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말레이시아의 조선족 '주지사'
조글로미디어(ZOGLO) 2015년11월22일 00시39분    조회:937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인물이름 : 주청령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이야기

  (흑룡강신문=하얼빈) 15년 전의 일이다. 그때 심양에 잠깐 인물취재를 간 적 있다. 이옥성이라고 하면 다들 생경한 이름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지난 세기 60년대 인민대회당에서 복무원 조장으로 있었던 인물이다. 한때는 모택동, 주은래, 주덕 등 거인을 이웃처럼 늘 일상으로 만났고 또 류소기의 부인과 함께 지방의 '5.7간부학교'에 '좌천'된 이왕지사가 있다. 이옥성은 바로 심양에서 살고 있었다. 그때 20대 중반의 둘째 딸이 신세기백화 심양점의 비서로 있었는데, 엄마를 취재한 기자를 위해 일부러 식당에 만찬을 마련했다. 하필이면 다른 행보가 있었고 결국 둘째 딸과는 지척에서 스쳐 지났다.

  그런데 15년 후 이옥성의 이 둘째 딸과 다시 '만남'을 갖게 될 줄이야! 그녀는 말레이시아의 국왕과 나란히 서있는 사진속의 인물로 기자의 앞에 다시 나타났다. 장소도 더는 심양의 백화점이 아니었으며 만리 이역의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황실이었다.

  황실의 붉은 카페 위에 서서 국왕으로부터 훈장 '나뚜(拿督)'를 받는 이 사진은 한때 인민일보 해외판 등 중앙 매체의 신문을 도배했다. '나뚜'는 예전에 말레이시아 주(州)의 최고 행정장관인 주지사를 일컫던 이름이다. 현재는 성공인사에게 말레이시아 황실이 수여하는 칭호로, 국가에 뛰어난 기여가 있는 사람에게 책봉한다. '나뚜'는 세습이나 봉읍의 권력을 갖지 않지만 상징적인 종신영예의 신분으로 된다.

  훈장 '나뚜'를 받은 중국인은 오늘까지 단 2명에 불과하다. 영화스타 성룡(成龍)이 말레이시아를 크게 홍보하고 자선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하여 이 훈장을 받았다. 그녀는 훈장 '나뚜'를 수여받은 두 번째 중국인이요, 첫 중국인 여성이었다.

  이때 비로소 주청령(朱靑嶺)이라는 이 익숙한 이름을 다시 머리에 떠올리게 되었다. 청령(靑嶺)은 '유배지'에 '좌천'되어 힘들게 보냈던 이옥성의 아픈 기억이 새겨진 이름이다. 맏딸은 좌천지에 있던 지명을 따서 청람(靑嵐)이라고 이름을 지었고, 둘째 딸은 하늘가로 줄달음을 치고 있는 험산준령의 모습을 따서 청령(靑嶺)이라고 이름을 지었던 것이다. 그때 힘든 인생 여로에서 청령의 저쪽처럼 뭔가의 희망이 보이고 있었을까…

  실제로 이옥성은 그 무렵 '5.7간부학교'에서 '해방'을 받아 서안의 호텔에서 주임으로 근무하고 있었었다.

  회사의 이름으로 시작하는 이야기

  해외라는 이 낯선 땅은 국문을 나선 중국기업에게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다. 투자업종에 오랫동안 종사하면서 주청령은 국문을 나섰다가 나중에 날개를 다쳐 돌아가는 기업들을 적지 않게 보아왔다. "불복수토(不伏水土)"로 인한 증상이었다. 그때마다 주청령은 중국기업과 해외의 현지를 이을 교량을 만들어야 할 필요를 절실히 느꼈다.

  명량(明良)그룹은 그녀의 이런 생각을 행동에 옮기는 최적의 플랫폼으로 되었다.

  명량그룹은 옛 성구에서 각기 한 글자씩 따온 이름이다. 하나는 고서 《상서(尙書)》의 "밝은 덕, 미덕은 향기롭다"는 의미의 "명덕유형(明德惟馨)"이며, 다른 하나는 고서 《맹자(孟子)》의 "선천적으로 사물을 알고 행할 수 있는 마음의 작용"이라는 의미의 "양지양능(良知良能)"이다.

  이에 따르면 명량그룹의 핵심은 "명덕유형"과 "양지양능"이라는 얘기이다.

  전칭 싱가폴 명량투자자문그룹은 싱가폴 정부의 무역공업부가 투자한 국영기업이다. 이 기업은 중국인에게 제일 전문적인 투자와 이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와 중국의 북경, 상해, 심수에 지사를 두고 있고 동남아와 중국 일부 대도시에 대표처를 설립하고 있다.

  주청령은 명량그룹의 총재로 있으면서 해마다 중국인 1천 가구를 말레이시아에 이민하게 했고 또 기업 약 200개를 협조하여 말레이시아에 투자하거나 업무를 발전하게 했다. 명량그룹은 어느덧 중국 엘리트 인사와 기업가가 말레이시아에 입주하는 최적의 통로로 되고 있었다. 이와 함께 명량그룹은 중국 투자자들에게 제때에 신선한 투자정보, 전위적인 해외투자의 개념을 제공했고, 자산의 가치보존과 증대를 실현하여 최종적으로 다자상생의 국면을 열어놓았다.

  '나뚜'상은 지난 13년 동안 명량그룹이 말레이시아의 경제발전과 외자영입, 해외교류 등 에서 한 탁월한 기여에 대한 말레이시아 정부의 평가였다. 이에 앞서 2014년 11월, 주청령은 또 싱가폴 리센룽 총리로부터 "시화락(施華洛) 세기(世紀)의 수정(水晶) 고니"의 컵을 받아 안았다. 이 컵은 특별히 "장애자 노인들의 만년(晩年) 생활을 관심"하는 특출한 기여자를 장려하는 상이다.

  그러고 보면 '명량'에 담긴 옛 성구는 주청령이 만든 아름다운 이야기와 만나고 있는 것이다.

  옛 인물로 시작하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10년이 아니라 천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남송(南宋) 시기의 성리학자 주희(朱熹)와 만나기 때문이다. 성리학은 유가경전의 의리(義理) 연구를 취지로 삼은 학설이다. 주희의 학설은 명나라와 청나라 때 유학의 정종(正宗)으로 확립된다.

  "따져 보면 우리 청령이는 주희의 35대 손녀가 되지요." 주청령의 부친 주일룡은 하나하나 손가락을 꼽더니 이렇게 말했다.

  약 천년 전 주희의 손자 주잠(朱潛)은 일곱 현자(賢者)를 데리고 조선반도에 천입했다. 현재 주희의 후손은 한국에 약 20만 명이나 된다. 주일룡의 선대(先代)의 고향은 실은 한국으로, 주일룡의 이름도 한국 울진군의 옛 고향 호적에 올라있다고 한다.

  어쩌면 핏줄은 천년 세월을 지나도 속이지 못하는 법인가 한다. 주청령은 언제인가 어린 자식을 데리고 복건성과 강서성 등 선조의 옛 고향과 그들이 살던 지방에 가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누군가 청령이의 국적을 의심하던데요, 한 치도 틀림없는 중국 국적자입니다."

  그동안 주청령은 남다른 애정으로 중국 기업의 안정한 진출을 도왔다. 사실상 중국 공상은행과 건설은행 등 중국의 굴지의 국영기업이 싱가폴과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그 뒤에는 명량그룹이라는 실체를 묵과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또 티베트의 어린이들을 비롯하여 주위의 약자들을 돕는 자선사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명량그룹이 사회적으로 보다 더 인정을 받는 계기로 되고 있었다.

  주청령은 표준 중국어는 물론 광동 방언과 상해 방언에도 능통하다. 영어는 직업상 모국어처럼 입에 오르고 있는 언어이다. 그녀의 제일 큰 유감이라면 조선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간단한 인사말 몇 마디를 할 줄 아는 게 고작이다. 상대의 말을 알아듣고 그와 대화를 나누는 건 아무래도 버겁단다. 그나마 연변 화룡 출생인 이옥성과 길림 출생인 주일룡이 모두 우리말에 능숙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솔직히 주청령은 어릴 때부터 우리말과 접촉할 기회라곤 거의 집 하나밖에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남보다 더 잘 배워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제 기회가 되면 꼭 조선말을 배우려고 합니다."

  미녀 총재의 못 다한 이야기

  주청령은 대학에서 영어과정을 마친 후 곧바로 봉사업종에 몸을 담았다. 신세계백화점 심양점에서 영어에 능숙한 직원을 찾게 되었는데, 그녀는 면접에서 바로 합격되어 심양점의 비서로 입사했던 것이다.

  신세계백화는 홍콩 신세계그룹의 도매기업으로, 중국 최대의 백화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때 주청령의 앞에는 크고 높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녀의 학구열과 집념은 이 세계에서 남다른 빛을 발한다. 미구에 그녀는 상해 신세계백화 본부의 비서로 발탁되며 또 상품부서의 경리 직무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이맘때 주청령은 사직서를 냈다고 한다. "백화점이라고 물건을 파는 일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재무와 인사 관리, 마케팅 등 배울 게 너무 많았어요."

  주청령은 화동사범대학에서 상공관리 석사과정을 밟으며 나중에 자체로 자문회사를 설립한다. 이때 상업계의 많은 지명인사들을 만나면서 싱가폴의 명량회사에 입사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후 그녀는 회사에서 뛰어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회사의 총재로 임명되었다.

  이 무렵 주청령은 회사의 근무와 싱가폴국립대학의 상공 석사과정을 병행한다.

  "싱가폴에서 사업을 하려면 현지의 기업문화를 배우고 현지의 기업문화에 익숙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결코 쉽지는 않았다. 하루 일을 끝내고 귀가할 때면 걸핏하면 새벽 한시를 훌쩍 넘고 있었다. 그때부터 찬물에 머리를 감아 잠을 쫓으면서 세시가 넘도록 책을 보고 필기를 했다고 한다. 두 번째 석사학위는 그렇게 하루 아닌 수백일이나 밤잠을 꼬박꼬박 설치면서 획득한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못난 오리'가 하루아침에 고니가 되는 법은 없다."는 속담을 되새기게 한다.

  주청령은 그때 그 일을 회억하면서 자조 삼아 이렇게 말했다. "제가 아빠의 학문 욕심을 물려받은 것 같아요."

  부친 주일룡은 대련이공대학을 졸업하고 선후로 해방군전자공정학원, 심양포병학원에서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유명한 교수이다.

  '부전여전(父傳女傳)'일까… 기왕 말이 났으니 말이지 주청령은 부친을 따라 회화와 촬영, 독서는 물론 말 타기도 아주 즐긴다고 한다. 모친을 따라 춤을 추고 요리를 만드는 것도 그녀의 취미로 되고 있었다.

  이역 땅에서 '주지사'로 있는 주청령의 참모습을 한 귀퉁이나마 살짝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베이징 김호림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24
  • 140헥타르 경작지 임대 맡고 가정농장 꾸려 촌민들에게 혜택주는 신형농민 최광수 올해 벼농사작황을 살펴보는 왕청현 광동재배업가정농장 농장주 최광수 왕청현 대흥구진 동대촌의 최광수는 140헥타르나 되는 대규모농사를 짓고 있는 가정농장주이다. 2019년 3월 8일, 13기전국인대 2차회의 하남대표단의 심의에 참가...
  • 2019-09-26
  •   올해 추분은 23일에 들었다. 지난해부터 해마다 추분을 “중국농민풍년절”로 지정했으니 올해는 두번째 중국농민풍년절인 셈이다. 국가차원에서 지정한 농민들의 명절인 만큼, 또 한해가 가면서 명절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어느 정도 깊어진 만큼 올해 축제 분위기는 한결 더 농후해진듯 하다. 이날 &ldq...
  • 2019-09-26
  • 녀자 전통무술 기타류 종목에 참가한 김홍란선수(인민넷 기자 임영화 촬영). 정주 9월 10일발 인민넷소식(기자 임영화): 9월 9일, 제11회 전국소수민족전통체육운동회 민족무술종목이 정주올림픽스타디움에서 진행되였다. 녀자 전통무술 기타류 경기에 길림성대표팀의 조선족선수 김홍란과 김현건이 참가했는데 그중 김홍란...
  • 2019-09-11
  •       세계 음악계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조선족 작곡가 안승필   (흑룡강신문=하얼빈) 채복숙 기자= 지난해 11월 13일 저녁, 청중들로 자리가 꽉 채워진 북경콘서트홀 중국국가교향악단 연주회에서 한민족의 가장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의 선률이 울려퍼졌다.     안승필 작곡가....
  • 2019-09-10
  • 홍상준 민간예술인 칭다오서 사물놀이 보급 앞장서   열심히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홍상준 민간 예술인     (흑룡강신문=칭다오)김명숙 기자=칭다오56북춤회(56鼓舞会) 지도교수인 홍상준 민간 예술인은 요즘 삶의 보람과 가치를 갈수록 더 느낀다고 한다.   홍상준(69세, 흑룡강성 녕안시) 선생은 17세에...
  • 2019-09-06
  •      정률성, 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두나라 군가를 작곡한 작곡가이며 음악으로 무수한 중화 아들딸들을 고무시켜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중국 혁명음악의 대부이다. 최근 정률성의 딸 정소제 녀사의 북경 저택에서 80여년동안 전해내려온 불후의 명곡 ‘중국인민해방군 군가’와 ‘연안송...
  • 2019-09-04
  • 조국의 하늘을 날아예던 조선족쌍둥이 형제의 어제와 오늘        쌍둥이 비행사 최광인씨   전설1: 서성중학교 상공에 나타난 전투기   1984년 4월9일 오전 9시쯤의 일이였다. 건교일(4월 10일)을 하루 앞둔 화룡현 서성중학교 상공에 문뜩 공군전투기 한대가 나타났다. 전투기는 서성중학교 상공에 이르러 ...
  • 2019-09-02
  •     광동예지아전자과학기술유한그룹 남기학 회장   대학교수라는 사회 촉망을 받는 유망한 직업을 과감히 버리고 굴지그룹 회장으로 인생역전의 성공 시나리오를 쓴 주인공인 예지아(烨嘉)전자과학기술그룹 남기학(58세) 회장. 창업 18년째에 9개 계렬사를 이끌며 래년 매출 1억 달러를 눈앞에 두고 상장꿈을...
  • 2019-09-02
  • (흑룡강신문=하얼빈) 류설화 기자 = 그에게 있어 시는 몹시 춥고 시릴 때 쪼일 수 있는 뜨락의 볕이고 무더운 삼복철에 서느러운 나무잎 하나를 감싸는 그늘이며 아프고 힘들 때 작은 희망이 되여주는 빛이다. 30여년의 시작을 진행하는 동안 작은 시 한수로써 모든 것들에 사랑의 어진 시선을 보낸 그 역시 자신의 시 한수...
  • 2019-08-30
  •     (흑룡강신문=하얼빈) 류설화 기자 = 가진건 청춘의 열정과 두둑한 배짱뿐이였다. 일찍 18살부터 조리기술을 배워 음식업계에 첫발을 들여놓으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시골사나이는 남다른 분투와 끈기로 25년간 맛과의 전쟁을 펼쳤다. 그가 설립한 심양신창음식유한회사는 현재 산하에 8개의 브랜드를, 전국적...
  • 2019-08-28
‹처음  이전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