랑에 묻혀 교수에 전념한 녀교원이 있다. 그것도 소비가 높은 대련이란 대도시에 금방 정착해 9살...
  • 2013-08-24
  • 中서 자란 그들 한국문화 낯설어 동포애로 안아줘야 진정한 화합 “많은 조선족에게 한국은 애틋한 고향이자, 낯선 타향입니다.” ‘조선족대모임’은 2003년 개설된 국내 최대의 조선족 인터넷 커뮤니티다. 회원 수는 6만여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70% 정도가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 이 모임을 운...
  • 2013-08-23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