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재한조선족 성공시대> ⑫ '밑바닥에서 외치는 희망' 소설가 김노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9월5일 08시03분    조회:7121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인물이름 : 김노
소설·수필 40여 편…2월 첫 소설집 '중국 여자 한국 남자' 펴내
"조선족 삶 가끔은 소설보다 비참…음지 얘기 양지로 드러낼 것"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가을바람이 제법 선선했던 지난 2일 서울 광화문의 교보문고.

독서의 계절을 맞아서인지 평일인데도 인파로 북적였고, 베스트셀러부터 신간까지 빼곡히 진열된 책장의 소설 코너에는 조금은 낯설어 보이는 책 한 권이 꽂혀 있었다. 제목은 '중국 여자 한국 남자'.

소재도 만만하지 않았다. 조선족, 밀항선, 경마장, 가정폭력, 불법체류…. 작가의 필명은 김노(金奴·60). 외자인 이름을 하필이면 노예나 종이라는 의미의 '노'((奴)로 지었을까. 그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했다.

그는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태어나고 자란 조선족 2세다. 조선족 남편과 사별하고 33살이던 1989년 한국에 와 1992년 한국인 남편과 재혼하면서 귀화했다.

국내에서 소설가나 시인으로 활동 중인 중국동포는 여럿 되지만 김 작가처럼 오롯이 소설집 한 권을 펴낸 작가는 드물다.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에서는 말도, 글도, 삶도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김 작가도 중국에서는 조선족 4대 문학지 중 하나인 '도라지'로 등단한 뒤 꾸준히 경력을 쌓았지만 한국에 와서는 식당 설거지, 육아 도우미 등을 전전하며 '중국 아줌마' '조선족 아줌마'로 살았다. 그 와중에도 "글을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고단한 몸을 붙들고 밤새 원고지를 채웠다.

"한(恨)이 많았죠. 지금은 이혼한 전 (한국인) 남편과의 결혼 생활도 힘들었고요. 응어리를 풀어내는 유일한 통로가 글쓰기였어요. 제 얘기, 주변 중국 교포들의 얘기를 엮어 실화에 가까운 소설을 썼죠. 작은 상도 몇 번 받았고요. 소설가로 성공했다고 말하긴 이르지만 글쟁이로서 최선을 다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쓴 중·단편소설과 수필이 모두 40여 편. 이중 단편 9편을 추려 올해 2월 펴낸 첫 소설집이 '중국 여자 한국 남자'다.

 

그의 소설은 르포에 가깝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 땅에 왔지만 음지에 내몰려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일을 떠맡는 중국 동포의 생존기가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실제로 김 작가는 단편 하나를 쓰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밀항자'는 중국에서 밀항선을 타고 오다 집단 성폭행에 노출된 조선족 여성의 비극을 추적한 단편. 이를 완성하기까지 작가는 며칠에 걸쳐 인천 항구를 샅샅이 뒤지고, 문전박대를 무릅쓰며 목격자를 찾아다녔다.

"밀항선에서 벌어지는 참상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더라고요. 동포들도 워낙 쉬쉬하는 얘기라 목격담을 취재하느라 애를 먹었죠. 극적 장치를 더하긴 했지만 소설과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끔은 소설보다 현실이 훨씬 비참해서 글로 옮길 때 표현을 순화하기도 해요."

'가자! 경마장으로'도 마찬가지다. 소설 속 주인공은 공사판에서 피땀 흘려 번 돈을 한순간에 탕진하고 마는 불법 체류자 '영호'. 작가는 "도박성 게임에 빠진 중국동포의 심리 상태를 '리얼'하게 설명하고 싶어서 과천 경마장을 찾아가 실제로 돈을 걸어봤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필명을 '노예'에서 따온 것도 "구속에 얽매였던 과거를 잊지 않고 스스로 자유를 지키겠다는 다짐"이라고 한다.

많은 소재 중에서도 굳이 중국동포의 '고통스러운 기록'에 몰두하는 것은 "음지의 얘기를 양지로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한국에 살고 있고, 살고 싶어하는 중국 동포가 점점 많아지겠죠. 제 독자 중에는 중국동포와 한국인이 골고루 있었으면 해요. 중국동포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서로 알아야 하니까요. 다만 제 글을 읽고 어떤 점을 느낄지는 독자의 몫이겠죠. 중국동포를 향한 경계심이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이해심이 커질 수도 있다고 봐요."

작가는 1995년 한국일보 여성생활수기 우수상, 2000년 경기도 남양주 신인문학상, 같은 해 동아일보 신동아 논픽션 최우수상 등을 받았다. 그다지 화려한 수상 경력은 아니지만 조선족 출신임에도 우리말 표현을 자연스럽게 구사해 내국인 문인들과 동등하게 실력을 겨뤘다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김 작가는 "오래전 고(故) 박완서 선생님께서 심사위원으로 제 글을 보시고는 '숨을 데가 없는 중국동포의 삶을 잘 표현했다'고 말씀해주셨다"면서 "중국동포인데도 우리말 문장을 자연스럽게 썼다는 평가도 해주셨다"고 회고했다.

 

 

김 작가의 소설이 논픽션에 가까울 정도로 사실적이어서 문학적 감동을 끌어내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문학 평론가 이시환 씨는 "김 작가의 작품은 대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흥미 내지는 재미를 크게 유발하지는 못한다"면서도 "그러나 인간 부조리와 사회 불합리를 간접 비판하고, 약자의 삶을 조용하게 폭로해 인간 존재 양식에 대해 새삼 심각하게 생각하게 한다"고 평했다.

김 작가는 올해 환갑을 맞았다. "앞으로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인터뷰를 마치고도 작가는 서점에 남아 한동안 책장 사이를 거닐었다. 알고 보니 인터뷰 장소를 광화문 교보문고로 정한 데에도 그만의 이유가 있었다. 24년 전 교보문고에 처음 왔던 날 "한국에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것.

"그토록 많은 책에 둘러싸인 적은 처음이었죠. 한참 발걸음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압도당했어요. 실컷 책을 읽고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한국에서 체류하기로 마음먹었죠. 먼 길을 돌아오긴 했지만 24년 만에 제 책이 여기 꼽힌 것을 보니 뭉클합니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24
  • 4일 서울 서초구 외교센터 회의실에서 주철기 신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주철기 신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4일 "글로벌한민족네트워크를 통해 동포사회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통일에 기여하도록 재단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주 이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
  • 2016-07-06
  • (흑룡강신문=하얼빈) 박해연 리수봉 기자 =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링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강룡운(48)씨는 자신보다 훨씬 어린 선수들을 상대로 연속 항복시키거나 KO를 이어가면서 최근 중국 종합격투기 무대의 역사를 새롭게 써가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저녁, 하얼빈에서 열린 국제급 종합격투기 대회'Supe...
  • 2016-07-06
  •   밀산시조선족소학교 김계순교사   (흑룡강신문=하얼빈) 류대식 기자= 모진 설한풍을 억세게 이겨내며 봄마다 산야에 화사한 꽃을 만개하는 흥개호반의 진달래처럼 하나하나의 역경을 억척스레 헤쳐나가며 29년간 교단을 굳건히 지켜온 훌륭한 교원이 있다. 바로 흥개호반에 자리잡고있는 밀산시조선족소학교(교...
  • 2016-07-01
  • 직영점 6개, 가맹점 15개 '미각' 대표…직영점만 연 매출 60억원 "현지화 메뉴로 한국인 입맛 공략 성공, 3년 내 200호점 낼 것" 한중창업경영협회 회장…창업 노하우·경험 전수하며 '성공 나눔'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TV 예능프로에 출연한 배우가 "양꼬치엔 칭따오"라고 한...
  • 2016-06-27
  •    꿈이 있는 사람들    90년대 중반 봉제공장 관리자로 사이판에 정착    실패를 이겨내고 다시 일어나 홀로서기에 성공   (흑룡강신문=하얼빈) 윤운걸 길림성특파원=사이판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한 조선족 녀성기업가인 “록색생명”회사 김옥희사장을 만난 것은 5월2...
  • 2016-06-20
  • 베이징대·도쿄대서 학위받고 2011년 서울대 교수 임용된 '빈농의 아들' "조선족 3세, 한민족 DNA·중국인 기질 겸비…각계에서 눈부신 성취" "한국, 제국의 경험 없다…조선족과 공존은 다문화·글로벌국가 디딤돌"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서울대 법학관 연구실에서 연합뉴...
  • 2016-06-20
  • 원문 제목 “全能记者”马宪杰 他是一位朝鲜族监狱警察,能够说一口流利的朝鲜语。他还是监狱里的宣传干事,从警多年,笔和相机从未离身,如今已经是监狱里的“全能记者”。他就是抚顺第二监狱宣传科干事马宪杰。   受影响爱上写作   马宪杰是一名监狱警察,30多年来,始终坚持新闻写作与摄...
  • 2016-06-06
  • 직원들로부터 배송정황을 회보받고있는 허철호.   물류업에 인생을 건 사나이 청도-연길 물류하게 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물류업에 종사한 20년래 곁눈 한번 팔지 않고 물류업에 인생을 건 사나이 허철호( 69)이다. 고향이 연길인 허철호는 1995년 학교졸업후 어머니가 마련해준 단돈 3천원으로 상점을 차렸...
  • 2016-06-05
  • 국가 1급 작곡가 김창근(54세)의 35년 음악생애를 회고하는 작품음악회 “사랑의 고개”가 지난 5월 27일 연변라지오텔레비죤방송국 공개홀에서 열렸다. 연변라지오텔레비죤방송국의 주최로 진행된 이번 음악회는 지금까지 김창근작곡가가 창작한 천여수의 작품들가운데서 15수를 엄선하여 무대에 올렸으며 그중...
  • 2016-06-04
  •      하얼빈의과대학부속 제4병원 호흡과 김수덕 주임            (흑룡강신문=하얼빈) 이수봉 기자=하얼빈의과대학부속 제4병원 호흡과 김수덕(여,50) 주임은 호흡과학과 선두주자로서 호흡계통 신기술개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수덕 의사는 1989년 하얼빈...
  • 2016-05-31
‹처음  이전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