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 유일한 한민족 교육을 위한 정규 러시아학교인 `1086 한민족학교' 교장 엄 넬리 씨
⑧러시아내 유일 한민족학교 엄 넬리 교장
(모스크바=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러시아 내 유일한 한민족 교육을 위한 정규 러시아학교인 `1086 한민족학교'. 이 학교는 러시아 학부모들이 `자녀를 가장 보내고 싶은 학교'로 손꼽고 있다.
이 학교는 모스크바 3천500여개 공립학교 중 명문대학 입학성적이 최상위권을 차지해 유네스코에서 최우수 민족학교로 표창받았다. 학교는 초.중.고 과정의 `쉬꼴라'이다.
대학 진학률 100%를 자랑하는 이 명문학교를 설립한 사람은 고려인 4세인 엄 넬리(66.여) 교장이다. 그는 구 소련 때 헌신적인 교사활동으로 교육자 상(賞)인 레닌상을, 한국정부로부터는 한국어 보급과 민족교육에 크게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무궁화 훈장, 국민훈장 등을 받았다.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이던 지난해엔 삼성생명 공익재단으로부터 `제4회 비추미 여성 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경쟁률이 13대 1 을 넘는다. 처음엔 고려인들만을 위한 학교였지만 지금은 러시아 학생도 받는다. 러시아 학부모들이 자녀를 입학시켜달라고 데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 교장은 가급적이면 법을 위반해서라도 고려인들을 입학시키려 한다.한 명이라도 더 한국말을 가르치고 민족 전통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이 학교에는 고려인 26명을 포함 56명의 교사가 1학년부터 11학년까지 총 750여 명의 학생을 가르친다. 학생 가운데 62% 정도가 고려인이고 나머지는 50여 소수민족과 한국 국적의 학생 등이다.
학교 내 한국어 수업은 주 2-3시간 있고 과외수업으로 주 3시간 한국의 문화, 풍습 등을 가르친다. 특히 예절을 중시한다. 반 이름은 무궁화 등 한국어 이름을 쓰고 수업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은 한국 민요가 울려퍼지도록 했다.
엄 교장의 우리말과 민족교육에 대한 집념은 우리말을 배울 수 없었던 한에서 비롯됐다. 우즈베키스탄에서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그는 1946년 부친(고 엄승렬)을 따라 북한으로 갔다. 그는 `영월 엄'씨 후손이다.
북한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부친이 1953년 스탈린 사망 후 김일성의 소련파 등 반대파 숙청 때 희생당하고 그는 북한을 겨우 탈출해 1956년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북한에서도 한국말을 배우지 못하고 소련대사관 내 학교에서 공부했으며 `반동분자'로 불리며 차별대우를 받았고, 돌아와 구 소련인들로부터도 차별을 당했다."
모스크바 사범대학(전공 생물학)을 졸업한 그는 모스크바 180학교 교사로 부임해 중.고교 생물교사로 7년 간 일했고, 32세 나이에 교감과 35세에 교장이 됐다.
"52세 때 한민족학교를 설립하고 이듬해부터 우리말을 배웠어요. 손자, 손녀들이 행여 알까봐 몰래 배웠지요."
나이 59세 때 그는 러시아정부로부터 독토르(최고박사)학위를 받았다. 또 늦깎이 한글공부를 통해 한국어교재 11권을 집필했다. 이런 열정은 그간 한국 언론에 크게 소개됐다.
"한민족학교를 또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책임지고 맡아서 운영할 사람이 없다. 우리말을 가르칠 교사도 없다. 월급이 따라주질 않기 때문에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가장 젊은 선생이 45세이다. 한국 정부가 교사 확충을 위해 노력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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